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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27화 (927/1,826)

§ 나는 될놈이다 927화

‘그래도 여럿이 덤비면 좀 위험하겠는데.’

무엇보다 태현이 빠르게 움직이고 반응할 수 없다는 게 컸다.

회피율도 높은 태현이었지만 그 공격을 아예 맞지 않게 피하는 게 주 스타일.

그 장점 하나를 아예 봉인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강력한 스킬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미래를 팔아서 현재 데미지를 산다!

확실히 상대를 끝장낼 자신이 있을 때 써야 하는 스킬이었다.

“아니… 네가 때리라며…!”

“아. 미안.”

태현은 케인을 일으켜 세웠다. 신나서 한 대 때렸다가 벽에 날아가서 처박힌 케인!

‘젠장. 시험이었구나!’

역심을 품은 걸 잡아내려고!

케인은 예전에 본 <태조 왕건>에서 나온 궁예를 떠올렸다.

거기서 궁예가 이런 테스트를 하지 않았나?

‘다음부터는 때리라고 해도 절대 때리지 말아야지.’

* * *

“푸른 금속이 발견되는 곳은 대사막의 지하 중에서도 가장 깊은 지하입니다. 여기까지 뚫고 내려가는 것도 일이었지요.”

드워프와 고블린들의 공통점은?

던져놓으면 땅을 파고 지하로 계속 내려간다는 점!

둘 다 광물에는 환장하는 종족들이었고, 광물을 얻기 위해서라면 계속 땅을 파고 지하로 내려가야 했다.

사막으로 온 고블린들도 달라지지 않았다.

모래밖에 없는 악조건을 뚫고 계속 밑으로 밑으로!

수백 대가 넘는 골렘들을 이용해 뚫어낸 성과였다.

그러자 모래 밑에 어마어마한 던전이 나타났다.

<대사막 지하 광산>!

압도적인 공간인, 아직 고블린들도 다 파악하지 못한 곳이 많은 던전이었다.

‘오오.’

태현은 그 말에 반색했다.

플레이어들이 들으면 좋아하는 단어들!

‘미개척 던전’, ‘전설 등급’, ‘최초 보너스’ 같은 단어들!

나오면 조건반사적으로 설레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거기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워낙 사납고 강력해서 일이 느려지고 있습니다.”

“헉… 잠깐만. 여기 고블린들 수준으로도 그럴 정도면 얼마나 강한 거야?”

케인은 당황했다.

여기 고블린들은 전투 직업은 거의 없었지만, 전부 다 제작 직업으로 강력함을 발휘하고 있었다.

전투골렘에 타서 싸우는 전투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아스비안 제국의 공격에 버틸 정도의 전투력!

그리고 다른 일행도 당황했다.

“케인 씨가 저런 판단을…!”

“케인 저 자식 요즘 왜 이렇게 머리를 잘 쓰지?”

“…….”

“뭐, 광산에서 싸우기 불리하긴 하겠지.”

태현은 케인을 달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골렘은 기본적으로 덩치가 있어서 넓은 곳에서 싸우는 게 편하잖아. 좁은 곳에서 싸우면 여러모로 불리하다고.”

“아니, 저 광산이 워낙 넓어서 딱히 그런 문제는 아닌 읍읍읍!”

말하던 고블린 장로의 입이 막혔다.

“하지만 우리라면 충분히 싸울 수 있겠지. 안 그래?”

“그, 그럴 거 같기도.”

“게다가 사막 위에서는 장비 다 벗고 있었지만 지금은 또 아니잖아? 그치?”

“그, 그러네?”

“그래 그래. 바로 갈 준비하자고.”

10초도 안 되어 홀랑 넘어간 케인!

일행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최초로…]

[경험치…]

[명성을…]

‘흠.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

철커덩거리는 고블린 지원군과 함께 광산에 내려온 태현.

보통 광산은 좁고 덥고 어둡게 마련.

그런데 여기 광산은 기본적으로 넓었다. 고블린들이 전등도 달아놔서 어둡지도 않았다.

판온 1에서부터 판온 2에서까지 수천 개가 넘는 광산 던전을 깨온 태현이었다.

몬스터가 약하든 강하든 기본적으로 공략하는 방법은 비슷했다.

통로를 돌면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고, 보스 몬스터를 잡는다.

그러면 대충 던전은 위험하지 않은 사냥터로 바뀌게 마련.

저번에 갔던 용암이 넘치는 광산처럼 환경 자체가 위험한 광산도 있었지만, 이번 광산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푸른 금속>이 뿜어내는 기운이 육체를 변화시킵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뭐야?!’

