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924화 (924/1,826)

§ 나는 될놈이다 924화

“거대모래벌레가 나옵니다!”

고블린들은 재빨리 거리를 벌리며 품속에서 독침을 꺼냈다.

고블린 종족은 기본적으로 기계공학 스킬과 암살 스킬에 보너스를 갖고 있는 종족!

퓩퓩퓩!

“억!”

“헉!”

“…?”

고블린들은 평소처럼 독침을 쏘았다.

그 자리로 케인이 달려가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지!

“아니 왜 거기로…?!”

“야! 똑바로 못 맞춰?!”

케인이 울컥했다. 방어구도 없는데 왜 독을….

[독이 매우 지독합니다! 상태가…]

[출혈 상태에…]

[……]

심지어 고블린들의 독은 매우 지독했다. 케인도 이제까지 판온 하면서 독 좀 많이 맞아봤는데 그 차원이 달랐다.

태현도 감탄했다.

“이야, 너희 대단하구나?”

우습게 봤었는데 고블린들의 기술이 생각보다 대단했던 것!

“컥… 감탄하지 말고 도와줘….”

“지금 힐 해드릴게요!”

-골드 소모!

이다비는 골드를 소모해서 케인에게 걸린 독을 풀었다. 그걸 본 태현이 말했다.

“굳이 골드 써주지 않고 버텨도 되지 않나? 쟤 어차피 HP도 많아서 괜찮아.”

“크헉, 그걸 말이라고….”

[독을 방어구 없이 맨몸으로 견뎌냈습니다. 체력 스탯이 1 오릅니다.]

“…음.”

“?”

태현은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케인이 멈칫했던 것이다.

“왜 그러냐?”

“아, 아무것도 아니야.”

“케인. 네가 멈칫한 걸 보니… 방금 너 앞에 메시지창이 뜬 게 분명하구나. 그렇지? 그런데 나한테 숨기려고 한 걸 보니… 그렇군! 맨몸으로 독을 맞아서 스탯 경험치를 얻었나?”

“!??!?!?!”

케인은 기겁했다.

이 자식 대체 뭐야?!

“케인. 내가 말했지? 무작정 두껍게 입는 게 다가 아니라고! 탱커는 얼마든지 더 성장할 수 있어!”

“아, 아니 그래도 장비 벗고 맞으면서 성장하는 건 진짜 아닌 것 같….”

“편견을 깨라고!”

“저기, 폐하….”

“?”

“거대모래벌레가 나왔습니다만….”

태현이 케인과 떠드는 사이, 흑흑이는 거대모래벌레를 두들겨 패고 잡고 있었다.

-이 자식아! 내가! 어! 드래곤이야! 어디서! 어!

왠지 모르게 많이 화가 난 기분!

“야, 그러고 보니 지금 쟤 뱀파이어 드래곤 아닌가?”

“그러게?”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뱀파이어인 상태라서 햇빛 아래에서 디버프를 받을 텐데….

저렇게 쌩쌩하다니!

“그렇군. 노력으로 극복한 거군.”

-아, 아니. 주인이여. 그냥 내가 나가는 게 낫지 않겠나?

용용이도 당황했다.

햇빛을 노력으로 극복하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그냥 흑흑이가 빡쳐서 잊고 싸우는 것 같은데….

어쨌든 흑흑이는 혼자서 거대모래벌레를 잡았다. 그 위풍당당함에 고블린들이 감탄했다.

“역시 폐하 정도 되는 영웅께서 데리고 다니는 애완동물은 그 위엄도 대단합니다!”

-애완동물은 누가!

흑흑이는 울컥했다.

나름 신수다!

“앗. 잘됐습니다. 원래 거대모래벌레를 독침으로 잡아서 그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잡았으니 먹을 수 있겠군요.”

“…….”

케인은 고블린들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아… 아니. 이걸 먹는다고?”

“하하. 그렇게 말하지 않으셔도 넉넉하게 드리겠습니다.”

고블린들은 눈을 찡긋했다.

케인이 고기를 뺏길까 봐 욕심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 아니야! 난 괜찮아!”

“겸손까지. 역시 폐하와 같이 다니는 영웅분들은….”

고블린들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칼을 꺼내 거대모래벌레를 도축하기 시작했다.

