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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64화 (964/1,826)

§ 나는 될놈이다 964화

피하는 태현 쪽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었다.

사디크의 화염과 아키서스의 권능, 행운 스탯이 있다지만 푸르네우스는 레벨이 깡패.

저 얼음 창을 제대로 맞았다가는 어떤 저주가 걸릴지 몰랐다.

만약 이동 속도 저하나, 얼기라도 한다면 행운 스탯이고 뭐고 없이 그대로 발이 묶이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피하더라도 만약 용용이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마찬가지로 큰 손해!

그런 초조한 상황이었지만, 푸르네우스도 초조한 건 마찬가지였다.

‘에다오르, 이 비겁한 놈이 뭘 노리는 거냐!’

악마 공작들은 모두 다 자기가 최강이라고 하고 다니지만, 서로의 힘을 무시하진 않았다.

악마 공작은 기본적으로 한 영역을 지배하는 지도자들.

힘이 없다면 마계의 한 영역을 지배할 순 없었다.

그런데 상대는 무려 악마 공작 둘!

에다오르와 아다드가 손을 잡았으면 푸르네우스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물론 자기 영역에서 방어하는 푸르네우스가 훨씬 유리하긴 했지만, 푸르네우스는 기습을 받은 데다가 지금 영역은 오염됐고 부하 정령들이 폭주해서 날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불리하다!

에다오르를 쓰러뜨리거나, 최소한 물러나게 만든 다음 재정비할 시간을 가져야 했다.

정령도 다시 소환해야 했고 영역의 오염도 지워야 했고….

그런데 에다오르는 덤비지 않고 원거리에서 깔짝대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푸르네우스 입장에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주인의 명령을 받고 이 자리에 왔다!

-크아아아아!

“!”

-이런…!

푸르네우스는 뒤에서 들리는 악마들의 괴성에 이를 갈았다.

태현이 오면서 쓴 에다오르의 권능 스킬, 차원문과 악마 소환이 드디어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에다오르의 영광을 위하여!

-대검의 주인에게 힘을!

최상급 악마들을 필두로 한 에다오르의 악마 군세!

그들은 튀어나온 다음….

순간 멈칫했다.

-어,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주인님께서는 지금 칩거 중이실 텐데….

-…잘 모르겠지만 일단 소환했으니 싸우자!

에다오르의 부하들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소환됐으니 덤벼들었다.

태현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정령들은 무시하고 푸르네우스를 쳐라!”

[최고급 전술 스킬을…]

[에다오르의 권능을…]

[……]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파아아앗!

각종 보너스를 받으며 사방에서 덤벼드는 최상급 악마들!

마계에서 최상급 악마들은 대륙의 최상급 악마와 그 힘이 달랐다.

푸르네우스는 욕설을 내뱉으며 얼음 폭풍우를 불러내 악마들을 막아냈다.

[푸르네우스가 <빙결공의 장막>을 사용합니다!]

[악마들의 이동 속도가…]

어마어마한 위력이었지만, 상대하는 마계의 악마들은 미친 듯이 사나웠다.

-불타는 피의 혼!

악마 한 놈이 나서서 희생하자 그 주변 악마들에게 버프가 들어간 것이다.

‘와. 장난 아니군.’

태현은 그걸 보면서 감탄했다.

대륙에서 싸웠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나움!

그러는 사이 포갈로가 밑에서 필사적으로 손짓했다.

‘나 도망쳐도 되지?’란 뜻이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포갈로는 충분히 제 몫을 해주었다. 이제 남은 건 태현이 해야 할 일.

[카르바노그가 왜 가짜 지팡이를 뺏었냐고 의아해합니다.]

‘아, 그거….’

이유는 간단했다.

혹시 몰라서!

포갈로와 굳이 한 패였다는 걸 말해주는 것보다, 포갈로와 태현의 관계를 모르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언젠가 한 번 더 써먹을 수도 있었으니까!

대륙의 어딘가에 박아두고 잊어버린, 조각상으로 위조한 날개 악마들처럼 말이다.

태현은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을 많이 만들어놓는 걸 선호했다.

하도 적이 많다 보니 이렇게 만들어놓은 쥐구멍들이 나중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꽤 있었던 것이다.

‘크게 기대는 안 하지만, 나중에 유용하게 쓸 수도 있겠지.’

* * *

-김태현 왜 안 싸우는 거지? 피하기만 하고 있어.

