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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46화 (946/1,826)

§ 나는 될놈이다 946화

탁-

남들이 고민할 때 행동하는 사람이 앞서간다!

그렇게 생각한 랭커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이번 기회에 케인과 친해져 보려고 한 것이다.

NPC도 사람.

친근하게 굴고 선물을 주면서 친해지면 이득을 볼 기회가 많아졌다.

만약 소문처럼 에랑스 왕국의 검술 마스터 중 하나라면…!

‘비전 검술 스킬 하나만 배울 수 있다면 대박이다!’

그런 NPC가 가르쳐주는 스킬이라면 분명 사기적일 수준으로 강할 것이다. 랭커는 그렇게 믿었다.

“흠흠.”

“?”

케인은 당황했다.

태현이 ‘야 투기장 리그에서 약점 공략당해서 개망신당하기 싫으면 최대한 정체 숨겨라’라고 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케인은 최대한 정체를 숨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케인답지 않은 철저함!

의외로 성공적이어서 랭커들은 의심도 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의심 안 하는 게 당연했다.

그 사이 케인이 팔 여섯 개 달려서 4왕자의 호위기사로 일하고 있다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그것도 정체까지 숨겨가면서!

‘이 자식 왜 이래?’

그런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이 친한 척을 하는 건 좋은 게 아니었다.

‘헉. 혹시 의심하고 있는 건가?’

기겁한 케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절대로 들킬 수는 없었다.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그러나 말을 걸어온 랭커, 다리본도 끈질겼다. 게다가 다리본은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화술 스킬이 높다는 점!

화술 스킬이 무려 중급!

랭커가 되어서 스킬 중급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화술 스킬이라면 의미가 달랐다.

상인 직업이 아니라면 거의 올리지 않고 올리기도 힘든 스킬!

그런 스킬을 중급까지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랭커가 얼마나 언변이 청산유수고 NPC 설득에 능숙한지를 증명했다.

“다리본 녀석이 나섰나 역시.”

“녀석이 나섰으니 끝난 거나 다름없지. 한번 물면 끝까지 놔주지 않으니까.”

“선물공세 시작합니다!”

처음 보는 NPC도 입을 열게 만드는 마법의 기술.

다리본을 아는 랭커들은 그 기술을 ‘선물공세’라고 불렀다.

온갖 부류의 아이템을 갖고 다니다가 하나씩 주면서 NPC의 반응을 엿보는 것이다.

화술 스킬 <눈치 보기>가 있어서 가능한 일!

그러다가 반응 좋아 보이는 아이템이 있으면 그걸 닥치는 대로 퍼준다!

듣고 있던 요한손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그거 그냥 먹고 튀면 어떻게 하지?”

“그럼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

진짜 그게 다라고?

요한손은 다리본을 멍청이 보듯이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효과 좋은 방법 맞았다.

원래 성공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성공률이 높으면 좋은 방법!

선물공세로 퍼주는 아이템 정도는 얼마 안 됐다. 빨리 찾기만 하면 더더욱 쉬워졌다.

‘자! 받아라!’

다리본은 닥치는 대로 아이템을 건네주면서 상대의 눈치를 봤다.

빠르게 확인하고 네 취향을 맞춰주마!

[아이템을 받았…]

[아이템을 받았…]

[아이템을…]

검, 방패, 갑옷부터 시작해서 보석류나 음식까지.

각종 아이템을 주자 케인은 혼란에 빠졌다.

‘뭐하는 놈이야 이거?’

물론 다리본이 더 혼란스러웠다.

‘이거 뭐하는 놈이야?’

뭘 줘도 반응이 없는 이상한 놈!

역시 4왕자가 데리고 다니는 괴물 흑기사답게 만만치 않았다.

뒤에서 랭커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다리본도 무리인가?”

“상대가 워낙 대단했어.”

“저 기사, 용의 피가 섞여 있다던데.”

“헉. 그러면 용 관련 아이템이 답인가? 근데 그거 어디서 들었냐?”

“몰라. 어디서 들었을걸.”

“내가 알기로는 거인족의 피가 섞여 있다던데?”

“내가 듣기로는 에랑스 왕가의 서자라고….”

점점 부풀려지는 헛소문!

그러거나 말거나 다리본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물러서면 체면 문제다!

나름 NPC 상대하는 것에는 전문가로 꼽힌다는 체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더 강해지는 선물공세!

