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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83화 (983/1,826)

§ 나는 될놈이다 983화

랭커들은 머리를 둔기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런 수가 있었구나!

태풍이 칠 때 가장 안전한 곳은 태풍 한가운데인 태풍의 눈이라고 했다.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길드 동맹이 왜 태현의 이름을 뺐겠는가?

미다스가 왜 태현의 이름을 뺐겠는가?

태현이 무서우니까!

랭커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태현한테 들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무서운 게 당연했다.

그들 같아도 무서웠을 것이다.

게다가 길드 동맹은 태현한테 톡톡히 당했으니….

‘생각해 보니 우리가 멍청했어. 김태현하고 같이 있으면 당연히 김태현을 노리는 게 아니라 우리를 노렸을 텐데!’

‘지금도 척살령 걸린 상태인데 우리를 공격하지 않고 있잖아? 김태현 때문이 틀림없어!’

랭커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길드 동맹과 미다스 길드의 발표에 숨긴 뜻을 정확히 알아냈다.

“애들아? 왜 말이 없냐?”

“크흠! 생각해 보니까 아스비안 제국은 할 게 없어. 게다가 내가 더운 걸 싫어하는데 거기 사막 기후라 너무 덥거든.”

“지금 떠오른 건데 프리카 대륙은 미래가 없는 거 같아. 발견된 지 얼마나 됐다고 아직도 산맥 길이 안 뚫렸으니….”

“…….”

그린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이 새끼들…!

마지막 랭커는 귓속말을 하는 척을 했다.

“뭐? 우르크가 그렇게 안 좋다고?! 거기 있는 아저씨들이 자꾸 억지 개그를 한다고? 이런! 큰일이야! 거기 갔다가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겠군!”

“개자식들아! 무슨 수작이야!”

“왜 그래 그린? 어떻게 우리한테 그런 말을?”

“말이 너무 심하잖아 그린! 사과해!”

“니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같이 김태현 따라다닐 생각이잖아!”

그린이 성질을 내자 다른 랭커들은 오히려 뻔뻔하게 나섰다.

“따라다닐 수도 있지 않나?”

“내가 가는 길에 김태현이 있을 수도 있잖아?”

“맞아. 김태현이 너만의 것이냐?”

그린은 뒷목을 잡았다.

‘이 자식들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안 그래도 성질 더러운 태현이었다.

따라다닌다고 말하면 욕먹고 쫓겨날까 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다가, 퀘스트 끝나면 태현 일행들한테 무릎 꿇고 빌어서 스리슬쩍 따라다닐 생각이었는데….

저 랭커 놈들이 다 따라다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다 들키겠지!

“야, 근데 김태현 어떻게 따라다닐 생각이냐?”

“맞아. 그린. 어떻게 따라다닐 생각이었지?”

“에이, 따라다니는 게 뭐 어렵다고.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쫓아다니면 되는 거 아니냐? 김태현이 왜 쫓아다니냐고 물으면 그냥 가는 길이었다고 하면 되지. 길 전세 낸 것도 아니잖아.”

“…길드 동맹한테 죽기 전에 김태현한테 죽고 싶냐 너?”

“아… 아니, 김태현도 이미지….”

“김태현이 널 죽이면 사람들은 널 욕하지 김태현을 욕하지 않거든? 정신 차려 미친놈아!”

“아까 김태현의 3의 법칙을 듣고서도 이미지 소리가 나와? 얘가 진짜 우리 다 같이 죽일 놈이네!”

“그린. 무슨 방법으로 따라다닐 생각이었는지 말해줘!”

“싫어! 너희 같은 개자식들한테는 말 안 해줘!”

“이 자식… 말해! 말하라고!”

“치사하게 혼자 살 생각이냐!”

“나한테만 살짝 말해줘!”

졸지에 랭커들은 서로 멱살을 잡고 다투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태현은 지루해져서 하품을 하고 랭커들을 불렀다.

“애들아.”

뚝-

놀랍게도 그 순간 싸움이 멈췄다. 랭커들 본인들도 놀랐다.

태현의 무시무시한 존재감!

“왜… 왜?”

“1분 안에 출발 준비 안 하면 다 묶어서 밖에 던져 버리고 던전은 나 혼자 깬다.”

“…넵. 준비하겠습니다.”

* * *

4층부터는 길드에서 레벨 좀 된다는 놈들이 들어가는 곳.

광맥은 많아졌지만 그만큼 나오는 몬스터도 강해졌다.

광산 골렘!

주변 광맥에 마나가 깃들어 나온 몬스터로 주변에 접근하는 적들은 모두 처리하는 강력한 몬스터였다.

루비 광맥에서 태어난 골렘은 강력한 불 속성 공격을 퍼붓고, 사파이어 광맥에서 태어난 골렘은 얼음 속성 공격까지 퍼부으니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맷집도 튼튼한 데다가 속성 공격까지 부여!

