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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70화 (970/1,826)

§ 나는 될놈이다 970화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성 개조 퀘스트 관련 메시지창이 전부 다 나왔다.

[<기계공학의 꿈–기계공학 스킬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지하 연합의 고블린들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나왔던 퀘스트!

너도 저런 걸 만들라는 말도 안 되는 퀘스트였지만, 태현은 결국 해낸 것이다.

‘보상이 기계공학 비전 스킬이었지?’

태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대체 어떤 스킬을 줄까?

[<기계장치로부터 온 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기계공학 비전 스킬, <기계 신수 소환>을 얻습니다!]

<기계 신수 소환>

기계공학의 정수가 담긴 소환수를 불러낸다. 소환수는 파괴되기 전까지 새로 불러낼 수 없다.

‘오….’

아키서스도, 사디크도, 다른 교단도 갖고 있는 각 교단을 상징하는 신수.

기계공학 스킬도 비슷한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페널티가 없다는 점!

신성 스탯을 소모하거나, 악명이 오른다거나 하는 거 없이 그저 스킬 한 번에 바로 불러낼 수 있었다.

이제까지 쌓은 기계공학 스킬이 바로 자격이었던 것이다.

‘잠깐. 기계공학의 정수가 담긴 소환수가 뭐지?’

태현은 일단 기계공학과 어울리는 소환수가 뭐가 있을지 고민해 봤다.

[카르바노그가 폭탄을 말합니다.]

‘그건 소환수가 아니잖아….’

무서워서 어떻게 타고 다녀!

[카르바노그가 슬라임처럼 생긴 폭탄이면 어떠냐고 말합니다.]

‘그건 그럴듯한데… 아니, 왜 꼭 폭탄인데?’

많고 많은 놈들 중 왜 굳이 폭탄?

‘다른 것들도 많아. 일단 날개가 달렸으면 좋겠군.’

기계 와이번!

기계 드래곤!

상상만 해도 두근거리는 강함!

일단 드래곤이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평타는 쳤다.

-후후. 주인이여. 뭘 좀 아니 다행이다.

용용이가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카르바노그가 쯔쯔 혀를 찼다.

[저렇게 착하니 골드 드래곤이 맨날 속는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쉿.’

그런 사실로 용용이를 때리면 안 돼!

‘뭐, 꼭 날개 안 달리긴 해도 돼.’

흑흑이, 용용이, 거기에 오토바이까지 있었으니 태현에게 탈 것 수단은 충분했다.

그렇다면 골렘?

‘골렘도 좋지.’

태현의 레벨+기계공학 스킬로 소환될 골렘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맷집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케인과 함께라면 든든한 벽 역할!

[카르바노그가 소환하기 전에 기대를 줄이라고 말합니다.]

‘…친절한 조언 고맙다.’

태현은 일단 소환은 나중에 할 생각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악마들에게 선언하는 것이었다.

내가 여기 왔다고!

아키서스가 마계에 왔다고!

“고블린들. 하늘성 작동시켜!”

“으흑흑…! 오늘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폐하!”

“제 인생 가장 기쁜 순간입니다!”

“만약 시간을 병에 담을 수 있다면 오늘을 꼭 담아서….”

“아 좀 출발시키라고!”

“넵.”

고블린들은 눈물을 멈추더니 호다닥 달려갔다. 아키서스의 키메라들도 각자 위치로 향했다.

이제 출발한다!

구구구구구구궁-

굉음과 함께 성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키서스의 하늘성>이 작동을 시작합니다!]

[충격에 주의하십시오!!]

* * *

-덤벼라, 푸르네우스. 뭐하는 거냐? 거기 계속 서 있을 거냐?

아다드는 푸르네우스를 비웃었다. 놈은 너무 당황해서 그런지 움직이지 못하고 멈춘 모양이었다.

표정도 충격과 경악!

-푸르네우스! 그러면서 수작을 부려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간을 끌어봤자 불리한 건 너일 테니까!

-잠… 잠깐…!

-이놈이 또 잔수작을!

아다드는 슬슬 분노가 다시 솟구쳤다. 궁지에 몰린 놈이 인정하거나 싸우지는 못할망정 자꾸 잔수작을 부리니 짜증이 나는 것이다.

