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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84화 (984/1,826)

§ 나는 될놈이다 984화

“그래도 랭커들이고 숫자 많으니까 능력은 괜찮겠지….”

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남은 골렘들을 볼링핀 쓰러뜨리듯 밀어버렸다.

4층 던전 클리어!

다른 일행들과 달리 혼자서 움직였는데도 가장 먼저 끝낸,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쉬지 않고 골렘들을 쓰러뜨렸습니다! 추가 경험치를 얻습니다.]

[명성이…]

[검술 스킬이…]

[힘 스탯이…]

[……]

‘나 다음은 랭커 놈들이려나.’

일을 끝낸 태현은 바로 곡괭이를 꺼내 채광에 들어가며 생각했다.

숫자도 그렇고 레벨도 그렇고 랭커들이 가장 먼저 쓸어버리겠지?

그러나 그다음으로 온 건 이다비와 유지수 일행이었다.

“어? 벌써 끝났어?”

“선, 선배. 총이 생각보다 너무 사기인데요….”

“그래? 뭐 신수니까 그렇겠지. 잘 써줘. 난 지금 있는 애들로도 충분하니까.”

태현의 말에 용용이가 으쓱했다. 유지수는 안쓰럽다는 듯이 용용이를 쳐다보았다.

-데스 나이트여. 왜 저 궁수가 나를 저렇게 쳐다보는 것이지?

-어리석은 골드 드래곤 같으니. 저 눈빛은 ‘존경’이라고 하는 거다.

-저게… 존경의 눈빛이었나…??

“선배님, 다 끝냈습니다.”

“골렘 놈들 단단해서 내구도가 자꾸 닳는다야.”

그다음으로 온 건 정수혁과 최상윤!

사실, 케인-정수혁-최상윤은 태현 일행 중 가장 안정적이고 멀쩡한 조합이었다.

전형적인 탱커인 케인이 앞에서 적을 막는 사이 최상윤이 중간에서 딜을 넣고 정수혁이 원거리에서 폭딜!

케인이 빠지긴 했어도 이 조합은 잘 굴러갔다.

최상윤은 탱커 없이도 충분히 치고 빠지면서 시간을 끌 수 있는 딜러였고, 정수혁은 이제 어엿한 마법사 랭커였다.

기복이 좀 많이 심하긴 했지만….

“아니. 랭커 놈들 뭐하냐??”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가장 숫자가 많고 가장 레벨도 높은 놈들이 가장 늦어!

* * *

“드디어 사냥 좀 할 때군.”

“정말 길었다….”

따로 나온 랭커들은 아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면 정말 멀리도 왔다!

그 순간 누군가 한 명이 무심코 말했다.

“누가 많이 잡나 승부할래?”

“…!”

순간 랭커들의 눈에 불이 번쩍였다.

“당연히 나지. 여기서 광역기 나만큼 많은 놈 있냐?”

세계수한테 장비를 뺏긴 랭커, 콰드로가 입을 열었다.

직업은 <회전하는 창의 투사>로 전사 타입의 딜러였다.

“골렘 상대로 광역기 많아 봤자지. 중요한 건 데미지를 얼마나 넣느냐 아니냐?”

세계수한테 친구 목록 창을 영구히 뺏긴 랭커, 캉이 콰드로를 구박했다.

직업은 <권법의 수행자>. 같은 전사 타입의 딜러였지만, 콰드로와 달리 한 방 한 방 묵직한 데미지를 찔러 넣는 타입이었다.

“골렘 상대로 평타가 퍽이나 먹히겠다.”

“김태현은 평타로 잡았….”

“닥쳐. 저런 속성 골렘 상대로 디버프 없으면 힘들걸.”

세계수한테 갖고 있던 골드를 모두 뺏긴 랭커, 구중삼이 입을 열었다.

직업은 <원소 저주술사>. 각종 디버프 스킬들을 유연하게 다룰 수 있는 마법사였다.

다양한 골렘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하는 타입!

“하이고. 골렘 상대로 한 대도 안 맞고 싸우려고? 이것들이 파티 플레이 안 한 지 오래됐다고 탱커 귀한 줄을 모르네.”

세계수한테 레벨을 뺏기고 상위권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한 랭커, 에랍이 그들을 비웃었다.

직업은 <타이란 상급 성기사>. 전사의 신답게 탱킹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잡는 걸로 승부하지 말고 공헌도로….”

“뭘 그렇게까지 하냐?”

“아니, 이건 진지하게 해야 할….”

