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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74화 (974/1,826)

§ 나는 될놈이다 974화

[퀘스트를 취소할 경우 지하 연합 고블린들의 친밀도가 내려가지 않습니다.]

[퀘스트를 취소할 경우 지하 연합 고블린들의 평판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응?’

[?]

내려가기에는 너무 우상이 되어버린 태현!

지금 고블린들한테 가서 ‘사실 이건 비밀인데… 내 부모님 중 한 분이 드워프셔’라고 말해도 고블린들은 받아들일 것이다.

고블린들의 슈퍼스타!

고블린들의 아이돌!

[카르바노그가 정말 대단하다고 웃음을 참습니다.]

‘고블린들한테 인기 많으면 좋은 거지. 왜 그래.’

태현은 애써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마음속 한구석에는 찜찜함이 맴돌았다.

[퀘스트를 취소할 경우 지하 연합 고블린들이 매우 매우 슬퍼할 것입니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이 우울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이 절망 상태에…]

‘아니 뭐 이런….’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성 보강 못 하게 하는 게 저렇게 슬퍼할 일이야?

“흑흑… 성 밑에 대포 달고 싶었는데….”

“착륙해서 영지전을 벌일 때를 대비해 성 벽면에 강철가시를 달려고 했는데… 이름도 지어줬는데….”

지하 연합 고블린들은 벌써 상상 속에서 <내가 생각한 최강의 아키서스 하늘성>을 그리고 있었다.

상상 속에서는 벌써 성을 다 만들고 안에서 자식까지 다 낳아 키운 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이 눈물로 호소하자 태현의 마음도 살짝 흔들렸다.

사실 저 지하 연합 고블린들만큼 태현을 충실하게 지원해 준 종족이 어디 있었던가.

결과물만 보면 아키서스 교단보다 낫다!

게다가 지금 하려는 것도 태현의 성을 보강하려는 거였지 자기들 욕심을 챙기려는 게 아니었다.

[아니 그건 아니라며 카르바노그가 손을 흔듭니다.]

자기들 욕심도 챙기려고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어쨌든 내 성 도와주는 거니까….’

좀 과하긴 했지만 성이 강해져서 나쁠 건 없었다.

앞으로 태현은 수많은 적을 상대해야 할 텐데, 모든 적들이 성 안에 몰래 들어오진 않을 것이다.

적들 중에는 성 밖에서 성을 때려 부수려는 놈들도 있을 것!

그럴 때를 대비해서 보강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이다비. 강철이나 청동 주괴 몇 개 정도 있지?”

“파워 워리어 길드 창고는 다 긁어내 봤자 20~30개 정도일 걸요. 질은 보장하기 힘들고… 골짜기나 수도 쪽은 다 긁어내면 100개 정도는 구할 수 있겠지만 페널티가 클 거예요.”

영주 자리를 가진 플레이어는 여러 권한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강제 징발!

‘에잇! 이놈들! 내놔라!’ 하면서 NPC들한테서 원하는 것들을 뜯어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랬다가는 당연히 ‘아이고 나으리 저희는 뭘 먹고 삽니까’ 같은 반응부터 자칫하면 반란까지 일어날 수 있었다.

제 살 깎아먹기!

“영지 운영 골드로 살까요?”

“아냐. 지금도 밑 빠진 독인데 무슨….”

골짜기와 수도만 집중 발전시키고 있는데도 골드는 어마어마하게 들어갔다.

골짜기만 해도 당장 추가적인 신전과 성기사들 훈련소, 사제들 훈련소, 새로 몰려드는 농부들을 위한 각종 농사 시설, 대장장이들을 위한 대장장이 시설, 재봉사들을 위한 재봉사 시설….

거기에 지하에는 새로 찾아온 고블린들이 신나서 땅을 파가며 지하 시설을 만들고 있었고 핏빛 군도의 뱀파이어들은 자기들끼리 <수상쩍은 과수원> 같은 농장을 만들어 뭉쳤으며 우르크 지역에서 넘어온 오크, 저 멀리 아스비안 제국에서 온 거인들 등 평소에는 찾아보기도 힘든 종족들이 우글거렸다.

숨만 쉬어도 골드가 나간다!

거기에 지금 골짜기에는 대형 퀘스트가 하나 진행 중이었다.

바로 마탑이었다.

<아키서스 투기장>보다 몇 배는 커다란 대형 퀘스트!

‘뭔가 알아서 진행되고 있다는데 그게 말이 되나?’

마탑 화염 학파의 마스터와 사디크 교단의 사제들, 그리고 마법사 랭커들이 주축이 되어 이것저것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다.

