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57화
“악마 공작의 성!!”
고블린들은 깜짝 놀랐다. 그 모습에 태현은 살짝 불안해졌다.
‘설마 듣고서 못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정말… 너무….”
“감동적이잖습니까…!”
“으흑!”
눈물을 흘리는 고블린들!
진짜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대범한 행동으로 지하 연합 고블린들을 감동시켰습니다!]
[평판이 더 이상 오를 수 없습니다!]
[친밀도가 더 이상 오를 수 없습니다!]
[칭호: 명예 고블린 우두머리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고블린 종족을 대할 때 친밀도 보너스를…]
[……]
[카르바노그가 고블린으로 태어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
태현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상하게 고블린한테는 매력 넘치는 태현!
“폐하! 저희가 폐하를 만난 건 일생의 행운이었습니다!”
“지하 연합에게 영광 있으라!”
고블린들은 우르르 달려오더니 태현을 헹가래 치기 시작했다.
“애들아.”
“예?”
“내려라.”
“넵.”
탁-
태현은 공중에서 다시 착지했다. 지금 이런 거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어쨌든 할 생각 있다 이거지?”
“네!!!!!”
“너무 하고 싶습니다!!!”
“제 평생소원이 악마 공작의 성을 갖고 튀는 거였습니다!”
“저는 악마 공작의 성을 개조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혹시라도 이 역사적인 자리에 자기가 빠질까 봐, 고블린들은 필사적으로 손을 들고 외쳤다.
“알겠어. 알겠어. 다 참가시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 개조가 안 들키고 할 수 있는 건가?”
“그건 무리입니다. 폐하. 소음과 진동이 숨겨질 수준이 아니니 말입니다.”
황제의 성을 개조하고 튈 수 있었던 건, 그 성을 처음부터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을 짓는데 먼지가 나고 소리가 좀 난다고 누가 의심하겠는가.
‘아 건설이 잘 되고 있구나~’ 하고 안심하지.
“그러면 역시 눈을 속일 필요가 있나.”
“폐하.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
“폐하께서 직접 가서 악마 공작의 허락을 받아내는 겁니다. 위대한 폐하라면 악마 공작도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누가 저 미친놈 입 좀 다물게 해라.”
태현의 말이 떨어지자 아키서스 키메라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눈치 없는 고블린을 제압했다.
“읍읍읍!”
“악마 공작이 나 보는 순간 바로 죽이려고 들 테니까 그건 무리고. 악마 공작을 성에서 내보낼 수는 없나?”
[<랄그갈의 사악한 맹독>이 점점 더 맹렬하게 퍼지기 시작합니다.]
[역병이 점점 더 맹렬하게 퍼지기 시작합니다.]
[마계의 악마 정령들의 불만이 위험 수준에 도달합니다!]
[빙결공 푸르네우스가 성의 정령들에게 출정 명령을 내립니다.]
-감히…! 이대로 두고 볼 수 없게 됐다. 내 노예들아! 따라 나와라. 내 손수 랄그갈과 침입자를 찢어 죽이고 아다드의 앞에 던져 놓고야 말겠다!
<랄그갈의 사악한 맹독>+역병은 장난이 아니었다.
한번 퍼지기 시작하자 아무리 냉기로 수습하려고 해도 정령들까지 오염시켰다.
내버려 뒀다가는 정령들이 폭주하거나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상황!
성안에서 해결하려던 푸르네우스도 생각을 바꿨다.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빠르게 랄그갈과 부하들(사실 아니었지만)을 붙잡아 죽인 다음 저주를 해결하고, 아다드의 영역으로 쳐들어가겠다!
“???”
물론 태현 입장에서는 얼떨떨한 일이었다.
‘진짜 지금 집을 비운다고?’
혹시 함정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솔깃한 조건!
[그건 아닐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카르바노그가 빙결공 푸르네우스에 대해 설명합니다.]
악마 공작들은 제각각 특징이 있었다.
평범하게 마계의 악마들을 굴복시켜서 자기 부하로 써먹는 공작들도 있었지만, 푸르네우스처럼 특이한 부하들을 부리는 공작들도 있었다.
푸르네우스의 부하들은 노예 정령!
정령을 소환한 다음 지옥 마력을 불어넣어 반쯤 악마로 만든다.
그러면 원래 정령보다 더 강하고, 푸르네우스의 명령에 복종하는 악마 정령 군단이 완성되는 것이다.
강력한 마력과 정령술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
태현은 그걸 듣고 다르게 반응했다.