게다가 한 속성으로 통일된 게 아니라 다 제각각인 게 더 까다로웠다. 마법사들도 거기에 맞춰야 했던 것이다.

물론 그건 길드의 이야기였고, 태현은 이야기가 달랐다.

꽝! 꽝! 꽝! 꽝!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하나씩!

태현은 고대의 망치를 미친 듯이 휘두르며 돌진했다.

상대의 공격은 맞아봤자 태현에게 닿지 않았다. 광석 골렘들은 아주 정직하게 공격하는 녀석들이었다.

저주도 쓰지 않는 놈들!

태현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고대의 망치는 골렘들에게 극상성이나 마찬가지였다.

닿는 순간 녹아내리는 마법!

뒤에서 잔뜩 준비하고 있던 랭커들은 당황스러워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던전은 나 혼자 깬다’는 말이 정말 과장이 아니었던 것!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수많은 골렘들을 순식간에 쓰러뜨린 것으로 인해 힘이 오릅니다.]

[민첩이 오릅니다.]

[……]

[……]

태현은 쉬지도 않았다.

보통 몬스터 한 무리를 쓰러뜨리면 휴식하는 게 정상.

HP나 MP를 회복하고 스킬 쿨타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쉬운 던전을 깨는 경우라 하더라도 두세 번 싸우면 잠깐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태현은 쉬질 않았다.

처음에는 ‘그래도 좀 있으면 멈추겠지?’, ‘김태현 잠깐 쉬면 우리한테도 사냥 기회가 있겠지?’ 생각하던 랭커들은 경악했다.

설마….

설마….

안 쉬고 혼자서 4층 던전을 다 쓸어버릴 생각인가???

“상윤아. 수혁이 데리고 오른쪽으로 돌아라. 지수하고 이다비는 고블린하고 키메라들 데리고 왼쪽으로 가고.”

“오케이.”

“네!”

태현은 망치를 휘두르면서 일행을 분리시켰다.

더 빠르게 쓸어버리겠다는 의지!

이다비는 따로 빠지기 전에 태현에게 귓속말을 했다.

-태현 님. 방송은 키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응? 저 떨거지들… 아니, 저 랭커들 이미 하고 있지 않나?

-다 껐죠. 척살령 내렸으니까.

-위치는 다 들켰는데 그냥 키지 뭘….

-그거 때문에 다들 궁금해하는데 켜주시지 않겠어요?

-그러지 뭐.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태현은 귓속말을 하면서 한 손으로는 망치를 휘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방송을 켰다.

꽝! 꽝! 꽝!

집채만 한 골렘이 전력을 다해 덤벼들었다. 태현은 가볍게 뛰어 골렘의 무릎을 밟고 머리통을 날려 버린 뒤 등을 차 다시 도약했다.

옆의 골렘은 태현을 잡으려고 팔을 휘둘렀지만, 망치에 닿자 오히려 팔이 박살 났다.

공격 스킬 하나 쓰지 않는 평타의 연속!

가로로 휘두르고 세로로 휘두르는 것뿐인데도 골렘들이 쓸려 나가는 모습에는 어딘가 장엄한 구석이 있었다.

* * *

-헉. 김태현 방송 켰다.

-개소리 ㄴㄴ해.

-또 낚시군.

시청자들은 이제 쉽게 속지 않았다.

심심하면 올라오는 ‘김태현 방송 켰다’류의 거짓말!

이제 가면 갈수록 발전해서 한 번도 안 당한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2인 1조로 치는 건 물론이고 가짜 링크까지 달 정도로!

그러나 이번만큼은 믿은 사람이 승자였다.

-진짜 켰다!!

-안 속는다니까.

-골렘 쓸어버리고 있어!

-안 속아!

-잠깐 대화하는데? 뭐라고 하는 거지?

-…으아악! 나도 간다!

찾아간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건, 농부가 풀을 베듯 골렘들을 쓸어 넘기는 태현의 모습이었다.

정말 농사짓는 농부처럼 쉽게 쓰러뜨린다!

-저 골렘 레벨이 대체 몇이길래 저런 게 되는 거지??

-지금 김태현 스킬 하나도 안 쓰지 않았냐? 골렘 관련 무슨 칭호나 패시브 스킬이라도 있는 건가?

-나도 몰라! 김태현 갖고 있는 게 한둘이냐!

-제발 김태현 인터뷰나 Q&A라도 좀 하면 좋겠다! 요즘 너무 궁금한 게 많다고!

-리그 시작하면 좀 묻지 않나?

-물으면 경기 관련으로 묻겠지!

-언제 한 번 이벤트라도 잡아줘 제발! 티켓 살 테니까…!

