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31화
[아키라늄 채취에 성공했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마법 스킬이…]
[고블린들의 존경이 극에 달합니다!]
[푸른 금속 광산의 돌연변이들이 당신을 우러러봅니다!]
-퀘에엑. 하찮음! 하찮음!
-퀙! 매우 하찮음! 매우 하찮음!
“케인 이야기인가?”
[카르바노그가 당신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거라고 전해줍니다.]
‘아. 반대로 말한다고 했지.’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푸른 금속을 가방에 넣었다.
[아키라늄의 힘이 가방 안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는 아키라늄의 힘을 완전히 다룰 수 없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는 아키라늄의 힘을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최고급인데?!’
전설 등급은 찍어야 완전히 보고 다룰 수 있단 말인가?
태현은 당황했지만 곧 납득했다. 그 정도가 아니면 고블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을 이유가 없겠지.
[아키라늄은 불길하고 정제되지 않은 오염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기로 만들 경우 알 수 없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아키라늄은 그 안에 형언할 수 없는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때로 멋대로 폭발할 수 있습니다.]
[아키라늄은…]
메시지창을 보며 태현은 정리했다.
아키라늄의 특성은 일단 강한 공격력, 랜덤 효과, 오염 정도였다.
공격력은 확실히 무시무시할 것이다. 고블린들이 보장할 정도였으니.
오염이야 상대방 찔렀을 때 오염시키는 거니 상관없었다. 지금 태현이 저항하는 걸 보니 태현은 오염되지 않을 것이다.
랜덤 효과야 부가되는 게 더 좋은 것이고….
‘근데 멋대로 폭발한다고?’
태현은 스킬창을 켜 아키라늄으로 폭탄을 만들 수 있나 확인해 봤다.
저렇게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면 폭탄으로 써도 좋을 것 같았던 것이다.
[아키라늄 폭탄은 극도로 불안정해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같은 아키라늄 아이템이 근접해 있을 경우 불안정함이 증폭됩니다!]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 인해 페널티를 받습니다.]
[현재 기계공학 스킬로 인해 페널티를 받습니다.]
[현재 행운 스탯으로 보너스를 받습니다.]
[제작 시 75% 확률로 폭발합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 기계공학 스킬 모두 다 페널티를 줄 정도로 고난이도.
심지어 성공 확률이 25%.
‘카르바노그. 내 행운으로 시험해 볼 수 있을까?’
[가능하면 말리겠다고 카르바노그가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렇긴 하지….’
25%에 목숨 걸 정도로 태현은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검으로 써도 충분히 좋지 않은가.
“다 챙겼다.”
-퀘에엑! 퀘엑!
돌연변이들이 태현 주변을 둘러싸더니 양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시늉을 했다.
[푸른 금속 광산의 돌연변이들이 당신을 극도로 우러러봅니다!]
[돌연변이들이 푸른 금속에 저항할 수 있는 당신의 힘을 궁금해하고 원합니다!]
[돌연변이들이 당신을 따릅니다! 영지에 이들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어… 어?”
태현은 당황했다.
싸우지 않는 정도만을 원했지 데리고 갈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얘네들을 어디에 쓴다?’
태현은 고민에 잠겼다.
일단 어떤 종족이든 간에 영지에 받고 보는 태현이었지만, 이 불가사의한 돌연변이들은 고민이 됐다.
가장 문제는 오염도!
‘근데 뭐… 피를 뿌리고 다니지 않는 한 오염이 될 거 같지는 않고.’
게다가 골짜기에는 남는 공간이 매우 많았다.
영지 뒤편의, 사디크 교단이 숨어서 버티던 산맥.
거긴 아직도 대부분이 미개척지였다.
말이 골짜기 영지지, 영지는 산맥 밑의 평평한 땅을 위주로 확장된 상태!
돌연변이들도 산맥에 풀어 넣으면 되긴 했다.
‘…플레이어들이 기겁을 할 수도 있겠군.’
평화롭게 산맥 근처에서 재료 수집하던 플레이어들을 기겁하게 만들 외모!
탁-
“?”
돌연변이들은 케인을 꼬옥 붙잡았다. 그 손길에 케인이 당황했다.
“왜 이래?”
