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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79화 (979/1,826)

§ 나는 될놈이다 979화

남은 건 좀 더 만만한 상대!

물론 세계수 랭커들도 나름 랭커들이었지만, 태현과 비교하면 보름달 앞의 반딧불 정도로 차이가 났다.

“이 개자식들이 미쳤나?!”

소식을 들은 쑤닝은 분노해서 울부짖었다.

이제 막 에랑스 왕국에 도착해서 에랑스 국왕과 대화를 나눈 찰나였던 것이다.

안 그래도 에랑스 왕국 놈들 때문에 열 받아 죽겠는데….

* * *

-오스턴 국왕, 쑤닝입니다.

왕국에 도착한 쑤닝은 처음에는 나름 당당하게 등장했다.

같은 왕!

물론 국력은 어마어마하게 차이 났지만….

신분은 같은 수준 아니겠는가. 당연히 그에 걸맞은 대접을 기대했다.

그러나 에랑스 왕국의 귀족들은 냉정했다.

-그런데 오스턴 왕국이 갈라졌다는데 저 사람을 국왕으로 인정해도 됩니까?

-으음… 지금 앉은 왕좌도 강탈한 왕좌라는데….

-하여간 천한 핏줄들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운 좋아서 왕관을 썼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겁니다.

-겉만 봐도 신성함이 느껴지는 젊은 영웅, 아탈리 왕국 국왕과 비교하면 영 추악한 냄새가 나는 것이….

-그렇지요? 저도 아탈리 왕국 국왕을 생각했습니다.

-뭐 그렇지만 이렇게 도우러 왔으니 인정은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 들리게 떠드는 에랑스 왕국 귀족들!

낮은 명성+개판인 오스턴 왕국 상태+본인도 딱히 귀족과 호감 보너스 칭호 없음=개무시!

여기서부터 화나는 일이었지만 쑤닝은 참았다.

일단 에랑스 왕국 퀘스트에 참가해야 했으니까.

그 막대한 보상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굴욕 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다.

‘젠장. 오스턴 왕국 먹고 나서 이런 굴욕을 느껴 본 적이 없었는데….’

모든 건 길드와 퀘스트를 위해!

지금 마계에 먼저 간 파티들도 있었다. 어떻게든 에랑스 왕국과 같이 움직여서 공적치 포인트를 쌓아 보상을 받아내야 했다.

-환영하오, 쑤닝. 이제 곧 곳곳에서 성기사단과 기사단들이 도착할 테니, 준비가 끝나는 대로 마계로 출발할 것이오.

-감사합니다.

[현재 마계에 선봉으로 참가한 파티가 있습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크게…]

[오스턴 왕국의 국왕으로 참가했습니다. 원정대 내에서 권한이 올라갑니다.]

[직위: 부대 사령관을 얻었습니다. 부대 하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전체 회의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

그래도 일단 노리던 건 다 성공적으로 해냈다!

오스턴 국왕으로 인정도 받고, 그 위치로 추가 자리도 받고, 공적치 포인트도 받고….

이제 에랑스 왕국 원정대와 같이 안전하게 마계 퀘스트를 깨면 됐다.

김태현이 그렇게 나섰으니 분명 뭔가 있으리라.

…분명!

그렇게 안심하던 쑤닝의 귀에 들어온 것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김태현이 악마 공작 성을 탈취했다!!

-심지어 그걸 끌고 마계를 탈출해서 잘츠 왕국 국경 산맥에 도착했다!!!

-나쁜 놈들아 내가 뭐라고 했냐!! 내가 진짜라고 말했잖아!!

저번에 진실을 말했다가 차단당한 플레이어의 분노!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잘츠 왕국 근처로 찾아가 멀리서 성을 찍어댔고 동영상들이 수백 개가 넘게 올라왔다.

아무리 헛소리 같아도 이렇게 증거가 많으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믿을 수 없는 소식에 길드 동맹 안에서도 파란이 일어났다.

-길마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공략 파티 쪽에서 문의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설마 버려진 거 아니냐고….

-아무리 김태현이라지만 악마 공작의 성을 탈취하는 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대체 어떻게 한 거지??

-김태현 쪽에서 발표 없나?

-팀 KL 계정 보는데 악마 공작 상대로 공격한 이후로 추가 영상 안 올라오고 있어.

-김태현 쪽에 그 게임 접은 걸로 알려졌던 랭커들 좀 합류했다고 하지 않았나? 걔네들은?

-걔네들도 영상 안 올리고 있다.

