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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80화 (980/1,826)

§ 나는 될놈이다 980화

-랭커 놈들이 김태현한테 길드 동맹의 비밀 던전 위치를 알려준 모양입니다!

-엌ㅋㅋㅋㅋㅋㅋ

-길드 동맹 놈들, 꼴 좋다!

-그러게 작작 까불었어야지!

처음에는 미다스 길드도 신이 났었다.

랭커들이 태현과 함께 만만해 보이는 길드 동맹을 공격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봐라!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미다스 길드는 뜨는 해!

길드 동맹은 지는 해!

그러니까 저 랭커들도 길드 동맹의 보복 따위는 무섭지 않다는 듯이 공격하는 게 아니겠는가!

-쑤닝놈, 고민되어 죽을 지경이겠군!

공격을 맞받아치면 김태현과 전면전.

그렇다고 공격을 참으면 길드 안에서 온갖 불만이 나올 것이다. 굴욕 그 자체였으니까.

어떻게 되든 간에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위기!

-그 랭커들, 우리 길드로 들어오려는 거 아닐까 싶군.

-맞는 말이야. 길드 동맹과 척을 졌으면 우리 길드 말고는 답이 없겠지.

길드 동맹의 보복을 피하려면 그에 걸맞은 길드에 들어가야 했다.

지금 미다스 길드만큼 떠오르는 대형 길드가 어디 있겠는가.

에랑스 왕국이나 다른 왕국의 어중간한 대형 길드보다 훨씬 나은 선택!

물론 그 화기애애한 대화는 곧 바뀌었다.

랭커 놈들이 미다스 길드에 소속된 던전들도 털기 시작한 것이다.

-…….

-아, 아니. 오해가 있었던 걸지도 몰라. 우리 던전이 길드 동맹에서 갖고 나온 던전이다 보니까 길드 동맹 걸로 오해한 걸 수도 있지. 연락을 보내봐.

-무시하는데요.

-…이 개자식들이 미쳤나?!

쑤닝과 똑같은 반응!

미다스 길드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길드 동맹과 적이 되었으면 이쪽과는 좀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나?

양쪽 모두 적으로 하고 어떻게 판온을 살아나갈 생각이란 말인가!

물론 지금 랭커들은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건 당장의 이득!

그리고 ‘김태현 있으니까 우린 신경 안 쓰겠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뿐!

-여러분들. 이건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이건 미다스 길드에 대한 도전입니다!

길드들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가장 신경 썼다.

한번 얕보이기 시작하면 그 길드는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드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미다스 길드는 길드 동맹처럼 혼자서 굴러가는 길드가 아니었다. 오히려 예전의 길드 동맹처럼 각 길드 길마들이 상의해서 굴러가는 길드였다.

그런데도 만장일치!

-미다스 길드의 이름으로 척살령을 내린다! 놈들의 목에 모두 현상금을 걸어라!

* * *

국경지대 산맥에 있는 일반 광산 던전들은 순식간에 채광이 끝났다.

길드 동맹이고 미다스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 난폭한 광산 약탈!

저층 광산 던전들은 채광량이 적었고, 눈이 뒤집힌 고블린들과 아키서스 키메라들의 곡괭이질에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리고 지금.

태현과 랭커 일행들은 이제 비공개 미공략 던전들을 공략하러 와 있었다.

“사람이 없는데….”

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랭커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길드가 관리하는 비밀 던전에 사람이 없을 리가 없었다.

던전 입구를 지키는 플레이어, 안에서 일하는 광부들을 도울 플레이어 등 숫자가 꽤 있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런다는 건?

랭커 놈들이 방송을 켜고 있어서 정보가 다 새어나간 게 분명했다.

“방… 방송하지 말란 소리 안 했잖아…!”

“맞아! 우린 그냥 평소 하던 것처럼 했을 뿐이야!”

“누가 뭐라고 했냐? 그냥 쳐다본 건데.”

태현이 쳐다보기만 해도 변명이 줄줄 나오는 랭커들!

그들도 스스로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건 아는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괜히 함정이나 깐 거 아닌가 모르겠군.”

“걱정 마. 그럴 일은 없으니까.”

랭커 중 하나가 당당하게 말했다. 태현은 의아해져서 물었다.

“왜지?”

“이런 비밀 광산들은 망가지면 손해가 막심하거든. 아예 입구에서 막든가 위층에서 막아야 하는데 너 상대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냐. 차라리 아예 비우는 게 피해가 덜하지.”