0골드로 진행되는 마탑 건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형편 좋은 이야기라 태현은 잘 믿기지 않았다.

나중에 영지에 돌아가면 허름한 탑 안에 아키서스 마법책 하나 던져두고 ‘이것이 아키서스 마탑입니다!’ 같은 결과가 나와도 놀랍지 않다!

때문에 태현은 판온에서 그렇게 아이템과 보상을 얻었는데도 갖고 있는 골드가 5만을 넘겼던 적이 별로 없었다.

얻는 족족 써버린 것!

물론 5만 골드도 어마어마한 액수였지만 태현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푼돈이었다.

“선배. 현질해서 경매장에서 살까요?”

“아니. 아무리 경매장에서 사려고 해도 저 정도 사려면 물량이 부족하거나 소문이 퍼져서 웃돈을 줘야….”

말하던 태현은 지금 그 말이 유지수한테는 딱히 별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유지수는 ‘웃돈 주면 되지 않나요?’ 하는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물량 많이 사가면 그거 노리고 수작질 부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정도 돈은 내줘도 되지 않나요? 우리는 우리 목표만 챙기면 되니까.”

이다비가 감동 받은 표정으로 유지수를 쳐다보았다.

개멋있어…!

소설에서나 보던 부자 같아!

사실 진짜 부자 맞긴 했다.

‘앗. 괜한 말을 한 건가?’

유지수는 이다비가 뜨거운 눈빛을 보내자 당황했다. 태현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그녀였지만 이다비도 마찬가지로 좋아했다. 괜히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화내시는 거 같지는 않…은데. 맞나…?’

“그보다 난 현질을 안 한다니까.”

“아. 맞다. 그런데 선배는 왜 안 한 거였죠?”

“뭐 예전부터 그랬으니 딱히 이유는… 그리고 이겼는데 현질빨 소리 들으면 좀 억울하잖아.”

“…….”

“…….”

방금 뒷말이 좀 본심 같았는데?

유지수와 이다비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역시 직접 구하는 게 최고긴 하지. 음. 지도 있는 사람?”

“저 잘츠 왕국 지도 있어요.”

유지수가 손을 들었다. 이다비와 태현 모두 감탄했다.

잘츠 왕국 지도가 있다니!

“…지도 있다는 거에 왜 그렇게 감탄하는 표정을…?”

“아, 아무것도 아니야.”

“맞, 맞아요.”

“…어쨌든 이 근처 보면 잘츠 왕국 쪽 광산하고, 오스턴 왕국 쪽 광산이 있어요. 중립 지역 광산도 있고요.”

“흠. 오스턴 왕국 쪽 광산하고 중립 지역 광산을 털어야겠군.”

“오스턴 왕국 쪽 광산하고 중립 지역 광산을 털어야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모두의 생각이 일치!

* * *

악마 공작에게 화끈하게 덤벼들다가 화끈하게 방송을 끊어버린 태현 덕분에 사람들은 화끈하게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제발… 제발 어떻게 된 건지 알려줘!

불똥은 요새에 있던 다른 파티들에게 튀었다.

-아 그 레벨 먹고 거기서 뭐해!!

-빨리 나가 빨리 나가 빨리 나가 빨리 나가.

-나갈 때까지 채팅창 도배한다

-나가서 상황 보라고!!

궁금해 죽겠는데 마계라서 볼 수도 없으니, 마계에 간 파티들의 방송에 가서 화를 내는 사람들!

안 그래도 마계에서 두들겨 맞고 거인들한테 비싼 돈까지 뜯겨 억울한데 이런 소리까지 듣자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너무 서러웠다.

“지들이 가던가…!”

“여기가 얼마나 어려운 곳인 줄 알아?”

물론 사람들이 그런 이성적인 대응에 이성적으로 이해해 주진 않았다.

-아 빨리 가라고!!

-가서 상황 보고 죽어!!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방송을 닫을지언정 요새 밖으로 나가진 않았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라면 ‘여러분들이 골드를 얼마나 주시냐에 따라 제가 나갈 수도 있고 나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딜을 걸었겠지만, 여기 온 사람들은 모두 다 고렙 이상.

한 번 죽으면 페널티가 너무 컸다.

덕분에 판온에는 온갖 헛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속보>… 김태현, 푸르네우스 레이드 성공… 푸르네우스의 왕관을 쓰고 새 악마 공작 자리에 오름….

-헉 진짜임???

-와 너무 그럴듯한데?

-야 저게 말이 되냐? 지금 악마 공작이 잡힐 수준이냐? 그 싸움을 보고도 저렇게 반응하니 니들 수준도 뻔하다 ㅉㅉ

-그래서 님 레벨이?

