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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62화 (962/1,826)

§ 나는 될놈이다 962화

푸르네우스는 멈칫했다.

방금 저 같잖은 악마 놈이 뭐라고 했지?

-…헛소리하지 마라.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라니. 그게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언젠데 날 능멸하느냐?

-네가 눈이 있다면 직접 보고 말해라!

포갈로는 결코 약한 악마가 아니었다.

아키서스 신전 감옥에 있던 악마 중 가장 레벨이 높은 악마!

그러나 전투 능력은 가장 약했다.

왜냐?

비전투형 악마였으니까!

포갈로의 주특기는 화술 스킬이었고, 어지간한 교단 NPC나 플레이어는 화술 스킬을 걸어 제압하거나 속여 넘겼을 것이다.

상대가 화술 스킬로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태현이라는 게 정말 재수가 없었을 뿐!

그 화술 스킬은 여기서 빛을 발했다. 싸늘하게 분노하던 푸르네우스도 일단 멈추게 만든 것이다.

-그 지팡이가 진짜라면 어디 한번 내놔봐라.

-헛소리! 내가 그쪽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

포갈로의 반응에 푸르네우스는 화를 내지 않았다.

악마라면 너무 당연한 반응이었던 것이다.

‘생김새가 그럴듯하긴 하군.’

푸르네우스가 보기에 저 지팡이의 모습은 전승 상에 내려오던 지팡이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했다.

그러나 푸르네우스는 절반 정도만 믿는 상태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름이 돌던 지팡이. 당연히 가짜도 몇 번 나온 적 있었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악마 놈이 들고 있다고 해서 믿는 게 이상한 것이었다.

-네놈은 누구냐?

-나는 포갈로. 마계를 돌아다니는 자유 악마다.

-흥. 떠돌이였나.

푸르네우스는 경멸하듯이 포갈로를 내려다보았다.

떠돌이 악마는 주인도 없고 영역도 없이 마계를 돌아다니는, 들개 같은 악마들이었다.

‘이 자식이….’

그 눈빛을 못 알아볼 리 없었다. 포갈로는 이를 갈았다.

‘네놈에게 아키서스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수천 년 전 선배 악마들이 했던 생각들을 그대로 하는 포갈로!

‘나 혼자 당할 수는 없지!’

-떠돌이 악마 놈이 이 몸 앞에 무슨 생각으로 얼쩡거리는 것이냐? 그 지팡이가 진짜라면 왜 쓰지 않고?

-…흥. 이 지팡이를 나 같은 악마가 써봤자 비참하게 죽거나 뺏길 뿐이지.

-주제 파악은 그래도 잘하는구나.

-차라리 이걸 바치고 보상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다드와 네 싸움을 지켜봤는데, 아무리 아다드라고 해도 네게 비할 바는 아니더군.

-당연한 소리를.

푸르네우스는 거만하게 턱을 들어 올렸다. 악마 공작치고 저런 칭찬 싫어하는 공작은 없었다.

-잠깐… 아다드 놈을 직접 봤나?

-놈의 부하가 와서 독과 역병을 뿌리던 건 봤다.

-역시…!

푸르네우스 근처 공기가 부르르 떨렸다. 안 그래도 열 받았는데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아다드! 네놈을 얼려 죽여 버리겠다!’

‘이 자식은 언제 오는 거야?’

포갈로는 속으로 불안해했다.

이렇게 시간을 끌고 방심하게 만든 사이에 태현이 와서 한 방 먹여줘야 하는데….

* * *

그 무렵, 태현은 <아키서스의 영혼관>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다.

쾅쾅쾅쾅!

“반응 격렬한 거 봐.”

-죽여 버리겠다!!

-창살 치워라, 이 개 같은 화신 놈! 이리 들어와라!

스킬을 쓸 때마다 태현을 뜨겁게 환영해 주는 영혼관의 영혼들!

학카리아스도, 느부캇네살도, 우이포아틀도, 고르면 다 한 번 세상을 뒤집을 만한 영혼들이었지만….

이번에 태현이 고른 건 에다오르였다.

[에다오르의 영혼은 완전히 가둬지지 않았습니다.]

[에다오르의 힘은 완전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키서스의 어린 화신 놈… 읍읍읍!

‘가장 적합한 건 역시 에다오르야.’

에다오르의 입을 다물게 한 다음 태현은 생각을 정리했다.

