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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54화 (954/1,826)

§ 나는 될놈이다 954화

[파티장이 로그아웃당했습니다.]

“…….”

“…….”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이 버려진 땅은 기후가 난폭하고 변덕스러웠다.

태현 일행은 몰랐지만 아키서스의 가호가 없는 사람들한테는 정말 목숨이 위험한 곳!

수아나가 괜히 호들갑을 떨면서 대비를 해야 한다고 한 게 아니었다.

랭커도 벼락 한 방이면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가는 것이다.

길마를 잃은 길드원들은 기겁했다. 단단히 겁을 집어먹고 물었다.

“지, 지금 요새 새로 세운다고 우리를 번개로 쏜 거냐?”

“?”

“???”

태현 일행은 당황했다. 특히 정수혁이 더더욱 그랬다.

길드원들이 정수혁을 가리키면서 수군거리고 있었기 때문!

“내가 이걸 어떻게….”

“네가 했다고?!”

“아니, 내가 번개 마법을 주특기로 쓰긴 하지만….”

“네 주특기라고?!”

“…그렇다!”

정수혁도 성장했다.

태현을 보면서 배운 게 있다면 바로 흐름을 타는 것!

“내 번개 마법은 한층 더 진화해서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지!”

“말… 말도 안 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번개 마법을 최고급 등급까지 찍은 건가? 설, 설마 전설 등급까지 찍은 건 아니겠지?”

정수혁은 대답 대신 지팡이를 휘둘렀다.

“으아아아악!”

길드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재… 재밌다!’

정수혁은 태현이 왜 가짜 폭탄을 갖고 다니면서 위협하는지 알 것 같았다.

너무 재밌다!

“에잇! 에잇!”

“수혁아. 정신차려….”

“죄, 죄송합니다.”

정수혁이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길드원들은 뿔뿔이 도망을 간 뒤였다.

우연의 일치였지만, 이 일은 쫙 소문이 퍼졌다.

-주변에서 요새를 만들려고 하면 공격한다고?

-지금 요새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그냥 저기 요새에 허락받고 들어갑시다. 길마님.

-공사하려다가 지금 두 명 로그아웃당했어요! 뭔 악마한테 죽는 것도 아니고 번개에 맞아서요!

-저놈이 그런 번개를 다룬다는 게 말이 돼? 그 정도 마법사는 랭커 중에서도 없어! 그냥 우연이겠지!

-하지만 아키서스 교단 쪽 마법사잖아요. 랜덤으로 다룬 걸 수도 있다고요!

-큭…!

아키서스 교단에 관한 정보도 제법 퍼져서,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가끔 행운이 터지면 무섭다!

결국 아쉬운 놈들이 굽히게 마련.

요새 근처까지 간신히 찾아왔는데 여기서 목숨 걸고 위험한 짓을 할 길드원들은 많지 않았다.

만약 억지로라도 요새를 짓자고 한다면 당장 길드원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준!

협박한 길드원들도, ‘우리가 누군지 알아?’ 한 길드원들도 사이좋게 손을 잡고 태현 일행의 요새로 걸어 들어왔다.

-이용하려면 조잡한 장식품을 사야 한다는데요?

-천, 천 골드…? 이런 미친 새끼들이?!

* * *

[<버려진 땅의 요새>에 활기가 돕니다!]

[요새를 거점으로 한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요새의 경제 상태가 증가합니다! 현재 경제 상태는 C+입니다.]

[<버려진 땅의 요새>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앞으로 <버려진 땅의 요새>는 새 영지로 기능합니다.]

[<버려진 땅의 요새> 남작, 혹은 <버려진 땅의 요새> 사령관으로 스스로를 호칭할 수 있습니다.]

[칭호…]

[……]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

교단의 옛 영웅들을 어떻게 데리고 가나 고민하고 있던 태현은 눈앞에 뜨는 메시지창에 당황했다.

‘뭐야?’

이해 못 할 내용은 아니었다.

판온에서 영주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왕국으로 들어가 공을 세워 귀족한테 땅을 받고 작위를 받는 것.

다른 하나는 마을이나 요새를 새로 건설해 일정 규모 이상으로 키운 다음 ‘나 여기 주인이다!’라고 외치는 것.

당연히 후자보다는 전자가 훨씬 더 나았다. 후자의 경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스스로 해야 했던 것이다.