막으려다가 실패하면 광산이 부서지고 길드원들만 로그아웃 당하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아예 텅텅 비우는 게 나았다.

-김태현이 광산을 잘츠 왕국한테 돌려주려는 목적인 이상, 광산을 망가뜨리진 않을 거다! 차라리 내버려 둬라!

모처럼 길드 동맹이 내린 좋은 판단!

물론 태현은 당황했다.

“아니, 내가 못 가지면 남도 못 가지게 해야 하지 않나?”

“…….”

“…….”

‘무서운 놈 같으니….’

랭커들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김태현은 사고방식 자체가 그들과 달랐다.

박살 내고 들어가면 되는데 뭐하러 길드한테 돈을 내느냐는 식!

약탈이 곧 생활 방식이었던 것이다.

“좋아. 안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방심은 하지 말고.”

“물론이지. 우리가 누군지 알고.”

‘세계수한테 당한 놈들 아닌가?’

[개호구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합니다.]

랭커들이 당당하게 말했지만, 이미 태현과 카르바노그 안에서 랭커들의 위상은 저 바닥까지 추락한 지 오래였다.

[어쩌면 여기 던전 위치도 틀리게 알아온 걸지 모른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진짜 그럴 수도 있어서 무서워지는군.’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플레이어들은 싹 빠졌지만, 그 전까지 계속 사냥하면서 채광이 진행되었는지 주변에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았다.

지하 1층에서 이런 광경은 흔했다. 사람들이 많이 사냥하니 몬스터들의 씨가 마르는 것이다.

‘굳이 1층에서 몬스터들이 다시 나타나는 걸 기다릴 필요는 없고 계속 밑으로 내려가면 되겠지.’

지하 1~3층의 몬스터들은 광부 NPC였다. 비밀리에 채광하려 들어온 도둑 광부들!

기껏해야 레벨 50~100 사이인 몬스터들이었고 주는 아이템들도 특이한 게 없었다.

낡은 갑옷이나 가끔 희귀한 보석이나 광석을 주는 것 정도가 전부.

길드도 자기 길드원들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면 굳이 나서서 다 잡지는 않았다.

덕분에 길 아래로 쭉쭉 내려가니 구석에 남아 있던 도둑 광부들이 우르르 덤벼들었다.

-아니! 여기 들어오다니! 여긴 우리 광산이야, 나가!

-우리가 여기 어떻게 몰래 들어온 줄 알아?!

도둑 광부들이 그렇게 외치며 덤벼들자 태현은 당당하게 외쳤다.

“나도 몰래 들어왔다! 몰래 들어온 놈들끼리 꼭 싸워야 하겠나?”

“그게 무슨 헛소리….”

뒤에서 따라오던 랭커들이 황당해했다. 지금 적 NPC한테 뭔 대화를 하는 거야?

[최고급 화술 스킬을…]

[……]

[도둑 광부들이 설득됩니다!]

-으읏… 확실히….

-저놈도 도둑의 냄새가 나.

-어마어마한 도둑의 냄새가 나는군. 몰래 들어온 게 틀림없어.

-그렇다면 조용히 넘어가 주도록 하지. 너도 시끄럽게 하지 않도록 조심해!

“됐군.”

“!!!”

랭커들은 깜짝 놀랐다. 물론 랭커들 방송을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저… 저게 설득이 되는 거였어?

-뭐야? 뭐야??

-내가 잠깐 못 본 사이 마법 썼나?

-아 뭐해!! 물어봐! 물어보라고!

-물어봐! 물어봐! 물어봐!

보통 개인 방송은 분위기가 제각각 달랐다.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플레이어의 특성에 따라 거기에 맞는 시청자들이 모이는 것이다.

랭커들의 개인 방송은 보통 랭커들의 팬이 주축이 되어 돌아가는 방송으로, 랭커들이 얼마나 대단한 퀘스트를 하는지, 랭커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냥을 하는지 보는 재미로 방송을 봤다.

드물게 개그 컨셉을 잡는 랭커들도 있었지만 그런 랭커는 드물었다. 뭐하러 레벨 올려서 그런 짓을 하겠는가.

그렇지만 그건 평소의 이야기.

‘김태현과 같이 다니는’이 붙자마자 전 세계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랭커들의 개인 방송에 나눠 들어갔다.

평소랑은 전혀 다른 분위기!

-김태현 이야기할 거면 다른 방송 가ㅅ….

-김태현 물어보라고!

-물어보는 김에 마계 이야기도 조금만 해달라고 해! 제발!!

