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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81화 (981/1,826)

§ 나는 될놈이다 981화

‘화술 스킬을 이렇게 쓰니 좀 허무하군.’

그러나 당사자인 태현은 매우 심심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카르바노그도 아키서스의 혀를 이렇게 심심하게 쓰는 것에 아쉬움을 내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래에 사는 사악한 마법사 놈을 내 친구가 만난 적이 있다.

“…!”

태현은 눈을 크게 떴다. 드디어 쓸 만한 정보가 나온 것이다.

“어땠지?”

-친구 놈은 보자마자 줄행랑을 쳤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죽음의 기운이 넘실거렸다고 했으니까.

리치 같은 언데드 몬스터는 언데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위치한 몬스터였다.

언데드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죽음의 기운을 갖고 있고, 그걸 풍겨댔다.

리치 정도쯤 되면 걷는 것만으로도 죽음의 기운으로 사방을 오염시킬 정도!

괜히 가만히 있어도 하급 언데드 몬스터들이 생겨나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놈의 키가 좀 작았던 것 같기도 하고….

‘작은 종족인가?’

작은 종족이라면 드워프나 고블린 정도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그리고 그냥 키가 작은 놈일 수도 있고!

‘음… 리치와 친하게 지낼 수는 없나?’

모든 NPC와 꼭 싸워야 하는 건 아니었다. 가능성의 차이일 뿐, 보스 몬스터와도 친해질 수 있었다.

판온은 모든 것이 가능한 게임!

태현은 자신이 갖고 있는 요소를 차근차근 정리해 봤다.

‘일단 난 고급 흑마법 스킬을 갖고 있고, 악명이 높지.’

리치 같은 몬스터는 더럽게 까다로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명성보다는 악명 스탯을 좋아했다.

스킬 중에서는 흑마법을 좋아하겠지!

[흑마법은 흑마법이지만 하필이면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을 뺏어서 갖고 있고, 악명은 높지만 명성은 그보다 더 높지 않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태현은 떨떠름했다.

‘느부캇네살 흑마법이 뭐 어때서….’

[느부캇네살 추종하는 흑마법사들도 있지만, 느부캇네살을 싫어하는 흑마법사도 있지 않냐고 합니다.]

전 세계의 모든 생명을 다 언데드로 만들어서 자신의 부하로 만들겠다는 미친 계획에 모든 흑마법사들이 ‘아니 느부캇네살 님 같은 흑마법사인데 도와드려야지요 헤헤’라고 반응하는 건 아니었다.

‘미친 거 아니냐 또라이 새끼야?’ 같은 반응을 하는 흑마법사도 당연히 있게 마련!

[그리고 태현은 아키서스의 화신인데, 리치가 신성력 보는 순간 온몸을 비틀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것도 신 하나가 아니라 신들!

신성력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게 바로 태현이었다.

‘음. 그냥 싸워야겠다.’

[카르바노그가 잘 생각했다고 손뼉을 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

나름 흑마법 관련 요소와 리치 관련 요소가 있어서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싫어할 요소가 더 많다!

‘아. 나 마탑 흑마법사 학파 계승자 칭호 있는데.’

[카르바노그가 미련을 버리고 포기하자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 * *

곡괭이를 들고 내려친다. 광물이 나오면 확인하고 옆의 키메라한테 넘긴다.

그러면 키메라들이 재빨리 던전 밖으로 나와 하늘성의 대장간에 갖다 놓는다.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한다….

이거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판온은 원래 노가다하는 사람들은 미친 듯이 하는 게임이었다.

광고에는 푸르른 들판과 못 가본 세계, 처음 보는 몬스터들과 NPC들이 나오지만….

그 뒤에는 이렇게 24시간 동안 곡괭이질만 하는 플레이어도 있는 법!

제작 직업이라면 기본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태현은 판온 1 때부터 대장장이로 이름 높았던 플레이어.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사람을 굴릴 수 있는지 아주 잘 알았다.

문제는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

-지금 이거 혹시 일시정지인가요?

-재방송하냐???

-던전 공략한다면서! 방송 제목 바꿔! <김태현과 같이 하는 채광>으로!

사기 당한 시청자들의 아우성!

지금 몇 시간째 곡괭이만 휘두르고 있었다.

보는 사람이 미칠 것 같은 지루함!

물론 그중에는 특이한 사람들도 있었다.

-크… 이 맛에 대장장이 합니다.