케인은 더더욱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이거 뭐 함정 아냐?’

* * *

‘목덜미가 따끔따끔하군.’

회담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온몸이 저릿저릿할 정도였다.

주변에 쉐도우 엘프들이 얼마나 대기를 하고 있는지 느껴졌던 것이다.

물론 태현이 이런다고 겁을 먹지는 않았다.

‘먼저 오른쪽으로 돌아서 화살 각도 좁힌 다음 벽에 붙어서 세 명 잡고 그쪽으로 뚫으면….’

하는 생각은 오로지 싸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뿐!

-…내 말 안 들리나 인간.

“어? 아. 미안.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 무슨 일이냐?”

[칭호: 악마의 혓바닥을 갖고 있습니다. 쉐도우 엘프들이 당신을 좀 더 호의적으로 대합니다!]

[칭호: 악마를 속인 자를 갖고 있습니다. 쉐도우 엘프들과의 친밀도에서 보너스를 받습니다!]

[칭호: 악마를 격노시킨 자…]

[칭호: 악마 사냥꾼…]

[칭호: 악마도 피해 가는 놈…]

[칭호: 악마를 이긴 요리사…]

우르르 나오는 악마 관련 칭호들.

태현은 새삼 놀랐다.

‘와, 내가 정말 악마들을 많이도 털고 다녔군.’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악마들을 많이 상대했다!

다른 플레이어는 악마와 한 번 마주칠 일도 적다는데 태현은 무슨….

화술, 검술, 요리, 마법 등등의 스킬로 악마와 접촉!

-네가 뛰어난 악마 사냥꾼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건 어떻게 알았지?”

-악마를 우리 안에 가둬서 데리고 다닌다던데.

“아.”

확실히 우리 안에 악마 가둬놓고 다니는 놈이 악마 사냥꾼 아니면 뭐겠는가.

-네놈에게서 풍기는 향기를 보니 확신이 드는군.

“내가 악마를 좀 잘 잡고 다니긴 하지.”

확률적으로 판온 종족에서 태현을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종족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악마!

-그 보고를 받고 우리 부족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정도의 악마 사냥꾼이라면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있냐는 거지.

“!”

태현은 살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이야기가 쉽게 진행된다!

“협력하자고?”

-그래. 인간. 우리는 악마만 죽일 수 있다면 누구하고도 손을 잡는다.

덩글랜드의 엘프 공작 겔렌델이 오크 머리통만 보면 깨고 싶어서 침을 줄줄 흘리는 것처럼, 마계의 쉐도우 엘프 부족들도 악마에 대해 깊은 원한을 갖고 있었다.

엘프들의 종특 깊은 원한!

덕분에 태현에게는 운이 좋게 되었다. 쉐도우 엘프들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막막하던 찰나에 이렇게 되다니.

“혹시 믿는 신이 있나?”

-그건 왜 묻는 거지? 아. 설마 너는 성직자인가?

“그래.”

-믿는 신의 이름으로 성전을 하러 온 성직자였군. 어쩐지 악마들과 잘 싸운다 싶었다.

악마와 가장 잘 싸우는 직업은 역시 교단 관련 직업!

쉐도우 엘프들도 그건 잘 알고 있었다. 사제나 성기사들이 악마들과 얼마나 잘 싸우는지.

-우린 믿는 신이 따로 없다. 네 신을 마음껏 믿고 다녀도 좋다.

“그렇다면 여기에 그 신의 이름을 널리 퍼뜨리고 신에게 땅을 바쳐도 되나?”

-상관없다. 어차피 믿는 신도 없는데. 그보다 너는 무슨 신의 성직자인가?

“아키서스인데.”

-…아키서스는 좀….

“…….”

방금까지 쿨하게 OK 하던 쉐도우 엘프도 난색을 표하게 만드는 마법의 이름, 아키서스!

* * *

“왜 안 된다는 거냐?”

태현은 살짝 화가 났다.

물론 아키서스가 엮이는 모든 종족을 엿 먹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거절하면 안 되지!

-아키서스는 너무 유명한 신이다.

“…유, 유명?”

[카르바노그도 처음 들어보는 이유에 황당해합니다!]

아키서스는 너무 사악한 신이다, 아키서스는 너무 위험한 신이다, 아키서스는 너무 개 같은 신이다 등등은 이해가 간다지만 유명?

뭔 유명?

대륙에서 교단 망해서 지금 되살리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하는데….

