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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90화 (990/1,826)

§ 나는 될놈이다 990화

경기가 끝나고, 팀 KL의 플레이어들은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다.

져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방금 3전 2선승제의 시합에서 빠르게 2연승을 거두고, 리그 1승의 승점을 따낸 것이다.

그런데….

과정이 너무….

“…우리 너무 강하지 않냐??”

“케인, 지금 우리가 하는 말 다 방송에 나오거든….”

“헉.”

케인은 당황했지만 이미 정식 투기장 안의 모든 선수들은 방송으로 잡히고 있는 상태였다.

전 세계로 생중계된 케인의 말!

* * *

경기 전.

상하이 팬더즈의 선수들은 결연하게 각오를 다졌다.

친선 경기 전패!

20개 팀 중 최하위로 뽑히는 약팀!

…같은 기사들이 쭉쭉 올라오는데 부담 안 가질 선수들은 없었다. 그걸 알았기에 감독과 코치들은 그들을 호되게 격려했다.

“쓸데없는 거 신경 쓰지 마! 내가 뭐라고 했냐!”

“케인을 봉쇄한다!”

“그래! 팀 KL 대책은 충분히 세웠잖냐! 그에 비해 쟤네들을 봐라! 쟤네들은 연습 경기도, 친선 경기도 안 뛰었어! 너희들이 뭐하는 놈인지도 모를 거다!”

“…?”

‘그건 더 기운이 빠지는 소리 아냐?’

‘감독님….’

기세를 타서 말하다 보니 해서는 안 될 소리까지 말하는 감독!

“자! 다시 외쳐봐라! 뭘 해야 하는지!”

“케인을 봉쇄한다!”

“그래! 그것만 기억해라!”

참가하는 팀 중 팀 KL 대책을 안 세운 팀은 없었다.

온갖 전략이 다 나왔고, 각자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을 테지만….

상하이 팬더즈가 택한 방법은 ‘케인 봉쇄’였다.

죽이는 게 아니라 봉쇄!

투기장 리그는 맵과 승리조건이 매 경기마다 달랐지만, 몇 가지 원칙은 동일했다.

그중 하나가 부활이었다.

케인을 잡아봤자 부활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 플레이어를 잡으면 보너스 버프가 들어오지만….

-잡는 것보다 봉쇄가 낫다. 게임 끝날 때까지, 최소한 게임 판도가 정해질 때까지만 봉쇄하면 적 팀은 4:5로 싸우게 될 테니까!

태현을 봉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태현은 회피율과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데다가 스킬 폭이 너무 다양했다.

봉쇄가 통할지부터가 의문인 것!

그에 비해 케인은 탱커 타입이라 느리고, 스킬 폭이 태현보다 훨씬 좁았다.

게다가 팀의 방패를 책임지는 탱커니 한 번 빠지면 구멍도 더 클 것이다.

봉쇄의 최우선목표!

-아, 상하이 팬더즈 팀의 1차 목표는 케인 선수를 봉쇄하는 것 같습니다! 샤오밍치 선수, 케인 선수를 어떻게 잡을지 떠들고 있군요.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케인 선수가 탱커 타입의 전사긴 해도 꽤 영리한 선수거든요!

MBS에서 해설을 맡은 배중환, 배중열 두 형제는 신이 나서 외쳐댔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 경기의 중계를 하고 있을 지금, 다른 경쟁자들을 누르고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걸 잘 파악해야 했다.

솔직히 이 경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팀 KL을 많이 응원하겠는가 상하이 팬더즈를 많이 응원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팀 KL이 어떻게 상하이 팬더즈를 박살 내는가’를 기대하고 있을 터!

배중열은 케인이 활약했던 영상들을 띄워가며 신나게 칭찬을 해댔다.

케인이 직접 들었으면 ‘아니야! 미친놈들아! 나 그만 띄워! 저번에도 그랬다가 거품이라고 얼마나 욕을 먹었는데!’ 하고 질겁할 정도의 칭찬!

던전 공략 대회에서 하는 거 없이 얹혀 간다고 욕을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케인이었다.

-과연 팀 KL은 이에 맞서서 어떻게 나올까요?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됩니다!

* * *

‘맵은 초원. 점령전. 점령 목표는 하나.’

맵 가운데에 하나 있는 진지를 두고 일정 시간 이상 점령하면 승리.

저번 대회보다 몇 배는 더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었다.

게다가 부활까지 가능했으니….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넓은 초원 곳곳에 언덕들이 있어 시야를 가렸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언덕이 있었다.