숙련된 손놀림!

‘생각해 보니 괴식 요리 퍼뜨린 요리사 놈도 고블린이었지….’

케인은 그 모습에서 피할 수 없는 절망을 엿보았다.

“흠… 우이포아틀 뼈와 함께 같이….”

“…….”

옆에서는 태현이 또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 * *

“더 먹어. 더.”

“나, 나는 배불러서….”

“판온은 배불러도 더 먹을 수 있잖아.”

“구에엑. 구에에엑.”

다른 일행은 모두 시선을 돌렸다.

눈 마주치면 안 돼!

하필 거대모래벌레 고기는 체력과 방어력에 보너스가 많이 들어갔다.

즉….

탱커가 먹기 좋은 식사!

고블린들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는 요리도 잘 하시고 기계공학도 잘 하시고 암살도 잘 하시고 정말 못하시는 게 없으십니다.”

“아주 고블린다워요!”

“하하. 그런 칭찬은 좀 쑥스럽군.”

“어린 고블린들이 폐하를 보고 좀 배워야 하는데….”

“켁켁. 켁켁켁.”

케인은 대답 대신 입이 막혀 기침했다. 입안이 고기로 가득 찬 것이다.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로 만든 요리를 먹었습니다!]

[아키서스의 노예로서 주인의 권능 요리를 먹는 것은 커다란 영광입니다!]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크게 오릅니다!]

[체력이…]

[……]

[……]

분하다!

케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효과라도 별로면 어떻게든 거절하겠는데 효과가 이렇게 좋으면…!

<아키서스의 노예>와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근데 그 마검 살해자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거지?”

태현은 궁금해져서 물었다.

보통 저런 전설급 아이템은 누가 갖고 있는 걸 받거나 뺏어야 했다.

전설급 아이템을 새로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런데 이번 퀘스트는 분명 ‘만든다’고 되어 있었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의 기술이 아무리 대단해도 쉬운 일은 아니리라.

“일단 금속을 모아야 합니다.”

“오… 아다만티움은 아니겠고 오리하르콘?”

아다만티움은 보통 방어구에 어울리는 특성을 갖고 있었고, 오리하르콘은 무기에 어울리는 특성을 갖고 있었다.

물론 아다만티움이라도 무기에 넣으면 안 넣는 것보다는 무조건 좋았다. 없어서 못 넣는 거지.

“아닙니다. 폐하. 저희 고블린들만이 아는 매우 매우 귀하고 귀한 금속이 있습니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정말?

판온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금속이 있었다. 아마 태현이 모르는 금속도 많을 것이다.

판온 1 때 서버 제일의 대장장이였던 태현이었지만 그때도 몰랐던 금속들이 나왔다.

강철만 해도 하급, 중급, 상급, 신성, 화염 속성 등등 이런 속성에 따라 수십 가지가 나왔다.

태현이 모르는 희귀 금속이 새로 나와도 놀랍지 않았다. 실제로 대장장이들은 이런 금속의 정보를 하나 얻으면 얻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금속들이 있는데도 왕좌를 꿋꿋이 차지하고 있는 두 금속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아다만티움과 오리하르콘이었다.

특정 스탯은 더 좋을지 몰라도, 이 두 금속을 전체적으로 뛰어넘는 금속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런데 고블린들만 아는 매우 귀한 금속이 있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금속을 잔뜩 챙길 수만 있다면…!’

“뭔 금속이지?!”

“하하. 폐하께서 관심을 가지실 줄 알았습니다. 저희는 <푸른 금속>이라고 부릅니다.”

“푸른 금속… 번개 속성이나 얼음 속성 같은 건가?”

“그런 속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요.”

“오오…! 오리하르콘보다 더?!”

“제 생각에는 오리하르콘보다 더 강할 것 같습니다.”

“!!”

[카르바노그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신의 금속보다 더 강하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아다만티움과 오리하르콘은 신이 직접 만든 금속들.

다른 금속들보다 성능이 뛰어난 게 분명했다.

근데 <푸른 금속>은 뭐길래 저 두 금속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무언가 부작용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눈이 뒤집힌 태현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무조건 손에 넣고 말겠다!