학카리아스나 느부캇네살, 우이포아틀 같은 경우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큰 데다가 푸르네우스가 의심할 수 있었다.

왜 갑자기 이런 놈들이 나온단 말인가?

그에 비해 에다오르는 마계의 악마 공작 중 하나.

갑자기 나타난다고 이상할 게 없었다.

이 상황에 가장 적합한 영혼!

‘후. 영혼관 스킬은 처음 써보는데….’

<아키서스의 영혼관> 스킬은 불친절한 스킬이었다.

영혼의 힘을 빌릴 수 있다고만 써 있지, 그 이후는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 써보고 알아가야 하는 것!

태현이라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약하진 않을 거다.’

-사용!

[<아키서스의 영혼관>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아키서스의 영혼관>에서 에다오르의 영혼을 꺼내 힘을 흡수합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에다오르의 비명!

[에다오르의 영혼은 봉인되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권능 자체 쿨타임도 긴데 영혼도 봉인이라니. 한 번 쓰면 어지간하면 못 쓴다고 봐야겠군.’

소모가 아니라 봉인이니 푸는 방법이 찾으면 나오겠지만 그럴 바에는 다른 영혼을 쓰는 게 나았다.

[에다오르의 힘을 꺼내 받습니다!]

콰아아아-

‘<에다오르의 뜨겁게 끓어오르는 진홍빛 대검>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에슬라의 봉인을 풀어주느라 소모해버린 유니크 아이템!

파아아앗!

스킬을 사용한 태현의 몸이 커지더니 에다오르의 형태로 변했다.

몸에서 붉은 증기를 뿜어내는 악마 공작, 에다오르!

[HP가 미친 듯이 크게 오릅니다!]

[MP가 미친 듯이 크게…]

[레벨이…]

[힘이…]

[민첩…]

행운 빼고 다 오르는 스탯!

[스킬 <에다오르의 죽음의 시선>을…]

[스킬 <에다오르의 붉은 지옥문>을…]

[……]

거기에 에다오르의 권능들까지!

에다오르의 힘을 전부 받은 게 아니라 일부만 열린 건데도 이 정도라니.

악마 공작이 마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 감이 왔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혼자서 길드 동맹을 쓸어버리고 오스턴 왕국을 점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그러지 않았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그렇긴 하지!’

태현은 대만불강검 대신 <용의 파멸>을 들었다.

우이포아틀이 쓰고 다니던 애창. 시간 제한이 있고 드래곤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소한 단점을 제외하면….

[사소하진 않다고…]

…매우 강력한 무기였다.

-가자. 용용아.

-알겠다, 주인이여!

용용이는 몸을 부풀리더니 덩치를 키워 태현을 태웠다.

골드 드래곤 위에 탄 악마 공작 에다오르!

누가 봐도 그렇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펄럭펄럭-

용용이는 빠르게 날아올라 푸르네우스의 뒤쪽 대각선 위로 위치를 잡았다.

아직 상대는 지팡이와 포갈로에게 정신이 팔린 상태.

-신의 예지.

‘길 더럽게 좁네.’

신의 예지 스킬이 그나마 가능성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푸르네우스의 감각을 뚫고 접근하려면 그 정도는 필요!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태현이 선택한 것은 <에다오르의 지옥 강격>이었다.

단일 공격 스킬 중 가장 높은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스킬!

지옥 마력을 어마어마하게 뿜어올려 전부 공격력으로 바꿔버리는 강력한 공격 스킬.

그뿐만이 아니라 각종 버프 스킬도 닥치는 대로 걸었다.

-지옥의 가호, 에다오르의 분노, 에다오르의 영혼 칼날, 에다오르의….

[물리 공격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마법 공격력이…]

[치명타 데미지가…]

[체력 흡수…]

[……]

[……]

[……]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는 버프들.

태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말 강력한 힘이 손아귀에 깃들었다는 게 느껴졌다.

간다!

‘아. 이제 방송 켜도 되겠군.’

태현은 이다비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게임 플레이 도중에 방송 켜도 되겠다, 싶을 때에는 가능하면 방송 켜주세요.

-귀찮은데 왜? 이미 충분히 홍보한 것 같은데….

-남들이 태현 님 영상 편집해서 올리는 걸로 날로 먹는 게 분해서요!

-…설득력 넘치는 이유네. 알겠어.

태현이 퀘스트 하나 할 때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수많은 동영상들.

