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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87화 (987/1,826)

§ 나는 될놈이다 987화

-…하하! 폐하! 농담도 잘하십니다!

[오스턴 왕국의 데스 나이트들이 당신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평소라면 친절하게 말해줬겠지만 태현도 지금 상당히 귀찮은 상태였다.

갑자기 추가로 생겨난 부하(짐덩어리)들 때문에!

“너희 국왕 반역자한테 쫓겨났다니까.”

-아닙니다! 국왕 폐하께서는 잠시 피하신 것뿐, 곧 돌아오실 겁니다!

“이제까지 소식이 없는데 돌아오긴 뭘 돌아와! 아키서스의 하늘나라로 갔겠지!”

-으흑흑! 아닙니다! 아니란 말입니다!

[설득에 실패합니다.]

태현이 설득에 실패할 정도로 굳은 마음가짐을 가진 기사들!

[카르바노그가 왜 불쌍한 기사들을 괴롭히냐고 합니다.]

‘으윽.’

태현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오스턴 왕국 데스 나이트들 상대로 화풀이한다고 뭐가 남겠는가.

태현은 친절하게 말해주기로 했다.

“느그 국왕 하늘나라 갔….”

[…….]

-…….

“…후. 아니 내가 뭔 소리를. 오스턴 왕국의 국왕께서 어떻게 된지는 나도 모르지만 현재 자리에 앉아 있는 건 다른 놈이야.”

-어떤 저주 받을 놈입니까?!

“어….”

태현은 멈칫했다.

그래도 쑤닝과 휴전도 했고, 지금 광산을 빌리기도 했는데 굳이 쑤닝의 이름을 알려줘야 할까?

그냥 이번은 넘어가줄까?

…라고 생각했지만 멍하니 대화를 듣고 있던 뒤의 랭커들은 번뜩이며 반응했다.

“쑤닝이란 놈이다!”

“거 미다스 길드란 놈들도 있는데 그놈들도 오스턴 왕국을 갈라 먹었지!”

“모험가 주제에 왕위에 오르다니 아주 주제 파악을 못하는 잡… 아, 아니. 김태현. 내가 너 말한 거 아닌 거 알지???”

“그건 아는데, 너희 지금 방송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

태현의 방송은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퀘스트창이나 직업, 스탯창은 가려서 안 보이겠지만 대화는 분명히 방송으로 나가는 상태.

안 그래도 지금 길드 동맹과 미다스 길드의 뺨을 때린 상태인데 한 대 더 때리는 셈!

랭커들은 화들짝 놀랐지만, 의외로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뭐… 괜찮아.”

“이미 늦었으니까.”

“우리가 이제 와서 뭘 한다고 해서 그놈들이 척살령 풀 놈들도 아니고. 오히려 공격해야지. 흥.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태현은 그 마음에 감탄했다.

“너희…! 그래! 바로 그 마인드야! 싸우면 된다니까?”

‘김태현 따라다녀야지.’

‘김태현 따라다니면 되겠지.’

‘김태현 옆에 붙어 있어야겠다.’

물론 랭커들의 속마음은 태현이 생각한 것과 정반대인 추잡한 마음이었다.

* * *

-???

-어? 마법 썼는데 우리가 못 본 건가??

-마법 언제 썼지?

언데드들을 쓸어버리는 줄… 알았다가 갑자기 언데드들을 포섭하고 명령을 내리는 모습에,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다.

스킬을 썼으면 소리가 났을 텐데?

-김태현도 당황한 거 같은데 돌발 퀘스트 아님? 막 검으로 베어버리려다가 멈칫한 거 같은데?

-언데드 몬스터들이 갑자기 말 거는 돌발 퀘스트가 어딨어요 ㅡㅡ.

-김태현이 당황할 리가 없잖음.

-김태현이 당황한 것처럼 보이면 그건 김태현이 파놓은 덫임.

-언데드 조종 마법 건 다음에 안 걸리는 놈들 베려고 검 든 거겠지. 다음 수까지 보는 게 바로 김태현이니까.

-크… 철벽 그 자체….

-아니 그래서 뭔 마법 쓴 건데??

-제가 레벨 130 찍은 네크로맨서인데 저건 마법 아닌데? 마법을 썼으면 내가 모를 리가 없음.

-…라고 137번째 플레이어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김태현이 희귀 스킬 갖고 있는 게 어제오늘 일이냐.

-아니 진짜 마법 아니라니까…!

-그럼 뭐 언데드들이 김태현 보고 반해서 단체로 무릎이라도 꿇었다는 거냐? 언데드 조종 스킬 썼겠지.