꽈악-
모두 케인에게 몰려와 손을 붙잡는 돌연변이들!
[돌연변이들이 케인을 대장으로 삼아달라고 요청합니다!]
“…그, 그래. 그래라.”
“야!!”
“아니야. 잘 생각해 보라고. 쟤네는 의외로 강해. 탱커 역할로는 제격이야.”
레벨은 기본적으로 고렙에, 맷집과 체력도 튼튼하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예측 자체가 불가능했다. 약점을 공략하는 게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런 놈들이 수십 마리!
이 키메라 부대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어떤 딜러도 쉽게 뚫고 나가지 못할 것이다.
말이야 맞는 말인데….
‘스미스처럼 되고 싶은데!’
점점 더 멀어지는 스미스의 꿈!
스미스가 멋진 페가수스를 타고 다니면서 기사단과 함께 돌격할 때, 케인은 사디크 방패 들고 돌연변이 키메라들과 같이 앞을 가로막아야 했다.
[돌연변이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아키서스의 키메라 부대가 영지에 추가됩니다.]
[아키서스의 키메라 부대의 지휘관은 케인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사막을 뚫고, 고블린들을 만나고, 지하로 내려와 각종 싸움을 거쳐 돌연변이들까지 부하로 삼자 경험치가 꽤나 쌓인 모양이었다.
레벨 업!
* * *
케인이 돌연변이들을 이끌게 됐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건 없었다.
푸른 금속의 양은 매우 적었고, 검을 만들 정도의 양을 채우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돌아야 했다.
“여기 보스 몬스터는 없나?”
-퀘엑! 있다!
“없다는 거군.”
태현도 대충 돌연변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익힌 기분이었다.
반대로 말하는 이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없군!
-퀘에엑! 있다! 있다!
“알겠어. 이해했어.”
[카르바노그가 상대방이 말뜻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불안해합니다.]
“하긴 보스 몬스터 없는 곳은 좀 드문데.”
보스 몬스터가 여럿인 던전이면 모를까 없는 던전은 드물었다.
어느 던전이든 간에 가장 강한 몬스터 하나 정도는 있는 법!
-퀘에엑. 매우 매우 안 무서운 적은 없다.
“그게 보스 몬스터잖아… 어떤 놈이길래?”
뚝-
태현의 질문에 돌연변이들이 동시에 동작을 멈췄다.
그러고는 벌벌 떨었다.
-퀘에엑. 퀘엑!
-퀘에엑!
말 대신 그들은 몸짓으로 표현했다.
안 그래도 괴상망측한 몸뚱이인데 펄쩍펄쩍 뛰며 표현하자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카르바노그 빼고는.
[저럴 수가! 하며 카르바노그가 놀랍니다.]
“…저걸 알아듣는다고?”
과연 신은 신!
온갖 언어를 다 알아듣는 카르바노그답게 돌연변이들의 몸짓도 알아들은 것이다.
[아주 아주 무서워서 돌연변이들도 피하는 놈이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와. 그거 정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군.’
어떻게 저 긴 동작에서 쓸모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지?
케인 같은 놈들!
“약점이나 그런 건? 상대법은?”
[껴안으려고 하면 피해야 한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태현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러나 제대로 들은 게 맞았다.
‘뭔 놈의 대처법이 저렇게 해괴해?’
생전 처음 듣는 몬스터 대처법!
‘흠… 엄청난 근육질의 거인 몬스터이고, 달려들어서 껴안으려고 하나? 상대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어지간하면 보스 몬스터를 잡고 보상을 얻겠지만, 여기 지하 던전은 워낙 이상한 곳이라 태현도 섣부르게 행동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싸우다가 아키라늄이 <자극을 받아 폭발합니다!> 같은 메시지라도 뜨면….
케인과 사이좋게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든지 피할 수 있지.’
태현은 마음만 먹으면 보스 몬스터와 상대하지 않고 돌아다닐 자신이 있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예민한 감각. 거기에 그걸 도와주는 각종 스킬들까지.
[카르바노그도 있다고 말합니다.]
‘거기에 카르바노그까지.’
[카르바노그가 만족합니다.]
깡, 깡-
케인과 돌연변이들이 주변 망을 보고, 태현이 푸른 금속을 조심스럽게 채취하고.
