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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37화 (937/1,826)

§ 나는 될놈이다 937화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기도 한 번 한 것만으로 레벨 몇을 올려야 얻는 보너스를 얻은 것이다.

감격한 플레이어는 몰랐다.

이 보너스가 대단해 보였지만, 사실 그가 얻은 건 케인이 얻은 것보다 훨씬 약한 수준의 보너스라는 걸!

대신 겉모습 페널티가 없었지만….

케인이 봤다면 ‘나도 이런 걸 주지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주냐!!’ 하고 항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케인은 아키서스에게 사랑받는 노예!

각종 보너스와 행운이 겹치는데 일반 플레이어들과 똑같은 보상을 받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친구? 왜 말이 없냐?

“…친구!!”

와락!

플레이어는 아키서스맨을 껴안았다.

친구가 뭐 별거냐!

이렇게 보너스 주는 친구라면 쑤닝도 친구로 할 수 있겠다!

-친… 친구!

아키서스맨도 감동해서 플레이어를 꼬옥 안아주었다.

* * *

-헛소문 아니냐? 그게 말이 돼? 세상에 공짜가 어딨다고.

-골짜기 놈들이 약간 미친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 갈 데까지 갔네. 프리허그 한 번 하면 능력치를 공짜로 주는 게 말이 되냐?

-상자 까거나 제작은 이해가 가. 그건 복권 같은 거니까. 그렇지만 프리허그는 그것도 아니잖아!

상자 같은 랜덤 아이템 뽑기나, 각종 제작 직업들이 골짜기에 와서 대박을 노린다는 건 이미 유명했다.

가능성이 낮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해볼 만한 전략이었다.

<보석 대장장이 랭커 쥬간, 골짜기에서 드디어 최상급 옵션이 달린 보석 검 제작 성공…>

<재봉사 랭커 델, 골짜기에서 될 때까지 뼈를 묻겠다고 밝혀 ‘화제’>

몇몇 미래가 없는 놈들은 전 재산을 털어 상자를 까댔지만 그건 일부의 이야기.

좀 생각이 있는 플레이어들은 나름 계산을 하고 지를 수 있는 선에서만 질렀다.

어차피 밖에서 열 상자나 밖에서 할 제작을 골짜기에서 하는 정도의 차이.

자기가 자제만 잘하면 골짜기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것이다.

골짜기에 미친 놈들만 있진 않았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못 믿겠다!

판온 게시판, 골짜기 소속 플레이어들이 있는 게시판은 언제나 뜨거웠지만 이번에는 더 뜨거웠다.

-아니 한번 해보라니까?

-산 거기 올라가서 줄 서라고? 너 지금 우리 제작기 못 돌리게 하려고 견제하는 거지?

-아니면 신전 이용이나 투기장 이용을 못 하게 하려고!

-헉…! 이 자식! 확실히!

-…….

-예리한데?

뜻밖의 무한불신!

이건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골짜기 플레이어들이라면 모두 다 한두 번은 당해본 일이었다.

-야! 김태현이 와서 무료로 골드 뿌리고 아이템 푼대!

-뭐!? 진짜!?

그래서 달려가 보면, 김태현은 없고 자기가 서 있던 줄에 웬 처음 보는 놈이 뻔뻔하게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골짜기.

어설픈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다.

덕분에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은 일단 의심부터 했다.

그러나 언제나 몇몇 사람들은 고개를 들이미는 법. 호기심 많은 플레이어들은 산 위를 걸어 올라갔고….

소문은 점점 알음알음 퍼졌다.

그리고 이 소문은 오히려 랭커들에게 퍼졌다.

-공짜로 보너스를? 어디서?! 아… 그 골짜기… 헛소문이겠지.

-야, 내 친구가 골짜기에서 전 재산 잃고 게임 접을 뻔했거든?

-하지만 이 소문이 진짜라면 확인해 볼 만한데.

랭커들은 스탯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겼다.

스탯 하나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용암이라도 마실 수 있는 게 그들!

솔직히 그냥 껴안기만 하면 오른다는 건 거짓말 같았지만, 일단 오른다는 게 사실이라면 투자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 * *

-…나 꼬리 났는데?

-난 털이 덥수룩해졌….

-헉, 얼음 비늘 생겼다! 이거 괜찮은 듯?

-마법 증폭!!! 대박! 진짜 대박!! 마법 증폭 걸렸어!!

