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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26화 (926/1,826)

§ 나는 될놈이다 926화

“안 돼! 저 안에 분명… 분명 무언가가 있어!”

케인은 절규했지만 태현과 최상윤은 무시하고 그를 붙잡고 끌고 들어갔다.

덜컥-

[지하 연합의 고블린 장로들을 만났습니다!]

[명성이…]

[……]

넓은 방 안에 앉아 있는 고블린 장로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 태현을 환영했다.

태현뿐만 아니라 일행 모두 환영했다.

“고블린들의 영웅!”

“제국의 압제를 깨부순 위대한 전사!”

“앗, 이분이 그 케인이라는 분이십니까! 이 덩치를 보니 괜찮은 기계갑옷이 하나 있는데….”

“여기 앉으시지요!”

“어? 어??”

케인은 더 당황했다.

판온 하면서 이렇게 환영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털썩-

케인은 자리에 앉고, 태현은 고블린 장로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 황제 살해자를 만들기 전에 다른 부탁을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이 천으로 장비를 만들 수 있는 뛰어난 재봉사가 있을까?”

“제가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아니, 자르케메 저 장로가 활약을 할 줄이야?”

“하라는 기계공학 안 하고 바늘만 붙잡고 있을 때만 해도 노망이 든 줄 알았는데….”

수군수군!

다른 고블린 장로들은 장로 자르케메를 보며 수군거렸다.

평소에 기계공학 안 하고 재봉 같은 이상한 스킬만 판다고 구박했었는데 이렇게 빛을 보다니!

“음. 장비를 만들어주려면 내가 뭘 해줘야 하나?”

“무슨 말씀을, 고블린의 영웅이신데 제가 영광입니다!”

“!”

태현은 충격을 받았다.

공짜라고?

‘아니. 세상에 공짜란 게 존재했단 말인가?’

[카르바노그도 깜짝 놀랍니다!]

공짜라는 말에 너무 놀라는 둘!

그러나 지하 연합 고블린들은 태현을 더 이상하게 쳐다봤다.

황제를 암살한 영웅인데 이 정도는 공짜로 해줄 수 있지 않나?

“공짜로 해드리겠단 말입니다!”

“아니, 그래도 뭔가 있지 않아? 숨겨진 그런 속셈이….”

“없습니다! 그냥 진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에잇! 내놓으십쇼!”

“아냐! 분명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해!”

‘아…!’

최상윤은 그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케인 놈이 누굴 보고 배웠나 했더니 저 김태현 놈한테서 배운 거구나!

저 쓸데없는 의심!

* * *

“으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폐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분명 힘든 퀘스트를 맡기려는 거겠지!”

태현은 알았다는 듯이 무릎을 쳤다. 자르케메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이 파손된 장비들을 해체해야 하는데, 죽음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해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괜찮은 바늘을 구해와야 하는데 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바늘… 바늘이라. 오리하르콘이나 아다만티움 같은?”

“하하. 그것까지 바라지도 않고… 그보다 좀 낮아도 될 거 같습니다. 정 안 되면 힘으로 찢을 수 있긴 한데, 파손이 심해질 거 같아서….”

장로 자르케메는 괜히 황제 옷을 맡던 인재가 아니었다.

태현은 생각했다.

자르케메는 지하 연합에서 별로 대접도 못 받는다.

그리고 태현은 여기 고블린들한테서 매우 환영을 받는다.

그렇다면?

‘데리고 가도 되지 않나?’

재봉술 쓰지도 않는 놈들인데, 기왕이면 유용하게 써야지!

[카르바노그가 정말 영지 꼴이 유니크하다고 말합니다.]

‘그거 칭찬인가? 칭찬이지?’

[카르바노그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사실 태현의 영지는 정말… 유니크하긴 했다.

<악마의 대장간>, <악마의 연금술 연구소>, <천사의 대장간> 등.

다른 영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미친 시설들이 있었으니까!

‘아키서스 관련 시설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고블린 재봉소>까지 생기면 정말….

[장로 자르케메를 골짜기로 받아들일 경우, 영지에 <황제의 재봉소>가 생깁니다.]

[소문이 퍼질 경우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영지에 찾아오는 고블린들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

“응?”

고블린 재봉소가 아니라 황제의 재봉소?

황제 밑에서 일하던 자르케메라 그런가?

‘오해는 뭘 말하는 거지?’

