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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41화 (941/1,826)

§ 나는 될놈이다 941화

혹여나 떠돌이 악마나 어린 악마들이 실수라도 아키서스를 접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봉인!

이 일을 한 악마가 누군지는 몰라도 정말 성실하게 한 것 같았다.

지하실 위에는 거대한 바위를 쌓아놓고 그 밑에는 황동 사슬로 단단히 묶어놓고….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물론 태현이 깔끔하게 챙겼다.

“요한손. 장비 없다고 했지?”

“장, 장비를 줄 생각이냐?”

요한손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태현은 몰랐지만, 태현의 대장장이 능력은 랭커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판온 1 때만큼 대단하진 않았지만 판온 2에서도 태현은 꿋꿋하게 대장장이의 길을 걷고 있었으니까.

좀 많이 폭탄으로 틀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대장장이는 대장장이였다.

그리고 태현이나 태현 일행의 장비들 중 몇 개가 태현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대장장이 플레이어들한테 분석되면서 더 평가가 올랐다.

-저 정도면 최소 고급 찍었다.

-아니 딜러가 어떻게 대장장이 고급을 찍어요! 대장장이 무시함?

-아저씨, 요즘 대장장이 만만하게 보시나 본데 요즘 대장장이 힘들거든요? 아무나 하는 거 아니거든요?

-그 힘든 대장장이가 커서 된 게 김태현이다 멍청이들아!

-내가 개쩌는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까 다들 조용히 해봐라. 판온 1 때 이야기인데….

-아 제발 좀.

-김태현이 고급을 찍든 최고급을 찍었든 관심 없고, 저 장비 어떻게 못 구하나?

그랬다.

김태현 스킬이 고급이니 최고급이니는 몇몇 플레이어들한테만 중요한 일이었고, 일반 플레이어들한테는 다른 게 중요했다.

그래서 저거 파냐??

대장장이 랭커라면 가끔 자기 작품을 경매장에 올리는 일이 있긴 했다.

골드도 벌고, 명성도 쌓고!

그러나 판온 2에서 태현은 자기 작품을 경매장에 올리는 일이 없었다.

자기나 자기 일행이 쓰기에도 바빴던 것이다.

[김태현이 만든…]

“오… 오오?!”

“김태현이 만든?!?!? 검?! 갑옷!?”

[김태현이 만든 폭탄을 완벽하게 재현한 폭탄!]

“…….”

“…….”

가끔 올라오는 아이템들은 김태현의 제자(자칭)들이 만든 폭탄류 아이템들!

물론 자기 골드 내고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희귀한 게 김태현이 직접 만든 장비.

랭커들도 이제 대부분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게 지금 그냥 굴러온다고?

요한손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턱수염 짙은 근육전사가 저러니 상당히 징그러웠다.

수아나는 벌써 옆에서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아니. 이 사슬이라도 쓰라고. 마계에서 만들었는지 꽤 튼튼하네.”

“…그… 그래.”

“내가 만든 장비를 원했나? 내가 만드는 게 그렇게 좋은 장비는 아닌데?”

“???”

네가 만드는 게 좋은 장비가 아니면 좋은 장비는 대체 뭔데??

요한손과 수아나는 그렇게 속으로 외쳤다.

태현은 아이템 제작에 있어서는 기준이 매우 높고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판온 1에서 대장장이를 그렇게 했던 사람이니, 지금 실력이 마음에 들 리 없었던 것이다.

-판온 2에서 내 실력은 일류와 이류 사이 정도지.

미친 듯이 냉정한 평가!

만약 게시판에 <야 김태현 대장장이로서는 솔직히 일류 미만 아니냐?> 하면 바로 뜨거운 반응이 달려올 것이다.

-미친 거 아님?

-힘들 때 웃어야 일류인데 김태현은 힘들 일이 없어서 일류가 아님.

-님 혹시 길드 동맹 소속?

-야 솔직히 이런 글 올릴 때는 자기 레벨하고 직업 까야 한다.

-그래서 님 레벨이?

그러나 태현은 꿋꿋했다.

재료와 아키서스 화신 직업 버프를 많이 받아서 그렇지, 순수한 대장장이 기술 스킬은 많이 부족하다!

‘스킬 레벨이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 2라니. 솔직히 좀 많이 부끄럽지.’

판온 1에서는 최고급 8까지 찍었는데!

“아니야! 네 장비 최고라고!”