-총 MP 증가!!!! 이거 미친 거 아냐? 이게 어떻게 안 유명하지??

-야… 나 지금 HP 감소 걸렸는데….

-영구 출혈 뭐냐???

-이동 속도 느려졌는데??!

시간이 지나자 게시판에는 피해 사례, 아니 정보가 활발히 쌓이기 시작했다.

대형 길드들에서도 피해 사례, 아니 경험담이 속출!

-대체 뭐가 문제지? 좋은 걸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왜 쟤는 좋은 거 나오는데 나만 운이 없냐???

-일단 지금 보니까, 아키서스 교단 소속한테 보너스 들어가는 거 같아요.

-이런 치사한…!

-아키서스 신전인데 딱히 치사한 건 아니지 않나? 아키서스 교단도 아니면서 기도한 게 더 도둑놈 심보….

-너, 너 이 자식. 너 좋게 나왔다고 이러는 거지?

-네? <허약>하고 <느린 발> 뽑은 사람 말은 잘 안 들리는데요?

-죽고 싶냐?!

* * *

“준비 다 되어가는 거 같아. 음… 일단 예술품들은 다 골짜기에 갖다 두고… 근데 이거 애들이 보긴 하냐?”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골짜기의 문화 등급은 무려 B+였다.

이 정도면 되게 높은 수준!

문화에는 전혀 투자도 하지 않는 태현이었지만 이만한 등급이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오스턴 왕국에서 갖고 온 예술품, 에랑스 왕국에서 갖고 온 예술품, 아스비안 제국에서 갖고 온 예술품 등등….

대륙 예술품 수집가!

나름 신전 안에 쫙 걸어놨지만, 은근히 사용자 숫자가 적었다.

다른 영지였다면 사냥 가기 전에 무조건 들려서 각종 버프를 받는 필수 코스였겠지만, 골짜기에는 사냥 가는 사람보다 사냥 안 가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보, 보는 사람 많아요.”

“이다비… 왜 시선을 피해….”

태현은 씁쓸하게 말했다.

하긴 골짜기 놈들이 사냥을 열심히 하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그래도 태현 님! 영지 쪽에 랭커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아키서스 교단도 가입하고….”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다비.”

“네?”

“그건 첩자가 분명해.”

“…….”

둘 사이에 잠시 적막이 맴돌았다.

“아뇨, 꼭 들어왔다고 첩자일 리가….”

“랭커쯤 됐으면 아쉬울 거 없고, 이미 교단 하나 설정해서 공적치 포인트 많이 쌓았을 놈이라고. 그런 놈이 왜 아키서스 교단에 들어와?”

실제로 랭커들 중 아키서스 교단에 들어온 랭커들은 태현과 만나 코가 꿰인 놈들이나, 아니면 제작에 목숨 건 제작 직업 랭커들 정도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새로 생긴 교단에 들어올 이유가 없는 것!

“아니… 저희도 다 확인해 봤어요.”

“그래? 역시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 소속 랭커였지?”

“아뇨… 다 각자 다양했는데요.”

“위, 위장을….”

“누가 그렇게까지 해요?!”

‘파워 워리어는 하지 않나?’

옆에 있던 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파워 워리어 놈들은 그렇게까지 하던데….

“그러면 진짜 가입한 거라고?”

“네. 그런 거 같은데요.”

“왜지? 미쳤나??”

교단에 가입한 플레이어들을 조금도 믿지 못하는 철저함!

“이번에 새로 지은 신전 때문 아닌가요?”

그 말이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케인에게 쏠렸다.

-저게 뭐가 좋지?

“…그 눈빛들은 뭐냐?”

케인의 목소리는 약간 울리듯이 들렸다.

온몸을 갑옷으로 다 덮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그 갑옷 정말 멋진 걸?”

“와 정 말 부 러 워!”

“감정이라도 좀 제대로 담아서 말해! 이 성의 없는 놈들아!”

그러는 사이 이다비가 다음 일을 말했다.

“대장장이들이 광산 들어가게 채굴 장비와 길드원들 지원을 요청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어디 광산을 가길래? 멀지 않나?”

“그러게요?”

영지 근처 광산은 쓸 만한 곳이 없어서 꽤 멀리까지 가야 했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에이 그럴 시간에 폭탄 팔아서 사거나 폭탄으로 협박해서 뜯어오면 그만이지’로 살던 이들!

