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36화
저게 전부?
아. 뜰 앞에 많이 있으면 안 되니까 다른 곳에 모아놨나?
[카르바노그가 왠지 불길하다고 말합니다.]
“캐인!”
“앗! 내 기사, 케인! 왔나!”
4왕자는 케인을 보며 뛸 듯이 기뻐했다. 다른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케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바로 내 기사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내 명령에….”
“이 자식이 죽고 싶냐?!”
바로 멱살잡이!
“?!”
“미친 것도 아니고 마계에 선봉으로 가?! 혼자 죽어, 인마!”
“컥, 컥… 잠. 잠깐. 이게 무슨 짓….”
병사들과 기사들이 기겁해서 무기를 뽑으려는 게 보였다. 태현은 재빨리 끼어들었다.
“둘이 친해서 그래.”
“아니 친하고 뭐고 간에 저런 무례를…!”
“친해서 그렇다고.”
“…….”
태현이 노려보면서 말하자 병사들과 기사들은 바로 납득했다.
[화술 스킬이…]
[악명이…]
[……]
[설득에 성공합니다!]
아! 정말 친한가 보다!
안 친할 수도 있겠지만 4왕자를 위해 굳이 목숨을 걸어야 할까?
납득한 병사들과 기사들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기사는 레벨 400~500에, 근위병들은 300 정도인가? 레벨은 괜찮은데 숫자가 좀 더 많으면 좋겠는데.’
판온 플레이어들의 레벨 수준은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레벨 100만 넘겨도 랭커 취급 받던 초기와 달리, 어느새 랭커들은 레벨 200의 선을 뚫고 그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현도 177이었으니….
현재 최상급 랭커들의 레벨 수준은 200 중후반.
랭커들이 200 넘겼을 때만 해도 ‘금방 300의 벽도 뚫린다!’, ‘최초 300은 누구인가!’ 이런 말들이 엄청나게 나왔었는데, 요즘은 또 잠잠한 거 보니 다들 벽에 막힌 모양이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경험치가 많아지니,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 랭커들도 레벨 업이 얼마나 힘든지 좀 배워야 하는데 말이야. 전설 퀘스트 하나 깼다고 레벨이 20, 30씩 오르면 레벨의 소중함을 배우겠어?’
[카르바노그가 당신이 안쓰러워서 눈물을 흘립니다.]
어쨌든 병사 레벨이 300을 넘기면 충분히 쓸 만한 전력이었다.
NPC는 보통 아이템이나 스킬, 스탯이 부족해 동렙 플레이어보다는 약했지만, 300 정도면야 뭐….
그러는 사이 4왕자는 케인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케인! 팔이…!”
“앗.”
[돌연변이 형태에 4왕자의 친밀도가 조금 떨어집니다.]
“…….”
큰 상처!
케인은 울컥했다.
“외모로 기사를 평가하냐!”
“나,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네 속마음 다 보이거든!”
“흠… 확실히 케인은 전신을 가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태현의 말에 일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케인이 못생겨도 그건 좀….”
“…그런 뜻이 아니라. 지금 봐라. 일단 친밀도 페널티부터 받고 시작하잖아.”
아수라 칭호 얻은 건 좋았지만 거의 언데드 수준으로 페널티를 받고 있었다.
-힉! 키메라잖아! 휴. 아니구나. 언데드였네. 다행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언데드보다 더 기괴한 취급!
언데드나 키메라 같은 종족은 NPC를 대할 때 페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신갑옷으로 아예 가려 버리면 그런 문제도 없지. 게다가 여러모로 좋아.”
방어가 올라가고, 정체도 숨길 수 있었다.
태현은 가능하면 케인을 투기장 리그 전까지 숨겨 볼 생각이었다.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과연 팔 여섯 개 달린 거인 중갑 기사를 보고 케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네.’
“이동 속도 같은 페널티가 좀 붙긴 하겠지만 케인한테는 큰 문제가 아니지. 방어하기도 편해졌고.”
태현이 설명하는 사이, 4왕자는 케인을 달래고 있었다.
“내가 그러니까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네 실력을 믿어서 그런 거다. 내 마음 알지? 응?”
“흠… 그런 거라면….”
그 말에 또 넘어가는 케인!
“4왕자.”
“힉! 왜!”
태현이 부르자 4왕자는 움찔했다.