-김태현! 지금 쳐야지! 아 뭐하는 거야 진짜!

-레이드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ㅉㅉ.

태현이 시간을 끌자 방송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마계 전문가가 되어 입을 놀렸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곧바로 욕을 얻어먹어야 했다.

-그래서 님 레벨이??

-200 안 넘는 사람은 입 열지 맙시다.

레벨이 200을 넘기면 랭커를 노리기 충분한 고렙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태현이 레벨 200 아직 못 넘긴 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

-300 안 넘는 사람은 입 열지 맙시다.

-아니, 그건 좀… 300 찍은 사람 없잖아.

-있지 않을까? 나 솔직히 김태현 300 넘는 거 같음.

-에이, 김태현도 300은… 지금 최상위권 랭커들도 200 후반대지?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장난 아니라더라.

200의 벽이 뚫렸을 때만 해도 플레이어들은 레벨 300의 벽도 금방 뚫릴 줄 알았다.

그러나 레벨 업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경험치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

최상위권 랭커들도 이백 중후반에서 발이 묶여 있었다.

그러나 태현의 강함은 아무리 봐도 ‘설마…?’ 싶은 게 있었다.

-아니, 200이고 300이고 지금 때려야지!! 아 김태현도 뭘 모르네.

-악마 공작이 무슨 토끼인 줄 아세요?

-기습해서 한 방 때리긴 했는데 저거 바로 회복한 거 같은데. 마법 난사하는 거 봐.

-들어가면 위험할 거 같은데…?

-그보다 김태현 대체 어떻게 변신한 거야???

-저거 에다오르… 아닌가? 아니지? 그냥 다른 악마 변신인가?

-악마로 변신하는 마법은 엄청 고위 흑마법 아닌가? 풀린 적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

-김태현은 대체….

-어쨌든 김태현이 지금 저 악마 공작 못 잡으면 왜 들어간 거야?

-계산 실수한 거 아님?

-김태현은 실수하지 않는다. 김태현이 틀린 것 같아 보이면 세상이 틀린 거다.

-뭐야 이 인간은?

-아니 근데 맞는 말 같기도….

-아, 김태현이 왜 들어간 건지 알겠다. 지금 마계 플레이어들 구해주러 온 거야!

-그거네!!

-그거밖에 없네!

-빛 태 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저런 놈들 뭐가 예쁘다고 구해주냐? 저기서 죽은 놈들 다 재수 없는 놈들이야! 내 퀘스트도 뺏은 적 있는 놈들이라고!

-그래도 다 죽게 할 수는 없었던 거겠지. 크….

-여러분 판온에서 이런 인격자 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게 김태현입니다!

-다른 랭커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성!

인터넷은 무서웠다. 한 번 정보가 퍼지면 그 뒤로는 어떻게 말을 해도 잘 바뀌지 않았다.

판온 1에서 태현한테 당했던 기억이 생생한 플레이어들도 있었지만, 새로 생긴 전 세계 태현의 팬들과 비교하면 너무 소수!

-차원이 다르긴 하지….

* * *

‘일단 목적은 달성했다.’

빙결공 푸르네우스한테 커다란 타격을 입혀서 정령들과의 계약을 끊게 하는 것!

거기에 덤으로 레벨 업까지 추가로 했고 각종 칭호와 명성 보너스를 받았으니, 창 한 번 세게 찌른 보상은 제대로 받은 셈이었다.

문제는 뒷수습!

어떻게 여기를 잘 빠져나갈 수 있을까?

‘…내버려 두면 바로 성으로 가겠지?’

푸르네우스가 성을 보면 참 기뻐할 것이다.

저길 봐! 새인가? 비행기인가? 아니… 내 성이잖아?!

…하고 말이다.

‘시간을 더 끌어야 하는데 좀 무섭긴 하군.’

시간을 주면 줄수록 푸르네우스는 회복해서 더 매섭게 공격해 올 것이다.

그에 비해 태현은 에다오르로 변신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고, 덤벼들어서 싸울 수도 없는 상황.

진짜 아키서스인 걸 오픈하고 싸워야 하나?

그랬다가는 계획이 대번에 틀어질 텐데….

“어?”

태현은 저 멀리 마계의 하늘에서 무언가 날아오는 걸 발견했다.

저게 대체 뭐지?

[빙결공의 성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아니, 아직 완성되려면 남았을 텐데? 그리고 저건 성이 아니라… 군세다!’

악마 군세!