망해가는 오스턴 왕국의 빈 땅에서 대형 길드들이 마을과 요새 하나씩 잡고 영주 해보겠다면서 치열하게 다퉜던 사례를 보면 남는 게 별로 없었다.

대장간이고 상점이고 없어서 다 지어야 하니 골드는 많이 들어가지, 또 방어도 안 되어 있어 이것도 다 골드로 해결해야 하지….

게다가 경쟁이라도 없으면 모를까, 옆의 다른 길드가 키우는 마을과 영지전이라도 벌여서 지면?

본전도 못 찾고 끝!

왕국에서 들어가 작위를 받았으면 왕국 도움이라도 받는데 혼자 키웠으면 그것도 없는 것이다.

오스턴 왕국에 뛰어든 대형 길드들 중 본전을 건진 게 길드 동맹밖에 없다는 게 그 사실을 증명했다.

나머지 대형 길드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다른 왕국으로 가거나, 아니면 피해를 감당 못하고 해체됐다.

괜히 게시판에서 길드 동맹 이야기 나오면 ‘길드 동맹 죽어!!!’가 우르르 달리는 게 아니었다.

사실 태현만큼 원한을 많이 쌓은 이들이 길드 동맹!

어쨌든 이렇게 수많은 (망한) 투자자들이 앞에 있는 지금, 판온에서 스스로 마을을 키워 영주가 되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최근 성공 사례가 김태산과 오크 부족들 정도?

태현도 당연히 관심이 없었다.

아탈리 왕국 하나도 지금 제대로 다 소화 못 시키고 허덕이고 있는데 뭔 놈의 새 마을이란 말인가.

그렇지만….

[카르바노그가 너무 아깝다고 말합니다.]

‘나도 그래.’

위치!

위치가 너무 탐이 나는 위치였다.

지금 마계에서 유일하게 플레이어들이 오갈 수 있는 마을이 바로 여기 마을이 아닌가.

태현은 이런 독점이 얼마나 돈 벌기 좋은 조건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꿀땅 중의 꿀땅…!’

개발 난이도도 최악이지만, 성공했을 때의 결과물이 너무 달콤하기에 포기할 수가 없다!

‘근데 얘네 왜 갑자기 발전한 거지? 발전할 게 있나?’

태현은 대형 길드 원정대를 받아줬다는 보고만 들었지, 이들 상대로 어떻게 잘 뜯어내고 있는지까지는 듣지 못한 상태였다.

[원정대가 요새를 거점으로 삼고 이것저것 돈을 써서 아닐까하고 카르바노그가 추측합니다.]

‘하긴 그렇겠군. 여기 올 정도 놈들이면 레벨도 높을 테니… 그런데 돈을 무슨 물 쓰듯이 쓰나? 뭔 놈의 경제 상태가 C+급까지 오르지?’

C+급은 절대 낮은 급이 아니었다.

평균 이상!

솔직히 요새는 D-, 아니 F급이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돈 쓸 NPC고 뭐고 아무도 없는데 무슨 등급이 있겠는가.

그런데 C+라니. 원정대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오고, 얼마나 돈을 많이 썼길래….

그때 게시판에는 이런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조잡한 장식품> 이거 쓸 수 있는 곳 정말 없나요??? 이거 뭐 퀘스트 아이템 아님?? 갖고 있으면 언젠가 가격이 오를지도 모름!

-가격은 이미 백 골드에서 이천 골드로 오름 ㅋㅋㅋㅋ

-이건 그냥 넘길 수가 없는 문제다. 우리는 단체로 손을 잡고 항의해야 한다.

-응~ 이천 골드 주고 산 놈이라 안 들리는데?

-<조잡한 장식품> 천 골드 주고 산 호구 없지?? 난 이백 골드 주고 샀다. 살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올해 가장 잘한 구매 같네.

-<조잡한 장식품> 위조 방법 알려드립니다.

-저놈한테 속지 마라. 저놈 말만 믿고 속았다가 거인한테 잡혀서 요새 밖으로 내던져졌다!

선발대 플레이어들은 이미 <버려진 땅 요새>에 완전 적응을 끝낸 상태였다.

뒤늦게 온 사람들이 ‘이게 말이 되냐!’고 항의하려고 하면 발목을 붙잡고 물귀신처럼 늘어졌다.

세상은 언제나 ‘나만 당할 수 없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로 인해 훈훈하게 굴러가는 법!

