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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47화 (947/1,826)

§ 나는 될놈이다 947화

“악마들에게 당한 걸 돌려주자! 여긴 악마들의 땅이 아니다!”

사실 악마의 땅이 맞긴 했지만 지금 그걸 따질 사람은 없었다.

태현은 주먹을 번쩍 치켜들고 주변에 있던 쉐도우 엘프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악마들을 물리치자! 악마들을 물리치자!”

-악… 악마들을 물리치자!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쉐도우 엘프들이 당신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합니다!]

[설득 확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악마 공작은 별거 아니다! 인간으로 위장했다가 단검 한 방에 맞고 돌아가거나, 마탑의 마법사들한테 포위당하거나 하는 얼간이들이다!”

묘하게 구체적인 지적!

그러나 쉐도우 엘프들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악마 공작도 무적이 아니다!

틈을 찌르면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

-악마 공작에게 우리가 당한 걸 돌려준다!

-쉐도우 엘프의 이름으로!

“악마 공작의 땅에 가 불을 지르자!”

-악마 공작의 땅에 가 불을 지르자!

“악마 공작의 땅에 가 악마들을 쓰러뜨리자!”

-악마 공작의 땅에 가 악마들을 쓰러뜨리자!

“악마 공작의 땅에는 오염된 역병을 풀고 공기에는 독을 풀어 어떤 악마도 숨 쉬지 못하게 만들고, 지반을 폭파시켜 용암을 흘러넘치게 만든 다음 기후를 변화시켜 모조리 태우고 박살 내버리자! 악마 공작의 땅을 불탄 황무지로 만들어버리자!”

-…….

-…….

“응? 왜 그래? 따라해야지!”

[쉐도우 엘프 부족이 당신의 악명에 겁을 먹습니다!]

[부족 내에서 악명이 오릅니다!]

[부족 내에서 평판이 오릅니다!]

“…….”

쉐도우 엘프들도 ‘야 그건 좀 심하지 않냐?’ 싶을 정도의 계획!

그러나 효과는 확실했다.

태현이 무섭긴 했지만, 과연 아키서스를 모시는 자답게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쉐도우 엘프는 강한 자를 좋아했다.

같이 싸울 수 있는 자라면 더더욱!

-아키서스! 아키서스!

-아키서스! 아키서스! 아키서스!

“애들아. 외쳐주는 건 고마운데 조용히 하자.”

-?!

태현은 일단 조용히 하게 만들었다.

이 자식들이 아직 싸우기도 전인데 다 들리겠다!

[쉐도우 엘프 간의 연합을 성공시켰습니다!]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대륙의 엘프나 다크 엘프 부족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할 경우 매우 놀라워하며 쉐도우 엘프와의 연락을 부탁받을 수 있습니다.]

<엘프 부족들의 연결-엘프 종족 퀘스트>

중앙 대륙의 고대 제국이 멸망하고 나서 엘프 종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친하든 친하지 않든 엘프 부족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그들에게 연락이 끊긴 부족은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이들이다.

놀랍게도 당신은 마계에서 쉐도우 엘프 부족 하나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놀라운 일을 알려준다면 엘프 부족들은 당신을 돕기 위해 나설 것이다!

보상: ?, ????

[현재 덩글랜드의 엘프 공작 겔렌델이 이 퀘스트를 원합니다.]

[겔렌델에게 보고할 경우 겔렌델이 당신에게 매우 감사할 것입니다!]

‘아… 겔렌델은 좀….’

전형적인 또라이!

학창 시절에 꼭 이런 친구가 있었다.

-야. 캡슐방 갈래?

-야. 캡슐방 고?

-캡슐방 ㄱ?

-ㄱ???

하나에 집착하는 친구!

엘프 공작 겔렌델도 그랬다.

-위대한 모험가 김태현. 오크 목 따러 가겠나?

-위대하고 고결한 모험가 김태현. 오크 목 따러 가겠나? 크흠. 내가 아주 새하얀 백마를 준비했지. 흐, 흥! 딱히 자네를 위해서 준비한 건 아니니까….

-이건 오크 두개골로 만든 우정 반지인데… 이건 자네니까 주는 거야. 어디 가서 내가 줬다고 소문내지 말게.

될 때까지 오크 사냥하러 가자고 보내는 미친놈!

보통 연락을 씹고 모르는 척하면 그냥 안 보내기 마련인데, 엘프 공작 겔렌델은 태현이 엄청나게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태현이 정체를 숨기고 모험가로 활동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지금쯤 왕국에 와서 광장에 드러누웠을지도 몰랐다.

[카르바노그가 불안해합니다.]

‘왜 그래? 변장은 완벽했다고.’