일행은 이런 과정을 꾸준히 반복해 나갔다.
‘근데 진짜 더럽게 양이 적네.’
한 번 캘 때마다 손톱만큼 나오는 양.
판온 제일 희귀금속인 아다만티움도 이 정도 양을 주진 않았다.
[그건 아다만티움 거인한테 삥을 뜯어서 그런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손톱만큼의 양도 못 얻고 있다!
‘푸른 금속 거인은 없나? 음. 있으면 근데 좀 무서울 듯.’
주먹 한 방 날리면 대지가 오염되는 무시무시한 거인!
-퀘에에엑! 퀘에에엑! 퀘에에엑!!
“왜, 왜 그래?! 너희들?!”
케인은 깜짝 놀라 돌연변이들을 달랬다.
겉모습이 폼이 안 나긴 했지만 그래도 돌연변이들이 케인을 대장처럼 따르는 건 기분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놈들이 갑자기 발광하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
“아까 말한 보스 몬스터인가 본데? 케인. 도망칠 준비하자. 키메라들! 뒤로 가서 길을 막아!”
-케에엑….
-케에에에엑….
돌연변이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두려워했다.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이 매우 두려워합니다!]
[화술 스킬이…]
[전술 스킬이…]
[명령을 내리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태현의 스킬을 막는 건 불가능!
돌연변이들은 두려워하며 뒤에 섰다. 그러자 케인이 외쳤다.
“나… 나도 같이 간다!”
“???”
태현은 당황했다. 얘 왜 이래?
“야. 빠르게 후퇴해야지.”
“하, 하지만… 저렇게 두려워하는데!”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이 감동을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이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케인에게 뜨는 메시지창!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은 케인에게 감동받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
-퀘엑! 못난이! 못난이! 못난이!
-퀙! 못난이! 못난이! 못난이!
“…그냥 칭찬하지 마라!”
케인은 울컥했다. 뭔 놈의 칭찬이 이리 기분 나쁘단 말인가.
“뭐 네가 남겠다면야….”
태현은 무기를 꺼내고 발걸음을 멈췄다.
후퇴하려고 한 건 케인을 위해서였다.
태현이야 회피와 신성 권능으로 버틴다지만, 케인은 정말 위험할 수도 있었으니까.
자기가 저렇게 남는다는데!
그러나 케인은 태현의 뜻을 오해하고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역시 김태현이 평소에는 사람을 악마처럼 구박하고 굴리고 괴롭히고 놀지도 못하게 막고 훈련만 시키지만 사람은 참 착해!”
-??
-????
키메라들도 당황하는 케인의 중얼거림!
그러는 사이 통로 끝에서 푸른빛이 번쩍번쩍거리며 상대가 나타났다.
-외로… 워… 놀아… 줘….
나타난 건 평범한 크기의 금속 인간이었다.
거인 골렘 같은 걸 생각하고 있던 태현은 순간 김이 빠졌다. 금속으로 된 것만 제외하면 거의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던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비명을 지릅니다! 상대의 몸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힘이 장난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안아… 줘… 친구들….
-퀘에에엑! 전진! 전진!
-퀙! 퀙!
키메라들은 금속 인간이 어지간히도 두려웠는지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그중 하나가 도망치려다가 실수로 금속 인간한테 붙잡혔다.
꽉!
-우리… 친구지…?
-퀘에엑! 퀘엑! 친구 아냐! 친구 아냐!
금속 인간이 키메라를 꽉 껴안자, 키메라의 몸이 마치 진흙처럼 변형되기 시작했다.
1초마다 수십 개의 돌연변이 성질이 추가되었다가 사라지는 현상!
“…미친.”
어지간한 건 다 봐온 태현이었지만 이건 좀 무서웠다.
태현은 바로 망치를 꺼냈다. 저런 형태의 몬스터에게는 이런 망치가 최고였다.
‘…망치가 오염되진 않겠지?’
게임 초기에 얻어 이제까지 수많은 제작을 같이 한 친구!
이 친구를 잃어버리면 눈에서 피눈물이 날 것이다.
-처음 보는… 이방인….
꿀꺽-
-우리… 친구 맞지…?
금속 인간이 태현을 보며 물었다. 순간 태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