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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49화 (949/1,826)

§ 나는 될놈이다 949화

쉐도우 엘프들이 불안해하고 불만을 가지는 것도 당연했다.

악마의 영역에 기습하러 가는데 악마를 데리고 간다니.

언제 어디서 배신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단호했다.

“얘는 꼭 필요해.”

-!

포갈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인간 놈. 내 도움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는 모양이군. 간절하게 부탁하니 도와주겠다! 이건 아키서스라서 도와주는 게 결코 아니다!’

-읍읍읍 읍읍읍읍!

물론 입이 막힌 포갈로였기에 저 긴 대사가 나올 일은 없었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고.”

한 번 악마를 써보고 나면 악마가 얼마나 편리한 아이템인지 깨닫게 됐다.

한여름 한국의 에어컨처럼, 한 번 써보고 나면 돌아갈 수 없는 필수템, 악마!

화살받이부터 시작해서 마력 공급원, 각종 스킬 제공과 정보 제공.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폭탄까지….

‘여차하면 터뜨리고 튀어야지.’

태현이 단호하게 말하자 쉐도우 엘프들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좋다. 그러면 어떻게 싸울지 말해봐라.

“계획은 기본적으로 단순해. 2인 1조로 나뉘어서, 안 들키게 곳곳에 자리 잡은 다음에 역병 터뜨리고 독 푼다. 그러면 알아서 혼란이 오겠지.”

1차 목표.

악마 공작의 땅을 약화시키는 것!

싸움은 그 뒤였다.

랭커들이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2인 1조라면….’

‘가장 좋은 건 김태현이다!’

김태현의 성격이 매우 아키서스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위험한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태현이었다.

지금처럼 위험한 퀘스트일 때는 더더욱!

“내가 먼저! 김태현! 나와 같이 파티를 하자!”

“아니요! 김태현은 나랑 파티를 할 거야! 그렇지, 김태현?!”

“김태현. 저런 장비도 직업도 없는 놈들이랑 놀지 마라!”

태현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애들아. 뜨거운 반응은 고마운데… 난 이 악마 데리고 다닐 건데.”

“…아.”

“제비나 뽑아라.”

* * *

랭커들은 2인 1조로 나뉘고, 쉐도우 엘프들도 나뉘었다.

각자 곳곳에 자리 잡은 다음에 터뜨린다!

심플하지만 어려운 계획.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움직였다.

“세계수한테 운 다 뺏긴 게 분명해… 나만 운 없어….”

수아나는 절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옆에는 요한손이 있었던 것이다.

와! 정말 믿음직스럽지 않아!

특히 이렇게 은신 위주의 퀘스트라면 요한손은 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냐. 난 널 믿는데.”

“그… 그래?”

“그래. 네가 비록 길드 동맹 같은 추잡한 놈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다가 나온 랭커지만….”

“…….”

“네 실력은 믿는다!”

“뒤져 버려!”

“!?”

수아나와 요한손이 투닥거리면서 나아가는 걸 본 태현은 매우 불길함을 느꼈다.

‘쟤네 괜찮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해 보이는데….

[카르바노그가 뭘 모른다고 쯧쯧거립니다. 저러다가 정든다고 합니다.]

‘뭔 개소리야.’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싸우면서 정드는 건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이야기지!

그런 게 세상에 어디 있어!

역시 토끼답게 발상이 참….

[탕탕탕!]

‘두드리지 마. 시끄럽잖아.’

[카르바노그가 내기하자고 합니다. 저 둘이 정들면 어쩔 거냐고 합니다.]

‘내기? 별로 하고 싶지 않….’

[카르바노그가 삐질 준비를 합니다.]

‘알겠어. 알겠어. 뭘 원하는데.’

[카르바노그는 거대 토끼 동상을 원한다고 합니다!]

‘…황금 아니지?’

[카르바노그는 그 정도로 양심 없는 신이 아닙니다. 카르바노그는 크기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뭐 그 정도면야.’

황금이나 순은으로 만드는 게 힘들었지, 그냥 만드는 건 쉬웠다.

인원?

영지에 가서 엄지손가락 들고 ‘심심한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하면 다들 몰려올 것이다.

재료야 뭐 청동이나 구리, 철 같은 재료들은(각 곳에서 뺏어온 게) 넘쳐나니까….

[그리고 움직여야 한다고 합니다.]