누구를 뭘로 보고!

-저, 저, 저, 저…! 어떤 미친놈이!

푸르네우스가 실감 나게 뒤를 가리키며 연기를 해댔다. 그 가증스러운 연기가 아다드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푸르네우스…! 이 아키서스 같은 놈이 정말로 끝까지 잔수작뿐이구나! 죽어라!!

아다드는 더 이상 기다려주는 걸 포기하고 돌진했다.

<아다드의 돌진>을 쓰자 아다드 근처에 붉은 오러가 솟구치며 주변 모든 게 날아갔다.

-멈춰라, 아다드! 뒤를 보란 말이다!

-죽어라, 이 아키서스 같은 놈!

꽝! 꽝! 꽝!

아다드는 더 이상 들어주는 것도 멈춘 채 망치를 휘둘렀다. 사방이 날아가자 푸르네우스는 결계를 치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구구구구구궁-

뒤에서 들리는 굉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다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푸르네우스 이놈이 진짜 개수작만 부리는구나!’

저 뒤의 성은 푸르네우스의 성. 푸르네우스가 마음만 먹으면 저런 소리가 나게 하는 건 쉬웠다.

아다드는 노련한 악마답게 싸움에서 중요한 걸 잘 알고 있었다.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상대의 목숨을 끊는 것!

그것이 싸움의 핵심이었다.

물론 가끔 세상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긴 했다.

-성, 성, 성이…!

아다드의 발을 묶기 위해 각종 저주와 얼음을 뿌리고 방어를 치던 푸르네우스는 혼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성이! 내 성이 날아간다!

-네 목숨도 오늘 날아간다!

-아다드, 이 아키서스 같은 놈아! 뒤를 보란 말이다!

-네놈은 뒤를 볼 기회도 없을 거다! 오늘 여기서 죽을 테니까!

푸르네우스는 분통이 터져 죽을 것 같았지만 뭘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다른 걸 했다가는 바로 아다드한테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할 수 있는 건 그저 최선을 다해 아다드를 묶는 것뿐.

그러는 사이 그의 성은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푸르네우스는 자신이 대체 뭐에 당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란 말인가?

아니, 그보다 그의 성은 대체 왜 날아가고 있단 말인가?

환각인가?

하지만 푸르네우스 정도의 마법사를 누가??

그 답은 곧 나왔다.

-들어라, 마계의 악마들아!

-!

-!!!

아다드도, 푸르네우스도 경악할 목소리!

아다드는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에 온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손은 망치를 휘둘러 푸르네우스를 죽이려고 하고 있었지만, 귀는 쫑긋 세워져 뒤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저 목소리는 분명….

-내가 돌아왔다! 이 아키서스가 돌아왔단 말이다!

쿵!

아다드는 어찌나 놀랐는지 들고 있던 망치를 쿵 하고 떨어뜨렸다.

반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푸르네우스는 그러지 못했다. 푸르네우스도 아다드 못지않게 놀랐기 때문이었다.

‘근데 아키서스 놈이 왜 내 성 위에 있단 말이냐??’

-에다오르! 고맙다. 아다드! 고맙다. 너희들 덕분에 이놈의 성을 얻을 수 있었다.

홱!

푸르네우스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아다드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눈빛이었다.

아다드는 멍하니 있다가 퍼뜩 정신이 들어 외쳤다.

-무슨 개소리냐?! 내가 에다오르 같은 놈과 손을 잡을 리가 있느냐? 심지어 아키서스라니!

-그러면 에다오르 놈은 왜 나타났고 저놈은 어떻게 내 성을 가져갔단 말이냐?

푸르네우스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아다드를 노려보았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이 멍청한 놈 같으니… 빌어먹을! 알겠다! 에다오르와 저놈이 붙어먹은 다음 내 이름을 판 게 분명하다!

아다드는 완벽하게 추리를 해냈다.

이 모든 상황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에다오르와 아키서스가 손을 잡아서 푸르네우스를 등쳐먹은 다음, 아다드도 같이 있다고 그를 속인 것이다.

‘이런 멍청이 같은 놈…! 그런 거에 속아???’

아다드는 푸르네우스를 욕했다. 멍청해도 정도가 있지 저딴 거짓말에 속는단 말인가.