-아니 이 자식들은 왜 김태현 말을 그렇게 잘 듣는 거야? 언제부터 그렇게 착하게 말을 잘 들었다고!

길드 간부들 입장에서는 랭커들이 어이가 없었다.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이기적으로 굴던 놈들이 왜 이렇게 말을 잘 듣는단 말인가.

-김태현이라면 그 랭커들을 통제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하긴 김태현이라면….

-그러면 어떻게 알아낼 수 있지? 악마 공작의 성을 어떻게 탈취한 건지 알아내야….

간부들은 오랜만에 순수한 플레이어 입장으로 돌아와서 떠들었다.

거대 길드의 간부 자리를 맡으면 게임을 순수하게 즐기기 힘들었지만, 이번 일만큼은 다르다!

그만큼 말도 안 되고 놀라운 일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 대화를 길드 전체 대화로 듣고 있던 마계 공략 파티는 열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들아!!! 지금 우리 마계 와있는 거 안 보이냐!?! 대책을 고민해야 할 거 아냐! 지금 김태현이 성 어떻게 훔쳤는지가 뭐가 중요해! 어떻게든 훔쳤겠지! 김태현이니까!

-미, 미안.

-우리가 좀 궁금해서….

-김태현이 마계에서 빠져나갔으면 마계 퀘스트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그랬다.

태현이 공작의 성을 탈취한 사실은 놀라웠지만, 마계에 있는 플레이어들한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던 것이다.

김태현이 마계에서 나갔다! 그러면 이 퀘스트는…?

랭커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 문제는 곧 해결되었다.

한 명의 플레이어가 요새에 얼굴을 내비쳤기 때문이었다.

-걱정 마라. 요새에 케인이 남았다고 한다.

-케인이…!

-그래. 김태현 놈이 아직 퀘스트를 포기하지 않은 셈이지. 김태현이 설마 케인을 두고 그냥 갈 리가 있나.

-맞는 말씀이십니다.

-게다가 그렇게 욕심 많은 김태현 놈이 퀘스트를 포기할 리가!

-하하! 그렇습니다!

-이번만큼은 김태현 놈이 우리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게 될 거다. 놈이 마계에서 활약하면 할수록, 늦게 도착할 본대들이 더 쉬워지니까! 공적치 포인트를 먹기도 수월해지겠지!

-길, 길마님!

-무슨 일이냐?

-김태현 따라간 랭커 놈들이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오… 드디어 놈들이 뭘 했는지 알 수 있겠군! 그래, 방송에서 이제까지 뭘 했는지 공개하고 있겠지?

-그… 그런 게 아니라 현재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을 어떻게 뺏었는지 안 알려주고?

-아니, 그걸 말 안 해주나? 이 자식들 방송 더럽게 못하네.

-그러니까 한동안 인기 잃고 묻혔었지.

간부들의 잡담에 공략 파티는 살의가 솟구쳤다.

이 자식들이 지들 마계에 있는 거 아니라고 아주 배부른 소리만…!

-크흠. 그래서 지금 뭘 진행하고 있지?

-…저희 국경에 있는 광산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쑤닝은 당황했다.

-김태현과 휴전 맺었다! 미다스 길드를 밟고 다시 통일하기 전에는 싸울 이유가 없는데… 놈이 지금 설마 다시 선전포고를 한 건가?

-잘츠 왕국한테서 뺏은 광산을 돌려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아니 그놈은 왜 잘츠 왕국 편을 드는 건데!!

쑤닝은 벌컥 화를 냈다.

물론 거기 국경 광산들이 잘츠 왕국이 관심 없는 사이 날름 먹은 거긴 했다.

하지만 그건 할 수도 있는 짓이잖아!

왜 이런 일에 끼어들어!

새로운 보고에 길드 간부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잘츠 왕국 퀘스트를 받은 건가?

-김태현이 잘츠 왕국 스타팅했다고 들었는데. 잘츠 왕국 국왕과 친할지도 모르겠군.

-근데 잘츠 왕국은 친해져도 별 이득 없지 않나? 완전 깡촌이잖아.

-그러게?

-에이 그래도 왕국인데… 도움받으면 뭔가 있겠지. 뭔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길마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김태현한테 강력하게 항의하고 선전포고를 통해 길드의 전력을 동원하면 김태현 놈의 허점을 찌를 수 있습니다. 지금 김태현은 마계 퀘스트, 잘츠 왕국 퀘스트를 준비하느라 허점이 드러난 상태입니다. 거기에 곧 투기장 리그를 뛰어야 하니 영지전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며, 영지에 대형 건축 퀘스트들이 몇 개나 진행되고 있으니 영지 플레이어들이 방어에 힘들어 할 것입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새로 들어온 길드 간부, 왕민!