‘저, 저 멍청한 놈!’

수아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요한손이 지 무덤을 파고 있었던 것이다.

-멍청한 자식아! 멈춰!

-?

-그러면 김태현이 그거 가지고 협박할 거란 말이야!

-에이, 김태현이 그런 쪼잔한 짓을 할 리가 있나.

수아나는 뒷목을 잡을 뻔했다.

이 멍청한 야만전사 자식이…!

“흠. 뭐 나중에 기회 되면 대충 만들어줄게.”

“?!”

“!?!??!”

그러나 이번에는 요한손이 맞았다!

‘뭐 대충 만들면 되니까.’

태현한테는 재료가 중요했지, 만드는 것 자체는 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구한 강철 갖고 대충 만들어도 되는 거라면 선심 써줄 수 있었다.

“저… 저도….”

요한손이 장비를 받아갈 거 같자 수아나도 급히 손을 들었다.

남이 먹는데 혼자 못 먹는 것만큼 배 아픈 일도 없었다.

“너도? 그러지 뭐.”

수아나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김태현의 장비라니!

“근데 넌 장비 있지 않나?”

“궁, 궁수는 활 많을수록 좋아요.”

아이템 준다니까 매우 공손해진 태도!

“어쨌든 일이나 마무리해. 신전 들어가야 하니까.”

장비에 낚인 두 랭커들은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

30분도 지나지 않아 입구로 가는 길이 뚫렸다.

* * *

[아키서스 신전 지하에 입장했습니다.]

[잊혀진 교단 신전을 발견했습니다! 교단의 세력이 증가합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마계에서 아키서스의 힘이 점점 더 퍼져 나갑니다. 악마 공작들이 악몽에 시달립니다.]

-빨리 내려와! 빨리 내려와!

“??”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의 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들!

저 밑에서 들려오는, 달콤하게 유혹하는 목소리였다.

“뭔 목소리지?”

“수상쩍은 목소리군.”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악마들 목소리 같다고 말합니다.]

“너는 누구냐?”

-나는 널 도와주려는 거야! 빨리 내려와! 네가 원하는 게 모두 여기 있어!

“흠….”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상대가 악마고 아키서스 신전 지하실에 갇혀 있다면….

‘별놈 아니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악마가 태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상황!

아키서스 신전 안에서 아키서스한테 덤비는 악마가 어디 있겠는가.

[카르바노그가 깔깔 웃습니다.]

생각만 해도 웃기는 악마였다.

태현은 과감하게 내려갔다. 요한손과 수아나가 당황해서 말리려고 했다.

“야, 이건 잠깐 생각을 해봐야지!”

“위험해! 함정이면 어쩌려고! 여긴 마계야!”

그러나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에 두 랭커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저 인간은 겁이 없나?

‘아니, 투기장 리그 곧 시작하는데 몸 안 사리나? 죽기라도 하면 손해가 어마어마할 텐데?’

‘나는… 나는 랭커가 되고 나서 너무 몸만 사리면서 산 거 아닐까?’

요한손은 충격을 받았다.

나름 야만전사라고 호쾌하게 플레이한다는 평가를 받던 요한손!

그런데 태현을 보니 자기가 하는 플레이는 겁쟁이처럼 느껴졌다.

저게 진짜 호쾌한 플레이지!

‘나도… 나도 앞으로 저렇게 한다!’

요한손은 저렇게 플레이하면 망하기 딱 좋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 * *

-빨리 내려와! 빨리 내려와!

악마, 포갈로는 지하에 갇혀 달콤한 목소리를 냈다.

이 신전 지하에 갇힌 지 얼마나 오래 지났던가.

여기에 가둔 아키서스 놈에 대한 원한은 잊어버린 지 오래.

여기서 탈출하겠다는 희망도 잊어버린 지 오래.

포갈로는 딱 한 가지만을 원했다.

-포갈로, 이 개 같은 악마 놈아!

-네가 아무리 악마여도 그렇지 상도덕도 없느냐!? 아키서스 신전으로 우릴 끌어들이다니!

-너는 악마의 수치 같은 놈이다!

길동무!

포갈로는 혼자 죽기 너무 억울했다. 악마답게 그는 다른 악마들도 이 감옥에 갇히길 원했다.

좋은 건 같이 하자!

덕분에 포갈로는 꽤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었다.