랭커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떠드는 사이 세계수에게 직업을 뺏긴 랭커 그린은 한발 앞서 달려 나갔다.

“아니 저 자식이 치사하게?!”

“야! 룰은 정해지고 나서 내기를 해야지!”

랭커들이 뒤에서 화를 냈지만 그린은 못 들은 척했다.

저런 치사한 놈들이랑은 상종을 안 하는 게 답!

그리고 그린은 노리는 게 따로 있었다.

“저 자식 내기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지?”

“그러게? 저놈이 그럴 놈이 아닌데….”

“…저 자식 김태현 눈에 들려고 저러는 거잖아!”

“이런 비겁한 놈!!”

뒤에서 욕이 날아왔지만 그린은 계속 무시했다.

난 내 길을 간다!

그러자 랭커들도 발끈해서 실력행사로 나왔다.

“비켜!”

-화염 정령의 저주!

구중삼이 저주를 날렸다.

…그린한테!

“잘했다, 구중삼!”

그러자 콰드로가 칭찬하며 달려나갔다.

…구중삼을 뒤로 밀어버리고!

“야 이 개XX야!”

“네가 할 소리냐 XX야!”

그러거나 말거나 콰드로는 창을 들었다.

오늘 이 구역의 공적치 포인트 1등은 나다!

쾅!

굉음과 함께 콰드로가 튕겨 나갔다. 에랍이었다.

-타이란의 돌진!

“미쳤냐?!”

“하하. 스킬이 빗나갔어.”

“그걸 믿으라고?!”

이제 랭커들은 골렘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서로를 어떻게 방해할지만 노리고 있을 뿐!

진흙탕 싸움의 시작이었다.

* * *

“…그래서 늦었다고?”

“…….”

“…….”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너희들을 케인하고 비교하다니. 내가 미쳤었지.”

케인은 적어도 저러진 않았다!

[0.5 노예에서 0.1 노예로 카르바노그가 수치를 조정합니다.]

‘0.1도 많아.’

랭커들은 태현의 말에 속으로 불평했다.

‘세계 최고 탱커로 꼽히는 놈이랑 우리랑 비교하면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않냐?’

‘케인이 얼마나 대단한데….’

케인이 들었다면 눈물을 흘렸을 생각을 하는 랭커들!

“후. 됐다. 앞으로 그러지 말고… 곡괭이나 들어.”

“…또…?”

“뭐라고 했냐?”

“또 곡괭이를 들게 된다니 너무 기쁘다는 거였지!”

“맞아! 채광만큼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게 어디 있다고!”

태현의 목소리가 내려가자 바로 반응하는 랭커들!

안 그래도 아쉬운 게 많은 상황에서 더 성질을 긁을 수는 없었다.

랭커들은 억지로 휘파람까지 불어가며 광맥의 끝까지 긁어내기 시작했다.

1~3층에서 보여줬던 모습보다 몇 배는 더 열정적인 모습!

태현은 그걸 보고 의아해했다.

‘이 자식들 사실 채광 좋아하나?’

[카르바노그가 그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취미란 게 원래 자기도 모르는 법이니 말입니다.]

‘저렇게 좋아한다니 앞으로 더 시켜줘도 되겠군.’

* * *

랭커 그린은 묵묵히 곡괭이를 휘두르며 생각했다.

‘흥. 난 너희들과 다르다!’

치사하게 남의 생명줄에 같이 달라붙은 저 랭커 놈들과 달리, 그린은 명백한 계획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파워 워리어를 이용하는 것!

태현 본인은 소속 길드가 없었지만, 파워 워리어와는 매우 친한 사이였다.

지금 팀 KL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종종 공식 방송을 파워 워리어에서 했었고, 지금도 가끔 파워 워리어 관련 방송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태현의 퀘스트를 도울 때 나서는 것 역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태현이 파워 워리어 소속은 아니어도, 꽤나 친한 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파워 워리어에 가입하면 되는 거지!’

다른 랭커들은 체면 때문에 차마 하지 못할 과감한 선택!

그러나 그린은 예전부터 진지하게 고민을 해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미다스 길드를 찬양하고 에랑스 왕국의 대형 길드들을 우러러봤지만….

사실 정말 떡상할 가능성을 가진 것은 파워 워리어 아닐까?

판온 내에서 손꼽히는 길드원 숫자.

다른 길드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등한 길드 정책.

게다가 이런 친목 길드들은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파워 워리어는 갖고 있는 것들도 많았다.

아무리 봐도 앞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어 보이는 조건!