[아스비안 제국한테 오해를 받는 게 아닐까 하고 카르바노그가 추측합니다.]

‘아. 걔네 노예 빼왔다고? 참나. 하라 그래.’

뭐가 아쉬워서 이세연 눈치를 볼까!

태현은 바로 결정을 내렸다.

“자르케메!”

“예?”

“이번 일이 끝나면 혹시 내 영지에 올 생각이 없나?”

“폐, 폐하.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평생 가까운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며 다른 고블린들에게 구박을 받았는데… 생각해 보니 별로 좋은 일이 없었군요. 따라가겠습니다!”

“…….”

[……]

말하다 보니 억울해진 자르케메는 바로 수락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별로 좋은 일이 없었던 것!

* * *

“잘 가 자르케메!”

“거기 가서 잘 지내게!”

“거기서는 재봉술 같은 이상한 거 하지 말고 기계공학을 하라고!”

다른 장로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기뻐해 줬다.

물론 자르케메의 기분은 더 더러워질 뿐!

“흥. 기계공학밖에 모르는 놈들 같으니! 폐하. 폐하의 영지는 이런 곳과 다르겠지요?”

“물론 다르지. …잠깐.”

말하던 태현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악마의 대장간>에 있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저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데…!

‘거기는 숨겨놔야겠군.’

봤다가는 충격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자르케메. 내가 생각해 봤는데… 혹시 이 뼈로는 안 되나?”

“하하. 폐하. 재봉술을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뼈로 만든 바늘은 금속 바늘보다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강한 몬스터의 뼈는 금속 바늘보다 강할 수 있지만, 오리하르콘이나 아다만티움 바늘보다 강하려면 대체 얼마나 강해야 할 허어억!”

우이포아틀의 뼈를 본 자르케메는 기겁했다.

“이, 이 뼈는 대체 어떤 몬스터의 뼈입니까?”

“음… 그, 황제의 뼈인데.”

“!!!!!”

* * *

‘우이포아틀은 정말 아낌없이 주는 황제였어.’

태현은 살짝 감사했다.

주는 거 없이 독기만 뿌리다가 간 느부캇네살과 달리, 우이포아틀은 장비, 경험치, 레이드 도움, 명성, 연줄, 하여튼 줄 수 있는 모든 건 다 주고 갔다.

영지에 <우이포아틀 감사비>를 만들고 싶을 정도!

[방랑자의 세트가 해체됩니다!]

[전설 재봉 스킬을 가지고 있는 자르케메로 인해 해체 시 보너스를 받습니다.]

[우이포아틀의 뼈 바늘로 인해 해체 시 보너스를 받습니다.]

황제의 뼈로 천을 수선하는 황제의 재봉사 고블린!

‘생각하니까 좀 기묘한데?’

[많이 기묘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꽤 많이 초현실적인 장면이었다.

“폐하. 폐하는 어떤 옷을 원하십니까?”

“흠. 기본적으로 물리 방어력보다는 다른 옵션이 달린 게 좋겠지. 마법 방어력이나 속도 같은….”

“마법 방어력은 천이 워낙 좋아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속도라… 알겠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속도를 올려보겠습니다!”

“고맙군.”

태현은 그렇게 말하고 문득 깨달았다.

왜 방금 불안함을 느꼈던 걸까?

‘아… 그래!’

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보통 아키서스 교단 NPC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하면 사고를 쳤다.

최선을 다하겠다=최선을 다해서 사고를 치겠다!

“자, 자르케메.”

“네?”

“…아니야! 최선을 다해 달라고.”

태현은 결국 말하지 못했다.

저렇게 순진무구한 눈동자로 쳐다보는 고블린에게 어떻게 ‘너무 이상하게 하지 말고 적당히 해라’라고 말하겠는가!

* * *

황제 살해자의 벨트:

내구력 300/300, 물리 방어력 60, 마법 방어력 500.

힘 제한 500, 민첩 제한 500, 체력 제한 500, 지혜 제한 500, 행운 제한 500.

스킬 ‘흑마법으로부터 보호’, 스킬 ‘저주로부터 보호’, 스킬 ‘마력으로부터 보호’…

뛰어난 재봉사 자르케메가 황제 살해자를 위해 죽음의 신 느부캇네살의 기운이 서린 천으로 만든 벨트다.

(황제 살해자 세트 장착 시 추가 스킬 <황제 살해자의 분노> 사용 가능)

“오…!”

태현은 안도했다.