악마 일곱 마리가 포갈로의 목소리에 속아 여기 지하에 내려왔다가 아키서스의 감옥에 갇힌 것이다.

포갈로의 특기 중 하나는 화술.

그는 악마들마저 속이는 화술 스킬을 갖고 있었다.

-하하하핫! 속은 놈들이 멍청한 거지!

-혼자 죽을 것이지 왜…!

-내가 빠져나가면 네놈 목부터 뜯어먹을 것이다!

-쉿. 조용히 해라. 너희는 새 악마가 들어오는 걸 원하지 않느냐?

포갈로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악마들이 우르르 입을 다물었다.

여기 악마들은 평소에는 포갈로를 죽일 듯이 욕했지만, 특정한 순간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건 바로 새 희생양이 들어왔을 때!

누가 악마 아니랄까 봐 새 희생양이 들어오면 ‘나 혼자 죽을 수는 없지!’라는 마음으로 다 같이 입을 다물었다.

-빨리 내려와! 빨리 내려와!

-네가 원하는 게 여기에 있어!!

-크크큭… 크크크큭….

한 악마는 기대를 참지 못해 웃음을 터뜨릴 정도였다.

새 희생양의 멍청한 표정을 상상하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희생양이 나타났다.

[아키서스 신전 지하의 감옥을 발견했습니다!]

[이곳은 아키서스가 자신의 힘을 담아 만든 감옥입니다.]

[권능 <아키서스의 봉인 감옥>을 발견했습니다!]

[신성 스탯을 만족시켰습니다.]

[명성 스탯을 만족시켰습니다.]

[악명 스탯을 만족시켰습니다.]

‘…악명은 왜?’

신성이야 명성은 권능 스킬 쓰기 위한 조건이라지만 악명은 대체 왜….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의 레벨이 낮아 권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쉽군.’

권능 하나를 공짜로 얻었는데 바로 쓰지 못하다니.

대장장이 기술 스킬 레벨을 올려야만 쓸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스킬 레벨만 올리면 언젠가는 쓸 수 있으니….’

아예 얻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계단과 연결된 긴 지하 통로.

그 양 옆에 감옥들이 있고 갇힌 악마들이 있었다.

‘그렇군. 이 통로를 밟으면 저 감옥 안으로 들어가는 건가.’

간단하지만 치사한 함정!

위에서 ‘뭐지?’ 하고 내려왔다가는 ‘어? 어?’ 하는 사이에 저 감옥 안으로 들어가 힘을 뺏기고 봉인당하는 것이다.

[참 아키서스다운 함정이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낄낄낄… 멍청한 악마 놈 같으니! 우리 말을 그대로 믿었단 말이냐!

-네가 원하는 게 여기에 있을 리가 있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어서 우리와 같이 이 감옥의 노예가 되어라!

악마들은 신이 나서 외쳤다.

여기 오래 갇혀 있다 보면 즐거움이 별로 없는 것이다.

신입이 새로 감옥에 들어갈 때 보여주는 반응이야말로 유일한 즐거움!

“흠. 감옥을 그렇게 좋아하니 내가 다 고맙네.”

-?

-???

-…악마가 아니잖아?

[악마보다 더한 존재라고 카르바노그가 으쓱거립니다.]

-인간이다! 인간!

-인간!

캉캉캉!

악마들은 감옥의 벽을 두드리며 외쳤다.

-인간! 이 감옥의 문을 열어라! 악마가 아닌 네놈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터!

-이 근처를 뒤져서 감옥의 문을 열 방법을 찾아와! 여긴 아키서스의 감옥이다!

-빨리 찾아! 안 그러면 네 목을 부러뜨려 버릴 거야!

-멍청한 놈아! 인간이 도망치면 어쩌려고 그래? 인간! 이 감옥의 문을 열어주면 네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시끄럽게 떠드는 악마들. 태현은 간단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난 아키서스가 보내서 왔다.”

-…….

-…….

-어…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선생님?

급격하게 공손해지는 악마들!

“잘 지내나 보러 왔는데 잘 지내는 거 같군.”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인간 놈!!

-아키서스가 보낸 놈답게 성격이 포악하고 역겹구나!

“흠. 몇 놈은 골라 빼주려고 했는데.”

-아이고 선생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 옆의 악마 놈이 떠들었을 뿐이지요!

말 한마디에 웃고 우는 악마들!

태현은 흐뭇하게 웃었다.

마계에서 악마를 새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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