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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44화 (944/1,826)

§ 나는 될놈이다 944화

“개?”

“개… 선할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호호호.”

이성이 이겼다.

수아나는 간신히 본능을 억누르고 말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대단해 나! 정말 잘했어!’

스스로 감탄이 나올 정도!

옆에서 요한손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안 물어보긴 했네.”

“호호호… 죽어.”

“?!”

말 한마디 했다고 쏟아지는 수아나의 살기!

요한손은 당황했다.

“왜 그러는 거냐?”

“그냥 죽어.”

“?!”

둘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동안 태현은 이 버려진 땅을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했다.

‘쉐도우 엘프 종특이 좀 까다롭긴 한데 내가 워낙 상성이 좋아서 다행이군. 크게 걱정할 건 없겠어.’

종족 전체가 은신을 달고 있다는 건 분명 강력한 능력이었지만 태현 앞에서는 빛이 바랬다.

각종 스킬들과 행운 스탯 콤보로 바로 풀려 버리는 은신 능력!

‘문제는 내가 없을 때를 노리는 건데 그건 조심하면 될 일이고… 근데 쉐도우 엘프 기본 레벨도 높아 보이던데 전면전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나?’

이번 습격이야 잘 막아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습에 가까웠다.

쉐도우 엘프들을 함정에 빠뜨린 꼴!

갑자기 은신이 풀린 것부터 시작해서 각종 디버프에 포위까지. 쉐도우 엘프들이 당황해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저런 거 없이 정면에서 싸운다면?

마계에서 버틴 종족인 만큼 절대 만만하진 않으리라.

‘몇 번 부딪혀 보고 정 안 되면 다시 요새에 틀어박혀서 버텨야지.’

태현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 * *

“앞으로.”

척척척!

“뒤로.”

척척척!

“3번까지는 왼쪽으로 빠지고 4번부터는 앞으로 나와서 탱킹.”

척척척!

“너무 느린 거 아냐?”

“…….”

“…….”

랭커들은 어이가 없었다.

‘대체 뭐 얼마나 기대하는 건데?’

‘우리가 같이한 지 얼마나 됐다고….’

지금 태현은 랭커들을 모아놓고 간단하게 합을 맞춰보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랭커들끼리 합을 맞추는 건 매우 어려운 일.

실력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인성!

“앞으로 나오십쇼! 아, 제가 딜 넣는다고 했잖습니까!”

“너 웃긴다? 내가 딜 넣어야지 왜 네가 딜 넣냐? 그래서 네 딜 총량이?”

“애들아, 싸우지 마! 너희들 모두 다 쓰레기니까! 딜은 내가 넣을게!”

랭커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인간들.

랭커 한 명+지원해 줄 파티 구성이 보통이었다.

랭커 여럿으로 구성된 파티는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다.

“태현 님… 저거 저렇게 내버려 둬도 되나요?”

“하하. 괜찮아. 어차피 쟤네들한테 그런 걸 기대하진 않거든.”

태현이 기대하는 건 기본적인 명령을 따르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방금 저렇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던가.

팀워크? 서로 눈빛만 봐도 원하는 걸 알고 움직이는 동작?

그런 건 기대하지도 않는다!

‘랭커니까 기본 실력은 충분하고 자기 목숨 챙기면서 버티는 능력은 있을 거야. 적들 발만 묶어주면 돼.’

랭커들이 ‘네가 탱커해라 난 딜러한다’며 싸우고 있었지만 사실 다 탱커였다.

이들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사이 태현 일행이 본격적으로 딜을 넣는다!

“자. 이제 그만 싸우고 움직인다!”

태현은 외쳤다. 물론 랭커들은 듣지 않고 계속 싸웠다.

“깃발 꽂을까?! 어? 깃발 꽂을까?”

“어이구! 김태현한테는 쫄던 게 아주 누가 보면 결투의 달인인 줄 알겠어!”

“그러니까 둘 다 탱커를….”

“흠.”

태현은 폭탄을 꺼냈다. 그리고 집어 던졌다.

“으아아아아악!”

“뭐여!?!?”

랭커들이 기겁을 하며 몸을 굴렸다. 태현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말했다.

“출발하라고. 이것들아.”

“…….”

‘악마 같은 놈!’

‘아니, 악마보다 더한 거 같아!’

* * *

“적 발견!”

정찰을 나간 도적 랭커 한 명이 쉐도우 엘프 하나를 발견해서 돌아왔다.