이런 싸움에서는 다섯 명이 뭉쳐서 움직이는 게 기본 정석이었지만, 마법사나 궁수 같은 원거리 딜러는 다른 언덕으로 빼서 공격을 넣게 해주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태현은 눈을 감고 빠르게 생각을 마친 다음 말했다.

“가자!”

-어? 팀 KL, 바로 움직입니다! 별다른 스킬이나 아이템 사용을 하지 않아요! 잠, 잠깐… 케인 선수! 갑자기 모습이 크게 변화합니다!

우드드득!

케인의 팔이 갑자기 여러 개로 늘어나더니 체형까지 거대해졌다.

-저… 종, 종족 변화입니다! 케인 선수! 종족을 바꿨어요! 대체 무슨 전략인 걸까요?!

특이한 전략과 기책으로 이름 높은 팀 KL이었기에, 해설자들은 케인의 형태 변환에 매우 흥분했다.

물론 숨겨진 전략 그런 거 없었다.

‘일단 한 번 부딪혀보자.’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최대한 빠르게 내달렸다.

사실, 숨겨진 전략이나 스킬에 대해서는 리그 시작 전부터 의견이 갈렸다.

‘중요한 순간이나 한타를 대비해서 비장의 스킬이나 아이템은 숨겨둬야 한다!’vs‘치러야 하는 경기가 몇 경기인데 갖고 있는 스킬이나 아이템이 얼마나 된다고 그걸 숨기면서 싸우냐? 아끼다가 망한다!’

찬성하는 플레이어들은 저런 숨겨진 전략에 로망이 많았다.

불리한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스킬!

그에 비해 반대하는 플레이어들은 현실적이었다.

갖고 있는 스킬들이나 아이템이 뭐 얼마나 많다고 숨기겠는가.

또 쓸 수 있을 때 써서 승점을 챙겨야지, 지는 상황에서도 그런 걸 아끼다가 나중에 쓰지도 못하면 정말 웃음거리가 됐다.

숨겨진 스킬은 정말 가끔씩 나오는 예외적인 상황이지, 대부분의 랭커들은 쓸 수 있을 때 다 쓴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투기장 리그는 서로가 서로의 수를 다 알고서 싸움에 임하는, 치열한 전략 게임이지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뭔가가 튀어나오는 뽑기 상자가 아니다!

맞는 말이었고 태현도 어느 정도 동의는 했지만, 사실 저 말에서 가장 예외인 게 바로 태현이었다.

판온에서 숨겨진 수를 가장 많이 갖고 다니는 남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에 가까운 것!

아직 쓰지 않은 부활 권능이나, 다른 신의 권능, 얻어 놓고 쓰지 않은 아이템들….

기회가 되면 쓸 생각이었다.

“케인. 정면에서 버텨라. 난 돌아가서 휘저어 볼 테니까.”

“오케이!”

태현 팀의 전략은 간단했다.

탱커 케인을 앞에 세우고 언덕으로 올라가, 진지에서 힘싸움으로 버티는 사이, 태현이 상대 뒤로 돌아가 뒤흔드는 것이다.

상대가 오지 않으면 그대로 점령하고, 상대가 오면 맞붙고.

정석 중의 정석.

흔히들 쓰는 전략이었다.

다 같이 있을수록 안정적이지만 몸이 빠르고 회피력 좋은 딜러 한 명 정도는 따로 행동해도 나쁘지 않았다. 집단정면승부에서 뒤를 흔드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었고.

-아! 김태현 선수! 뒤로 우회를 시도합니다!

-좋은 방법이지만 상대가 지금 예측을 하고 있어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그랬다.

상하이 팬더즈도 마찬가지로 중앙 언덕을 점령하기 위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태현을 상대하고 있으니, 당연히 딜러가 와서 뒤흔들 상황 정도는 예상하고 있다!

-아이언 골렘 소환! 아이언 골렘 소환!

-독의 늪 소환!

상하이 팬더즈는 태현이나 최상윤의 우회에 대비해 주문서 아이템을 사용해 골렘을 소환하고 늪을 깔았다.

만약 온다면 발을 묶은 다음 요격할 생각!

보고 있던 사람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건 위험하지 않나?

-아예 대비를 하고 있는데….

-만약 혼자 들어갔다가는 자칫하면 발이 묶일 수도 있어!

상대방도 전원 랭커인 데다가 합까지 잘 맞는 상황. 아무리 약팀이라고 하더라도 태현을 죽일 정도의 능력은 갖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저렇게 준비까지 해놨으니 팬들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

언덕을 돈 태현. 그 순간 상하이 팬더즈 선수 다섯 명과 태현의 눈빛이 마주쳤다.