‘왜 조건이 늘어? 뭐, 그것도 어렵지는 않지만.’

움직이는 동상.

남들한테는 어려웠지만 전설 등급 기계공학 스킬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태현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골렘 비슷하게 안에 동력원을 넣어주면 되는 일이었다.

‘근데 정말 의미 없는 짓이군….’

앞발을 흔들어주는 토끼 동상.

귀엽긴 하겠다!

그렇지만 효과는 별것 없으리라. 크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 대장장이 기술 스킬과 기계공학 스킬이 조금 오르긴 하겠지.

그리고 영지에 농사 관련해서 보너스가 들어오고 토끼 몬스터가 좀 늘어나는 정도?

[카르바노그가 귀여우면 됐지 뭘 더 바라냐고 말합니다.]

‘…어쨌든 내기 결과니까 지면 국물도 없다. 그리고 넌 뭘 걸 건데?’

[카르바노그가 움찔합니다.]

‘설마 걸 것도 없는데 내기하자고 한 건 아니지? 난 네가 그렇게 파렴치한 신이 아니라는 걸 믿고 있다.’

[…숨겨진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태현은 놀랐다.

카르바노그…!

너 신은 신이었구나!

[탕탕탕탕탕탕탕!]

‘아, 아니. 아키서스는 쫄딱 망해서 보물이고 뭐고 없었는데 네가 있다길래 놀란 것뿐이야.’

[아무리 망하고 사라졌어도 보물 위치 몇 군데는 기억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너 만약에 이상한 보물 주면 토끼 동상이 아니라 사디크한테 당하는 토끼 동상 세운다.’

[너무 커다란 굴욕에 카르바노그가 말을 잇지 못합니다.]

사디크한테 당하는 토끼라니!

[하다못해 아키서스한테 당하는 토끼로 해달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안 돼. 사디크가 더 모욕적이야.’

사디크가 들었으면 울었을 대화였다.

“어쨌든 저 두 놈이 헤어지면 된다는 거지… 그럼 지금 더 싸우게 만들어야지.”

[반칙 쓰지 말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 *

악마들의 땅도 그 주인에 따라 모습이 달라졌다.

용암이 펄펄 흐르고 하늘은 붉으며 한가운데에는 해골로 된 성이 있는 전형적인 마계의 이미지.

그런 이미지는 의외로 보기 힘들었다. 악마들도 다 개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태현 일행이 쳐들어온 곳은….

“길이 너무 복잡한데.”

거대한 푸른 광석들이 곳곳에 기둥처럼 삐죽삐죽 솟아서 시야를 가렸다.

온통 푸른색!

가끔가다가 저 멀리 보이는 탑들이 있었다. 악마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것 정도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저기서 악마들의 마력이 느껴진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해줍니다.]

‘그래. 역병 터뜨리기 좋아 보인다.’

높은 곳에서 터뜨리면 더 잘 퍼지겠지!

지금쯤 랭커들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주변에는 푸른 광석들만 꽉꽉 채우고 있는 이 땅에서 목표물은 곳곳에 있는 탑밖에 없었다.

“포갈로. 여기 주인은 누구지?”

-흥. 내가 대답해 줄 것 같으냐? 푸른색을 쓰는 악마 공작은 여럿 있어서 바로 대답해 줄 수는 없다. 게다가 난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어서 악마 공작들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도 모른단 말이다.

악마 공작들은 끊임없이 서로 견제하고 다퉜다.

드문 일이지만 몰락하는 악마 공작도 있었다. 더 드문 일이지만 새로 등장하는 악마 공작도 있었고.

즉 여기는 포갈로가 모르는 악마 공작의 땅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음… 에다오르일 수도 있겠군. 에다오르는 강력한 악마고 이런 탑들을 좋아하니까.

“에다오르면 좋긴 하겠는데 에다오르는 아니야.”

-무슨 소리냐. 에다오르가 아니라니. 네가 뭘 안다고!

포갈로는 태현을 훈계했다.

아무리 지가 아키서스의 후계자여도 악마에 대해서는 포갈로가 더 잘 알았다.

“에다오르는 이런 곳을 점령할 여유가 없을 걸.”

-점점 더 영문 모를 소리만 하는군! 에다오르는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악마다.

“?”

[?]

-?

태현, 카르바노그, 용용이 모두 고개를 갸웃!

에다오르가 그런 놈이었나?