[엘프들의 종특, 집념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합니다.]

한 번 꽂히면 미친 듯이 파고드는 엘프들!

수명도 장수하는 종족이 그 짓을 떨어대면 진상도가 상상을 뛰어넘었다. 대륙의 신인 카르바노그는 진상 엘프를 몇 명이고 봐왔었다.

‘걱정 마. 못 쫓아와.’

[…….]

지금 중요한 건 대륙으로 돌아갔을 때의 퀘스트가 아니었다.

대륙의 엘프들과 마계의 쉐도우 엘프들을 이어주는 것도 좋은 퀘스트겠지만, 지금 태현의 눈앞에 있는 건 매우 위험한 전설 퀘스트!

그것도 거기서 한 번 더 난이도를 올린 상황!

‘쉐도우 엘프 부족은 강하긴 하지만 악마 공작 앞마당에 가서 깽판칠 정도는 아니야.’

대륙에 나와서 약해진 고위 악마도 레벨이 500, 600이 넘어가는데 마계에 있는 악마 공작은?

정말 1000을 넘길 수도 있다!

‘눈빛만 마주쳐도 죽을 수 있겠군.’

다른 플레이어들이라면 포기했겠지만 태현은 오히려 타올랐다.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타오르는 승부사의 감성!

‘정면으로 안 부딪히면 돼!’

악마 공작들은 이른바 마계 각층의 왕들.

왕 볼 일이 흔하겠는가? 어지간하면 자기의 왕궁에서 나오지도 않는 게 왕이었다.

‘어차피 정면 승부할 생각 없었다. 쉐도우 엘프 특기도 치고 빠지는 거고.’

사실 대륙의 이름 높은, 쟁쟁한 기사단이나 성기사단보다 쉐도우 엘프 부족들이 태현한테 더 잘 맞았다.

얼핏 들으면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개개인의 레벨이 500, 600이 넘어가고, 뭉치면 뭉칠수록 더 힘이 강해지며, 각종 버프와 온갖 사기 장비까지 들고 있는 기사단이나 성기사단.

그들보다 쉐도우 엘프 부족이 낫다니!

‘나하고 궁합이 좋단 말이지.’

판온 1 때부터 태현은 언제나 약자의 위치에서 싸웠다. 불리한 상황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판온 2에서는 운 좋게 왕위를 꿀꺽 삼키고 기사단들을 부려먹는 자리가 됐지만….

원래 주특기는 혼자서 치고 빠지면서 상대방 엿 먹이는 것!

그리고 쉐도우 엘프 부족들은 그런 부분에서 태현과 닮았다.

레벨은 300~400, 정말 강한 전사라고 해도 500대 정도지만 각종 특수 스킬들이 좋았다.

특히 은신과 투명!

‘오랜만에 한 번 해보는 거다.’

태현의 의욕이 활활 타올랐다.

-저 인간이 그 인간이라고?

-그래. 우리보다 더 독한 놈이라니까 조심해야 해.

-말도 안 돼. 인간이 우리보다 독하다니!

-하지만 정말로 그렇다고 하더라.

뒤에서 수군거리며 쉐도우 엘프들이 지나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요주의 인물로 단단히 찍힌 태현!

* * *

“상대방이 당한지도 모르게 상대방을 공격한다. 들키면 다 죽는다고 생각해.”

“그건 가능하지만 그걸로 어떻게 타격을 주지?”

요한손은 손을 들며 물었다.

몰래 기습 한두 번 하는 건 태현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걸로 악마 공작이 물러설 정도의 데미지를 줄 수 있을까?

산적 놈이 자기 영토에서 깔짝거린다고 겁을 먹는 왕은 없었다.

악마 공작도 그럴 것이다.

“좋은 질문이야. 그래서 이걸 준비했지.”

태현은 작은 병을 꺼냈다.

에랑스 왕국의 국왕과 귀족들을 중독시킨 사악한 독, <랄그갈의 사악한 맹독>이었다.

랄그갈의 사악한 맹독:

랄그갈이 자신의 권능과 대륙에 남겨진 신의 힘을 이용해 만든 사악한 독입니다. 독을 마실 경우 해독제 말고는 해제가 불가능한 치명적인 저주에 걸립니다.

태현이 직접 놈의 소굴을 턴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맹독과 해독제!

지금 태현이 갖고 있는 독 중 가장 강력한 독이었다.

“이걸 풀어버릴 거다.”

그랬다.

-악마 공작의 땅에는 오염된 역병을 풀고 공기에는 독을 풀어 어떤 악마도 숨 쉬지 못하게 만들고, 지반을 폭파시켜 용암을 흘러넘치게 만든 다음 기후를 변화시켜 모조리 태우고 박살 내버리자! 악마 공작의 땅을 불탄 황무지로 만들어버리자!

