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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68화 (968/1,826)

§ 나는 될놈이다 968화

그렇게 생각한 태현이었지만, 사실 이 거울은 성에 둘 생각이 없었다.

‘지금 이 거울은 마계와의 통로로 쓰는 게 최선이야.’

현재 이 거울은 골짜기 영지의 신전과 이어진 상태.

어차피 <전설의 고블린 특제 이송 장치>를 쓰면 이 성은 대륙으로 날아가게 되어 있었다.

어디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이 거울을 성 안에 두는 건 매우 아까운 일이었다. 어차피 대륙에만 가면 태현은 돌아다닐 방법이 무궁무진했으니까.

‘어지간한 곳이면 빠져나올 수 있지.’

오토바이도 있고 용용이도 있으니 당연한 일!

그렇다면 이 거울은 성이 아닌 마계에 남겨놓고 가야 했다.

‘역시 <버려진 땅의 요새>밖에 없나.’

현재 마계에서 유일한 마을, <버려진 땅의 요새>!

임시로 만든 요새였지만, 태현도 굴러 들어온 떡을 버릴 생각은 없었다.

<버려진 땅의 요새>가 어느 정도로 중요한 곳인지는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영지 경제 스탯이 빠르게 향상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지금 대체할 수 있는 마을이 하나도 없지.’

훗날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더 높아지면 마계 퀘스트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이 요새는 갖고 있는 게 맞았다.

‘문제는 망할 가능성이 너무 높다는 거….’

대륙 기준이라면 걱정 안 해도 됐지만 여기는 마계. 악마들이 작정하고 들어오면 요새를 버리고 튀어야 했다.

‘괜찮겠지? 어차피 내가 성 갖고 튀면 요새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을 테고.’

아키서스가 ‘내가 돌아왔다!’고 선언하고, 악마 공작 성은 갑자기 하늘로 날아가더니 사라졌는데 요새를 신경 쓸 악마들은 없을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괜찮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흠. 그럼 이 거울을 챙긴 다음 다시 요새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 이야, 이런 귀찮은 일을 맡게 될 사람은 누구냐?”

케인은 씩 웃었다.

적어도 난 아니다!

평소와 달리 이번에는 불쌍한 랭커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쟤네들 중 한 사람이지!

“케인, 부탁한다.”

“그래. 케인. 잘 해봐… 헉, 나잖아?!”

케인은 깜짝 놀랐다.

왜 나!?

“왜, 왜?! 저기 랭커 놈들 많잖아!”

“아니… 이런 중요한 아이템을 저런 놈들한테 믿고 맡길 수는 없잖아.”

“…….”

너무 맞는 말!

케인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반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긴 저 랭커 놈들을 그렇게까지 믿을 수는 없지…!

“그리고 네가 돌아가야 4왕자가 감동을 하지. 4왕자와 기왕 친해진 김에 잘해봐.”

“잘하고 싶지 않아! 그냥 대륙으로 돌아가고 싶어!”

태현을 따라다니면서 온갖 고난이도 퀘스트에 적응한 케인이었지만 마계는 싫었다.

난이도가 너무 개 같아!

최소한 공격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의 곳에서 퀘스트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 잠깐만. 그러면 나만… 마계에 남는 건가?”

“에이, 거울 있으면 이동 가능한데 너무 걱정하지 마.”

“…….”

혼이 반쯤 빠진 케인을 보며 용용이가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주인이여. 괜찮은 건가?

“괜찮아. 곧 정신 차릴 거야.”

-큭큭. 아키서스의 노예가 아주 넋이 나갔습니다, 주인님.

“아. 맞다. 흑흑이 너도 케인 따라가서 도와줘라.”

-네?!

말 한마디 얹었다가 같이 끌려가게 된 흑흑이!

-저… 저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응? 어. 알아. 네가 활약했다며.”

* * *

랭커들이 푸르네우스가 미쳐 날뛰는 와중에도 목숨 부지하고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흑흑이 덕분이었다.

물론 방식은 과격했지만 거기에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애정이 좀 뜨거울 수도 있지!

덕분에 랭커들이 흑흑이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감사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지나갈 때마다 흑흑이한테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을 건넸다.

“드래곤 계열이니까 파충류지? 벌레 좋아할 거야. 여기 <오색빛깔대형벌레>라고 파충류 계열 몬스터들이 좋아하는 아이템 챙겨왔지.”