그걸 모르는 태현은 ‘어휴 이놈들 돈을 뭐 이렇게 물 쓰듯이 쓴담?’ 하며 혀를 찼다.

“하여간 랭커 놈들은 골드 아까운지 모른다니까. 나는 잡템도 다 갖고 다녔는데 말이지….”

[카르바노그가 그건 태현이 적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 의아해합니다.]

“…사실로 찌르지 말자.”

태현이 온갖 아이템을 갖고 다닌 건, 적이 워낙 많아서 마을로 갔다가는 공격 받기 때문이었다.

“으그그… 젊은이. 우리는 뭘 해야 하나?”

“아, 예. 그냥 앉아서 쉬시면 됩니다.”

“어허! 젊은 청년이 열심히 일하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우리가 도와주겠네!”

“맞아! 게다가 같은 교단의 선배 아닌가! 선배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성격 좋고 성실하고 책임감 넘치는 교단의 영웅들!

괜히 영웅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태현은 불안할 뿐이었다.

그들에게서….

아키서스 교단의 냄새가 났던 것이다.

‘…불안한데?’

원래 그런 NPC들이 아키서스 교단으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 그러지 않았던 NPC들도 아키서스 교단으로 오면 그렇게 변하는 것일까.

이상하게 앞에 <아키서스 교단>만 붙이면 뭔가 좀 불안해졌다.

지금 이 영웅들처럼!

“저 냉기 정령에게서 사악한 힘이 느껴지는군! 내가 <아키서스의 신성한 망치>로 본때를 보여주지. 으윽. 허리가….”

“잠깐 기다리게. 내가 축복을 걸어줄 테니. <아키서스 땅의 축복>을….”

“…….”

옆에서 듣고 있던 태현은 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스킬 이름에 당황했다.

저거….

파이토스 교단이랑 데메르 교단의 스킬 아닌가?

-아키서스 땅의 축복!

[데메르 여신의 축복이 당신의 몸을 휘감습니다!]

[사악한 마계의 기운이 한층 더 밀려납니다.]

[<아키서스 땅의 축복> 스킬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경우 아키서스 교단에서 <아키서스 땅의 축복>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키서스 성기사나 사제들이 스킬을 쓸 경우 다른 교단에서 불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 멋진 스킬이었습니다!”

짝짝짝!

태현의 박수에 영웅들은 쑥스러워했다.

“허, 별거 아닌 스킬인데 젊은이 너무 띄워주는군.”

“다른 스킬도 보고 싶습니다! 역시 선배님들! 아키서스 교단의 얼과 혼이 느껴집니다!”

“오오… 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우리 교단이 뼈대 있고 근본 있는 교단이었지. 암.”

영웅들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밑천을 하나씩 하나씩 까주기 시작했다.

[아키서스 교단에 <아키서스 땅의 축복> 스킬이 새로 추가됩니다.]

[일정 공적치를 달성하거나 퀘스트를 완성할 경우 사용 가능…]

[……]

[……]

* * *

‘왜 교단에 스킬들이 추가되고 있는 거지?’

이다비는 메시지창에 당황스러워했다.

나름 영웅 직업으로 교단 내에서 위치도 높은 이다비.

‘스킬이 추가됐습니다!’라고 메시지창이 계속 뜨는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케인이 자꾸 쳐다보는데 부담스러워.”

“시선 주지 마세요. 들키면 큰일나요.”

원정대 플레이어들이 몰려오자 케인은 요새 구석에서 우두커니 NPC인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쓸쓸하고 외롭다!

‘흑흑… 같이 놀 때가 좋았어….’

구박받고 굴려졌지만 그래도 같이 놀 때가 좋았다!

지금은 마치 따돌림 당하는 기분이었다.

“와, 저 기사가 그 에랑스 왕족이지만 아버지가 사랑의 도피를 한 탓에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기사로 떠돌면서 검술 스킬을 익혀 마스터의 자리에 오른 그 흑기사야?”

“그렇다니까. 대단하지 않냐?”

“…????”

* * *

“김태현의 펫이다! 김태현이 보낸 게 분명해!”

‘누가 펫이야!’

흑흑이는 화가 났지만 꾹 참았다. 일하러 온 것이었으니까.

랭커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환호했다.

“정말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래, 김태현이 어떻게 하면 된대?”

그 질문에 흑흑이는 간단하게 대답해 줬다.

화르르르륵-

“크아아악! 으아아아악!”

“아, 아뜨거! 아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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