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42화
아키서스는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을 열어두고 거기에 악마들까지 놓고 간다!
챙겨주는 거 없어 보이지만 가끔 이렇게 챙겨줘서 사람 감동 주는 신!
태현은 코밑을 쓱 훔쳤다.
‘흥. 딱히 감동 받은 건 아니야.’
[카르바노그도 고개를 연신 끄덕입니다.]
‘일곱 마리는 상급 정도고 한 놈은 좀 유니크해 보이는군.’
수많은 악마를 상대해 오고 잡아 온 덕분에 생긴 능력!
대충 겉만 봐도 악마의 능력 견적을 매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많은 악마를 상대해 오면서 악마를 파악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스킬 <악마 감지> 능력을 얻었습니다.]
[스킬 <악마 파악> 능력을 얻었습니다.]
악마 상대할 때 보너스를 받는 패시브 스킬 두 개가 추가로 생겼다.
그러는 사이 포갈로는 시치미를 떼고 연기할 준비를 했다.
-으흑흑. 속아서 여기에 갇히다니. 너무 슬프다! 가족이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포갈로가 화술 스킬을 사용합니다.]
[현재 화술 스킬의 레벨이 매우 높습니다.]
[포갈로의 화술 스킬이 통하지 않습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인간 하나 속여먹는 건 포갈로 같은 악마한테는 손쉬운 일이었다.
포갈로는 자신만만하게 연기를 계속해나갔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태현은 포갈로가 눈치 못 채고 계속 연기를 하자 팝콘을 먹으며 구경했다.
언제까지 하나 보자!
-늙고 병드신 어머니께서는… 잠깐. 인간. 너 왜 팝콘을 먹고 있냐?
“다 했냐?”
태현은 하품을 하며 물었다. 포갈로는 경악했다.
-인, 인간 주제에 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네 연기는 좀 허점이 많군. 연기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지. 뭐 됐다. 나와!”
태현은 포갈로가 갇힌 우리째 끌어냈다.
악마들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아키서스 포병대들이 이 감옥을 보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 것!
-폐하! 이렇게 저희를 생각해 주시다니… 감동 또 감동입니다!
-후. 딱히 너희를 생각해서 갖고 온 건 아니거든?
악마들은 태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르는 채 당황했다.
정말 그냥 꺼내준다고?
물론 꺼내주면 좋았지만 인간 놈이 아무런 속셈도 없이 그들을 꺼내준다니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심지어 아키서스가 보낸 놈인데!
‘크크… 인간 놈! 멍청하기는! 우리를 풀어주는 순간 지옥을 보여주겠다!’
‘멍청하기는! 크크크큭….’
악마들은 당황해하면서도 속으로는 사악하게 웃었다.
이 멍청한 인간 놈이 당황하는 꼴을 꼭 보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태현은 그들을 풀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냥 감옥째 끌고 나와서 데리고 다닐 생각!
* * *
‘흠. 감옥 말고도 쓸모가 있긴 하군.’
[신전 지하에서는 아키서스의 힘으로 인해 악마들이 본래의 힘을 잃습니다!]
감옥을 들어내자 나온 드넓은 지하 공간. 이 신전 지하에서는 <아키서스의 영역> 비슷한 힘이 흐르고 있었다.
밖에서 온 악마들이 힘을 잃고 함정에 빠지는 이유가 있는 것!
‘나중에 싸우다 안 되면 여기 지하로 데리고 와도 괜찮겠다.’
태현은 벌써부터 다른 악마들과 싸우게 될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하고 있었다.
안 싸우고 넘어가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지!
태현은 신전 지하를 잘 기억해뒀다.
‘마음 같아서는 건물도 복구하고 싶지만 그건 위험하니까….’
마계에서 아키서스 신전을 대놓고 세운다?
악마들한테 여기 와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 * *
“폐하! 이렇게 저희를 생각해 주시다니… 감동 또 감동입니다!”
“후. 딱히 너희를 생각해서 갖고 온 건 아니니까.”
-????
태현과 웬 드워프들과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악마들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 드워프들은 저렇게 기뻐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저렇게 군침을 흘리는 것일까?
“모두 작동 준비!”
“크헤헤. 기다리고 있었다구!”
“요 귀여운 것들. 내가 아주 잘 대해주마.”
드워프들은 신이 나서 호다닥 달려들었다. 악마들은 왠지 모를 불길함이 전신을 타고 올라오는 걸 느꼈다.
저 지하 감옥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불길함!