“이야, 너 이런 거 어디서 구해왔냐?”

“후후. 낚시꾼들이 이런 거 잘 키우더라. <가늘고 길게> 길드에서 팔던데 여기 아이템이 괜찮아. 자. 흑흑 님! 이거 드십쇼!”

-퉷!

“?!”

* * *

-그런데 왜…!?

“네가 안 가면 케인이 위험하잖아.”

푸르네우스의 영역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데, 흑흑이의 권능 없이는 너무 위험했다.

이것도 너무 맞는 말!

흑흑이는 케인 옆에 따라 푹 엎드렸다. 마찬가지로 반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크흑… 내가 너무 유능하고 성실해서….”

-크흑흑… 블랙 드래곤으로서 유능한 원죄인가….

“…….”

“…….”

“그냥 내버려 두고 가죠?”

“그럴까?”

유지수의 말에 태현은 냉큼 동의하고 거리를 벌렸다.

* * *

-크하하! 어떻게 된 거냐, 푸르네우스! 움직임이 굼뜨다!

-크윽…!

아다드는 슬슬 푸르네우스를 밀어 붙여가고 있었다.

-권능의 얼음 봉인!

사방에 생기는 얼음벽들.

-하하하! 이제 이런 걸로 막아보려고 하는 거냐! 어디 언제까지 피할 수 있나 보겠다!

아다드는 망치를 휘두르며 닥치는 대로 부숴댔다.

푸르네우스는 이를 갈며 거리를 벌렸다.

원래 마법사가 전사를 1:1로 상대할 때에는 준비를 해야 했다.

소환 마법도 좋고, 저주도 좋고, 아니면 다른 마법도 좋았다. 일단 전사의 움직임을 막고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푸르네우스는 기습을 받은 상태에서 아무 준비도 못한 채 싸움으로 들어갔다.

푸르네우스 정도 되는 마법사라면 1초도 안 되어서 마법 수십 개를 난사할 수 있었지만, 아다드 정도 되는 상대라면 그런 마법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령들도 폭주하고 있는 지금 푸르네우스에게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아다드 부하들이 역병과 독에 걸려 쓰러져서 망정이었지 아니었다면 벌써 푸르네우스가 쓰러졌을 것이다.

푸르네우스는 눈빛을 빛내며 머리를 굴렸다.

-권능의 얼음 분신!

-귀찮은 짓거리를!

푸르네우스 근처에 똑같이 생긴 얼음 분신들이 우르르 생겨났다.

아다드는 짜증을 내며 광역기를 쓸 준비를 했다.

분신 마법이라고 하면 강력한 스킬이었지만, 아다드 정도 되는 악마한테는 귀찮을 뿐이었다.

광역기 한 번에 쓸어버릴 자신이 있다!

아다드가 망치를 들어 올리며 다시 한번 땅을 갈아버릴 준비를 한 그때.

분신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

아다드는 순간 멈칫했다가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하하! 푸르네우스 이놈! 도망치는 것이냐! 그래! 그래야겠지! 그 모습이야말로 네게 어울린다!

까드득-

푸르네우스는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악마 공작쯤 되면 자존심이 하늘을 찌를 수준이었다.

싸우다가 도망치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수치!

그러나 푸르네우스는 이를 악물고 거리를 벌렸다. 힘을 회복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성으로 돌아간다!’

그의 성에는 강력한 마법 아이템부터 시작해서 아직 멀쩡한 정령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 힘을 빌린다면 아다드를 다시 압도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생각은 아다드한테도 읽히고 있었다.

-어딜 가느냐!

수많은 분신들은 내버려 두고 아다드는 푸르네우스를 쫓아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푸르네우스의 성으로 가는 분신들을 쫓아왔다.

‘이번 기회에 깝죽거리는 놈을 확실히 죽인다!’

싸움에서 이겼다고 물러설 정도로 악마는 착한 종족이 아니었다.

이겼으면 상대를 확실하게 죽인다!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복수를 당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푸르네우스는 아다드를 너무 심하게 모욕했다.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이 아키서스보다 못한 놈아! 도망가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냐!

-아키서스보다 더 무식한 놈에게 듣고 싶지는 않다, 닥쳐라!

-오냐, 내 망치에 박살 날 때에도 그럴 수 있나 보자!

쾅! 쾅!