-우리는 악마를 사냥하지만 결코 이름 높은 악마와 정면 승부를 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니까. 이 버려진 땅이 가치가 없으니 망정이지, 악마 공작 한둘만 여기에 덤벼들어도 우린 대번에 밀려날 거다.

환경이 워낙 개 같고, 건질 게 없기에 이 버려진 땅은 중립지대로 남을 수 있었다.

만약 꿀땅이었다면 근처의 악마 공작들이 탐을 내며 손을 뻗어왔을 것!

그런 땅이기에 쉐도우 엘프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척박하고 볼 거 없는 땅에 자리 잡고 게릴라전으로 악마들과 싸워 온 쉐도우 엘프들.

그런 엘프들에게 아키서스는 마계에서 너무 유명한 신이었다.

아키서스의 이름이 소문이라도 퍼진다면 다른 악마 공작들이 솔깃해할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만약….

-주인님. 저기 버려진 땅에 파이토스 교단의 성기사가 와서 깃발을 꽂았다고 합니다.

-뭐라? 파이토스 교단의 성기사 놈들이? 그 멍청한 놈들은 망치로 머리를 맞았는지 질리지도 않고 계속 찾아오는군. 내버려 둬라. 어차피 그놈들은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주인 없는 떠돌이 악마들도 해치우지 못하고 전멸당할 거다.

…이렇게 반응할 악마 공작들도, 아키서스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주인님. 저기 버려진 땅에 아키서스 교단의 사제가 와서 깃발을 꽂았다고 합니다.

-너는 그걸 가만히 보고 있었단 말이냐!!! 아키서스라니. 무언가 있는 게 분명하다! 정예를 보내 확인해라! 아니, 놈을 붙잡아 와라! 손수 사지를 찢어야겠다!!

대륙에서는 아키서스 교단이 한 번 망하고 유명세가 덜한 교단이었지만, 마계에서는 뜨거울 정도로 유명한 교단!

그런 신의 이름이 걸리면 근처 층들의 악마가 몰려올 수 있었던 것이다.

쉐도우 엘프 전사의 설명을 들은 태현은 납득했다.

확실히 그건 그래!

그렇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협력을 하는 이상 서로에게 얻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교단 관련 퀘스트는 나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포기하고 넘어갈 수는 없어.”

-잘 생각해 봐라. 인간. 아키서스의 이름이 알려지면 여기로 악마 공작들이 정예를 보낼 텐데 그건 너한테도 위험한 일… 아. 아키서스의 성직자이니 그런 건 신경 안 쓰겠군.

“…….”

뭔가 이상한 편견!

-어쨌든 우리는 적을 더 늘릴 수도 있는 짓을 허락할 수는 없다. 이해해 줬으면 한다. 사냥꾼.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

“여기와 맞닿은 악마 공작의 층을 먼저 치는 거다.”

-…….

-미친놈인가?

-아니, 아키서스 성직자라면 저 정도 광기는 당연하지.

-광기는 아키서스의 오랜 친구….

-오크, 악마, 아키서스 조심하라는 옛 엘프 격언이 과연 틀린 말이 아니었군….

쉐도우 엘프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태현의 말이 그만큼 미친 소리처럼 들렸던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단호했다.

“언제까지 맞고만 살 거냐. 아무리 불리하다고 해서 계속 수비만 하면 달라지는 게 없다! 가끔은 상대방의 땅으로 들어가 불을 지르고 역병을 퍼뜨리고 폭탄을 터뜨려야 한다고!”

-묘하게 구체적인….

“너희들은 잃을 게 없지만 악마 공작 놈들은 잃을 게 많다. 잘 생각해 봐라! 나와 원정대가 찾아온 건 기회일 수도 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악마 관련 칭호들을…]

[……]

[……]

태현의 말에는 수많은 악마들을 엿 먹였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패기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 자신감에 쉐도우 엘프들이 흔들렸다.

그들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과감한 발상!

-하지만 실패한다면….

“실패할 걸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실패하면 그때는 새로운 땅을 찾으면 될 일. 만약 성공하면 어떤 놈들도 여기를 건드리지 못할 거다. 악마 공작도 쓰러뜨린 부족을 어떤 악마가 건드리겠냐?”

[그보다는 아키서스와 관련 있는 부족으로 여겨져서 피할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아키서스 묻으면 악마들이 더러워서 피하지 않을까?

카르바노그는 그렇게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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