물론 안 당해본 악마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생각이었다.

‘아니 그걸 왜 당하지? 난 안 당한다!’→‘아! 이래서 당했구나! 남들도 당하게 난 입 다물고 있어야겠다!’가 마계의 전통!

-그걸 내가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

-푸르네우스 이 자식. 어디서 건방이냐? 지금 네가 그런 말을 할 처지라고 생각하느냐? 성도 뺏긴 네놈이 날 건방지게 의심해? 지금 아키서스 이전에 네놈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니 입 닥치고 있어라!

-…….

-멍청한 네놈도 믿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그게 뭐냐?

-지금 같이 저놈을 찢어 죽이러 가는 거다!

-…그렇군!

* * *

“아니, 저놈들 왜 화해를 하냐??”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방금까지 죽일 듯이 싸우던 놈들이 수군거리더니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단 그만 싸우고 아키서스부터 잡자고 결론을 내린 게 분명!

“악마 놈들 소문은 다 거짓말이었어. 더럽게들 착하군.”

[카르바노그가 그래서가 아닌 것 같다고 말…]

“작동시켜!”

태현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전설의 고블린 특제 이송 장치>을 작동시키라고 명령했다.

“지금 키게? 그냥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최상윤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장치는 너무너무 불길했던 것이다.

-크크큭… 울지 마라… 곧 내가 널 작동시켜줄 테니까….

-뭐라고? 작동되고 싶다고? 조금만 기다리면 돼…! 캬캬캬….

장치 앞을 지나갈 때마다 고블린들이 저런 말을 하며 장치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

공포 그 자체!

고블린들 기술이 드워프들 기술처럼 안정적이지 않다는 건 유명했고, 최상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어떻게든 안 쓸 수는 없나?

“안 돼. 지금 작동시켜야 해.”

그러나 태현은 냉정했다.

조금 안전해지려다가 더 위험해지는 수가 있었다.

애초에 태현은 둘이 싸움을 멈출 경우 무조건 장치를 작동시킬 생각이었다.

둘이 싸움을 멈출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후. 계속 싸워주길 빌었는데….’

두 악마 공작들은 의외로 사이가 좋았는지 싸움을 멈추고 바로 협력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장치는 무조건 작동시켜야 했다.

안 그럴 경우 정말 위험해지는 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쉬쉬쉭!

“뭐야?!”

뒤에서 날아오는 마비침! 최상윤은 기겁해서 마비침을 피해냈다. 그러자 고블린들이 휘파람을 불며 모르는 척을 했다.

“아니 이것들이…!?”

고블린들이 발사한 마비침!

지금 장치 키려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저런 미친놈들하고 다녀야 해?!”

“우우! 장치의 멋짐을 모르는 인간 놈이야말로 미친놈이다!”

“저 인간 놈 성에서 내리게 하자!”

지하 연합 고블린들은 오히려 최상윤을 야유했다.

태현은 한숨을 푹 쉬더니 다시 말했다.

“작동!”

“와아아아아아!”

“신난다! 작동이다!”

[<전설의 고블린 특제 이송 장치>이 작동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낮습니다. 이용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현재 마계에 있습니다! 대륙으로 이동하는 동안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이동 도중에 미아가 될 수 있습니다.]

‘잠깐 마지막에 뭐라고….’

팟!

그 메시지창을 마지막으로, 이송 장치는 성 전체를 감싼 다음 강한 빛을 발하고 사라졌다.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

-…….

날아가는 성을 향해 돌진하던 아다드와 푸르네우스.

둘은 순간적으로 벙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먼저 충격에서 회복한 건 아다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다드는 사실 손해 본 게 별로 없었으니까.

괜히 가만히 있다가 여기 와서 난리를 치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전혀 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옆에 완전히 망한 놈이 있었으니까!

예전에 태현한테 속아 대륙으로 가는 차원문을 빌려준 적 있는 아다드였다.

그때는 정말 굴욕적이고 부끄러웠었는데….

지금 푸르네우스를 보니 자신이 당한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참 행복한 악마 공작이다!

부하들도 있고 성도 있고 아키서스도 덜 당했으니까!

-흠흠. 푸르네우스.

-…….

-푸르네우스?

-…….

-죽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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