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77화
-기계 신수 소환.
[매우 뛰어난 기계공학의 힘으로, 기계공학의 정수가 담긴 소환수를 불러냅니다!]
[소환수는 파괴되기 전까지 새로 불러낼 수 없습니다!]
두근두근!
몇 번이고 한 소환이었지만, 언제나 긴장되고 새로웠다.
뭐가 나올까?
‘골렘… 골렘류. 골렘류가 좋을 거다.’
이제까지 신수들은 전부 다 레벨 하나만큼은 깡패였다.
용용이나 흑흑이를 보라!
그렇게 무리를 해서 레벨을 날려먹었는데도 현재 레벨이 500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 않았는가.
레벨이 한 1000쯤 되면 원래 드래곤의 위엄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카르바노그가 그때쯤 되면 자기도 원래 힘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시꺼.’
어쨌든 기본적으로 레벨이 높은 신수들인 만큼, 골렘이 나올 경우 어마어마한 탱킹이 가능했다.
골렘이 아니더라도 좋았다. 뭐든 간에 좋은 거!
파아아아앗!
연기와 함께 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
그것은 한 자루의 머스킷이었다.
“…뭐냐?”
태현은 오랜만에 황당함으로 말문이 막혔다.
저건 신수가 아니라 아이템이잖아??
[카르바노그도 깜짝 놀랍니다!]
‘…설마 속…’
-안녕하십니까주인님인사드립니다!
그 순간 쾌활하게 말을 걸어오는 머스킷!
“말을 하잖아…?!”
그제야 태현은 저 머스킷이 신수라는 걸 깨달았다.
알아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신수!
기계공학 관련 신수니만큼 저런 신수가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수많은신수들중저를고른것은그야말로탁월한선택이라하지않을수없습니다주인님다시한번축하드립니다!
“그… 그래. 고맙다.”
태현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꼈다. 무슨 말이 저렇게 빠른지 제대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제가정말능력이뛰어난데…
“잠깐.”
-예?
“네 능력이 뭐가 있지? 천천히 말해줄래?”
-저는 총입니다!
“그래. 그래 보여.”
-쏠 수 있습니다.
“…그거 말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스킬 취소! 스킬 취소!!”
* * *
침착을 되찾은 태현은 기계공학 신수의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레벨은 무려 500 중반!
태현이 가진 신수나 소환수 중 가장 레벨이 높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특수 능력은 가장 초라했다.
용용이는 골드 드래곤답게 각종 마법에 전반적으로 능통하고 권능을 다룰 수 있었고, 흑흑이는 블랙 드래곤답게 흑마법에 능숙하며 마찬가지로 권능을 다룰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이 기계공학 신수는 평범한 공격 스킬들밖에 없었다.
물론 레벨이 높으면 평타나 평범한 공격 스킬들이 무시무시한 필살기가 되는 법이었지만, 태현처럼 특이한 놈들만 모아온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도 이상한 신수들만 뽑다 보니 평범한 소환수가 나오니 적응이 안 되네.’
원래 소환수는 이게 정상!
소환수가 서버에 하나 있을 정도로 개성 넘치는 경우는 정말 드문 일인 것이다.
‘레벨이 500이 넘고, 평범하게 강한 건 좋아. 다양한 스킬 없이 대부분이 공격, 사격 스킬이지만 그건 내가 커버 가능하고…’
하지만 이 소환수에게는 가장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다.
“…장비가 아니라서 각종 버프가 안 들어가…!”
태현의 딜 스킬 시작인 <행운의 일격>도, 압도적인 행운 스탯도 다 들어가지 않았다.
이래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주제에 장비형 소환수라서 들고 다녀야 했다. 자기 힘으로 돌아다니며 싸울 수 있는 다른 신수들과는 또 다른 불편함이었다.
‘데미지는 좋은데… 내가 검 들고 싸우는 근접 딜러지 원거리 딜러는 또 아니란 말이야.’
자기가 안 쓰는 고렙 전설 장비가 나온 기분!
상당히 애매했다.
태현이 원거리 공격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공격 시작 때 한 방을 날리거나 견제용으로 쓰는 게 대부분이었다.
원거리 공격을 하기에는 근접 공격이 너무 강했던 것!
회피+폭탄, 회피+검술 등 태현은 원거리로 싸울 이유가 정말 없었다.
