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929화 (929/1,826)

§ 나는 될놈이다 929화

파워 워리어 길드.

판온 게시판에서 ‘XX 길드 좋음?’이란 질문이 나오면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오는 길드!

-성기사이즈굿: 파워 워리어 길드 그거 거품 아님?? 솔직히 랭커 숫자도 별로 없는데 규모만 커봤자…. 솔직히 성기사 길드가 짱이지. 님들 성기사 길드 중 뭐가 좋은 거 같음? 내 생각엔 성기사이즈킹 길드가 좋은 거 같음.

-썩은칼날: 파워 워리어 길드 정도면 좋은 길드 아닌가? 솔직히 길마가 삥 안 뜯고 길드원들한테 평등하게 길드 시설 주는 것만으로도 판온 내에서 손가락에 꼽힘.

-마법사최고: 그보다 저 윗분 닉네임 신고해야 하지 않음?

-성기사이즈굿: 아니 내가 뭘?? 성기사가 좋다는데 왜??

-마법사최고: 그건 핑계 같은데.

-썩은칼날: 맞아. 닉네임이 외설스러워. 성기사이즈킹 길드 추천하는 것부터가….

-마법사최고: 솔직히 그런 길드는 판온에서 제재 먹여야 하는 거 아니냐?

-성기사이즈굿: 니들이 이상한 거야!!

-마법사최고: 파워워리어 vs 길드명이 쪽팔리는 판온 1위 길드. 난 전자임.

-썩은칼날: 나도 솔직히 둘 고르라고 하면 파워 워리어 갈 거 같은데… 진짜 신기한 게, 성기사이즈킹 길드 애들은 어떻게 길드명을 당당하게 까고 다니지? 난 진짜 부끄러워서 못 할 거 같은데.

-성기사이즈굿: …성기사이즈킹 길드 말고 파워 워리어 전력을 이야기하잖아….

-썩은칼날: 근데 파워 워리어 세지 않나? 랭커 없는 것도 예전이고 걔네 전력 장난 아니던데.

-성기사이즈굿: 흥 유명 랭커도 없는데.

-마법사최고: 길드 전력이야 길드끼리 싸움 나야 아는 법인데, 파워 워리어는 길드전을 한 적이 거의 없긴 하지….

-님아어리워워파: 파워 워리어가 다른 길드보다 랭커가 적을 수는 있어도 파워 워리어 길드 역시 위대한

-마법사최고: 아 제발

-썩은칼날: 그만해

-님아어리워워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랭커가 있고

-마법사최고: 아 알겠다니까!!

-썩은칼날: 저거 유행시킨 새끼 진짜 잡아 가둬야 한다.

-님아어리워워파: 다시는 파워 워리어를…

파워 워리어가 판온에서 손꼽히는 길드다, 라고 하면 찬반이 갈리겠지만….

파워 워리어가 판온에서 손꼽히게 인기 있는 길드다! 라고 하면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파워 워리어가 작고 약할 때 했던 광고들은 이제 유행이 되어 개나 소나 하고 다녔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아닌 놈들도 파워 워리어처럼 광고하고 다니는 기현상!

해외 파워 워리어 팬들은 심심하면 저런 대화에 끼어들어서 ‘다시는 파워 워리어를 무시하지 마라’면서 훼방을 놨다.

심지어 판온 내에서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사냥하고 있으면 웬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오우! 당신들 팬이에요!’ 하면서 도와주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황당한 도움!

-아니 우리 팬이 있어?

-뭐지? 미친놈들인가?

-우리의 구걸에 반한 건가? 우리가 구걸을 좀 쌈박하게 하긴 했지.

구걸은 무엇인가?

구걸은 경쟁이다!

도시 길드하우스 골목에 자리 잡고 ‘성기사이즈킹 길드 121골드, 가나한 길드 54골드, 준목 길드 78골드’ 같은 식으로 경쟁 붙이는 건 기본.

마탑 근처에 자리 잡고 ‘화염학파 18골드 냉기학파 66골드…’ 같은 식으로 응용 버전도 있었다.

판온에서 구걸은 흔한 일이었지만, 파워 워리어처럼 적극적으로 발전시킨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보다는 우리의 활약에 반한 거겠지.

-활약…?

-어, 우리 활약이 있어?

-…있지 않을까?

-폭탄 쓴 것도 있고 골렘 타고 다니는 것도….

사실 단검단과 저격단도 있긴 했다.