-김태현이 마법 스킬 중에서 흑마법 쪽 있는 건 이미 학계의 정설임.

-근데 저렇게 쿨타임 없이 바로 쓸 수 있는 마법이라니… 진짜 개사기인데???

* * *

[오스턴 왕국의 데스 나이트들을 포섭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포섭하지도 않았거든?’

[오스턴 왕국의 데스 나이트들이 당신의 명령을 듣지 않습니다!]

‘내리고 싶지도 않았….’

-폐하,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밖으로 올라가 반역자 놈들을 찢어 죽여야겠습니다!

“…그, 그래라. 파이팅.”

태현은 응원해 줬다.

내가 손해 볼 일 아니니까!

[오스턴 왕가의 데스 나이트들…]

[오스턴 왕가의 구울 병사…]

[오스턴 왕가의 스켈레톤…]

[……]

[오스턴 왕국에 언데드 기사단이 출몰하기 시작합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아니 이건 진짜 좀 억울한…?!’

태현은 울컥했다.

물론 악명 스탯 좀 오른다고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이건 정말 태현의 잘못이 아니잖아!

‘후. 그래. 좋게 생각하자.’

태현은 마음을 좋게 먹기로 했다.

일단 이 언데드들이 싹 정리된 덕분에 6~7층은 쉽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까지 공략 파티들이 실패했던 건 6~7층의 강력한 정예 언데드 몬스터들의 물량공세 때문.

그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된 것이다.

이 기세라면 8층의 입구를 막고 있는 리치도 상대할 수 있다!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이 나쁜 건 아니야. 장단점을 정리해 보자.’

장점→별다른 마법이나 MP 소모 없이 언데드들을 부려먹을 수 있다.

단점→매번 언데드들을 설득하고 포섭해야 한다. 물론 언데드들이 자동적으로 생전의 기억을 되찾기 때문에 설득 난이도가 높다. 만약 실패하면 더 강해진 적과 싸워야 하고, 성공한다고 해도 언데드들을 계속 관리해 줘야 한다. 제각각 다른 출신들이라 자기들끼리 싸우고 불만을 일으킬 수 있다.

‘…내 착각인가? 단점이 더 긴 거 같은데?’

[카르바노그가 넘어가자고 합니다!]

* * *

“이런 식으로 해결하다니. 과연 김태현이야.”

“다른 길드 놈들이 공략 못 하는 던전도 깰 수 있다는 우리의 판단이 정확히 맞았어.”

“…근데 우리 사냥은…?”

랭커들은 문득 깨달았다.

6~7층의 언데드들을 싹 잡아야 경험치와 보상이 들어오는데, 그게 사라진 것이다.

“!!!”

“아… 아니. 8층도 있잖아? 괜찮을 거야.”

“맞, 맞아. 8층 지키는 건 리치라고 했잖아. 리치가 얼마나 근본 있는 언데드 몬스터인데. 아까처럼 마법으로 굴복 못 시키지.”

랭커들은 악명 높은 던전의 수문장, 리치에 희망을 걸었다.

근본 그 자체!

다른 언데드 몬스터는 설령 데스 나이트라 할지라도 이성이 없는 하수인 느낌이 강했지만, 리치는 아니었다.

분명히 싸운다!

‘싸우면 나한테 보상이….’

‘시작하면 무조건 옆의 놈 밀치고 공격 들어가야겠군.’

‘생각해 보니 김태현 개인 방송 진행 중이니, 거기 잡히는 게 내가 괜히 방송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 아닌가?’

랭커들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태현도 다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희, 리치 같은 네크로맨서 만나면 날 배신하는 거 아니냐?”

-무슨 말씀을… 폐하! 저희의 충심을 의심하시는 것입니까?!

[<아탈리 왕국의 데스나이트> 부대가 커다란 상처를 받습니다!]

[……]

[친밀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충성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아도 흔들리지 않는 쓸데없는 충성심!

물론 대단하긴 했지만 그것과 마법은 별개였다.

리치 정도쯤 되는 네크로맨서는 언데드와 관련된 수십 개의 마법을 갖고 있었다.

그중 남의 언데드들을 뺏거나 하는 마법도 당연히 존재!

태현의 걱정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이세연 같은 네크로맨서들을 상대할 때 이런 언데드 부대들이 과연 멀쩡하게 충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태현의 마법으로 부리는 게 아닌, 언데드들의 자발적인 충성심에 의존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걱정이 많았다.

“너희의 충성심을 의심하는 건 맞지만 만약 상대의 마법에 뺏기기라도 하면?”

[?]