태현은 정말 놀랐다.

아무 징조도 없이 바로 상태 이상 메시지창이 들어오다니!

지금 그냥 들어와서 통로만 걷고 있었다.

게다가 태현이야 저항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키서스의 축복!

태현은 재빨리 버프 스킬을 걸었다. 혹시 모르는 상황에서는 일단 막고 봐야 했다.

“다들 괜찮아?!”

“전 괜찮아요!”

“저도요.”

“나도 별문제 없는데….”

말하던 일행의 시선이 케인에게 꽂혔다.

[<정체불명의 푸른 금속>이 뿜어내는 기운이 육체를 변화시킵니다.]

[아키서스의 노예입니다. 육체 변화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현재 종족이 키메라입니다. 육체 변화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세 번째 눈>을 얻습니다!]

“…으아악! 이게 뭐야!”

케인은 기겁했다.

이마에 웬 세 번째 눈이!

시야가 달라지니 매우 혼란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메시지창 어떻게 떴지?”

“기운이 상태를 변화시킨다고 뜬 다음에, 변화하지 않는다고 떴어요.”

“저도….”

“저도요.”

‘케인이 직업, 종족 특성상 보너스를 받아서 그런 건가?’

태현은 케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다들 운 좋게 피해가는데 케인만 뽑힌 건 뭔 이유가 있다고 봐야 했다.

역시 종족이 키메라라서?

[카르바노그가 동의합니다. 키메라처럼 이것저것 섞인 종족은 육체 변화에 약하다고 말합니다.]

“고블린들. 고블린들은 여기 오래 돌아다니면 문제없나?”

“으음. 가끔 괴로워하거나 좀 이상해지는 고블린들이 있긴 합니다.”

“재봉술을 한다거나 요리를 한다거나….”

“…그건 이상한 게 아니고….”

“충분히 이상한 겁니다!”

“음. 일단 후퇴.”

태현은 빠르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

이런 식으로 영구 상태 이상이 걸리는 던전은 위험했다.

제대로 된 대처 방법을 알기 전에는 공략 보류!

‘혼자서 돌파해야 하나?’

태현은 고민했다.

<신성 권능>은 패시브 스킬이라 존재감이 적었지만, 사실 아키서스 권능 중에서 가장 탄탄하고 좋은 스킬이었다.

화신의 힘으로 각종 사악한 힘을 견뎌내고 데미지를 줄여주는 패시브 스킬!

태현이라면 혼자서 이 던전을 공략할 수 있었지만….

[하지만 아키서스의 노예는 축복과 함께 키메라의 능력이 있어서 좋은 식의 변화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하긴 그것도 그래.’

“케인. 우리 둘이서만 같이 깨자.”

“?!?!?!?!”

세 번째 눈을 깜박이고 있던 케인은 기겁했다.

왜 또 나만?!

* * *

“모두 다 조심하세요!”

이다비는 매우 매우 부럽다는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사제로 전직하고 나서, 이제까지 상인 직업과 달리 전투 상황에서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빠지게 되다니!

사제보다 아키서스의 노예 직업이 더 좋아 보였다.

“저기, 저도 예전에는 저 직업이 더 좋아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좀….”

유지수가 이다비를 말렸다.

예전에는 케인이 부러워서 질투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저건… 부러워할 게 아니야!

“저건 부러워할 게 아니에요!”

“그, 그래?”

광산의 통로를 향해 가는 케인의 등이 유난히 좁아 보였다.

* * *

“뭐 좋은 거 안 나오냐?”

“지금은 다 실패 뜨고 있거든? 야, 난 지금이 좋다고!”

케인은 울컥했다.

물론 여기서 좋은 옵션이 나온다는 건 태현한테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판온은 성능이 전부가 아니잖은가!

“??? 성능이 전부가 아니면 뭔데?”

태현은 케인의 뜨거운 외침을 듣고 당황했다.

성능이 전부가 아니면 뭐지?

더 좋은 성능?

“겉모습! 나도 이제 슬슬 사회적 체면을 생각해야 한다고!”

“그런 놈이 레드존 길마를….”

“그, 그건 옛날이고!”

겉모습!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성능만을 추구해야 했지만, 사람은 이성적인 생물이 아니었다.

랭커들 중에서도 멋진 장비 좀 끼겠다고 성능이 더 낮은 걸 끼는 일은 흔했다.

랭커라고 자유롭지는 않은 법.

아니, 오히려 랭커여서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있었다.

고고하고 과묵한 랭커가 웬 거지꼴 같은 장비를 하고 다니면 그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는가.

