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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95화 (994/1,826)

§ 나는 될놈이다 995화

“친구야!”

“우리가 언제 친구였다고!”

“친구야! 그런 소리 하지 마!”

물론 캉이 콰드로를 친구라고 생각하든 생각하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 짐을 나눠들 수 있느냐!

“앗! 저기 콰드로의 친구 캉이다!”

“현상금 걸린 놈이다! 잡아!”

“미친놈들아! 길드 동맹이 현상금을 그대로 줄 거 같으냐! 그놈들이 먹튀한 게 한두 번이냐!”

캉은 필사적으로 설득하려 했다.

돈에 눈이 뒤집힌 플레이어들은 무서웠다.

한 번 잡으면 진짜 말 그대로 인생역전!

판온에 돌아다니는 돈은 이제 정말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길드 동맹이 요즘에 투자를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도 모르냐? 재무제표 확인해 봤다! 재정건전성이 아주 뛰어나!”

“현상금 사냥꾼 놈들이 뭘 확인하는 거야!?”

캉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친놈들이 뭘 다 확인하고 있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길드 동맹은 태현 관련으로 현상금을 걸었다가 지급하지 못한 적이 있었으니까.

플레이어들의 꼼꼼한 검증은 필수!

‘접속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쫓기면서 캉은 머리를 쥐어짰다.

태현이 빠지고 나면 공격이 들어올 거라는 건 모두가 익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이렇게 많이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잘츠 왕국 같은 곳에 뭔 놈의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캉의 울부짖음을 누군가 들었는지 날카롭게 반응이 돌아왔다.

“이 자식이 잘츠 왕국을 무시해!? 잘츠 왕국이 뭐가 어때서!”

현상금 사냥꾼 중 잘츠 왕국 플레이어가 있었던 모양!

세계수 랭커들이 착각하고 있던 게 있었다.

태현이 마계에서 성을 갖고 잘츠 왕국에 돌아왔는데, 관심이 안 쏟아질 리가 없지 않은가.

거기에 방송까지 진행했으니….

랭커들이 모르는 사이 어마어마한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와! 구경 가자!’ 하는 마음으로 잘츠 왕국으로 찾아온 상태였다.

그 많은 플레이어들 중 1/10만 현상금 사냥꾼이어도 이 주변을 완전히 포위하고 남았다.

그런데도 그들이 보이지 않았던 건 던전의 위치가 비공개였고, 태현이 두려웠기 때문!

모두 다 ‘큭큭큭… 곧 김태현은 대회 뛰러 간다… 큭큭큭’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안일했던 건 세계수 랭커들!

-포박의 밧줄!

-이동 저하의 그물망!

-쐐기의 발자국!

현상금 사냥꾼은 딱히 직업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물론 그런 직업도 있긴 했지만, 여기 모인 대부분의 현상금 사냥꾼들은 제각각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공통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PVP 특화 캐릭터라는 것!

현상금 사냥을 뛴다는 것 자체가 몬스터보다 플레이어를 더 잘 잡는다는 걸 의미했다.

발목 묶는데 특화된 각종 디버프 스킬들로 단단히 무장한 현상금 사냥꾼들!

세계수 랭커보다 평균 레벨은 낮아도 수십이 덤벼드니 순식간에 궁지에 몰렸다.

쿠르르르르릉-

“???”

그 순간 땅이 울렸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모두 다 깜짝 놀랐다.

“뭐야?! 지진인가?!”

“아키서스 교단 마법사인가?!”

“김태현인가?!”

“미친놈아! 불안하게 왜 김태현 이름을 말해! 진짜 오면 어쩌려고!”

“미, 미안….”

현상금 사냥꾼 하나는 다른 사냥꾼을 구박했다.

재수 없게 진짜 오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나 태현은 아직 경기 중이었다. 땅이 울린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힘을… 원하는가…?

저 땅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웅장한 목소리!

딱 봐도 강력한 몬스터라는 게 느껴졌다. 쫓아오던 플레이어들은 일제히 긴장했다.

대체 누구지?!

[광산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땅의 정령왕이 일어납니다!]

[땅이 포효합니다!]

땅의 정령왕!

“뭐야?!”

“정령왕이 여기 왜 나와?! 저기 밑 깊숙한 곳에 있다며!”