랭커인 만큼 쉐도우 엘프의 은신을 뚫어볼 실력은 됐다.

“몇 명?”

“세 명.”

‘너무 적어서 수상한데.’

태현은 듣자마자 의심부터 했다.

‘하지만 상관없지.’

“좋아. 잡아본다. 랭커들! 너희 실력을 보여줘라!”

“보고 있으라고!”

“김태현. 내가 이래 보여도 판온 1 때부터….”

“아, 그만하고 빨리 가 좀!”

랭커들은 우르르 앞에 나섰다. 그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약간 들떠 있었다.

-김태현 앞에서 제대로 실력을 보여줄 기회다!

여러 말은 많아도, 태현은 판온에서 탑 랭커를 꼽으면 꼭 뽑히는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판온 초창기 때부터 이름이 들어갔는데, 온갖 퀘스트에서 활약을 하고 대형 길드와 단독으로 맞붙고 대회에서 성적을 거둔 지금에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른바 랭커 중의 랭커!

여기 있는 랭커들도 나름 유명하긴 했지만 태현과 비교하면 보름달 앞의 반딧불이 수준이었다.

부럽고, 동경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김태현 앞에서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내가 이런 놈이라고 보여주고 싶다!’

‘헉, 나 너무 잘해서 팀 KL 스카우트 받는 거 아냐?’

‘돌진돌진돌진돌진돌진….’

교수 앞에서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찾아온 학생들처럼, 랭커들은 똘망똘망하게 눈빛을 빛냈다.

“잡아!”

-!!

[쉐도우 엘프 순찰자가 파티의 접근을 눈치챘습니다!]

쉐도우 엘프들은 엘프답게 궁술 능력도 장난이 아니었다. 마계의 나무들로 만든 활을 들어 화살을 쏘아대는데, 무슨 마법 대포 같은 소리가 났다.

쐐애애액!

그러나 안 맞으면 그만.

랭커들은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었다.

순간 당황한 얼굴의 엘프 순찰자가 비릿한 비웃음을 흘렸다.

“?!”

-퀘애애애액!

[지옥 와이번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투명 와이번!

도적 랭커도 땅 위주로 은신을 파악했지 저 하늘 위에서 은신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저 투명 능력 좀 탐나는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태현 본인보다 용용이나 흑흑이, 골골이한테 잘 어울리는 능력이었다.

용용이한테 걸어줘서 투명 드래곤으로 만든 다음 뒤를 돌아 기습을….

[카르바노그가 앞에 보라고 비명을 지릅니다!]

‘걱정 마. 다 예상하고 있었어.’

정확히 말하자면 와이번을 예상한 건 아니었다. 적이 3명밖에 없는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던 거였지.

레벨이 높을수록, 체계가 잡혀 있을수록 NPC 지능도 높아졌다.

마계에서 먹고 사는 부족들이 그렇게 안일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마계 경험이 있는 건 태현 일행뿐!

다른 랭커들은 마계, 마계 말만 들어봤지 직접 겪어보지 않아 대륙 때처럼 반응했다.

물론 마계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쿵!

[막대한 충격을 받아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큭! 야만의 함성! 선조의 핏줄! 격렬한 분노!”

“아카플라스의 실명! 자넨 단검술!”

와이번이 갑자기 위에서 덤벼들었지만 랭커들은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태현도 살짝 놀랄 만큼의 근성!

‘쟤네 안 어울리게 왜 저래?’

랭커들이 슬슬 흩어지면서 후퇴하면 태현이 나서려고 했는데, 나름 진형 유지하면서 버티고 있었다.

어색한 모습!

[지옥 불꽃 와이번이 강습을 시도합니다!]

“용용이, 흑흑이! 가서 막아라!”

태현은 두 드래곤을 보내서 와이번들을 견제했다.

쉐도우 엘프들도 레벨이 높은데 와이번이 위에서 공격하면 골치가 아파졌다.

“아키서스 포병대 전진! 갈겨버려라!”

태현의 명령에 4왕자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당황했다.

“저기 모험가들이 있잖습니까?”

“그렇군. 아키서스 포병대 전진! 갈겨버려라!”

“?!?!??!”

방금 대화가 뭔가 이상하지 않았나?

기사들과 병사들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포병대는 신나게 공격을 준비했다.

드워프들은 진화한 악마 우리에서 지옥 마력을 추출한 다음 대포에 장전했고, 그 안에는 기계공학 폭탄이 장전됐다.