아직 언덕을 올라가지 않은 다섯 명과 맞닥뜨린 것이다.

-으아아악!

-너무 빨리 왔어! 뒤로 빠져야 해!

-걱정 마! 김태현은 튀는 것도 장난 아냐! 김태현이 마음먹고 튀면 상하이 팬더즈는 절대 무서워서 못 따라 나온다!

그러나 태현은 오히려 돌진했다.

-김태현!!

-멈춰!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하다니까!!

-여긴 판온이 아니라 투기장이야!

그 모습에 팬들은 비명을 질렀다.

팬들은 몰랐다. 지금 태현의 머릿속은 상대 팀원들을 하나라도 더 잘라내서 이득을 만들겠다는 것만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을!

후퇴는 애초에 전혀 계산에 없었다!

-아키서스의 돌격!

태현의 몸이 점멸하더니 앞으로 순간이동했다. 그리고 가장 뒤에 있는 힐러를 노리고 나타났다.

힐러를 맡고 있는 타오 첸은 기겁하며 태현에게 방해 마법을 걸었다.

[신성한 그림자 스킬로 인해 이동 속도가…]

[신성한 그림자 스킬로 인해 이동 속도가…]

명중률과 상관없이 무조건 적중하는 저주 스킬!

약하지만 어차피 발만 묶는 걸로 충분했다.

‘미친놈 같으니! 여기로 혼자 돌진을 해?!’

그 생각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도 소리를 지르며 급하게 반응했다.

“막아!!”

태현이 파고든 순간 힐러는 방어막을 낀 채 뒤로 빠지면서 태현의 발을 묶고 나머지 넷이 협공.

망설임 없이 움직이는 그 모습에 태현은 그들이 연습을 제대로 했다는 걸 깨달았다.

‘상관없다. 무조건 한 놈 잡는다!’

태현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나고, 한 손에서 폭탄이 나오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콰콰쾅!

[스턴 상태에 빠졌…]

[잠시 움직일 수…]

태현을 대비해서 폭발 내성 옵션이 달린 장비를 들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두 명이 스턴 상태에 빠졌다.

남은 두 명은 어떻게든 타오 첸을 지키며 태현을 견제하려고 했다.

‘맞아줘도 되는 공격이다!’

태현은 빠르게 견적을 낸 다음, 덤벼드는 걸 무시하고 타오 첸을 집요하게 노렸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혼란의 저주>에 걸립니다!]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으로 추가…]

[<광전사의 함성>으로 공격 속도가 내려갑…]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으로…]

[<빛의 검>으로 인해 방어력이 내려갑니다!]

[치명타 스택을 폭발시킵니다!]

[방어막이 찢어져 나갑니다!]

[폭발로 인해…]

‘못 막는다!’

상하이 팬더즈 선수들은 순간 전원이 깨달았다.

그들은 태현을 상대할 때, 태현에게 각종 디버프를 걸어서 끌어내린 다음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아무리 태현의 회피율이 무시무시해도 강력한 디버프가 열몇 개 이상 중첩되면 데미지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그건 너무 안일하고 느긋한 생각이었다.

그런 방식으로는 태현이 약해질 때까지 한 명 잡히는 걸 막을 수 없다!

“으아아아악! 으아악! 으악!”

무슨 공포영화 주인공처럼 타오 첸은 비명을 질렀다.

사실 공포영화에 나오는 살인마에 가까웠다.

온갖 공격을 맞으면서도 쫓아와 검을 휘둘러대는 공포!

“아, 안 돼!”

방어막까지 박살 나자 힐러는 그대로 녹아내렸다. 태현은 기념비적인 1킬을 챙기고 뒤로 돌았다.

[타오 첸이 쓰러졌습니다!]

[<승자의 영광> 버프를 받습니다!]

[현재 1킬 상태입니다!]

“개자식! 잡아! 못 빠져나가게 묶어!”

태현이 어떻게든 힐러만 죽이고 빠져나갈 거라고 생각했는지 상하이 팬더즈 선수들은 이를 갈고 옆을 막았다.

넌 못 지나간다!

힐러가 죽은 건 뼈아팠지만, 지금 태현도 억지로 힐러를 잡느라 온갖 디버프가 걸린 상태였다.

아까처럼 회피력 믿고 폭탄 쓰는 무리수도 힘들 터!

4:1로 여기를 빠져나갈 순 없다!

‘힐러를 잃은 이상 김태현은 무조건 잡아야 해!’

“넌 실수한 거다. 김태현!”

“네 명. 네 명. 네 명….”

“…듣고 있냐?!”

순간 태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앞에 있는 탱커 장웨이가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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