이제까지 공략하지 못한 던전 밑에 뭐가 있는지는 플레이어들도 알고 있었다.

태현이 공략한 덕분!

역으로 그 공략 때문에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도 한동안 광산을 공략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리치도 까다로운데 그 밑에는 땅의 정령왕까지 있다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마굴이었다. 정령왕은 아직 플레이어들이 공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거의 드래곤 수준의 보스 몬스터 아닌가.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왕국이 아작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그런데 그 정령왕이 지금 갑자기 끼어들고 있다!

-후후… 아키서스의 화신… 힘을 원하겠지. 그렇지 않나?

“어….”

“저기….”

“음….”

쫓기던 랭커들은 울리는 목소리에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저기… 그… 아키서스의 화신 없는데요.”

퍽!

콰드로의 말에 캉은 옆구리를 세게 후려쳤다.

-미쳤냐?! 없어도 있다고 해야 할 판에!

-정령왕이잖아 또라이야! 어떻게 거짓말을 해!

정령왕은 드래곤 같은 수준의 보스 몬스터.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는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일격에 즉사할 수가 있었다.

드래곤 앞에서는 납작 엎드린 채로 눈치를 봐야 하듯이, 정령왕도 마찬가지!

-그래도 ‘아’ 다르고 ‘어’ 다르지! 아키서스의 화신 곧 돌아온다고 해야지!

-그… 그렇군!

정령왕이 왠지 모르게 아키서스의 화신을 찾는 것 같았다.

랭커들은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정령왕은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 화신이 없나…? 그대들은 아키서스의 화신을 따라다니는 자들 아니었나?

밖의 산 근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에 리치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냐고 확인해 보라고 한 정령왕이었다.

그러자 리치들은 ‘저번에 왔던 모험가 놈들이 쫓기는 모양입니다 클클’ 하고 보고해 왔다.

태현이나 고블린들이 있었다면 리치 자그가란이 나서서 ‘그래도 도와줄까요?’ 했을 테지만, 지금 세계수 랭커들은 여기 있는 리치와 아무 사이도 아닌 사이!

밖에서 뒤지든 말든 알 바 아닌 사이였다.

그러나 정령왕은 생각이 달랐다.

안 그래도 아키서스의 화신을 직접 만나고 대화해 보려고 했는데 잘 됐다 싶었던 것이다.

화신의 부하가 있으니 화신도 그 근처에 있으리라!

은혜도 입히고 대화도 나눠보려는 생각이었는데….

정작 화신이 자리에 없었다.

“저희는 화신의 부하 맞습니다!”

“저는 판온 시작부터 김태현을 존경해 왔습니다! 그때부터 부하였습니다!”

“이 자식! 난 너보다 몇 배는 더 존경한다고!”

랭커들은 서로 멱살을 잡고 다퉜다.

정령왕은 딱히 ‘한 명만 살려준다’라고 말하지도 않았지만 알아서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땅의 정령왕은 질색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아키서스의 화신을 따라다니는 자들이 왜 저렇게 품위가 없단 말인가.

그래도 화신의 부하들이라고 하니….

쿠르르르릉!

[땅의 정령왕이 정령들을 소환합니다!]

[<강력한 땅의 정령>들이 나타납니다!]

근처의 암석과 땅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정령들!

몰려 있는 플레이어들은 당황했지만 물러서진 않았다.

그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정령 나오나 본데?!”

“걱정 마! 여기 인원이 몇인데. 눌러버린 다음 다시 잡으면 돼!”

정령 상대 한두 번 해보나!

정령왕이 직접 나오는 게 아니라 정령이 나오는 거라면 해볼 만….

쿠르릉….

쿠르르릉! 쿠릉! 쿠르릉!

“어, 어, 어….”

“저, 저거….”

너무 많이 나오지 않냐?

사방에서 미친 듯이 일어나는 땅의 정령들.

암석과 흙으로 뭉쳐서 만들어진 그 모습은 원래라면 볼품이 없었어야 했지만….

크기가 몇 배로 커지니 이야기가 달랐다.

“미친…!”

거인 수준의 덩치를 가진 정령!

앞에 <강력한>이 붙어 있길래 ‘흠 제법 정예인 정령 몬스터인가?’ 했는데, 보통 강력한 게 아니었다.

과연 정령왕이 소환할 만한 정령들!