하지만 이건 파워 워리어 내부에서도 간부들만 아는 비장의 카드!

이들은 판온에서도 보기 드문 극단적인 장비로 무장한 히든카드들이었다.

-새로 들어온 랭커 애들 활약 때문인가?

-근데 걔네 진짜 왜 우리 길드에 들어온 거지? 속았나?

-세상에는 여러 취향이 있는 법이잖아.

-랭커들 욕하지 말자. 그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뿐이야.

-…여러분. 저 길드 채팅에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랭커들은 시무룩해졌다.

기껏 들어왔는데!

* * *

“파워 워리어 길드는 좋은 길드다.”

“설, 설마 다른 길드보다 랭커가 적을 수는 있어도 파워 워리어 길드 역시 위대하다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미다스 길드원은 식겁했다.

하도 게시판에서 많이 봐서 이제 공포부터 들었다.

“무슨 소리야? 그냥 좋은 길드라고.”

“아, 그래. …그런데 뭐가 좋은데?”

미다스 길드원은 궁금해졌다.

파워 워리어 길드는 대체 뭐가 좋은 걸까?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이상한 것만 나오니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나작세가 피식 웃었다.

“비밀이다.”

비밀인 이유?

나작세도 딱히 할 말이 없어서였다. 솔직히 길드원인 그도 파워 워리어가 왜 좋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궁했다.

그냥… 그냥 좋아!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매력이 있어!

그 웃음에 미다스 길드원은 혼란스러워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에 뭐가 있나?’

상대방이 바보도 아닐 텐데, 파워 워리어에 들어갔다면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생각해 보니… 파워 워리어는 이상하게 소문이 많아. 그래서 진상이 알려져 있지 않지. 혹시 정말 좋은 길드인가?? 들어가면 우리가 몰랐던 그런 게 있나?’

“왜 그러냐 너?”

“아, 아니다.”

“어쨌든 파워 워리어 길드는 참 좋은 길드야.”

“아니 어떻게 좋냐고….”

“하… 이게 진짜 좋은데, 플레이어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난 이만 간다!”

“아, 아니! 잠깐만!!”

나작세는 호다닥 도망쳤다.

더 물어보면 밑천이 들통날 것 같았던 것이다.

혼자 남은 미다스 길드원은 고민에 잠겼다.

미다스 길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마법사 랭커들이 모여서 판온의 흐름을 새로 주도한다!

…라고 거창했지만 거기도 결국 길드였다.

여러 길드들이 뭉쳐서 연합한 길드다 보니, 자기 몫을 챙기지 않으면 밀려났고 길드원끼리 서로 도와주는 끈끈한 정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는 달랐다. 겉에서 보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정말 끈끈하게 붙어 다녔다.

사실은 약해서 그런 거지만….

미다스 길드 랭커 눈에는 그게 우정으로 보였다.

원래 사람이 좀 힘들고 괴로우면 자기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되는 것!

‘그러고 보니 폴레 님도 요즘 최강지존무쌍 길드하고 같이 논다고 들었는데….’

* * *

“으하하하하!”

“까르르르륵!”

“아이고 배꼽이야!”

부들부들.

폴레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더 크게 칭찬해다오.’

폴레는 천재였다.

얼음 마법의 천재…기도 했지만 그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폴레는 개그의 천재!

아저씨들의 개그만 듣고 꾹 참던 폴레가 한 마디 반격한 게 시작이었다.

-너… 너무 웃겨!

-헉, 허억. 숨을… 숨을 쉴 수가….

-아이고! 최씨! 웃다가 죽으면 어떡해!

-!!!

이제 최강지존무쌍 길드 아저씨들 사이에서 폴레는 최고의 유우머 장인!

폴레는 깨달았다.

왜 랭커가 되고 유명해졌는데도 허무했던 걸까?

그는 랭커가 되고 유명해지기 위해서 판온을 한 게 아니었다.

그는 사람을 웃기기 위해서 판온을 한 것이었다!

* * *

“김태현.”

“왜?”

“근데 돌연변이로 잘생겨질 수도 있냐?”

“…….”

[…….]

-…….

태현, 카르바노그, 용용이가 동시에 침묵했다.

케인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농담한 거야.”

“그, 그렇지? 휴.”

[진짜인 줄 알았다고 카르바노그가 당황합니다.]

-주인이여. 저 인간에게 외모는 신경 쓰지 말라고 전해다오.

용용이의 말에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역시 사람은 외모보다는 내면이….”