대부분 태현의 영상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와! 랭커 김태현이 새 퀘스트를 올렸는데요. 김태현이 어떻게 이렇게 강한 걸까요? 평소에 레벨을 꾸준히 올리고 스탯도 꾸준히 올려서 이렇게 강한 거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같은 영상을 올려대니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올리는 족족 신고를 때려도 전 세계에서 올리는 이상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

정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원본으로 승부하기!

태현이 직접 방송을 하면 누가 그런 영상들을 보겠는가.

-방송 시작.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규칙에 위반되는 행동은 제재를…]

[채팅창을 여시겠습니까?]

-아니.

지금 옆에 사람들 반응을 띄우면서 싸울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싸움에 전념할 때!

* * *

띵! 띵! 띵!

“!”

“?!”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즐겨찾기 해놓은 방송이 시작했을 때 울리는 알람.

그 알람이 지금 울린 것이다.

[김태현 님이 방송을…]

[김태현 님이 방송을…]

“허어억!”

“헉!”

평소라면 좀 더 침착하게 ‘오, 김태현이 방송하나? 무슨 방송을 할까?’ 하는 마음으로 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판온의 플레이어 대부분은 태현이 무슨 퀘스트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마계 퀘스트!

“이… 이건 봐야 해!”

“비켜! 지금 퀘스트 할 때가 아니야!”

판온 곳곳에서 일시정지라도 한 것 같은 풍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서로 깃발 꽂고 결투하던 플레이어들도….

띵!

-잠깐. 김태현이 방송한다는데?

-뭐? 일단 멈추고 이따가 다시 싸우자!

퀘스트 때문에 던전에서 다투던 길드들도….

-지금 당장 물러서지 않으면 우리 길드에 대한 선전포고로 이해하겠다!

-헛소리! 이 던전은 이 주일 전부터 우리 길드가 찾아내서 관리하고 있었다!

띵!

-잠깐. 다들 뭐하는 거냐? 무기 내리지 마!

-너희 지금 적 앞에 두고 뭐하는 거냐!? 야, 야!

양쪽 파티원들이 모두 홀린 것처럼 허공에 시선을 돌리는 기괴한 현상!

각 파티장은 뭐 하는지 깨달았다.

‘이 자식들 방송 보고 있냐?!’

‘이런 멍청한 놈들이….’

“지금 단체로 미친 거냐!? 아무리 방송이 궁금해도 그렇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슨….”

“아, 김태현이 지금 마계 퀘스트 생중계한단 말입니다!”

“…그걸 지금 나한테 말도 없이 너희 혼자 보고 있었다 이 말이냐?!”

* * *

-뭐임? 도대체 뭐임??

-지금 탈것 위 같은데?

-아, 그 데리고 다니는 펫?

화면에서 보이는 건 마계의 하늘.

그리고 얼핏 보이는 골드 드래곤의 머리.

이미 유명한 태현의 펫들이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거기서 태현의 팬들은 한 단계 더 나갔다.

-잠깐. 지금 김태현 상태가 이상한데? 팔이 평소와 달라! 크기도 그렇고 붉은색이잖아.

-변신한 상태 같은데??

-지금 뭐 하려는 거지?

사람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꿀꺽 침을 삼키며 화면만을 쳐다보았다.

어둡고 시퍼런 하늘을 날아 빙글 돌더니 용용이가 공중에서 정지했다.

노리는 건 하나.

빙결공 푸르네우스!

수정 바닥에 착지한 아이스 드래곤 위에 앉아 있는 빙결공 푸르네우스.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사람들이 못 알아볼 리 없었다.

얼마 전만 해도 대형 길드 파티를 그냥 학살해버리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충격을 일으켰던 보스 몬스터 아닌가!

지금까지 나온 판온 보스 몬스터 중 손가락에 꼽히는 강자!

-!!!!

-악, 악마 공작이다!!!

-지금 설마 악마 공작을 잡으려는 건… 아니지?

누군가 한 명이 그렇게 말했다.

-설, 설마….

-아니. 아무리 김태현이라도….

-느부캇네살 때도 그랬잖아!

-그때랑 같냐? 지금은 지원도 없어!

각 대륙의 교단이 보낸 정예들과 빵빵한 군대와 요새가 뒤에 있던 느부캇네살 퀘스트.

지원은 없고 파티들은 박살 난 마계.

아무리 봐도 상황은 비교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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