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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85화 (985/1,826)

§ 나는 될놈이다 985화

“그런가요? 그 정도는 바칠 수 있지 않나?”

“그, 그런 건가…?”

이다비는 유지수의 말에 당황했다.

그런 거야?

요즘 길드 가입 조건이 이렇게 변한 거야?

가입하기 전에 전 재산을 내놓고 들어가야 한다니, 무슨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카르릉!

옆에서 토왕이가 ‘아키서스 이미 믿고 있으면서 뭘 새삼’이라고 말했지만, 이다비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그래그래. 배고프니?”

-카르릉….

토왕이는 그게 아니라고 하려고 했지만, 그냥 입을 다물었다.

쓰다듬어지면서 밥까지 주는데 뭐하러 따지겠는가!

행복!

토왕이는 저 멀리 용용이나, 마계에서 뼈 빠지게 구르는 흑흑이를 떠올렸다.

그런 녀석들과 비교한다면 난 정말 행복한 토끼야!

역시 주인은 잘 만나야 한다니까!

“아 네… 뭐… 그럼 간부 자리를… 드리죠.”

“정말이십니까?!”

“네 뭐….”

세상에 파워 워리어 간부 자리를 저렇게 비싸게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러나 그린은 그저 기뻐할 뿐이었다.

“크크큭… 난… 이걸로 날아오를 거다…!”

“언니. 저 사람 미친 거 아닌가요.”

“내가 아까 말했잖아.”

* * *

-케인. 네게는 두 가지 역할이 있다. 하나는 왕자를 다독이는 거고, 다른 하나는 요새의 공략 파티들을 다독이는 거지.

-첫 번째는 알겠는데 두 번째는 왜…?

-왜냐니. 지금 마계 공략 온 파티들은 상태가 별로 안 좋을 거야. 원정대는 빨리 안 오는 데다가 나까지 거기서 빠졌으니까. 계속 내버려 두면 절망해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마계 난이도가 그렇잖아.

사람은 희망이 없어지면 미친 짓을 하기 시작했다.

마계에 온 공략 파티들은 전원 고렙 이상이고 각자 목적이 투철한 이들이라 아직 정신줄을 붙잡고 있었지만….

이러다가는 언제 자포자기할지 몰랐다.

-히히힉! 내 게임은 끝났어! 그냥 죽고 부활할래!

-요새에 불을 지르자!

…이런 상황은 최악의 상황!

그러기 전에 미리 좀 다잡아 둘 필요가 있었다.

케인은 태현의 설명을 듣고 납득했지만….

다 납득한 건 아니었다.

‘야 그런 곳에 나 혼자 두고 간 거냐?!’

태현 논리대로라면 그렇게 빡센 곳에 케인 혼자 두고 간 게 되는 것!

-케인. 믿는다. 이런 건 다른 놈들한테 시킬 수 없거든. 너니까 가능한 거지.

-…!

이다비나 최상윤 같은 놈들보다 내가 더 신뢰받고 있다!

케인은 울컥했다.

‘역시 김태현은 뭘 좀 안다니까…!’

-나만 믿어라!

-아, 아니. 케인. 너무 과하게 하지는 말고….

-나만 믿으라니까!

케인은 귓속말을 끊고 재빨리 갑옷을 벗었다.

“…근데 잠깐만. 나 종족 바뀐 건 어떻게 하지?”

이대로 나가면 사람들한테서 ‘헉 몹인줄 알았네’ 같은 반응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위대한 키메라 용사여. 도움이 필요한가?

그때 케인을 도와준 건 쉐도우 엘프들이었다.

“필요하긴 한데 내가 왜 키메라 용사….”

“이 팔찌를 끼면 엘프로 변신할 수 있다. 너 같은 용사한테는 이 보물을 줄 수 있지.”

“…너희들…!”

케인은 감동해서 쉐도우 엘프를 껴안으려 했다. 그러자 쉐도우 엘프가 슬쩍 물러섰다.

“아무리 용사여도 키메라는 좀….”

“…….”

[종족: 키메라 때문에 쉐도우 엘프 부족의 호감에 대해 제한이 걸립니다!]

[쉐도우 엘프 부족과 결혼할 수 없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쉐도우 엘프 부족의 팔찌:

내구력 50/50

스킬 ‘쉐도우 엘프로 변신’

쉐도우 엘프 부족에 내려오는, 부족에게 인정받은 손님만이 착용할 수 있는 팔찌다. 착용할 경우 쉐도우 엘프 종족으로 변신할 수 있다.

어쨌든 케인은 쉐도우 엘프 종족으로 변신했다.

…마음의 상처는 조금 있었지만!