느부캇네살 퀘스트 때 멱살 잡혀서 끌려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은근슬쩍 아버지한테 말을 꺼냈었다.
물론 결과는 참혹했지만!
-폐하. 아탈리 국왕처럼 싸가지… 아니, 포악한 자를 꼭 왕국에 들여보내야 합니까?
-흠… 내가 죽을 뻔할 때 한 번도 왕궁에 찾아오지 않았다가, 아탈리 국왕이 해독제를 찾아오고 나서야 찾아온 아들아. 방금 뭐라고 지껄였느냐?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뒤질 뻔한 것!
지금은 다 늙어서 ‘허허허’ 하고 있었지만, 에랑스 국왕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다.
빡치면 자식 한둘 정도는 상자에 넣고 가둬 죽일 수 있는 양반이었다.
“네 기사 갑옷 만들어야 하니까 네 창고를 개방하도록.”
“…….”
4왕자가 울상을 지었다.
* * *
“아니, 왜 이렇게 쓸 만한 게 없어? 창고에 오리하르콘하고 아다만티움 정도는 구비해놓으란 말이야!”
“…….”
개자식!
4왕자는 속으로 태현을 욕했다.
그걸 어떻게 구하라고….
태현은 창고를 둘러보았다. 다 예술품 위주라 쓰기가 애매했다.
“흠. 그래도 이건 스탯이 좋으니까 챙겨야지.”
[<은혜로운 대지의 풍경> 그림을 얻었습니다.]
[그림을 영지에 놓을 경우 농사에 추가 보너스를…]
[이 그림을 보는 플레이어들에게…]
“아니, 그림이랑 갑옷이랑 무슨 상관이길래….”
4왕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허. 대장장이들도 그림을 봐야 즐거운 마음으로 갑옷을 만들 거 아냐?”
“…….”
“이 조각상도 스탯이 좋아 보이는군!”
[4왕자의 친밀도가 하락합니다.]
[4왕자의 공적치 포인트가 하락합니다.]
‘뭐?! 공적치 포인트가 있었어!?’
하락하는 건 신경 안 썼다. 하락할 포인트가 있었다는 게 놀라울 뿐.
느부캇네살 퀘스트 때문에 4왕자한테 공적치 포인트가 좀 쌓였던 모양이었다.
‘뭐 지금 써야지. 아쉬운 것도 없고.’
4왕자 개인의 공적치 포인트를 어디다 쓰겠는가.
국왕이라면 왕국 관련 일에 쓸 수 있으니 아껴두기라도 하지, 4왕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사단장도 아니고, 뭐 대단한 마법사도 아니고, 자기 위 왕자들은 뭐라도 하나 갖고 있는데….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지?”
“아냐. 아무것도.”
태현은 4왕자를 케인 보듯이 쳐다봤다.
어쨌든 한바탕 수색이 끝났다.
“소소하군.”
“뭐라고!?”
스탯 좋은 예술품은 다 싹 쓸어가 놓고 ‘소소하다’라니…!
저 저 사악한 악당 놈!
‘예술품은 좋긴 한데 정작 갑옷 개조할 만한 재료가 적군. 흠… 녹여서 쓸까.’
사실 지금 케인의 장비는 매우 좋은 장비였다.
무려 학카리아스 레어에서 얻은 장비!
정확히 말하자면 드워프들이 학카리아스한테 바치기 위해 갖고 왔지만 학카리아스가 무겁다고 안 입은 장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투구 개조해서 얼굴 가리고, 팔 가릴 건틀렛만 추가로 만들면 되긴 하겠군.’
“방패 세 개에 무기 세 개가 좋을까, 방패 네 개에 무기 두 개가 좋을까?”
“방패 다섯 개는 어때?”
“이거 균형이 은근히 어렵네.”
“그보다 케인은 적응 끝낸 건가?”
태현이 고민하는 사이 다른 일행은 케인의 팔을 갖고 수군대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종족이라 일행들도 어떻게 조언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과연 여섯 팔 케인은 어떤 위력을 보여줄 것인가?
* * *
‘그 골짜기’.
이 골짜기의 사람들은 뭔가 새로 생길 때마다 두근거리면서 기대했다.
이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전 세계 플레이어들이 골짜기에 새로 생기면 그걸 주목했다.