“대사막의 지하에는 <푸른 금속>들이 조금씩 나옵니다. 저희는 그 금속들을 모아 검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렇군! 그걸 내가 도와주면 되겠지?”

이렇게 태현이 남을 도우려고 열심히 하는 건 처음 본다!

최상윤은 그 모습에 감탄했다.

누가 보면 태현이 아닌 줄 알 것이다.

“걱정 마라. 내가 찾아다 줄 테니까.”

그 과정에서 조금 빼돌리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고블린들은 태현이 걱정되어 말렸다.

“폐하. 혼자서 가시면 절대 안 됩니다. 이 <푸른 금속>들이 있는 곳은 위험하고 사나운 몬스터들이 많아 저희 고블린들도 어지간하면 가지 않습니다.”

“아니야! 나와 내 일행은 그런 거에 전문가란 말이야!”

“안 됩니다! 도움을 받아주십시오!”

혼자 먹으려는 태현 vs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고블린들!

겉으로 보면 훈훈했지만 속은 매우 시커먼 대화였다.

* * *

지하 연합 고블린.

그들은 기본적으로 약했다. 우이포아틀 같은 괴물과 비교하면 숨만 불어도 날아갈 것이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도망치고 버틸 수 있었는가?

그건 바로 기계공학 스킬 덕분이었다.

철커덩, 철커덩-

[<변신 가능한 비행형 탈것 골렘>을 보았습니다!]

[높은 기계공학 스킬로 아이템의 제작법을 완전히 이해합니다!]

[<날아다니는 오토바이>를 <날아다니는 오토바이 골렘>으로 개조할 수 있습니다.]

[……]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태현 같은 기계공학 플레이어에게 고블린들의 나라는 기회의 땅이었다.

숨만 쉬어도 기계공학 스킬이 오르며 제작법이 들어온다!

제작법 하나 얻으려면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는데, 고블린들이 이미 다 완성시켜 놓은 걸 보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저분이 황제를 암살하신 그 영웅님이신가?”

철커덩거리는 골렘의 머리가 옆으로 뚝 하고 열리더니, 안에서 고블린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태현 일행을 안내한 고블린들이 신나서 외쳤다.

“맞다! 간신히 모시고 왔지!”

“어찌나 대단한 영웅이신지 너도 직접 봐야 해!”

“우리 사정을 듣고 <푸른 금속>을 혼자서 구해주시겠다고… 크흑!”

그러자 골렘에 탄 고블린이 화를 냈다.

“너희는 양심도 없냐! 영웅님에게 그런 짐을 떠넘기다니! 아스비안 제국 귀족놈들도 그렇게 뻔뻔하지는 않을 거다!”

“아, 아니야! 우리는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걱정 마십시오, 영웅님! 저희 고블린들 중 정예들이 골렘에 타서 영웅님을 도와드릴 겁니다!”

“어… 아니, 진짜 괜찮은데….”

기껏 설득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초를 치는 새 고블린!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연합장님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어디로?”

파파파파파팍-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막의 모래가 파헤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모래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것은 거대한 출입구였다.

[높은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출입구를 보고 전체적인 형태를 이해합니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의 움직이는 성>을 발견했습니다!]

[완전히 제작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기계공학의 꿈–기계공학 스킬 퀘스트>

기계공학의 달인인 고블린들은 지하에서 움직이는 거대 이동 기지를 만들었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로서 당신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고블린들에게 지지 않을 만한 거대한 이동 기지를 만들어라. 불가능해 보이는 위업이지만 달성한다면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보상: ?, ???, 기계공학 비전 스킬.

‘미친!’

다른 일행은 기계공학 스킬이 없어서 ‘어? 그냥 지하로 들어가는 출입구인가?’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기계공학 스킬이 있는 태현에게는 성의 전체 윤곽이 드러났다.

지하 모래를 뚫고 움직이는 거대한 이동 기지!

그것이 바로 고블린들의 움직이는 성이었다.

태현은 이걸 본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와. 이걸 대체 어떻게 만들었지?

태현 같은 대장장이도 엄두가 나지 않는 어마어마한 규모!

왕국 하나 정도는 갈아 넣어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에 든 생각은?

-나… 나도 만들고 싶다!!

어쩔 수 없는 대장장이의 혼!

나도 갖고 싶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