-잠, 잠깐… 뭘 하려고… 으허어어억!
-크어어어억!
-이, 이 미친 드워프 놈들! 뭐하는 것이냐!
아키서스의 감옥 안에 갇힌 악마들을 상대로 사정없이 마력을 빼앗아가는 드워프들!
드워프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 에너지가 장난이 아닙니다. 역시 마계의 악마가 대륙의 악마보다 몇 배는 쌩쌩하군요!”
“마계에서 대륙으로 올 때 힘을 많이 잃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이… 이 미친놈들이… 과연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 허어어억!
우우우웅-
악마들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드워프들은 신이 나서 대포를 작동시켰다.
현재 <아키서스 포병대>는 마력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
<아키서스의 신성력이 부여된 거대 대포>, <악마가 빙의된 대포>, <지하 연합 고블린 특제 거대 대포> 등 이 포병대들이 데리고 다니는 유니크 대포만 해도 열 개에 가까웠다.
거기에 새로 추가된 골렘들!
태현이 지하 연합 고블린들에게서 제작법을 얻은 덕분에 추가로 생겨난 골렘들이었다.
이 골렘들도 어깨 위에 중형 대포 하나씩은 달고 다녔고, 거기에 태현을 따라다니는 거인 부족들도 어깨에 대포 하나씩은 달고 다녔으니….
대포 하나 발사할 때마다 마력이 펑펑 소비됐다. 원래라면 마력석으로 대체하거나, 마법사들이 계속 마력을 불어 넣어주든가 해야 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무공해 악마 발전!
“크… 이 녀석이 마력을 잃고 빌빌대던 모습이 너무 마음에 아팠는데. 잘 작동하는 걸 보니 다행이야.”
“맞는 말이야. 이제 얼마든지 쏠 수 있겠군.”
기계공학으로 만든 폭탄에, 마력을 부여시키는 대포로 발사해서 얻은 추가 버프까지.
한 차례 포격을 시작하면 어지간한 마법사들의 포격은 저리 가라 수준의 폭딜!
“다 준비됐나?”
“예! 언제든지 쏠 수 있습니다!”
“잘됐네. 악마 한 마리 풀 테니까 싸울 준비 하자.”
태현은 포갈로가 갇힌 감옥 앞에 섰다.
“아니, 폐하! 그놈이 제일 튼실한데!”
“그 누런 놈이 일을 더 잘합니다!”
“다른 놈을 데리고 가십쇼!”
드워프들의 절규!
가장 튼실한 악마가 가장 마력을 잘 뽑아내는 것이다.
“얘가 필요해서 안 돼.”
물론 태현은 단호했다.
포갈로를 풀어주려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마계는 역시 안내해 줄 악마 놈이 필요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
계속 돌아다니면서 확인하는 것보다는 협조해 줄 악마를 구하는 게 몇 배는 편했다.
물론 협조해 줄 악마를 어떻게 구하느냐가 문제!
어지간한 악마라면 인간한테 협조해 줄 일이 없었다.
철컥-
-???
포갈로는 감옥에서 풀려나오자 당황했다.
-뭐냐, 인간 놈? 드디어 두려움을 깨달은 건가? 지금이라도 잘 선택했으니 다행이군!
“네 이름이 뭐냐?”
-나는 위대한 악마, 포갈로 님이시다! 모든 인간들과 악마들이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공포에 떨었다!
“그렇군. 포갈로. 내가 왜 풀어줬냐면….”
태현은 무기를 들었다.
뒤에 있던 태현 일행들도 무기를 들고, 4왕자를 따라온 기사들과 병사들도 무기를 들었다.
잡일만 하던 랭커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무기를 들었다.
와! 싸울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해!
“널 두들겨 팬 다음 굴복시킬 생각이라서.”
-잠, 잠….
“공격!”
악마한테 선공을 주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특히 마계에서 몇 배로 강해진 악마한테는 더더욱!
태현은 번개처럼 달려들어 대만불강검을 꽂아 넣었다.
-꿰에에엑!
아키서스 검법이 치명타를 만들며 추가 효과를 냈다. 포갈로는 허겁지겁 손을 흔들며 마법을 쓰려고 했다.
물론 태현이 그런 빈틈을 줄 리 없었다.
-아키서스의 저주!
제대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마법사한테 <아키서스의 저주>만큼 짜증 나는 것도 없었다.
대부분의 마법이 다 시전 실패가 뜨니 죽을 맛인 것이다.