포병대를 호위하는 거인들도 대포 하나씩을 어깨에 올리고 폭탄을 넣었다.

-나 대포 없다. 대포 없다. 빌려줘라.

-싫다. 네가 부숴먹었잖아. 손으로 던져라.

-흑흑… 손으로 던지는 건 싫은데.

거인들 중 대포가 없는 거인들은 손으로 던졌다.

어이가 없는 건 힘 스탯이 워낙 좋아서 강력한 위력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공격이 개시됐다.

-아키서스의 축복!

태현은 아키서스의 축복을 걸었다. <아키서스의 축복>+<아키서스의 포병대>는 궁합이 좋았다.

포병대의 치명타와 공격력이 올라가고, 동시에 아군은 데미지를 입지 않는 것!

‘빠르게 끝내야 해.’

쉐도우 엘프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아군에게 파고들어 난전을 유도하는 타입.

적으로서는 상당히 성가신 축에 속했다.

지능이 높고, 적극적으로 덤벼들면서 각종 계략을 쓰는 NPC는 플레이어들의 공포였다.

-아니 쟤네 너무 머리 좋은 거 아님?

-인공지능의 시대는 이미 왔다…! 베타고 님께 굴복해라!

그런 부족이 전투력까지 높자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나름 팽팽한 것 같았지만 태현은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쉐도우 엘프가 영리하단 말이지. 일대일로 싸워서 밀리면 바로 물러서고 움직인다. 다른 NPC나 몬스터와는 달라.’

자기가 불리해도 계속 덤비는 적과는 달랐다.

그래서 랭커들도 빠르게 잡지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었다.

남의 영역에서 장기전 가서 좋을 게 없다!

그렇게 판단한 태현은 과감하게 권능을 투입해서 싸움을 끝내려고 했다.

그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무슨 마탑 마스터들이 폭격이라도 하는 것처럼 갈아엎어지는 땅!

랭커들은 갑자기 눈앞이 빛나더니 꽝꽝 소리만 들리자 기겁을 했다.

회피가 된다는 걸 알고 있어도 공포 그 자체!

‘김태현 미친놈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

[쉐도우 엘프 순찰자를…]

[쉐도우 엘프 쌍검사를…]

[……]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전술 스킬이…]

[……]

[버려진 땅의 세력도가 오릅니다.]

[현재 버려진 땅의 세력도는 4.1%입니다.]

한 무리를 정리하자 메시지창이 우르르 나왔다.

각종 아이템은 덤!

쉐도우 엘프 부족의 가죽 갑옷:

내구력 170/220, 물리 방어력 310, 마법 방어력 260.

레벨 제한 350. 힘 제한 200, 민첩 제한 1000.

스킬 ‘질풍의 가호’ 사용 가능.

착용 시 이동 속도 증가.

착용 시 공격 속도 증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마계 몬스터의 가죽을 꿰매 만든 쉐도우 엘프 부족의 가죽 갑옷이다. 가볍고 질긴 갑옷은 몸이 빠른 전사들에게 어울린다.

‘아이템 자체는 평범한데, 워낙 레벨이 깡패라 강력하군.’

태현은 아이템 스펙을 확인했다. 지금 입어도 될 정도로 쏠쏠했다.

‘재료 해체한 다음 자르케메한테 갖고 가서 새로 만들어도 괜찮겠고….’

[재봉 스킬이 낮아 가죽들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

다른 아이템들은 활이나 금속 갑옷 같은 것들.

레벨 자체는 높았지만 랭커들이 쓰기에는 살짝 좀 아쉬운 수준!

그러나 요한손은 횡재했다는 표정으로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그 모습에 다른 랭커들이 짠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다가 요한손이 저렇게 됐냐….’

‘완전 거지 같은데.’

이다비는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 가입 제안해 볼까요?”

“울지도 모르니까 그러지 말자.”

아무리 요한손이 절박해도 그렇지 파워 워리어 길드 가입하라고 하면 서러워서 울지도 몰라!

랭커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일단 싸움은 끝났다. 랭커들은 뭔가 풀리지 않는 기분에 찜찜해했다.

‘활약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건 보여준 것도 아니고….’

‘그보다 저렇게 사냥하는 게 보통인가?’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는 특이한 사냥법!

자기들이 활약하는 사냥에만 익숙해져 있던 랭커들에게 이런 사냥은 너무 어색했다.

그렇다고 김태현이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팀킬한 것도 아니니 랭커들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매우 애매모호하게 찜찜한 기분!

그러나 이런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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