-대장장이 기술은 원래 눈물과 땀으로 키우는 거다!

-요즘~~~,,,넘들은,,,배가불러서,,,재료도 경매장에서~~산다고??,,퉤이~!!

판온 1 때부터 태현의 팬이었던 이들!

그들에게 이 장대하게 돌아가는 작업장의 모습은 옛날 향수를 불러왔다.

대장장이는 이래야지!

-지금 김태현이 저기 저놈 잡아낸 거 봤냐? 약간 눈치 보면서 쉬려고 하는 순간 바로 부르잖아!

-곡괭이질 하면서 잠깐 쉴 그 타이밍을 읽고 있는 거예요! 그 잠깐 쉴 타이밍도 주지 않겠다!

-아 정말 대단합니다, 김태현 선수! 채광의 신! 채광의 마스터! 채광의 지휘자예요!

물론 대장장이 플레이어들과 달리 다른 플레이어들은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대장장이 놈들 미친 거 아니냐?

-우린 던전 공략을 원한다!

-하다못해 다른 거라도!

-야, 길드 동맹은 뭐하냐? 화끈하게 싸우기라도 하면 좋겠다.

-지금 길드 동맹 방송이랑 게시판에 가서 싸우라고 글 달고 있는데 대답이 없음.

그랬다.

시청자 숫자가 몇십만이 되니 별의별 행동을 하는 놈들이 다 나왔다.

그중 길드 동맹 쪽에 가서 ‘길드 동맹! 너희들의 던전을 김태현이 공격하고 있어! 가만히 있을 거야?’ 하고 글을 올리는 놈들도 있었다.

물론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몇 배로 빡칠 뿐이었다.

저건 절대로 길드 동맹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으니까!

-길드 동맹! 파이팅! 힘을 내!

-너희들은 할 수 있어!

-오우! 중국인 대단해요! 절대 맞고만 있지 않아요! 맞고만 있으면 그건 중국인 아니에요!

평소에는 절대 받지 못하던 전 세계의 응원!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

이 뜨거운 응원에 길드 동맹은 감동해서 뭔가를 보여주기로 했다.

[사용자가 게시판에서 차단되었습니다.]

[사용자가 게시판에서…]

[……]

-…….

-…비겁한 중국인들 같으니!

-치사하게 차단을 하다니! 중국 특성 나오죠?

-응원해 줬는데 이러기냐? 응?

-닥쳐 이 자식들아! 니들이 우리를 응원할 리가 없잖아! 우리가 김태현한테 찢겨나가는 걸 보고 싶어서 부추겼으면서!

-아니 어떻게 알았지?!

-이 자식 예리한걸?

-알았으면 빨리 싸워라! 자기 광산 뺏기는데 가만히 있는 놈이 어디 있어!

-맞아! 길드의 체면과 입장을 생각해!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더 이상 상대하는 걸 포기했다.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 넘게 몰려드는데 일일이 상대하는 건 무리!

대신 간단하게 길드 공지로 발표를 올렸다.

-참가한 랭커 놈들을 전부 척살한다. 이 명령은 별도의 명령이 발표될 때까지 유지된다.

그 공지에 눈치 없는 길드원 한 명이 길드 채팅으로 물었다.

-어, 랭커 놈들이면 김태현도요?

[사용자가 길드에서 강퇴당했습니다.]

-아, 아니… 길마님! 길마님!! 진짜야?! 진짜로!?

* * *

“흠….”

태현은 거장의 눈으로 암반과 벽들을 샅샅이 훑었다.

그 모습에 랭커들은 치를 떨었다.

저 깐깐한 놈!

벌써 몇 번이나 ‘불합격’이 나왔던가.

-여기를 두드려봐라.

-…….

-봐라, 새 광석이 나오지? 이것도 다 챙겨.

-크아아아악! 크아아악! 으흑흑….

우리가 왜 미공략 던전을 깬다고 깝쳐서…!

랭커들은 서로 부여잡고 울었다.

게임에서 나가고 싶어!

계속 곡괭이만 들고 휘둘러대니 사람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채광 스킬이…]

[곡괭이질 스킬이…]

[……]

[……]

앞에 뜨는 메시지창이 현실인지 환각인지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

‘저 저 시어머니 같은 놈…!’

‘악마 그 자체…!’

‘대체 또 뭔 트집을 잡으려고!’