-그게 네 수준이고 김태현 수준은 다르거든요?

조금만 생각하면 분명 개소리인데도 다 믿어주는 사람들!

-김태현, 악마 공작한테 패배… <충격>….

-글 제목에 왜 자꾸 <충격>이나 <경악>을 붙이는 거지?

-한국의 전통임.

-앗. 그렇군. 그러면 나도 김태현한테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관련 글에 <충격>과 <경악>을 달아야겠어.

-미친놈아 외국인한테 뭘 가르쳐주는 거야!

-야 아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한테 들었는데 김태현이 지금 악마 공작 성 탈취해서 마계 밖으로 빠져나갔다는데??

-;;;

-거짓말도 좀 성의 있게 해라.

-오늘 본 거짓말 중 가장 노잼이었음.

-저 사람 차단 ㄱㄱ??

나름 믿을 만한 사람한테 진실을 들은 플레이어는 순식간에 구박을 받고 차단당해야 했다.

-아니 진짠ㄷ…!

[게시판에서 일시적으로 차단당했습니다.]

그러나 이 헛소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드러나게 됐다.

잘츠 왕국 쪽 산맥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성!

잘츠 왕국에 플레이어들 숫자가 아무리 적어도, 저런 성이 나타났는데 소문이 안 퍼질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저 성은 아무리 봐도 푸르네우스의 성이었다.

“여러분! 이걸 보십시오! 정말 성이 있습니다!!”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은 눈물을 흘리며 성 근처로 찾아와 방송을 했다.

잘츠 왕국에서 시작하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사람들의 관심!

다른 왕국 사람들이 온갖 대형 퀘스트를 진행하며 신나게 판온을 즐길 때,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은 ‘내가 왜 잘츠 왕국에서 시작했을까’ 하며 후회해야 했다.

“여러분!!! 잘츠 왕국으로 오세요!! 잘츠 왕국은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세금도 적고 플레이어도 적어서 경쟁도 적어요!!!”

“던전들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럴수록 방송을 보는 플레이어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갈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다들 안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

-맞아. 저 태도가 무서워.

-잘츠 왕국은 좀 아니지.

-그래도 궁금하니까 구경은 가봐야겠다. 물론 잘츠 왕국에 오래 있지는 않겠지만.

-맞아. 구경만 가자. 잘츠 왕국에서는 할 것도 없고.

* * *

“정지! 여기는 위대한 오스턴 왕국을 다스리시는 국왕 폐하의 광산이다!”

“어? 생각보다 방비가 충실한데?”

“그러게?”

태현 일행은 놀랐다. 이런 광산 하나하나에 요새를 짓고 경비병들을 배치해 놓을 줄이야.

오스턴 왕국이 그렇게 돈이 많았나?

“아. 지금 영지전 중이라 그런가 보다.”

랭커들이 금세 깨닫고 말했다.

현재 오스턴 왕국은 또 내전 중!

길드 동맹에서 갈라져 나온 신흥 길드 <미다스>가 서부를, 길드 동맹이 나머지를 먹고 치열하게 영지전 중이었다.

북서쪽 잘츠 왕국의 국경과 맞닿은 이 광산들은 <미다스> 길드도, <길드 동맹>도 언제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위치!

이런 방어도 당연한 일이었다.

“뭐 방비가 충실하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

랭커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불쌍하다는 듯이 경비병들을 쳐다보았다.

원래 정예 병사들은 레벨 200, 300이 넘어가는 강한 적이었다. 여기에 각종 지원까지 받으면 랭커들도 혼자서는 덤비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태현!

뒤에는 지하 연합 고블린들이 끌고 온 골렘 부대와 아키서스의 키메라들까지 있었다.

거기에 랭커들까지 있었으니, 이런 광산 하나 정도는 손쉽게 점령 가능했다.

‘오랜만에 활약할 때인가?’

‘이런 거점 점령도 재밌지. 후후. 이제 슬슬 망신당할 일도 없을 것 같으니까 방송 다시 켜볼까….’

“당… 당신은…! 아탈리 왕국의 국왕 같은 영웅이 여기에 무슨 일로!”

경비병이 태현을 알아봤는지 비명 비슷한 소리를 질렀다.

태현은 당당하게 말하려 했다.

“그야 약ㅌ….”

“설, 설마 쳐들어온 건가?”

“안 돼…! 저런 영웅과 어떻게 싸우란 말인가!”

“모두 진정해라. 아탈리 왕국과 우리는 분명히 서로 휴전을 했을 터!”

병사들은 자기들끼리 떠들어댔다. 그 말에 태현은 문득 깨달았다.

“아.”

생각해 보니까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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