카르바노그가 태현의 말에 의아해했다.

보통 저기서는 ‘충성심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이라고 말하지 않나?

그러나 데스 나이트들은 그것도 눈치 못 챈 채 대답했다.

-충성심으로 극복하겠습니다!

“…그래….”

태현은 한숨을 쉬었다.

이런 대책 없는 아키서스 교단 NPC 같은 놈들!

“이거나 받아라.”

-아앗. 폐하…! 저희 같은 기사들에게 이런 선물을 주시다니… 그런데 이게 뭡니까?

“폭탄. 다 하나씩 들고 있어.”

-?!

태현은 폭탄을 하나씩 꺼내서 데스 나이트들 몸에 묶어줬다.

만약에 상대 리치한테 뺏길 경우를 위한 대비책!

다른 NPC들이었다면 ‘폐하 실례지만 정신 나가셨습니까??’ 하면서 친밀도 대하락하고 거절 메시지가 떴겠지만, 불행히도 데스 나이트들은 충성밖에 모르는 기사들이었다.

폭탄을 앞뒤로 꽉꽉 채워 묶는 그들!

“가자.”

그 광기 넘치는 모습에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끓어올랐다.

이게 김태현이다!

이게 폭탄이지!

-근데 저런 곳에서 폭탄 잘못 터지면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이 죽는 거 아닌가?

-쉿. 그건 터지고 나서 생각하자.

* * *

7층의 리치가 교활하고 치밀한 보스 몬스터였지만, 태현은 그런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언데드들은 사라졌지만 놈은 안 보이는군.’

일시적으로 언데드들이 자기 명령을 거절하고 이탈하자 일단 몸을 숨긴 게 분명했다.

7층은 개미굴처럼 이곳저곳으로 길이 나 있어서 숨을 곳이 많았고, 언제 어디서 언데드들을 다시 만들어서 공격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 태워버리면 되겠지.’

화르르륵!

-사디크의 화염!

태현은 닥치는 대로 통로와 교차로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다른 놈이면 몰라도 언데드인 리치는 이런 신성력 가득한 화염에 매우 취약했다.

죽기 싫으면 자기가 먼저 나오리라!

“…….”

“…….”

랭커들은 7층 입구에서 차마 화염이 넘실거리는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침만 삼켰다.

진짜 어떻게 매번 이렇게 새로운 미친 짓을…!

미친 짓의 스페셜리스트 같으니!

“안… 안 뜨겁냐?!”

“난 괜찮다.”

마치 국밥집 주인이 뜨거운 뚝배기를 맨손으로 들고 오는 것처럼 태연하게 화염 속을 돌아다니는 태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반응이 왔다.

-이런 미치광이 같은 인간 놈아! 어디에 불을 지르는 거냐!! 죽고 싶은 거냐!

[불길한 어둠의 광산의 리치, 자그가란이 나타났습니다!]

“!”

리치는 무려 천장에서 나타났다. 위에서 뛰어내리는 리치의 모습에 일행은 모두 경악해서 반응이 늦었다.

바로 반응한 건 태현뿐이었다. 메시지 창이 뜨는 순간 무기를 들었고 천장에서 뭔가 힐끗거리는 순간 스킬 콤보를 장전했다.

‘언데드 상대로 수작부리기 전에 공격 넣는다!’

그러나 리치 자그가란이 한 발 더 빨랐다. 벌써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젠장. 거리가 멀어. 선공은 저쪽이 하나? 언데드들 뺏기면….’

-아 뜨거! 아 뜨거!!!

“…….”

자그가란은 공격 대신 근처를 뒤덮고 있는 화염을 끄려 애썼다. 태현은 순간 얼이 빠졌다가 정신을 차렸다.

“죽….”

[칭호: 위대한 파괴자를…]

[칭호: 자폭하는…]

[……]

[최고급 기계공학을…]

[지하 연합 고블린과의 친밀도가 최대치…]

[고블린 추가 보너스…]

[리치 자그가란이 공격을 멈춥니다!]

-킁. 다시 보니 선녀 같은 인간이로군. 여긴 무슨 일로 온 거냐?

“…?!”

태현도 놀라고.

“아… 안 돼!”

뒤의 랭커들도 놀랐다.

다른 의미로!

설마….

설마 여기서도 안 싸우는 건가?

제발 아니라고 해줘!

그러나 그런 랭커들을 무시하고 지하 연합 고블린들이 입을 열었다.

“그건 우리가 할 소리다! 고블린이 리치가 되다니! 선조님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

-이런 고리타분한 꼰대 놈들! 저리 꺼지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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