“부러운데? 나도 배울 방법 없나? 지옥 마력 대신 아키서스의 힘으로다가….”
네크로맨서나 다른 방법보다 훨씬 더 좋아 보여!
언데드 같은 페널티도 없을 것 아닌가.
물론 카르바노그는 못 들은 척 설명을 계속했다.
[…어쨌든 정령들은 대체로 소환사한테 호의적이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저렇게 노예로 부리는 것도 꽤 위험한데 만약 독이 퍼지고 역병이 퍼져서 상태가 불안해지면 폭주하거나 계약을 끊고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흠. 그렇군. 나중에 하게 되면 참고할게.’
나중에 언제!?
카르바노그는 물어보려다 말았다. 정말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악마 공작이 나간 게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중요한 건 하나였다.
“고블린들, 움직인다! 공작 놈이 돌아오기 전에 작업에 들어간다!”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의 작업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의 작업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최고급 기계공학…]
[……]
[……]
악마 공작의 성을 개조해서 먹튀하는 대작업.
어마어마한 난이도의 퀘스트였지만, 동시에 태현은 이 퀘스트의 적임자였다.
전술 스킬?
서버에서 최고 수준.
기계공학 스킬?
마찬가지로 서버에서 최고 수준!
태현이 맡지 않으면 이걸 누가 맡겠는가!
게다가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은 괴상하게 생겼지만 다들 기본 레벨 높은 훌륭한 일꾼들이었다.
“저, 저런…! 팔이 여덟 개 달렸다니. 어떻게 저렇게 훌륭한 일꾼이!”
“저 녀석은 어떻게 저렇게 일을 해도 안 지치는 거지? 아니…! 심장이 여러 개라니?!”
처음에는 광산에서나 볼 수 있는 돌연변이들의 모습에 ‘힉 쟤네는 좀’ 하고 꺼려했던 고블린들이었지만, 일을 같이 하면서 빠르게 친해졌다.
친해지지 않기에는 너무 훌륭한 일꾼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은 수군거렸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광산에 있는 돌연변이들을 설득해서 우리 쪽으로….”
“근데 그놈들 설득이 가능한가?”
“그러면 그냥 붙잡아 와서 장치로 구속한 다음 쓸까?”
“근데 그러면 골렘이 더 낫지 않나? 비싸잖아.”
뚝딱뚝딱-
어찌 되었든 간에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빙결공 푸르네우스의 성 1층에 공중 부양 장치 뼈대가 설치되었습니다!]
[빙결공 푸르네우스의 성 2층에 공중 균형 장치 뼈대가 설치되었습니다!]
[빙결공 푸르네우스의 성 3층에 공중 방위 장치 뼈대가…]
[이동요새방위골렘이 성 곳곳에 설치됩니다.]
[카르바노그가 경악합니다. 이렇게 퍼줘도 남는 게 있냐고 묻습니다.]
어마어마한 물량!
재료부터 장치까지, 지하 연합 고블린이 아무리 잘나가는 세력이라 하더라도 각오를 하지 않으면 해줄 수 없는 지원이었다.
최소 몇십만 골드는 넘는 지원!
태현이 혼자서 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 괜찮나? 이렇게 해줘도 남는 게 없을 텐데.”
“남는 게 있습니다.”
“뭐가 남지?”
“폐하가 남지 않습니까!”
“…녀석!”
태현은 뭉클해져서 고블린과 굳게 악수했다.
날 감동시키다니!
* * *
“그나저나 정령이 얼마 안 남긴 했지만, 아예 제압을 안 하고서 작업에 들어갈 수는 없는데.”
“맞는 말입니다. 가끔씩 어슬렁거리는 놈들이 신경 쓰이니 말입니다.”
고블린들도 동의했다.
정령들 대부분을 공작이 데리고 나갔지만, 몇몇 정령들은 남아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금은 정령 눈이 안 닿는 곳부터 작업에 들어가고 있었지만 이제 곧 본격적으로 시작할 테니, 미리 치워놔야 했다.
“숫자도 적으니 잡을 수 있지 않으십니까?”
“가능하면 제압을 하고 싶어서.”
“그렇군요! 악마뿐만 아니라 정령도 제압해서 에너지원으로 쓰려고!”
-역시… 아키서스의 화신이라면 그것도 납득이 되지.
고블린도, 악마 포갈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생각할 수도 없다!
아키서스의 화신이 정령을 잡아서 어디다 쓰겠는가.