의외로 쓸 만한 아이템이 나왔잖아?!

물리 방어력이 좀 낮긴 했지만, 사실 이제 태현은 물리 방어력보다는 마법 방어력을 챙겨야 했다.

가장 위협적인 게 방어, 회피 무시하고 들어오는 마법 공격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멀쩡하게 마법 방어력 위주로 찬 아이템이 나오다니.

게다가 갖고 있는 스킬들도 전부 패시브로, 마법 관련 보호 스킬들이었다.

각종 저항력을 올려주는 괜찮은 스킬들!

오히려 이렇게 되자 태현은 의심스러워졌다.

‘아니, 아무 문제도 없을 리가 없는데?’

태현은 벨트뿐만이 아니라 외투, 신발, 장갑도 마저 확인했다.

그렇지만 전부 멀쩡했다.

‘말도 안 돼!’

이상한 게 없었다. 정말 무난하게 좋은 아이템!

[세트 아이템을 전부 착용했습니다.]

[<황제 살해자의 분노>를 사용 가능합니다.]

태현은 안심된 마음으로 <황제 살해자의 분노> 스킬을 확인했다.

이 스킬도 분명 멀쩡한 스킬일 거야!

<황제 살해자의 분노>

옷에 잠재된 기운을 사용해 황제 살해자의 능력을 극대화시킵니다. 어마어마한 속도 관련 보너스를 받습니다. 사용 이후 페널티가 있습니다.

“…?”

태현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방심할 뻔했다!’

그냥 좋게 끝날 리가 없지!

역시 아키서스 교단 NPC한테서 났던 냄새가 자르케메한테 났던 건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써봐야 하나….’

<황제 살해자의 분노>는 직접 한 번 써봐야 아는 스킬.

페널티가 뭔지 알려면 미리 확인해 봐야 했다.

-황제 살해자의 분노!

순간 세상이 매우 느려졌다. 주변의 고블린들 움직임도, 목소리도 느릿느릿하게 들려왔다.

[황제 살해자의 분노를 사용했습니다!]

[속도가 매우 빨라집니다!]

‘아. 이런 거군.’

태현은 바로 감을 잡았다.

딜러의 스탯 중 중요한 걸 꼽으라고 하면 보통 명중률이나 데미지 같은 게 꼽혔지만….

사실 속도도 만만찮게 중요했다.

공격 속도, 스킬 시전 속도 등등.

속도가 빠르면 한 번 때릴 시간에 두 번 때리고, 상대가 공격하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많은 플레이어들이 속도보다 다른 스탯을 더 중요시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속도가 빨라지면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직접 자기 몸으로 움직여야 하다 보니, 속도가 갑자기 너무 빨라지면 컨트롤 난이도가 확 뛰는 것이다.

좋긴 좋지만 까다로운 스탯.

하지만 컨트롤할 자신만 있으면 속도는 빠를수록 좋았다. 그리고 태현은 컨트롤에는 자신이 있었다.

휙휙휙휙!

빠르게 검이 휘둘러졌다. 평소보다 몇 배는 많은 공격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뭐야? 그냥 좋은 스킬 같은데?’

태현은 당황했다.

이것도 함정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에 함정이….

[황제 살해자의 분노가 끝납니다.]

[후유증으로 분노 탈진 상태에 빠집니다.]

“헉!”

순간 시야가 미친 듯이 흔들리더니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운동신경이 좋고 균형이 좋은 태현이라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젠장. 멀미잖아?!’

“야, 왜 그래?!”

케인이 깜짝 놀라 다가왔다.

고블린 놈들 역시 사악한 음모를…!

“케인. 한 대 쳐봐.”

“뭐?”

“한 대 쳐보라고.”

태현은 울렁거리는 시야에서도 말을 했다. 움직이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는 확인해 봐야 했다.

“…뒷말하기 없기다?!”

케인은 매우 신이 났다.

살면서 이런 기회가 올 줄이야!

“너 신난 거 아니지?”

“아, 아니야. 무슨.”

케인은 재빨리 부정하며 무기를 들었다.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쉭!

‘눈으로 보면 안 되고, 케인 놈 박자로 파악한다.’

멀미 때문에 보고 치는 건 무리였다. 태현은 숨을 참고 박자를 읽었다.

-반격의 원!

“크아악!”

케인이 뒤로 튕겨 나갔다.

[분노 탈진 상태가 끝납니다.]

“후우.”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반격은 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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