물론 안의 길드원 놈들이 진지하게 올라갈 생각은 안 하고 일확천금만 노리고 있었지만, 그건 밖에서 보면 알 수가 없었다.

고민하던 그린이었지만 이번 일로 등이 떠밀려진 기분이었다.

그래!

이것도 기회다!

이번 기회에 아예 파워 워리어에 가입해 보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린은 슬쩍 이다비에게 말을 걸었다.

“저… 파워 워리어에 가입하고 싶은데요….”

“…네?!”

이다비는 깜짝 놀랐다.

“혹시 내기에서 지셨나요?”

“예?! 아니요…?”

세계수하고의 내기에서 지긴 했다. 물론 이걸 묻는 건 아니었지만.

“그러면 무슨 약점이라도 잡히셨나요?”

“아닌데요….”

“혹시 게임을 접거나, 불만이 있으시거나, 요즘 힘든 점이….”

“파워 워리어는 길드 가입 면담을 이렇게 하나…요?”

“네.”

“…그, 그렇군요.”

그린은 순간 자신이 잘못 판단했나 싶었다.

파워 워리어는 분명 대박을 칠 주식이었는데….

아니었나?!

“사고 치거나 문제 일으키지만 않으면 가입하려는 사람을 말리진 않아요. 이해는 안 가지만.”

‘아… 그렇구나. 이건 시험인 거다!’

그린은 깨달았다.

길마인 이다비가 왜 저렇게 말하겠는가.

이건 시험이다!

그린이 얼마나 파워 워리어를 진지하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시험!

“저는!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

“평소부터 파워 워리어 길드의 자유로운 기풍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 지금 면접 준비해 오셨나요?”

이다비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파워 워리어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놈들은 보통 ‘꼭! 날로 먹고 싶습니다!’거나 ‘날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다비는 ‘그러든지 말든지’ 하면서 합격시켜줬고.

이렇게 열심히 자기소개서 써온 사람은 또 처음!

“만약 귀사에 입사… 아니, 길드에 가입이 허락된다면 작은 일 하나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합격… 합격!”

이다비는 울컥해서 합격을 외쳤다.

이 정도 성실함이면 파워 워리어에서 1% 안에 드는 인재!

이다비의 말을 못 들은 그린은 외운 말들을 줄줄 늘어놓았다.

“저는 밤낮 구분 없이 일하는 것이 특기고 주 52시간 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아니… 주 52시간도 많이 일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 길드 그렇게 안 힘들어요.”

“저는 복지도 필요 없습니다! 개 같이 굴려만 주세요!”

“됐거든요. 누가 들으면 우리 길드 이상한 길드로 알겠어요!”

줄줄이 외던 그린은 뒤늦게 허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을 멈췄다.

‘됐다!!’

그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첫 번째 단계를 통과한 것이다.

“그런데 길마님.”

“네?”

“파워 워리어 안에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린은 기왕 들어간 거 평범한 길드원으로 끝날 생각이 없었다.

공을 세우고 세우고 세워서 길드 간부의 자리를 거머쥐고 말리라!

그렇지 않으면 들어온 이유가 없었다.

“저희는 그냥 성실하게 플레이하고 공만 세우면 간부로 올려주는데요.”

“공이라고 하면 어떤…?!”

그린은 귀를 쫑긋 세웠다.

파워 워리어에서는 대체 어떤 공을 세워야 할까?!

이다비는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분명 예전에는 광고 성공적으로 하고 길드원 많이 데리고 온 사람들한테 간부 자리 줬던 거 같은데.’

숨겨진 비화!

물론 이걸 지금 새로 들어온 길드원한테 말해줄 수는 없었다.

환상이 깨질 테니까.

“뭐… 길드 관련으로 좋은 사냥터 찾아오거나 아이템 얻거나 골드 얻거나… 그런 평범한 것들이죠.”

촤르르르륵-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린은 가방을 뒤집더니 갖고 있던 골드를 모두 앞에 쏟아부었다.

“그렇다면 제가 갖고 있는 전 재산을 길드에 헌납하겠습니다.”

“…!!!”

내 모든 걸 파워 워리어에 걸겠다!

그린은 확신했다.

어차피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에 찍힌 이상, 살기 위해서는 파워 워리어에 들어가야 했다.

그렇다면 파워 워리어에서 최선을 다할 뿐!

언젠가 파워 워리어가 제대로 상승하면 이 투자는 상상을 초월한 가치를 갖게 되리라!

“언니, 왜 그러세요?”

“미친 사람이 길드에 들어온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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