-보아하니 여기는 악마 공작이 직접 다스리는 땅보다는 새로 점령한 땅 같다. 그렇다면 자기 땅을 지키면서 새로 점령할 능력이 있는 대악마가 주인이라는 뜻. 에다오르일 가능성이 높다!

“에다오르 대륙 왔다가 맞고 쫓겨났어. 무리라니까.”

-크하하. 같잖은 농담을….

“맞고 들을래 그냥 들을래?”

-내가 폭력에 굴복할 것 같으냐! 하지만 네 말은 그럴듯하니 믿어주도록 하겠다!

포갈로는 말은 그렇게 해도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던 것이다.

에다오르 같은 대악마가 대륙에서 패배하다니.

물론 마계에서 대륙으로 소환될 때에는 많이 약해지지만, 그래도 에다오르에게는 적수가 없을 것이다.

대륙의 필멸자들이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대악마 에다오르를 우습게 보다니. 흥.’

-그렇다면 계략과 음모의 악마, 모스락일지도 모르겠군. 놈은 배배 꼬인 놈이라 이렇게 잘 보이지도 않게 길을 만드는 걸 좋아할 거다.

“그놈도 대륙에 왔다가 맞고 쫓겨났는데….”

-자꾸 말도 안 되는 거짓말 하지 말라니까!

포갈로는 울컥했다.

아무리 힘으로 협박해도 정도가 있지, 저런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믿어주란 말인가!

“어쨌든 둘 말고는? 혹시 아다드 영역일 가능성은 있나?”

갈그랄과 랄그갈의 주인, 악마 공작 아다드!

태현에게 이미 몇 번 엿을 먹은 적 있는 만큼 다시 부딪히기는 좀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다른 악마 공작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운 상대였던 것이다.

-아다드가 점령했다면 이런 땅이 아닐 것이다. 놈은 뜨거운 열기를 좋아하니까. 여기는 오히려 서늘하군.

“에슬라일 수는 없나?”

태현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태현이 유일하게 친한 대악마, 에슬라!

대륙의 던전에 갇혀 있던 그를 태현이 풀어줬었다. 악마들의 강력한 무기 세 개를 모으는 말도 안 되는 퀘스트였지만 태현은 해냈던 것이다.

[포갈로가 에슬라의 이름을 듣고 공포에 질립니다!]

[포갈로가 귀를 씻습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에슬라가 왜 여기 있냐!

0.5 아키서스 정도 되는 반응!

그 반응에서 에슬라가 얼마나 두려운 이름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에슬라가 왜?”

태현은 의아해했다.

에슬라는 악마 중에서는 그나마 신사적이고 약속을 지키는 악마였다.

태현과 약속을 지킨 뒤에는 훈훈하게 작별했었고!

[약간 기억의 왜곡이 있는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카르바노그의 기억이 맞다면 에슬라는 풀려나자마자 호다닥 사라졌던 것 같은데….

-에슬라의 전설을 모른단 말이냐?

마계의 악마들도 두려워하는 게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오래된 전설들!

옛날 옛적 마계에 와서 순진무구한 악마들을 속여 사기 계약을 한 아키서스도 거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에슬라.

모든 악마들을 다 죽이고 자기 혼자서 마계를 점령하려고 했다가 다른 공작들의 합공으로 쓰러진 광기의 대악마!

아키서스와 달리 에슬라는 눈에 보이는 악마란 악마는 다 죽일 정도로 포악하고 미쳐 날뛰었었다.

-그런 놈이 에슬라란 말이다. 그 괴물을 봉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했는지….

악마 공작들이 오죽 질렸으면 자기들이 직접 가두지 않고 대륙에 있는 드워프들에게 맡겨 미궁을 만들었을까!

마계에 뒀다가 에슬라의 부하들이 찾아올까 봐 대륙으로 빼돌려 봉인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 짐작이 가능했다.

-어쨌든 에슬라는 봉인된 지 오래다. 절대 여기 주인일 수는 없지.

‘흠. 내가 풀어줬다는 건 절대 말해주지 말아야겠다.’

말했다가는 아키서스 업적에 새로운 한 줄이 추가!

악마들 입장에서는 ‘아키서스 저놈은 진짜 뭔 원한이 있어서 우리한테 저러는 거냐’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에슬라는 이런 복잡한 장식을 깔지 않는다. 놈의 땅에는 아무것도 없다. 죽음 외에는.

“그러면 내가 모르는 악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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