“들어라!”

“뭐야 갑자기… 누구… 어? 케인?”

“뭐야?! 케인이 있었어!? 없지 않았나?!”

“난 따로 마계 퀘스트를 하고 있었지.”

“잠깐만… 저 귀… 너 쉐도우 엘프로 언제 종족 바뀐 거냐?”

“퀘스트 대가 같은데?”

“그렇군. 케인은 쉐도우 엘프 부족들하고 따로 퀘스트를 하고 있었나!”

어쩐지 안 보이던데 그렇게 된 거였나. 공략 파티들은 바로 납득했다.

태현이 있는데 케인이 없었던 게 이상했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 것이다.

납득을 끝낸 공략 파티들은 바로 희망을 되찾고 케인의 이름을 우렁차게 부르기 시작….

하지 않았다.

“케인! 여기 놈들 왜 자꾸 사기 치냐!”

“맞아! 이거 완전 개양아치 아니냐?!”

“저기 거인 놈들 좀 어떻게 말려줘!!”

무수히 많은 항의의 요청!

태현이야 무서워서 말을 못 걸었지만 케인은 상대적으로 만만했던 것이다.

단체로 우울 상태에 빠져 있던 요새는 순식간에 항의로 뜨거워졌다.

태현이 원했던 방향과는 약간 다른 방향!

당황한 케인은 머리를 굴렸다.

“어, 어, 어….”

“해결해 줘, 케인!”

“이 사기꾼 놈들 어떻게 좀 해줘!”

“…지금 담당자가 없어서 나도 모르는 일이다!”

“…….”

“…….”

케인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할 말을 잃었다.

뭐라?

“그 일 담당자는 내가 아니다! 난 모르는 일이야!”

이왕 한 번 시작한 거 케인은 끝까지 밀기로 했다.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배운 건 얼굴에 철판 까는 법!

‘나는 모르는 일이다’, ‘책임자가 돌아오면 전하겠다’, ‘현재 문의량이 많아 확인할 수 없다’ 같은 식으로 계속 대답하자, 결국 플레이어들이 먼저 지쳤다.

“뭐 저런 놈이…!”

“케인 저놈 저거 완전 양심 없는…!”

“레드존 길마 본색 나오죠!”

“어떤 자식이야?!”

“흥.”

누군가 케인을 욕했지만 재빨리 숨어 들어갔다. 케인은 이를 갈았다.

“너희들을 위해 퀘스트를 같이 진행하러 왔는데… 됐어. 나 기분 상했어. 안 해!”

“!”

“아, 아니… 케인 님!”

“저는 안 그랬습니다! 이 새끼에요!”

“이 자식이 케인 님을 욕했어요!”

“야! 이러기냐!?”

순식간에 배신하는 동료애!

“너였냐? 인마?”

“어, 어….”

케인 욕한 게 들킨 플레이어는 케인에게 비는 것 대신 다른 걸 선택했다.

물귀신 작전!

“이 자식도 너 욕했어! 케인!”

“내… 내가 언제?!”

“흥! 녹화 영상도 가지고 있거든?!”

“이, 이 자식이?! 얘도 같이 욕했다고! 케인 놈 할 줄 아는 거 폭발밖에 없다고 했어!”

난장판 싸움!

물론 이 싸움으로 상처받는 건 케인뿐이었다.

“…나 진짜 안 해.”

상처 입은 케인은 천막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 아니야! 미안해! 케인!”

“우리가 잘못했어! 진짜 잘못했어!!”

“돌아와!! 케인!!!”

공략 파티들은 천막 앞에서 단체로 무릎을 꿇고 케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태현의 예상과는 달랐지만, <버려진 땅 요새>는 어떻게든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 * *

“길마님! 여기 골렘의 목입니다!”

“아. 네. 잘하셨어요.”

“길마님! 여기 싱싱한 상급 구리 광석입니다!”

“…….”

“길마님! 여기….”

“하나하나 보고할 필요는 없거든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부하는 그린!

물론 이다비 입장에서는 점점 더 미친 사람 같아 보일 뿐이었다.

길드 원칙이 모두 다 받아준다는 거였지만, 꼭 받았어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쟤 왜 저래?”

“파워 워리어에 가입했거든요. 심지어 전 재산도 바쳤어요.”

“…으음. 뭐. 그럴 수 있지!”

태현은 표정을 관리하며 대답했다. 이다비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미친 사람 같다고 말하셔도 되는데….”

“아, 아니. 왜? 파워 워리어에 미래를 투자하는 게 뭐가 어때서?”

태현은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그린을 불렀다.