그런 놈들이 주변을 꼭 채우고 포위하고 있었다.

“…눌러버린 다음에 잡으면 된다고?”

-모험가들이여. 감히 내 경고를 무시하고….

“아닙니다! 저희는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빠지려고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모인 현상금 사냥꾼들은 넙죽 엎드렸다. 그중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도 김태현 팬입니다! 저놈들은 가짜입니다!”

“지금 그게 통할 거 같냐?”

-감히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

[땅의 정령왕이 분노합니다!]

역효과!

궁지에 몰린 현상금 사냥꾼들은 필사적으로 입을 놀렸다.

“아… 아니! 진짜인데! 전 아키서스도 믿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에 헌금도 했어요!”

현상금 사냥꾼들 중에서도 아키서스 교단을 믿는 사람이 꽤 있을 정도!

그만큼 아키서스 교단이 세력을 펼친 덕분이었다.

그 설득에 땅의 정령왕은 당황한 모양이었다.

-아키서스 화신의 부하였느냐?

“예! 부하입니다!”

-그러면 저놈들은….

“그냥 길 가다가 만난 별거 아닌 놈들입니다!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같이 다니지도 않잖습니까!”

“아, 아닙니다! 곧 돌아올 겁니다! 진짜로 곧 돌아올 겁니다!”

세계수 랭커 vs 현상금 사냥꾼.

둘의 목숨을 건 화술 대결!

둘 다 화술 스킬은 하급 수준이라 거의 진흙탕 싸움에 가까웠다.

-에에이! 듣기 싫다! 시끄럽다, 모험가 놈들! 이래서 필멸자들이란… 내가 판결을 내리겠다!

꿀꺽-

-아키서스의 화신이 돌아올 때까지 둘 다 여기에 묶어 놓겠다!

“?”

“네?”

“아, 아니… 저희도 할 일이….”

“아무리 정령왕이라도 그렇지 우리를 전부 다 붙잡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게 할 짓입니까!”

근처에 사람들이 많으니 정령왕을 상대하는 데에도 용기가 생겼다.

용감한 현상금 사냥꾼!

그리고 그 대가는 정확히 돌아왔다.

쾅!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바위 주먹이 생기더니 방금 말을 꺼낸 플레이어를 으깨버렸다.

[파티원이 로그아웃…]

“…….”

“…….”

갑자기 싸늘해진 분위기!

땅의 정령왕이 얼마나 강력한 보스 몬스터인지 깨달은 것이다.

-또 누가 불만이 있느냐!

“아… 아닙니다! 저희는 아무 불만 없습니다!”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이 돌아오면 진실을 묻겠다! 거짓말을 한 놈이 있다면 그때 처벌을 내리도록 하겠다!

“…!!!”

랭커들도, 현상금 사냥꾼도 새파랗게 얼굴이 질렸다.

‘우리가 뭐라고 했었지?’

‘김태현 부하라고 하지 않았냐?’

‘누가 김태현 부하라고 하래! 멍청한 자식아!’

‘그때 안 말했으면 벌써 죽었을걸?!’

[땅의 정령왕들이 소환한 정령의 군세에 갇혔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상태가 포로 상태로 변합니다.]

[도주를 시도할 경우 처형당할 수 있습니다.]

졸지에 잘츠 왕국 산맥에서 갇혀 버린 수백 명의 플레이어들!

생각지도 못한 대참사였다.

* * *

“저놈이 그린이다!”

“나… 나는 파워 워리어다! 너희가 감히 파워 워리어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유일하게 파워 워리어에 가입한 랭커, 그린은 그렇게 외치고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좀 이상했던 것이다.

‘길드 동맹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미다스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는 뭔가 그럴듯했는데….

‘파워 워리어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는 뭔가 좀 말이 안 되게 느껴졌다.

스스로도 민망한 말!

그러나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파… 파워 워리어…!”

“저 자식이 파워 워리어 소속이었다고?!”

“크윽… 파워 워리어였다니…!”

‘아니. 효과가 있잖아?’

말한 그린이 더 당황스러운 현상!

현상금 사냥꾼들은 정말 뒷감당이 두려운 표정으로 머뭇거리고 있었다.

“젠장! 난 빠진다!”

“나… 나도!”

한 명씩 빠지기 시작하자 남은 사람들은 점점 더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르르 해산되는 사냥꾼들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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