[카르바노그가 그러면 다른 동료들에게 빌려주는 게 어떠냐고 묻습니다.]
‘케인한테? 케인은 원거리 직업이 아니잖아.’
[노예만 있는 게 아니라고 카르바노그가 어이없어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상한 놈을 케인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기는 좀 그런데.’
대화 몇 번 하지 않았지만 태현은 기계공학 신수의 성격을 대충 느끼고 있었다.
이상한 놈이 분명해!
이제까지 신수 중에 성격 멀쩡한 놈이 없었으니 당연한 추론이었다.
[카르바노그가 노예를 안쓰럽게 여깁니다.]
하지만 카르바노그의 말은 맞았다. 신수의 성격만 감당한다면, 분명 이 기계공학 신수는 매우 강력한 사기 아이템이었다.
레벨 500이 넘는다는 건 이미 그것만으로 사기적인 수준!
거기에 MP 관리도 더 쉬워질 것이고 각종 스킬도 걸어줄 테고….
이렇게 말하니 매우 좋아 보였다.
[좋은 거 맞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내가 지금 평범하게 좋은 거 갖고 이러는 건가?’
태현은 순간 경악했다.
물론 태현이 좀 이상한 직업, 이상한 스킬 키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판단을 못 할 정도로 물들어 버리다니!
아키서스 때문인가?!
‘그래도 지금 내 특성과는 너무 안 맞아. 원거리 공격 빌려줄 게… 이다비는 전직하고 나서 스태프로 갈아탔고. 지수 정도인가?’
태현은 유지수를 불렀다.
그리고 나서는 이 기계공학 신수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유지수는 그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레벨 500 넘고 자기가 알아서 공격이 가능하고 HP, MP도 딱히 제 거 안 빌리고 각종 공격 스킬이 가능한 소환수… 라는 거죠?”
“응. 쓰기 좀 까다롭지?”
카르바노그는 유지수의 대답을 기대했다.
이 배부른 아키서스 화신이 정신 차리게 해줘!
그러나 유지수도 태현 관해서는 살짝 나사가 빠진 사람이었다.
“확실히 선배의 능력이라면 이런 소환수가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어요. 선배 정도라면 더 대단한 소환수가 어울릴 텐데!”
[여기서 더 대단한 소환수면 무슨 대륙을 박살 내는 대포를 원하는 거냐고 카르바노그가 어이없어합니다!]
카르바노그가 따졌지만 둘은 듣지 않았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나쁜 소환수는 아닌 것 같은데요.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얘가 여러모로 시끄럽고 귀찮게 굴 수 있어.”
“전 타이럼 레인저라서 저 정도는 괜찮은데요 이제.”
“…내가 미안.”
* * *
신수 소환을 마친 태현은 바로 미공략 던전들을 향해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의 발목을 붙잡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교단의 영웅들!
“잠깐만 기다리게, 젊은 후배!”
“우리가 해줄 말이 있네!”
태현은 냉기 정령들을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내가 제대로 얼리라고 했냐 안 했냐!
-아… 아니 주인님. 저자들의 능력이 너무 대단했습니다!
그랬다.
썩어도 각 교단의 영웅들인 성기사들과 사제였던 것이다.
이 두 직업은 끈질기게 버티는 생존력 하나만큼은 판온에서 손꼽히는 직업!
둘이 같이 있으면 더더욱 보너스 효과가 났다.
결국 냉기 정령들이 냉기 폭풍으로 성안을 휩쓸었는데도 버텨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 * *
-성안이 추워지는 것 같은데…?
-쯧쯧. 급하게 짓는 바람에 난방도 못 하나 보군. 우리가 이해해 주지요.
-허허… 이렇게 추워지니 내가 뭐라도 해야겠구만. 위대한 아키서스 님이시여… 아니, 근데 왜 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렇게 낯선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구려.
-경께서 실로 진실 된 신앙심을 갖고 있어서 아니겠어요?
-허허! 그렇게 말해주다니 부끄러울 따름이군. 다시 기도하겠소. 위대한 아키서스 님이시여, 우리에게 세찬 바람을 막을 힘을… <아키서스의 천상의 보호막>!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아키서스의 위대한 찬가>!
-<아키서스의… 아니, 이럴 것만 아니라 성 자체를 좀 보강하는 게 어떻소?