그러나 태현은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그리고 그런 건 악마로 충분하잖아.”
악마발전소로 충분한데 굳이 정령발전소까지 차릴 필요가 있을까?
그 말에 포갈로가 울컥했다.
‘악마는 되고 정령은 안 되냐? 이런 치사하고 더러운 놈이….’
“정령을 잡으면 역소환될 거 아냐. 혹시 푸르네우스가 눈치를 챌 수도 있으니까.”
정령은 큰 타격을 입고 죽으면 정령계로 역소환됐다.
그렇게 되면 소환사가 눈치를 챌 수도 있었고, 정령계에서 정보가 샐 수도 있었다.
“붙잡힌 정령이 푸르네우스에게 연락할 방법은 없겠지?”
[카르바노그가 걱정 말라고 합니다. 악마 공작의 방식대로라면 정령과 멀리서 의사소통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뛰어난 정령사의 조건은 바로 친화력!
정령과 친해질수록 그 정령은 더욱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악마 공작에게 그런 친화력이 있을 리 없었다. 다짜고짜 소환한 다음 사기 계약을 하는 수준인데….
“그럼 역시 제압이군.”
“후후후. 도움이 필요한가 보군. 젊은이.”
“아니… 괜찮습니다만.”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태현은 질색했다.
아키서스 교단의 영웅들!
[딱히 아키서스 교단은 아니라고…]
‘쉿.’
구석에서 쉬고 있던 영웅들이 자신이 활약할 냄새를 맡고 귀신처럼 나선 것이다.
“우리 교단의 놀라운 기술로 정령들을 제압해 줌세.”
“보면 깜짝 놀랄 거야, 젊은이!”
“별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보고 싶다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군!”
“아니,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화술 스킬의 카운터, 저주 <청력 저하>!
아예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화술 스킬을 쓸 수가 없다!
그러나 태현의 걱정과 달리 영웅들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약간 좀 맛이 갔지만 그래도 영웅은 영웅!
“받아라! <아키서스의 신성력 봉쇄>!”
“<아키서스 우뢰의 감옥>!”
“<아키서스 대전사의 함성>!”
[데메르의 신성력 봉쇄로 인해…]
[파이토스의 우뢰의…]
[타이란의 대전사의…]
[아키서스 교단에 새 스킬이 추가됩니다!]
[카르바노그가 우냐고 묻습니다.]
‘안, 안 울거든.’
태현은 감동을 깊숙이 숨겼다.
요즘 아키서스가 이상하게 친절해진 기분!
이렇게 퍼주는 교단이 아니었는데….
태현은 나중에 실망하지 않도록 감동을 최대한 자제했다. 분명 이런 거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실망하게 될 테니까!
[냉기 정령들이 제압당합니다!]
[냉기 정령들을 가두는 데 성공합니다.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푸르네우스가 분노할…]
‘그래그래. 분노하라 그래.’
뭘 이제 와서 새삼!
더 화날 짓을 하려고 하고 있는데!
* * *
흑흑이를 타고 돌아온 랭커들은 서로를 칭찬했다.
원래 심심하면 서로 견제하고 싸우던 그들!
매번 게시판에서 랭킹을 확인하고 자기보다 좀 더 잘나가는 놈 있으면 밑에 ‘거품 아님??’ 하고 악플을 다는 게 일상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정말 목숨을 걸어야 했던 퀘스트를 같이 깸으로써 우정이 생겨난 것이다.
“너 정말 잘하더라. 네가 버프 안 걸어줬으면 화염 때문에 위험할 뻔했어.”
“훗. 무슨… 네가 더 대단했지. 온몸이 화염에 휩싸였는데도 똑바로 달려가던 모습이 아주 멋있었다고.”
‘칭찬하는 게 뭔가 이상한데?’
왜 다 화염이 들어가 있지?
서로 다 훈훈하게 칭찬한 다음, 랭커들은 다시 입을 열었다.
“후. 이제 요새로 돌아가서 쉬면 되나?”
“진짜 퀘스트 한 번 진하게 했다.”
원래 대형 퀘스트나 빡센 사냥 이후에는 휴식이 필수!
사람인 이상 정신이 지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수가 잦아지거나 하기 싫으면 적당히 쉬어야 했다.
-애들아.
-어! 김태현! 우리 다 모였어! 이제 귀환하면 되나?
-아니. 푸르네우스 밖으로 나갔는데 걔 시선 좀 끌어봐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