뭔 바람이 불었기에 광산을 간다는 거지?

* * *

“흠… 내 눈이 잘못된 건가?”

태현은 4왕자의 기사들과 병사를 둘러보며 물었다.

“왜 숫자가 그대로지?”

처음 봤을 때 숫자가 너무 적어서 ‘다 안 왔나보다~’ 했는데, 지금도 그대로!

“…선봉대라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형들이….”

“아니, 장난하나? 어떻게든 더 빌려 왔어야지! 넌 친한 귀족도 없냐!”

태현은 4왕자를 앞뒤로 붙잡고 흔들었다.

이미 태현에게 화술 스킬로 협박 완료 당한 기사들과 병사들은 못 본 척 휘파람을 불었다.

“날씨가 참 좋지 않나?”

“그러게요. 기사님. 저 멀리 날아가는 새가 참….”

“이, 이것들이… 너희들이 그러고도 기사냐!”

“새들의 지저귐이 참….”

“케인! 도와주지 않고 뭐하는 거냐!”

4왕자가 믿을 건 케인밖에 없었다. 물론 케인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너 내가 아키서스의 노예인 건 알고 있지?”

쟤는 노예가 뭔 소리인지 모르나?

“그래도 내 기사잖아!”

“…김, 김태현. 그만하는 게 어떨….”

“뭐 그러지.”

어차피 4왕자를 흔든다고 없는 병력이 생겨나는 건 아니었다.

[4왕자의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4왕자의 공적치 포인트가 크게 오릅니다!]

케인에게 뜨는 메시지창!

태현이 협박하고 케인이 뜯어내고, 훌륭한 콤비였다.

물론 노리고 한 건 아니었지만….

“으음… 아키서스 포병대에서 악마들은 두고 가야 할 거고… 그럼 대포 전력이 확 주는데.”

“새 악마를 잡죠!”

유지수가 주먹을 쥐며 말했다. 태현은 감탄했다.

“확실히 그러면 되겠군.”

마계는 넓고 잡을 악마는 많다!

아키서스 포병대의 드워프 포수들은 지금 대부분 악마들의 지옥 마력을 뽑아서 쓰고 있었다.

너무 편리했던 것이다.

갇힌 우리에서 나오는 악마들의 강력한 마력!

하지만 아무리 태현이라도 마계에 잡은 악마들 데리고 가는 건 걱정이 됐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특히 여기 잡힌 악마들이 다 쟁쟁한 악마들이라….

“아무래도 마계에서는 악마가 부여된 대포보다는 신성력 위주로 가는 게 낫겠지.”

신성력이 부여된 신성 대포.

태현만이 만들 수 있는 괴랄한 공성병기였다. 태현은 각종 대포를 만들고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소모품에도 신성 부여를 마쳤다.

“근데 이거 느부캇네살 공략 때 썼던 아이템들 아니냐?”

“쉿. 조용히 해.”

보통 언데드에게 효과가 있는 신성한 아이템들은 마계의 악마들에게도 효과가 있게 마련.

태현은 알뜰하게도 남은 아이템들을 빼돌… 아니, 챙겨서 공략에 준비했다.

인원이 적으니 이런 수법이라도 써야지!

‘나쁘지는 않아.’

아키서스 포병대는 이미 거의 완전체 수준이었다. 태현이 대륙 곳곳에서 모은 인재들로 구성된 부하들!

뛰어난 포수 드워프에, 그들을 호위하는 아키서 부족 전사들. 거기에 새로 추가된 거인들까지.

‘거인들은 정말 활용하기 좋지.’

공성병기를 맨손에 들고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급하면 폭탄을 그냥 집어 던져도 됐다.

거기에 숫자가 적지만 최정예인 기사들과 병사들까지.

선봉대 전력으로는 충분하긴 했다.

문제는….

태현의 악명!

‘후, 갔는데 막 악마들이 바로 달려오진 않겠지….’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상황.

태현은 더 이상 고민하는 것을 멈췄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었다.

“준비는 끝났다! 우리는 마계로 출발한다!”

[마계 원정 퀘스트의 선봉대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운 업적으로, 어떤 영웅도 쉽게 하지 못할 일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퀘스트 내 공적치 포인트가…]

[……]

[……]

‘…더 기분 나빠지는데….’

[카르바노그가 멕이는 거 같다고 말합니다.]

보상 메시지창을 보고도 불길해지는 건 또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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