아다드는 빠르게 따라잡고서는 푸르네우스의 분신을 하나씩 박살 냈다.

‘뭐냐? 왜 다 분신….’

처음에는 운이 없어서 잘못 뽑았나 했는데, 하나씩 하나씩 부숴도 다 분신이었다.

-이런 얕은 수작을!

아다드는 분노한 채 고개를 돌렸다. 성으로 뛰어가는 푸르네우스는 다 분신이었다.

진짜는 멀리서 돌아가고 있는 중!

당연히 푸르네우스도 아다드가 읽을 거라고 예측한 것이다. 아다드는 안 그래도 열이 받은 상태에서 더욱 분노가 치솟았다.

-감히 날 얕봐?!

아다드가 전사였지만 그렇다고 머리가 나쁜 건 아니었다. 악마 공작쯤 되면 교활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시 분신을 쫓아가는 대신 푸르네우스의 성으로 향했다.

어차피 놈은 성으로 올 거란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짜증 나는 놈!’

푸르네우스도 그걸 깨닫고 이를 갈았다. 아다드가 의외로 빈틈이 없었던 것이다.

성 앞에서 막는다!

성 안으로 들어간다!

두 악마 공작들이 전력을 다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건 아다드였다.

쿵!

아다드는 망치를 앞에 휘두르며 외쳤다.

-푸르네우스 이놈! 어디 한번 와봐라! 네놈의 속셈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빌어먹을…!’

푸르네우스는 고민했다.

힘으로 뚫어야 하나?

아니면 포기해야 하나?

‘안에 있는 정령들을 불러낼 수만 있다면 잠깐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어떻게든 정령을 불러내면… 놈들을 폭주시켜서….’

-…?!

고민하던 푸르네우스는 눈을 깜박였다.

방금 성이 좀 움직이지 않았나?

* * *

“악, 악, 악, 악마 공작들이 여기로 온다!!”

랭커들이 기겁하며 외쳤다. 태현도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들켰나?!

하지만 상황을 본 태현은 바로 냉정해졌다.

“아직 안 들켰다! 싸우다가 장소를 바꾼 거야.”

“그런데 왜 둘 다 여기로 미친 듯이 달려오는 건데?!”

“푸르네우스는 싸움에서 밀렸으니까 성에 들어가서 버티려고 오는 거겠지. 아다드는 그걸 막으려고 하는 걸 테고.”

“그, 그렇군….”

랭커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두 악마 공작은 그야말로 공포였던 것이다.

“폐하!!! 준비 다 끝났습니다!”

[<빙결공 푸르네우스의 성>의 개조가 끝났습니다!]

[<아키서스의 하늘성>으로 이름이 바뀝니다!]

[악마 공작의 성을 탈취해 자신의 성으로 개조했습니다. 이는 아키서스의 이름에 어울리는 위대한 위업입니다!]

[교단의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모든 권능 스킬의 힘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 레벨이 6에 도달했습니다. 전설 기계공학 스킬을 위한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전설을 향하여-기계공학 스킬 퀘스트>

한 스킬의 최고급에 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최고급은 그 스킬의 대가(大家)만이 할 수 있는 것!

그러나 전설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건 그 대가들 중 한 명만이 가능하다.

가장 먼저 전설의 경지에 도착하라! 그리 한다면 당신의 이름은 전설이 되리라.

보상: 전설 기계공학 스킬.

‘전설… 전설 찍을 수 있을까.’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판온 1에서도 태현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전설까지 못 올렸었다. 아니, 아무도 올리지 못했었다.

태현이 대장장이 기술 최고급 8 후반까지 찍었었고, 태현이 대장장이들 중 가장 진도를 많이 나간 플레이어였으니….

전설 등급의 난이도는 그 이름에 걸맞은 난이도였다.

초급 때는 뭐만 해도 스킬 등급이 1씩 올랐다면, 최고급쯤 되면 스킬 등급 1 올리기 위해 수십 수백 번의 시도를 해야 하는 것!

악마 공작의 성을 개조해서 튈 생각 정도는 해야 스킬 레벨이 1 오르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 전설 퀘스트까지 떴으니 더더욱 험난하겠지.’

1에서 6까지보다, 6에서 10까지가 더더욱 힘들 것이다. 태현은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었다.

[카르바노그가 앞으로 더 많은 공작들의 성을 훔치고 뺏자고 말합니다.]

‘위로 고마워, 카르바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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