태현이 차원문을 열고 부른 수준이 아닌, 하늘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정예였다.

태현은 긴장했다.

에다오르로 변신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발을 빼기도 전에 푸르네우스의 지원군이 왔다면…?

[악마 공작이 지원군이 있을 리 없다고 카르바노그가 당황해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세상에 절대란 건 없는 법이니까….’

태현은 무기를 쥐고 각오를 다졌다.

싸움이 장기전으로 갈 거 같으면 아예 포기하고 아키서스 선언을 할 생각이었다.

마계에서 아키서스 선언을 하면 직업 퀘스트 하나가 깨질 것이고, 거기서 권능 스킬 보상이 하나 더 나올 테니….

거기서 만족하고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도망친다!

그러나 세상일은 태현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기괴하게 흘러갔다.

-푸르네우스, 감히 네가 내 영역을 더럽혀? 어디 그 같잖은 얼음을 다시 한번 뿌려봐라!

어디서 많이 본 악마 공작의 얼굴.

그건… 아다드였다!

[악마 공작, 아다드가 <지옥의 망치> 군세를 이끌고 나타납니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공포 상태에 면역…]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행이 공포 상태에 면역…]

태현은 예전 마계에 교단 NPC들과 같이 떨어졌다가 아다드의 영역으로 굴러간 적이 있었다.

아다드는 에다오르와 아키서스를 매우 싫어했던 악마 공작!

태현은 에다오르의 대검을 보여주면서 ‘에다오르 놈을 공격할 테니 다시 돌려보내 주십쇼, 헤헤 전 아키서스 관련자가 아닙니다’라고 속였고, 덕분에 마계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론 마지막에는 들켰지만!

‘들키면 X된다!’

태현의 직감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만약 정체 들키면 아다드와 푸르네우스가 ‘…우리 일단 손을 잡고 저 새끼부터 조지자!’라고 나올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대체 어떻게 악마 공작들도 연합시키냐고 한탄합니다.]

다행히 아다드는 태현한테 눈길을 주는 대신 푸르네우스한테 먼저 호령했다.

저번에도 본 적 있는 <악마 대공의 왕관>을 쓴, 거대하고 단단한 몸에 망치를 들고 있는 위풍당당한 모습!

전사와 왕을 연상시키는 당당함이었다.

인간과 크기가 비슷한, 날렵한 마법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푸르네우스와는 정반대의 악마 공작이었다.

‘아다드는 전형적인 전사 타입. 에다오르는 하이브리드, 푸르네우스는 마법사 타입….’

태현은 빠르게 정보를 정리하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여기서 얻는 정보 하나하나가 천금과도 같은 정보였다.

판온의 누구도 얻지 못했을 귀중한 정보!

‘그런데 아다드가 왜 여기 온 거지?’

그 대답은 곧바로 나왔다.

-푸르네우스! 어디 한번 얼음을 쏴보란 말이다!

-닥쳐라, 에다오르와 손을 잡다니. 악마 최강의 전사라고 떠들던 놈이 아주 추하기 그지없구나!

-뭐? 무슨 헛소리를… 그런 소리로 날 혼동시킬 생각이냐? 하여간 마법이나 깔짝대는 놈답구나! 그런다고 네가 내 영역에 한 짓을 모를 줄 아느냐?

악마 공작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 성질이 더럽게 급하다는 점!

푸르네우스는 역병과 독이 도는 걸 확인하자마자 분노해서 아다드의 영역으로 선물을 보냈던 것이다.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자기 영역에 얼음 폭풍이 친다는 소리를 들은 아다드는 열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푸르네우스는 더 기가 막혔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옆에 에다오르가 있는데도 저런 소리를 떠들다니.

아무리 악마 공작이 악마들 중 가장 교활하고 뻔뻔한 놈들이라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이런 아키서스 같은 놈이 어디서 적반하장이냐!

-뭐, 뭐라…? 그 말 취소해라, 푸르네우스! 취소하지 않으면 내 이름을 걸고서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

-저 옆에 에다오르가 있는데 어디서 뻔뻔하게 말장난이란 말이냐!

푸르네우스의 말에 아다드는 고개를 돌렸다.

-…?

아무도 없는데?

-헛소리는 다 했나?

-에, 에다오르 이놈…?! 아다드, 이 멍청한 놈아! 에다오르한테 배신을 당했는데도 분하지 않단 말이냐!

-네가 드디어 미쳤다는 것 정도는 알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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