오죽하면 평소에 랭커들의 팬이던 사람들도 김태현 이야기를 할 정도!

결국 랭커들은 못 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저걸 다 하나하나 받아줬다가는 김태현이 ‘넌 지금 레이드하러 왔냐 질문하러 왔냐’ 하고 욕부터 퍼부을 테니까!

도둑 광부들한테서 적대심이 사라지자, 태현은 도둑 광부들한테 물었다.

“저 밑에는 뭐가 있지?”

-뭘 물어보는 거냐? 설마 저 지하를 말하는 거라면… 내려가기라도 할 생각이냐?

도둑 광부들은 질색을 하며 몸서리쳤다.

이 광산의 이름은 <불길한 어둠의 광산>.

현재 7층까지만 공략이 되어 있는 광산이었다.

1~3층은 도둑 광부들이 나왔다면 4, 5층에서는 광산 골렘들이 나왔고 6, 7층에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나왔다.

그리고 7층에서 8층으로 가는 입구를 막고 있는 언데드 보스 몬스터는 무려 리치!

길드 동맹에서도 몇 번 랭커들로 구성된 공략 파티를 동원해서 뚫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한 곳이었다.

다행히 시도가 있어 정보는 많이 공유되었지만, 몇 번 실패하자 길드 동맹은 아예 공략을 포기했다.

세상에는 던전도 많고, 굳이 8층을 가지 않아도 채광은 충분했던 것이다.

-리치쯤 되면 기본적으로 위협적인 보스 몬스터지만, 이 리치는 특별할 정도로 교활함. 치고 빠지는 데 능숙. 마법 관련 함정도 많다.

-언데드 몬스터 숫자도 상상을 초월.

-7층 보스 몹이 이 정도라면 8층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이 정도가 길드 동맹에서 그때 나온 정보들!

그리고 이 정보들은 랭커들을 통해 태현한테도 들어간 상태였다.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한 번 더 뒷목 잡을 일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더 알고 싶었다.

원래 플레이어와 NPC가 아는 정보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여길 공략하던 놈들은 전원 고렙 이상이었을 테니, 이런 1층의 몬스터를 붙잡고 정보를 캐진 않았겠지.

하지만 태현은 달랐다.

‘이런 정보 수집도 꽤나 도움이 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정보는 최대한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아래에는 딴딴한 돌덩이 괴물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놈들이 다 나온다고!

-더 밑으로 내려가면 죽은 놈들이 걸어 다니고… 생각만 해도 무섭군.

“김태현. 그건 다 아는 거잖아?”

“저런 NPC한테 물어봤자 별거 없을 텐데….”

랭커들은 왜 시간을 낭비하냐는 듯이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그들한테는 태현 같은 플레이어가 저렇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왜, 방송이 재미가 없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재밌게 해줘?”

“…열심히 이야기해! 우리는 옆에서 채광할게!”

태현이 재밌게 해주냐는 질문에 랭커들은 전부 다 꼬리를 내렸다.

괜히 재촉 한 번 했다가 광산에서 폭탄 피하기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적극적인 모습에 고블린들은 감탄했다.

“오오… 채광의 멋짐을 깨달은 건가? 잘됐군. 여기 곡괭이 받으라고.”

“아, 아니. 그건 농담 삼아서….”

방송 나가는데 채광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하 연합 고블린들은 냉정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손에 곡괭이를 꼭 쥐어줬다.

“할당량 채워야 하니까 빨리 손 움직이는 게 좋을 거야, 인간.”

“잠깐. 할당량??”

<할당량을 채워라-지하 연합 고블린 퀘스트>

노동은 신성한…

(중략)

…열심히 손을 놀려 할당량을 채워라! 그러지 못한다면 고블린들의 채찍질이 날아올 것이다.

보상: ?, ???, 지하 연합 고블린들의 칭찬

“빨리빨리! 저기 키메라들보다 못하면 어떻게 하나!”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은 벌써 자리를 잡고 미친 듯이 곡괭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타고난 일꾼들!

그러는 사이 태현은 계속 광부들과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 획득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NPC들이 좀 더 값어치 있는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화술 스킬은 원래 이럴 때 쓰는 것!

상인들과 교섭할 때나, 퀘스트 관련 NPC와 이야기할 때 화술 스킬이 높은 플레이어가 이야기하면 좀 더 편하게 진행이 되는 것이다.

남 속이고, 사기 치고, 협박하고, 이간질할 때 쓰는 게 훨씬 특이한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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