판온 1에서 태현 같은 괴짜가 아닌 이상에야 랭커들은 기본적으로 다 방송을 하면서 광고를 달고 대외활동을 하며 수입을 만들어냈다.

이미지 관리도 랭커의 일!

…라고 케인이 뜨겁게 외쳤지만 태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케인. 나도 무슨 소린지 안다. 팀 KL 관리하는 게 나인데 그 정도는 알고 있지. 하지만 네가 놓친 게 하나 있어.”

“…? 뭔데?”

“네 이미지는 딱히 멋진 이미지가 아니야!”

“!!!”

“넌 솔직히 망가지면서 웃긴 이미지가 더 커!”

“아, 아니… 그게 무슨….”

케인은 사실 안티가 많을 수 있었다.

레드존 길마 때 PK 좀 했었는데 왜 안티가 거의 없는가?

그건 케인이 레드존 때 워낙 듣보잡이라 유명하지 않기도 했지만, 불쌍한 캐릭터기 때문이기도 했다.

분명 실력이 있는 탱커긴 한데 온갖 고생을 도맡아 하는 불운한 캐릭터!

대회에서도 인간폭탄이 되어 자폭하는 선수가 폼나고 고고한 이미지일 리 없었다.

대회 이후 미국에서의 인터뷰와 팬미팅은 그 이미지를 더더욱 굳혀줬다.

-으아악! 잠깐! 찢어진다! 찢어진다아악! 김태현! 도와줘!

“그러니까 넌 망가질 이미지가 더 없다고 봐야 해.”

“…….”

케인의 눈가에 습기가 차올랐다.

어라? 왜 눈물이 나오지?

“헛된 꿈 꾸지 말고 성능이나 추구하자고. 스미스 같은 놈이나 겉멋을 따지는 거야.”

<고대 제국의 백기사>인 스미스는 뭘 해도 그림이 됐다.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머리칼을 흔들고, 몬스터를 공격하면서 이마의 땀을 닦아내고….

물론 태현이 보기에는 별 의미 없는 짓!

“지는 멋있으니까 그렇지….”

케인은 투덜거리면서 태현의 뒤를 따랐다.

느부캇네살 레이드 때도 그랬지만 태현은 전투만 들어가면 뭘 해도 멋있었다.

온갖 불리함을 뚫고 테크닉으로 극복하는 화려함!

태현 앞에서는 인정했지만, 케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반드시… 반드시 내 이미지를 바꾸고 말겠다!’

제2의 스미스, 한국인 스미스 같은 이미지가 케인의 꿈!

* * *

사과를 하는 건 의외로 힘든 일이었다.

사과를 받을 상대가 안 보이면 더더욱!

“아니, 김태현 대체 어디 간 거야?”

“영지에도 없고….”

“설마 우리 사과 받기 싫어서 숨어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자기 퀘스트 하고 있겠지.”

“김태현 개인 방송, 팀 KL 방송, 심지어 케인 방송까지 봤는데 다 꺼져 있어. 생방송할 생각 없나 봐.”

미다스 길드에서 나온 길드원들은 골짜기를 헤매고 있었다.

‘우리 친하게 지내요!’라고 하려고 왔는데….

태현이 안 보이는 것이다.

“파워 워리어 방송은?”

“거기서 김태현 위치 계속 물어보니까 어그로라고 차단 먹었어….”

“…….”

-와, 아키서스 투기장 8연승! 이게 실력 아니냐??

-아키서스 투기장을 실력이라고 말하는 건 좀….

-뽑기 실력?

-김태현 위치 어디임?

-이거 우승하면 솔직히 고블린 제작기 돌려봐야 한다.

-고블린 제작기 돌리면 제가 골드 쏩니다!

-김태현 위치 어딨냐니까? 파워 워리어 길드 김태현하고 친하다면서 거짓말이었음?

-얘 뭐냐? 왜 방송하는데 와서?

-김태현 위치는 때 되면 알아서 잘 나오는데 왜 여기서 그래?

-지금 김태현이 퀘스트하는데 궁금하지도 않냐!

-안 궁금한데?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지금 투기장이 더 궁금해! 다음 맵! 빨리 다음 맵!

[차단되어 더 이상 방송을…]

“내가 뭘 했다고!”

“…아니 그건 네가 잘못한 것 같은데.”

“어? 뭐지.”

“왜?”

“길드 동맹에 있을 때 봤던 길드원을 본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길드 동맹 놈들이 여기를 왜 돌아다니겠어. 돌 맞기 딱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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