느부캇네살 정도쯤 되면 반신이라 저주를 막아냈었지만, 포갈로 같은 악마가 저런 걸 막아낼 힘이 있을 리 없었다.
-크아악, 잠, 잠깐… 잠깐!
“우어어어어!”
팔이 여섯 개 달린 중갑기사가 돌진했다. 랭커들은 깜짝 놀랐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되게 강해 보인다!
퍼퍼퍼퍼퍼퍽!
-아! 잠깐! 잠깐! 뼈 맞았어! 잠깐만!
포갈로가 비명을 질러댔지만 케인은 멈추지 않았다.
‘악마 놈이 약한 척을 하는구나!’
-잠, 잠깐만 내 말을 들어봐라. 네놈이 원하는 게 있을 텐데? 난 아는 악마들이 많은… 그러니까 네가 원하는 걸 들어줄 수 있….
[아키서스의 노예의 직업 스킬로 화술 스킬을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화술 스킬이 아주 조금 오릅니다!]
“??”
케인은 메시지창에 당황했다.
악마 놈이 뭐 한 거지?
포갈로는 케인한테 말이 통하지 않자 화살을 돌려 다른 놈을 노렸다.
-내 말을 들어라!
[아키서스의 마법사…]
[화술 스킬을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아니 이런 미친놈들! 아키서스 교단에서 레이드라도 온 것이냐!
포갈로는 기겁해서 외쳤다.
아키서스가 보내서 왔다는 놈부터 시작해서 아키서스의 노예, 아키서스의 마법사까지 있나!
포갈로의 발악은 실패하고, 포갈로는 손발이 꽁꽁 묶여 계속해서 두들겨 맞았다.
하늘에서는 용용이와 흑흑이가 마법으로 딜을 넣고 옆에서는 태현이 미친 듯이 두들겨 패고 있는 상황.
아무리 마계 버프를 받고 있는 포갈로라고 해도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
-잠… 잠깐! 타협하자! 타협!
퍼퍼퍼퍽! 퍼퍼퍽!
-타협을 원합니다! 아키서스가 보내신 분!
퍼퍼퍼퍼퍼퍽! 퍼퍼퍼퍼퍽!
-굴, 굴복하겠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간사한 이간질의 대악마, 포갈로를 굴복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포갈로는 그 간사한 혀로 수많은 영웅들을 속이고 분열시킨 악마로, 대륙의 왕국도 멸망시킨 적이 있는 악마입니다. 그의 혓바닥을 주의하십시오.]
[당신의 화술 스킬이 포갈로보다 높습니다. 포갈로는 화술 스킬로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
“?????”
원래 포갈로는 근접 전투나 마법으로 강한 악마가 아니었다.
영웅들에게 화술 스킬을 사용해 최면과 혼란을 겪어 자기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악마!
직접 싸우는 능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더 까다롭고 위험한 악마였다.
수십 명의 랭커들이 모인 원정대도 순식간에 자멸시킬 수 있는 게 포갈로였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화술 스킬로도 천적에, 아키서스 화신 버프까지 들어간 태현!
포갈로의 장기란 장기는 다 봉쇄된 것이나 마찬가지!
“뭐야? 너 대악마 맞아?”
태현은 황당해했다.
경험치도 오르고 검술 스킬도 오르고 이것저것 다 오르긴 했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이제까지 상대했던 악마 중 가장 쉽다!
심지어 여긴 마계인데!
포갈로가 대단한 건 총 HP밖에 없었다. 이 일행들한테 계속 두들겨 맞았는데 죽지도 않고 비명을 질러댄 것이다.
-난… 대악마다…!
‘진짜 맞냐?’
[카르바노그가 진짜 맞다고 보증해 줍니다.]
카르바노그가 보증을 해주고 나서야 태현은 의심을 풀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칭 대악마 아닌지 의심이 갔던 것이다.
-나는 대악마란 말이다…! 크흑흑!
“아. 알겠어. 왜 울고 그래.”
-말로 하면 될 걸 이렇게 공격하다니…! 네가 그러고도 영웅이란 말이냐!
“포갈로?”
-?
“다시 맞기 싫으면 조용히 입 다물고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그, 그래.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난 아키서스의 화신이다.”
-????
포갈로는 눈을 끔뻑였다.
네가 뭐라고?
-아! 아키서스의 신하라고?
“화신.”
-아키서스의 학식?
“화신이라고.”
-아키서스의 한….
“못 알아들은 척하면 그냥 잡는다?”
-…….
포갈로는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