태현의 동작에 랭커들은 잔뜩 긴장했다.

“…흠. 이제 정말 다 챙긴 거 같군. 통과!”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랭커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오랫동안 쉬지 않고 한 노동으로 인해 체력 스탯이 오릅니다!]

[어마어마한 집중력으로 지혜 스탯이 오릅니다!]

[……]

[할당량을 전부 채웠습니다! 지하 연합 고블린 내 평판이 오릅니다!]

[추가 스탯 보너스가…]

“!”

생각지도 못한 각종 스탯 보너스까지!

이런 식으로 스탯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랭커들은 이 작업으로 스탯을 올릴….

‘미쳤냐?’

‘정신 나갔냐?’

‘그 시간에 레벨 업을 하지 이짓거리를 왜 해??’

…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들 정신이 반쯤 나가 있긴 했지만 아직 정신줄을 놓지는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스탯 올릴 바에는 그냥 사냥으로 레벨 업을 노리겠다!

“어.”

태현은 멈칫했다.

파워 워리어한테서 갑자기 미친 듯이 보고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다비도 멈칫했다. 유지수, 최상윤, 정수혁도 다 멈칫했다.

그리고 태현 일행은 모두 고개를 돌려 랭커들을 쳐다보았다.

“왜… 왜?”

“…지금 게시판 봤냐?”

“안 봤는데… 헉.”

“…!!!!!”

일제히 확인을 하기 시작한 랭커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길드 동맹 척살령 발표!

-이하의 플레이어들은 현상금이 걸렸으며 PK 확인 시 보상 가능.

-요한손, 그린, 콰드로, 캉, 수아나….

세계수 랭커들의 이름이 전부 올라가 있었다.

김태현만 빼고!

아주 작정을 했다는 게 느껴졌다.

‘흠. 요한손과 수아나는 이걸 알고 있으려나?’

태현은 그 명단을 보며 궁금해졌다.

요한손과 수아나는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한 패거리로 인식당한 탓에 저 명단에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망… 망했다!”

“큰일 났다…!”

랭커들은 공포와 전율로 떨었다. 레벨이 높은 그들이기 때문에 척살령이 어떤 의미인지 몇 배로 잘 알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길드나 현상금 사냥꾼의 습격을 예상해야 한다!

아예 잠수를 타거나 사람 없는 곳으로 가야 피할 수 있는 게 이 척살령이었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정말 싸울 일을 피하고 서로 체면을 세워주는 게 원칙인데….

그제야 랭커들은 자신들이 너무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 김태현이 있으니 김태현을 패겠지?’라는 생각은 너무 가벼운 판단!

김태현을 못 패게 되면 누굴 팰지 뻔했던 것이다.

“으아아악! 길드 동맹 놈들! 이딴 짓을!”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랭커들에게 동감해서 외치기 시작했다.

-길드 동맹 이런 나쁜 놈들!

-척살령을 내리다니! 와 정말 나쁘다!

-그러면 이제 곧 싸우겠죠??

-어디서 싸울 거예요??

-시간과 장소를 말해주시면….

“…방송 종료! 방송 종료!”

빡친 랭커들은 방송을 아예 꺼버렸다.

불타오르는데 기름을 붓고 있는 놈들!

걱정해 주는 척하면서 신난 게 아주 뻔히 보였다.

-안 돼! 안 돼!!

-정말 꺼버렸어! 이런 방송을 모르는 놈들 같으니…!

-다른 놈 방송은?

-다 껐어! 이 쪼잔하고 치사한 놈들!

다 같이 짜기라도 한 것처럼 방송을 종료하는 랭커들을 본 태현은 조용히 말했다.

“내 생각이지만 방송은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

“…….”

랭커들은 할 말을 잃고 뻐끔거렸다.

* * *

“이건 잘못 올라온 걸 수도 있어!”

처음에는 부정하고.

“길드 동맹 개자식들…! 광산 좀 털었다고 척살령을 걸어?! 김태현은 무섭다 이거지?!”

그다음에는 분노하고.

“이제라도 취소하면 안 되나? 이제라도 취소할 테니까….”

그다음에는 협상.

“다 끝났어… 으흑흑… 세계수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네 번째로는 우울.

“후. 안 그래도 세계수 때 접으려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받아들이기까지.

태현은 감탄했다.

‘다섯 단계를 완벽하게 밟아가고 있잖아?’

이건 정말 혼자 보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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