…라고 했던 말은 진심 100%!

매번 악마들이 쳐들어오는 걸 막기만 했던 태현이었지만, 이번 기회에 뭔가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카르바노그가 환상의 아키서스쇼를 기대합니다!]

카르바노그는 팝콘을 와작와작 씹으면서 먹었다.

역시 아키서스야!

매번 매번이 새로워!

“공기에는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 폭탄>을, 물에는 <랄그갈의 사악한 맹독>을. 이 두 방을 맞고서도 어디 한번 버틸 수 있나 보자고.”

태현의 말을 기겁하며 듣고 있던 랭커들!

그중 누군가가 깨닫고 입을 열었다.

“잠깐만…?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었는데 그거잖아?!”

한때 판온을 뒤집었던 역병 사건!

웬 미치광이 대장장이들이 혜성처럼 나타나, 대형 길드들을 폭파시키고 역병을 터뜨렸던 사건이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판온이었지만 이 역병 사건은 아직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강렬한 사건이었다.

중앙 대륙에 있었던 플레이어란 플레이어들은 다 전염될 정도였으니….

한 번 걸리면 해독도 불가능.

HP는 지속적으로 감소에서 1로 고정되는 무시무시한 저주!

“그걸 왜 네가 갖고 있냐?!”

다 해결되고 그 끔찍한 역병은 저 멀리 사라진 줄 알았는데?!

랭커들은 순간 무시무시한 생각이 떠올랐다.

“설… 설마…?!”

“그 대장장이들도 네가… 시킨…?!”

지금 그 대장장이들은 태현의 영지에서 태현의 충실한 부하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설마 그 역병 사건도?

“아니. 그거 내가 일으킨 거 아닌데?”

태현은 당당했다.

이건 진짜 내가 한 거 아니니까!

그러나 랭커들은 이미 벌벌 떨고 있었다.

랭커들도 충격에 빠뜨릴 정도의 반전!

김태현….

이 진짜 무서운 놈!

“아. 아니라고.”

“그… 그래. 아니겠지.”

‘이 자식들 안 믿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랭커들이 ‘여기서 안 믿는다고 말하면 죽일 테니까 믿는다고 말한다!’는 느낌이었다.

태현은 다시 한번 설득하려다가 귀찮아져서 포기했다.

‘뭐 지들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해라.’

오해 좀 한다고 달라질 게 있나!

“어쨌든 그 폭탄도 내가 갖고 있으니 계획으로는 충분하지.”

걸어 다니는 재해!

대체 한 명의 플레이어가 가방에 저렇게 많은 재앙을 넣고 다닐 수 있는 것일까?!

수아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 이 자식…?! 저거 우리 길드한테 쓰려고 준비한 거 아니야?’

만약 길드 동맹이 계속 태현과 싸웠다면 저 폭탄과 독이 퍼졌을 곳은…!?

“잠깐만. 독과 역병을 푸는 건 좋은데 우리도 걸리지 않나?”

“물론 해독제가 있지.”

“휴. 다행이다.”

“김태현이 그래도 그렇게까지 나쁜 놈은 아니야. 그치?”

랭커들은 안심했다.

물론 당연한 거였지만 좀 걱정했잖아!

“아키서스 포병대와 나머지 애들은 요새에서 대기하고, 랭커들은 다 따라와. 습격 간다.”

“…….”

“…야…!!”

랭커들은 울컥했다.

평소 일행과 몸값 비싼 부하 NPC들만 요새에 두고 간다는 저 뻔한 의도!

“뭐가. 설마 포병대 데리고 기습하란 거냐? 저렇게 크고 느린 놈들을 데리고 어떻게 치고 빠져? 그리고 내 팀원들이 요새에 있어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지. 포병대 지휘 누가 할 건데? 너희들 말을 들을 거 같냐?”

“그… 그건 그렇지만.”

“흠. 넌 해독제 일 다 끝나고 준다.”

귀찮아진 태현은 실력 행사에 나섰다. 랭커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저는 조용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크흑… 저도 입 다물고 있을 테니까 해독제를 주세요….”

랭커들은 울먹이며 손을 내밀었다. 해독제를 하나씩 내밀며, 태현은 문득 생각나서 물었다.

“그런데 너희 개인방송은 안 하냐? 이상하게 정보가 안 퍼지네.”

‘네가 우리 입장이 되어봐라!’

‘이런 걸 어떻게 방송으로 내보내!’

땅 파기, 구박당하기, 울기, 해독제 구걸하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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