-그거 좋은 생각이군. 악마들도 들어오지 못하게 말이야.
-그런데 이 성이 흔들리고 날아가는 것 같던데, 착각인가?
-하하하. 경께서도 참… 재밌는 꿈을 꾸셨나 봅니다. 세상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키서스의 하늘성> 내벽에 데메르의 위대한 성화가 새겨집니다. 성안과 아래의 작물이 더더욱 빠르게….]
[<아키서스의 하늘성> 내벽에 타이란의 위대한 성화가 새겨집니다. 이 성화를 보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추가적인 버프가….]
[<아키서스의 하늘성> 내벽에….]
[….]
[<아키서스의 하늘성> 내벽에 새겨진 축복들이 하나로 합쳐집니다. <만신전의 성화(聖畫)>로 바뀝니다.]
성스러운 그림을 새겨 축복을 거는 강력한 권능 스킬!
각 교단에서는 실종된 옛날 스킬들이었다.
태현도 모르는 사이 아키서스 하늘성은 점점 강력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아키서스 님의 모습이 다 다른 걸까요?
-신은 우리 모두에게 각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법이기 때문이지요.
-그 말씀 참으로 좋구려, 허허허!
* * *
‘아니, 미친…’
물론 상황 설명을 들은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고블린들이 정령 대장간 만드는 동안 성 내벽에서 그런 대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카르바노그가 교단의 영웅들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합니다. 그건 아무나 쓸 수 없는 스킬이라고 합니다.]
성 전체에, 영구히 지속되는 신성 버프 표식을 만들다니.
신성 스탯이 어마어마하게 높고 신앙심 가득한 교단의 인물만이 그런 걸 할 수 있었다.
과연 마계까지 온 영웅들!
[<아키서스의 하늘성>이 <만신전의 성화>로 인해 추가 방어 보너스를 받습니다.]
[내벽이 더욱 더 튼튼해집니다.]
[물리 방어력이….]
[마법 방어력이….]
[각종 원소 방어력이….]
사실 결과물만 보면 압도적인 이득이었다.
몇 번 감사해도 모자랄 수준!
그러나 그건 그거였고 이건 이거였다. 태현은 영웅들이 붙잡은 손을 놓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교단의 영웅들은 찰거머리처럼 끈질겼다.
[과연 마계까지 온 영웅들이라며 카르바노그가 감탄합니다.]
‘쓸데없는 거에 감탄하지 마!’
“제가 지금 성을 수리해야 해서 매우 바쁜데 좀 나중에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
태현의 화술 스킬도 영웅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태현의 말을 안 듣고 있는 그들!
[과연 마계까지 온 영웅들이라며 카르바노그가 또 감탄합니다.]
‘그만해라.’
“잠깐… 젊은이. 이 성, 마계에 있지 않았나?”
“아키서스 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마계를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오… 역시…!”
“아키서스 님의 위대한 은총이…!”
나중에 기억을 되찾게 되면 이불을 몇 번이고 뻥뻥 찰 대사를 읊조리는 영웅들!
“그거 때문에 부르신 거라면 이제 이해가 가셨을 테니 전….”
“아니. 그거 때문에 부른 건 아닐세. 우리가 부른 건 저 위의 물건 때문이야.”
“…?”
태현은 영웅들의 말에 의아해했다.
하늘성 위의 물건이라면….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던데 그건 분명 악마 공작이 쓰던 아이템이겠지.”
“아….”
<냉기의 핵>!
기껏 탈취해서 갖고 나왔지만 아직 쓸 방법이 없어 방치해 둔 강력한 마법 아이템!
그 기운을 영웅들이 느낀 모양이었다.
“마계라면 모를까 대륙으로 돌아왔으면 그 아이템을 제대로 봉인해야 하네. 도둑맞기라도 하면 대재앙이 찾아올 거야.”
[<냉기의 핵>에 관한 이야기로 인해 교단의 영웅들이 가진 기억이 일시적으로 회복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악마 공작을 쓰러뜨리기 전에 그걸 봉인하려고 했었던 것 같기도 하군….”
“나도 그런 기억이 납니다…!”
“그 뒤 어떻게 됐었지?”
“기억에 없는데….”
[아마 <냉기의 핵>부터 봉인하려다가 얼려진 게 분명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래. 그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