“그린. 파워 워리어에 가입한 건 아주 좋은 선택이야. 미래가 보장된 선택이지.”

“…!!!”

그린은 눈을 크게 떴다.

벌써… 벌써 왔구나!

난… 틀리지 않았어…!

‘미친 사람 같으니까 오래 상대하지 말아야지.’

[미친 사람 같으니까 오래 상대하지 말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아마 세계수한테 잃은 탓에 미친 것 같다고 추측합니다.]

구체적인 이유까지 말해주는 카르바노그!

“채광 다 끝났다!”

“어디 정말로 끝났나 확인해 볼….”

“아 진짜 끝났다고! 좀 믿어 좀!”

랭커들은 질색을 하며 태현에게 소리쳤다. 제발 좀 적당히 넘어가라!

* * *

“미친. 뭐 이리 많아?”

“이건 좀….”

랭커들은 소문으로만 듣던 6층과 7층의 언데드들을 보고 질색했다.

아무리 언데드들이 강하다 해도 약점이 명백한 몬스터인데 길드 공략 파티가 왜 못 뚫었나 했었는데….

직접 보니 납득이 갔다.

좁고 구불구불한 던전에 언데드들이 미친 듯이 우글거리는 것이다.

게다가 옆에 난 길은 또 어찌나 많은지, 한 번 들어가면 사방에서 공격을 받을 게 예상이 갔다.

제대로 된 공략 파티여도 방심하는 순간 끝날 수 있는 상황!

랭커들이 질린 상황에서도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

“랭커들 양옆으로 붙고, 정수혁, 유지수, 이다비 안쪽으로. 내가 정면에서 뚫는다. 이다비. 언데드들 카운터 칠 수 있겠어?”

“맡겨만 주세요.”

이다비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예전에는 상인이었지만 지금은 (일단)사제. 각종 스킬이 추가된 뒤였다.

…골드를 좀 쓰긴 해야 했지만!

‘상인 아니었나?’

‘상인이 어떻게 언데드를 카운터 친다는 거지?’

‘매수라도 하는 건가?’

“고블린들. 내가 신호하면 골렘 보낼 수 있지? 케인이 없어서 탱커가 부족할 수도 있겠다.”

“물론입니다. 폐하! 맡겨만 주십시오!”

태현을 위해서라면 비싼 골렘들을 얼마든지 갖다 바칠 수 있는 고블린들!

그야말로 아낌없이 퍼주는 종족이었다.

“그러면 간다.”

“!?”

랭커들은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했다.

좀 더 준비를 하고 계획을 짜야 하지 않아?

그러나 원래 태현 파티에 있던 사람들은 태연했다. 이게 일상이라는 것처럼.

탓!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태현은 가장 앞에서 돌진하며 권능 스킬을 하나 사용했다.

상대는 언데드들. 신성 권능 스킬만큼 궁합이 좋은 것도 없었다.

게다가 좁고 구불구불한 던전 맵이라는 것이 신성 영역을 쓰기 더 좋게 만들어줬다.

한 번 쓰면 사방으로 걸쳐진다!

파아아아앗!

눈부신 빛과 함께 신성 영역이 깔리자, 언데드들은 미친 듯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영역 안에 있는 적들에게 무작위의 불운을 선사하는 권능 스킬!

게다가 상대가 언데드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태현은 순식간에 데미지를 부풀린 다음 타깃을 잡았다.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을 사용했습니다!]

[행운을 영구적으로 소모해 강력한 광역 공격을 퍼붓습니다!]

[적을 쓰러뜨렸습니다. 쿨타임이 초기화됩니다!]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

스탯을 영구적으로 소모한다는 치명적인 페널티만 뺀다면 매우 강력한 스킬이었다.

광역기라는 것도 그렇고 쉬운 조건으로 쿨타임이 취소된다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난 행운 스탯 좀 줄어도 된다.’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아키서스 검법은 강력한 스킬이 행운을 소모해야 하는 페널티가 있었지만, 태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행운 스탯이 너무 높아!

‘미친. 안 본 사이 거의 7천 다 되어가는군….’

스탯이 올라가는 걸 막을 수도 없긴 했지만,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다.

나 이러다가 나중에 레벨 업 어떻게 하냐?

콰콰콰콰콰콰쾅!

고민과는 다르게 태현의 손은 재빨리 움직였다. 앞에 있던 정예 구울들이 그대로 쓸려 나갔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데스 나이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 던전이었다면 제각각 보스 몬스터 역할을 했을 놈들!

-죽음의 신에게 놈의 숨을!

-죽어라, 필멸자여!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을 이어받았습니다.]

[느부캇네살의 이름으로 교섭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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