다른 게임단들은 정기적으로 행사를 열고, 선수들을 방송에 내보내고 홍보를 하고, 티켓을 뿌리는데도 팬이 안 오는데 팀 KL은 정반대였다.

배짱 장사 중의 배짱 장사!

이벤트나 행사는 정말 최소한으로만 하고, 정규 방송은 잘 나오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개인 방송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 쓸었다!

-벌써?! 그럼 이제 내려가는 건가? 왜 벽을 보는 거지?

-잠… 잠깐 저거….

시청자 중 몇 명은 태현이 골렘을 다 쓸어버리고 벽을 쳐다보자, 불현듯 슬픈 미래를 직감했다.

1~3층에서 봤던 그 동작!

깡, 깡, 깡-

-으아아악!

-채광 시작하잖아…!

-젠장… 빨리 올걸! 난 지금 왔다고! 오니까 끝났어!

황금 같은 사냥은 잘 보지도 못하고 이제 또 채광이냐!

시청자들은 울먹였다. 그렇다고 끌 수도 없었다. 껐다가 또 놓치기라도 하면 억울해서 죽을 테니까!

* * *

-드디어제가활약할차례입니다주인님!

“깜, 깜짝 놀랐어…!”

유지수는 갑자기 총이 말을 걸어오자 깜짝 놀랐다.

알고 받은 거긴 하지만 아직도 적응 안 되는 기계공학 신수!

게다가 이 총은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니었다. 조금도 쉬지 않고 계속 말하는 게, 태현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 드래곤들도 이 총처럼 시끄럽고 귀찮다면….’

물론 오해였다.

용용이나 흑흑이가 듣는다면 억울해서 펄쩍 뛰었을 소리!

-제진가를보여드리겠습니다.

“잠깐 조준 좀 하….”

말하기도 전에 총은 발사를 시작했다.

꽝!

“!!!”

유지수도 깜짝 놀라고, 이다비도 깜짝 놀라고, 뒤에 있던 고블린들도 깜짝 놀랄 소리!

아키서스 키메라들도 화들짝 놀라 울부짖었다.

-으하하신난다!신나!너무너무신납니다주인님!

꽝! 꽝! 꽝!

매캐한 연기를 연신 내뿜으며 닥치는 대로 발사하는 총!

그리고 그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한 대 맞을 때마다 골렘들이 그대로 박살이 나서 날아가는 것이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이 들고 있던 무기를 떨어뜨릴 정도의 위력!

레벨 500이 넘는 소환수의 위력이 이런 거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어쭙잖은 스킬 같은 건 필요 없다!

평타만으로도 충분하다!

[기계공학 신수, 따발총은 경험치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경험치를 얻지 못합니다.]

“…잠깐. 잠깐.”

-더쏘겠습….

유지수는 대답을 듣기 전에 재빨리 총을 돌려 바닥에 박았다.

훌륭한 동작!

그 재빠른 동작에 고블린들이 감탄했다.

저 궁수는 총을 다룰 줄 아는군!

-왜… 왜 그러십니까?

“내가 경험치를 못 먹는데…?”

-뭐어떻습니까!제가있는데!앞으로제가다싸우겠습니다!

“…내가 말하기 전에는 발사 금지.”

-?!

유지수는 총을 들어 옆으로 돌렸다.

분명 강한 소환수긴 한데….

쓰기 애매해!

저렇게 다 쓸어버리면 유지수는 뭐로 레벨업을 하란 말인가.

‘위험한 순간 아니면 쓰지 말아야겠다.’

-주인님주인님!절버리지마십쇼!

‘입도 묶어야지.’

유지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총구를 단단히 싸맸다.

그 모습을 본 지하 연합 고블린들이 슬며시 다가와서 물었다.

“크헤헤… 혹시… 그 총을 조사하게 해주실 수 있으신지….”

-읍읍읍읍읍(주인님저고블린들한테넘겨주시면안됩니다!)!

* * *

“잠, 잠깐. 우리는 뭐 할 거 없어?”

“아. 너희들 있었지.”

태현은 정말 잊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 모습에 랭커들은 울컥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걸 잊어버리냐!

“미안. 미안. 그러면 너희들은 뒤쪽으로 돌아서 남은 골렘들을 정리해 줘.”

태현은 지도를 띄운 다음 남은 갈림길들을 가리켰다. 랭커들 숫자라면 빠르게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뭐라도 할 수 있게 되자 랭커들은 매우 기뻐했다.

“두고 보라고! 가장 먼저 끝내고 올 테니까!”

“이거 딱히 경쟁 아닌….”

랭커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우르르 달려갔다. 태현은 그걸 보고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저놈들 좀 케인 같아.’

[카르바노그도 0.5 노예 정도 되는 거 같다고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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