각종 랜덤 뽑기, 만능 제작기, 기도, 특제 투기장 등등….
레벨을 안 올려도, 퀘스트를 안 해도 하루하루가 즐거운 곳!
물론 골짜기 밖의 플레이어들은 ‘어휴 ㅉㅉ 저 미친놈들’ 하면서 지나갔지만….
그런 와중에 갑자기 <아키서스의 특수 기도 신전>이란 건물이 골짜기 뒤쪽 산맥 위에 생기자, 플레이어들은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아키서스의 특수 기도 신전?? 그게 뭐지?”
“특수 기도면 그냥 다른 신전이랑 차이가 있나? 지금도 할 수 있는데.”
“혹시 일시 버프가 아니라 영구적인 버프 주는 거 아닌가?”
“오…! 그거 진짜 좋은 건데.”
스탯 1 하나 올리려면 생고생을 해야 하는 판온이었다. 영구적인 버프라면 스탯 1 올라가는 것보다 더 좋은 상황.
그런 걸 그냥 기도 한 번 하면 받을 수 있다면??
물론 영구 버프긴 했다. 플레이어들의 생각과는 달랐지만.
“근데 왜 저 산맥 위에 해놨지?”
“바보야. 저런 신전을 영지 한가운데에 세워봐라. 다들 몰려서 말도 아닐걸. 저렇게 해놔야 그나마 좀 덜하지.”
“아하!”
신전이 아직 완공되지도 않았는데 플레이어들은 산맥을 타고 올라 줄을 서기 시작했다.
랜덤 뽑기 한 번 하기 위해서라면 눈 덮인 설산도 등반할 이들!
“어… 사람들 왜 이렇게 몰립니까?”
“이거 실체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쉿. 조용히 하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입을 다물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앞에 표지판도 세웠다.
-이 신전은 사용자에게 발생한 모든 성격의 손실이나 손해에 대해서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 됐다!”
[아키서스의 특수 기도 신전이 완공되었습니다!]
[영지의…]
[……]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의 능력이 오릅니다.]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의 숫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골짜기 산맥의 광맥이 무작위로 변형될 수 있습니다.]
[일정 확률로 상급 강철이 나옵니다.]
[일정 확률로 상급 구리가…]
[낮은 확률로 상급 황금이…]
[매우 낮은 확률로 희귀한 금속이 나올 수 있습니다.]
태현은 별생각 없이 한 일이었다.
아키서스맨을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으니, 영지 으슥한 곳에 두고 각오가 된 사람만 쓰게 하자!
대충 이런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키서스맨은 태현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광산이 골짜기에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다.
* * *
“저… 들어가도 됩니까?”
“예. 들어가십쇼.”
두근두근!
스타를 만나는 팬의 기분으로, 플레이어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아키서스 특수 기도 신전은 깊숙한 동굴 안에 세워진 것이다.
‘근데 이렇게 깊숙한 동굴 안에 세우는 건 악신 교단 아닌가?’
선신 교단=당당하게 도시에 신전 설치함, 어디가서 물어봐도 찾기 쉬움.
악신 교단=보통 들키면 위험하니까 동굴 깊숙한 곳이나 지하 깊숙한 곳에 신전 설치함, 어디 가서 물어봐도 찾기 어려움.
이런 차이!
사디크 교단도 이 산맥 안에 신전 세워놓고 버텼던 거 같은데….
“무슨 생각 하십니까?”
“아! 아닙니다! 들어갑니다!”
플레이어는 허겁지겁 들어갔다. 안에는 번쩍이는 푸른 인간이 있었다.
“…???”
-친구? 친구인가?
“절 아십니까?”
-이제부터 알아가면 되지. 친구. 안아줘!
“어? 어?”
꽉!
[아키라늄의 힘으로 육체가 변이합니다!]
[현재 아키서스 교단 공적치 포인트가 보통 수준입니다. 보너스를 작게 받습니다.]
[현재 행운 스탯이 낮습니다. 보너스가 없습니다.]
[현재 아키서스의 신전 안에 있습니다. 보너스를…]
[하급 청동 뼈를 얻었습니다!]
[하급 향상된 청각을 얻었습니다!]
[하급 악력 강화를 얻었습니다!]
-친구! 또 와!
“어… 어어어?!?!”
플레이어는 기겁했다.
생전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보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