-무슨 소리인가? 외모도 좋고 내면도 좋으면 더 좋은 거지.

“…신경 쓰지 말라며?”

-그건 이미 늦었으니까 그렇게 말한 것이다.

“…….”

케인의 사기는 한층 더 내려앉았다.

[카르바노그가 토왕이는 데리고 올 수 있지 않았냐며 의아해합니다.]

토왕이는 레벨 1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사기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어지간한 저주나 특이 효과는 전부 다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다비도 분명 괜찮았을 확률이 컸다.

‘아. 응. 그래도 혹시 몰라서.’

[…아키서스의 노예는 그럼… 아니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둘의 대우 차이에 대해 말하려다가 카르바노그가 멈칫했다.

더 길게 이야기하면 슬퍼질 테니까!

‘하지만 케인은 죽어도 되니까 데리고 온 건 아니야.’

[죽어도 된다고 말한 적은 없…]

‘케인은 보니까 돌연변이에 보너스를 받더라고.’

케인도 태현만큼이나 독특한 캐릭터였다.

직업: 아키서스의 노예(서버에서 1명).

종족: 키메라(서버에서 1명).

기타 등등.

이런 온갖 요소들이 합쳐져서, 케인은 돌연변이에 보너스를 받고 있었다.

세 번째 눈도 사실 이상하게 보일 뿐이지 성능은 매우 좋았다.

[실명 상태에 빠지지 않습니다.]

[세 번째 눈이 야간 시야 능력을 올려줍니다.]

[……]

‘왜 저걸 갖고 불평하지? 배부른 녀석 같으니.’

[……]

쿵!

“케인이잖아?!”

“뭐? 나?!”

태현의 외침에 케인이 퍼뜩 놀랐다. 자기가 왜 나타난단 말인가.

도플갱어라도 나왔단 말인가?

그러나 아니었다. 앞에서 나온 건 온갖 종족이 섞인 괴상한 돌연변이였다.

케인이 폭주했을 때와 비슷하게 생기긴 했다.

“야…!!!”

케인의 분노는 못 들은 척 하며 태현은 달려들었다.

무슨 몬스터든 간에 통하는 법칙이 있었다.

선빵필승!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아키서스 검법!

예전에 검술 관련 스킬이 없어서 초기에 얻은 가타콰 검법만 쓰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 상황은 매우 훌륭했다.

아키서스 검법은 극단적이고 스킬을 새로 열기 어려운 난이도 높은 검법이었지만, 결코 약한 검법은 아니었다.

스킬 개수 좀 부족하다고 태현이 못 잡을 사람도 아니고!

촤아아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오랜만에 솔플하는 느낌으로 호쾌하게 치명타를 넣자 기분이 신선했다.

[대만불강검이 <정체불명의 푸른 금속>의 힘에 오염됩니다!]

[<오염된 대만불강검>으로 변합니다!]

“…?!”

태현은 당황했다.

다른 플레이어라면 ‘내 무기! 내 무기가 오염되다니!’ 하고 절규했겠지만 태현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대만불강검은 일회용 싸구려 무기였으니까!

아니, 오히려 저렇게 오염되어주면 고마울 뿐!

태현은 재빨리 검을 바꿨다.

-꿰에에에에엑!

온갖 종족이 뒤섞인 돌연변이는 태현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태현은 뒤로 걸음을 밟으며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바꾼 검을 꺼내 베었다.

[대만불강검이 <정체불명의 푸른 금속>의 힘에 오염됩니다!]

[<오염된 대만불강검>으로 변합니다!]

“오오… 오오오오!”

“미친놈아! 뭐하는 거야!!”

케인이 비명을 질렀다.

지금 잡아도 모자랄 시간에 뭔 장난을!?

“케인! 봐라! 공짜 버프다!”

태현이 던진 대만불강검을 받은 케인.

[대만불강검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된 기운에 데미지를 입습니다!]

[오래 들고 있을 경우 돌연변이가 나올 수 있습…]

“꿱!”

케인은 비명을 지르며 검을 집어던졌다. 몬스터를 두들겨 패던 태현은 화를 냈다.

“뭐하는 짓이야!”

“너야말로 뭐하는 짓이냐?!”

아무리 데미지 좋아도 이런 무기는 쓰고 싶지 않아!

태현은 <신성 권능>과 화신 직업 때문에 저런 변이가 아예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걸 모르는 케인은 태현을 괴물 보듯이 쳐다보았다.

‘저 저 게임이 낳은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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