게임 밖의 직업도 컨설턴트였고, 실제로 <길드 동맹>에 투자한 투자가들의 추천으로 길드에 들어온 인재였다.

길드 동맹에 투자하는 대신 길드 동맹의 내부 상황을 감시하고 투자자들에게 보고하는 역할!

판온의 대형 길드들은 이미 단순한 길드를 넘어, 현실의 기업 같은 구조로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왕민의 분석은 정확했고 맞는 말이었다. 왕민은 그의 조언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조직 생활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법이었다.

-얘가 얘가 무슨… 길드 말아먹을 소리를 하고 있네!

-새로 들어온 뉴비답게 아주 헛소리가 장난이 아냐!

-이래서 외국에서 살다 온 놈들은….

우르르 쏟아지는 다른 간부들의 공격!

왕민은 당황했다.

-어째서… 제 말에 뭐가 틀렸는지….

-전부 다 틀렸다 인마!

-지금 보이는 김태현의 약점이 약점인지 어떻게 아는데? 우리가 그걸 노리다가 수십 번 망해왔다!

-지금 길드 꼬라지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알아? 김태현하고 진흙탕 싸움해서 그래! 김태현하고 싸우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판온 절반은 먹었겠다!

간부들의 말에 왕민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 인간들….

패배에 완전히 맛이 갔다!

김태현이 약할 때에도 무서워서 노리지 않겠다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김태현도 사람입니다. 김태현을 이기기만 하면 따라올 명성을 생각해 보십시오. 수많은 투자가 추가로 들어올 것입니다.

왕민은 간부들의 욕심에 호소했다.

사람인 이상 욕심에는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길드 동맹의 간부들은 이미 욕심에 초탈한 인물들이었다.

욕심을 부리기에는 너무 많이 당한 것이다.

-아냐! 김태현은 사람이 아냐!

-얻게 될 명성을 생각해 보라고? 이거 이거 완전 도박쟁이네! 골짜기나 가라!

-너 골짜기 출신이지? 골짜기에 귀환 거점 박았지?

-지금 그거 먹겠다고 목숨 건 도박하라고? 망하면 네가 책임질 거냐?

-그리고 우리 주적은 미다스 길드다! 서쪽의 미다스 길드를 두고 남쪽의 김태현과 싸우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물… 물론 양면으로 싸움을 하는 건 미친 짓이지만, 김태현이 정신이 없을 때 빠르게 전력을 모아 공격한 다음 영지를 잔뜩 약탈해 보충을 하면 됩니다. 미다스 길드도 지금 안을 다잡느라 급히 움직이지는 못할 겁니다.

-길마님 들었습니까? 따서 갚으면 된답니다! 이놈이 아주 반골의 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길드를 말아먹을 놈이에요!

-으음… 왕민. 미안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 도박이다.

쑤닝도 동의할 수 없었다.

미다스가 그대로 있는데 김태현과 싸웠다가 길어지기라도 하면….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그러면 이런 굴욕을 당하고서도 내버려 두실 겁니까?

-크흠. 국경지대에 공개된 광산들이야 그렇게 비싼 광산들도 아니니까 상관없다. 괜히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내버려 두자고. 김태현도 더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 같으니….

그때 새 보고가 들어왔다.

-길마님! 김태현이 길드 비공개 광산 던전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개소리!! 그걸 김태현 놈이 어떻게 알아?!

-김… 김태현 따라다니는 랭커들 중에 길드 동맹 출신도 있고 길드 동맹과 친한 사람들도 있으니… 정보가 새어나간 게 아닌지….

-이 개자식들이 미쳤나?!

쑤닝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김태현이 날뛴다고 지들도 날뛴다니.

지들이 김태현인지 아나?

왕민이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옆에서 재빨리 조언했다.

-단호하게 길드의 힘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럴 생각이었다! 이 개자식들 전부 이름 올리고 현상금 걸어! 길드 척살령이다!

-랭커들인데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최상위권인 놈들은 하나도 없어! 한물간 놈들이다. 그리고 김태현이 이런 놈들과 오래 파티 플레이한 적이 없었지. 퀘스트 끝나는 순간 지옥을 보여주마!

쑤닝은 이를 갈며 외쳤다.

랭커가 아무리 강해 봤자 길드를 혼자 이길 순 없었다.

길드 동맹을 우습게 본 모양이었는데,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겠다!

그리고 이와 같은 비슷한 대화가 미다스 길드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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