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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23화 (923/1,826)

§ 나는 될놈이다 923화

당하고 온 랭커들은 혈압이 오르는 걸 느꼈다.

‘이 자식들은 그렇게 당했으면 우리 편을 들어줘야 하지 않나?’

‘진짜 미친 건가?’

‘스톡홀름 신드롬 아냐?’

솔직히 길드 동맹 출신 길드원들은 그들의 편을 들어줄 줄 알았다.

태현한테 가장 많이 당한 게 그들 아니었던가.

그런데 김태현 편을 들다니.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현상!

“우리의 주적은 길드 동맹이다! 지금도 영지전 계속 벌어지고 있는 거 알고 있을 텐데?”

느부캇네살 퀘스트만 없었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오스턴 왕국으로 쏠렸을 것이다.

치열한 영지전!

정말 두 거대 길드는 화끈하게 붙고 있었던 것이다.

신흥 강자, 미다스 길드!

아직 죽지 않았다, 길드 동맹!

서로 꿍쳐놨던 밑바닥까지 다 털어서 전력을 만들고 있었다.

한쪽이 요새 하나를 점령하면 다른 한쪽은 마을 하나를 점령하는 공방전!

둘의 세력이 비슷하다 보니 싸움은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용병 NPC들부터 시작해서 레벨 업 좀 해보려는 PK 플레이어들까지 전부 다 모이는 혼란의 상황!

그런 와중에서 바로 밑의 왕국을 다스리는 태현한테 시비를 턴다?

자살행위였다.

지금도 폭탄 몇 개 사오느라 무릎 꿇고 빌고 있는데….

“크윽…!”

논리가 완벽해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당하고 온 랭커들은 신음했다.

“후. 우리가 말했지만 우리 논리가 너무 완벽한걸?”

“우리가 원래 좀 냉정하지.”

이번 일로 인해 길드 동맹 출신 길드원들의 위치가 올라갔다.

태현과 엮이지 말자고 한 그들의 말이 맞았던 것!

“맞는 말이야. 지금 김태현하고 엮이긴 그렇지. 길드 동맹과 싸우는 것도 바쁜데.”

“그래. 영지전이 훨씬 중요해.”

“느부캇네살 퀘스트 끝나고 우리 계정 시청자 숫자가 다섯 배로 뛴 거 알아? 아오, 김태현만 없었으면 진짜 몇 배로 수익이 났을 텐데….”

영지전은 이기지 못해도 어마어마한 돈이 됐다.

사람들의 관심!

사람들의 관심이 곧 돈이었던 것이다.

느부캇네살 퀘스트가 끝나자 사람들은 다시 오스턴 왕국 영지전에 관심을 가졌고, 이는 어마어마한 시청자 숫자를 불러왔다.

투자자도 신이 나고 광고주도 신이 나고 미다스 길드도 신이 나는, 모두가 행복한 상황!

덕분에 영지전이 오래 가도 멈추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었다. 싸우기만 하면 돈이 굴러들어오는데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지금은 영지전에 집중하자. 최대한 박진감 넘치게 영지전 상황 만들어야 하는 거 알지? 영지전 한 번 멋지게 찍으면 그게 다 돈이야.”

“근데 애들아.”

“…?”

길드 동맹 랭커들이 손을 들었다. 모두 시선을 돌렸다.

“김태현이 가만히 있겠냐?”

“…???”

“아니 가만히 있지 왜…? 화해도 했잖아.”

‘그걸 화해라고 할 수 있나?’

목에 팻말 걸고 무릎 꿇고 손 들고 있었는데 그게 화해인가?

“무른 놈들 같으니! 여기 나와 정준이는 김태현 전문가다. 김태현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있지.”

“뭔 전문가?”

“김태현은 분명히 선빵을 친다. 특히 우리가 반응하기 힘들 때! 즉 바로….”

“영지전에서 뒤통수를 친다고?!”

다른 랭커들은 기겁했다.

김태현 같은 폭딜 가능한 딜러 타입이 적이 되면, 마법사 입장에서는 진짜 골치가 아팠다.

훅 하면 한 방에 가는 것이다.

“우리가 당해봐서 알아. 분명히 온다. 지금쯤 오고 있을걸. 김태현 요새에서 사라졌지? 어디로 오고 있겠냐?”

정답은 더 먼 사막으로!

그러나 랭커들은 패닉에 빠졌다.

“대책을…!”

“김태현 전문가! 좋은 방법 없나?”

어느새 붙어버린 별명!

농담 삼아서 꺼낸 말이었는데 진짜 저렇게 부르니까 좀 민망했다.

“사고 친 놈들을 보내서 사과시키면 되지.”

“…….”

“야 이 개새….”

“그러도록 하자!”

“영지전을 위해!”

“대의를 위해! 돈을 위해!”

“친구야. 우리 광고 몇 개인지 알지? 영지전에서 깨지면 광고가 절반으로 주는 것도 알지?”

“…….”

당하고 온 랭커들의 얼굴이 검게 죽었다.

* * *

“안일합니다! 안일해! 너무너무 안일합니다!”

고블린들은 비명을 지르며 손가락질했다.

태현 일행은 당황했다.

“왜…?”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그 장비로 가면 죽습니다!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금속 장비는 전부 벗으십시오! 사막의 열기가 여러분들을 죽일 겁니다.”

“난 사디크 권능 있어서 괜찮아.”

-카르릉.

“저도 이 토끼 있어서 괜찮을 거 같은데요.”

태현은 사디크 권능이, 이다비에게는 사기적인 토왕이가 어깨에 있었다.

“저도 장비 가죽이라 괜찮아요.”

유지수는 궁수 직업이니 애초에 금속 방어구를 안 썼다.

“저도 천 장비라….”

“나도 가죽 장비 있어.”

정수혁도, 최상윤도!

결국 남은 건?

“…난… 중갑이 생명인데….”

탱커 케인!

“벗어 인마. 타죽고 싶냐?”

“아니 탱커가 중갑 벗고 어떻게 살라고!!”

“너도 이제 컨트롤을 좀 익힐 때가 됐다. 투기장 리그 시작하기 전에 훈련하는 셈 치고 맨몸으로 싸우자.”

“…….”

케인은 절망하면서 갑옷을 벗었다.

[방어력이 엄청나게…]

[체력이…]

[……]

[……]

[하여간 엄청 약해졌습니다!]

“…으헝헝!”

“방패 있잖아. 방패로 막아.”

“그건 너나 하지 내가 어떻게 해!”

케인은 몸을 천으로 둘둘 감싼 뒤 절망했다.

이거 방어력 10도 안 되겠다!

그걸 본 태현은 살짝 마음이 짠해졌다. 요즘따라 케인의 어깨가 좁아 보였다.

“케인.”

“?”

“이거 입어라.”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흑… 뭔데… 어어억?!”

<용의 비늘과 가죽으로 만든 황제의 셔츠>!

경매장에 나오면 빌딩과 교환될 만한 어마어마한 전설급 아이템!!

이거 하나면 중갑이고 뭐고 필요 없을 정도!

“이, 이, 이걸 입어도 돼?”

“어. 근데 넌 용 사냥 업적 없지? 없으면 착용 시 시간 제한 있을 거야.”

“음… 6시간이네.”

“그러면 싸울 때 입긴 충분하겠네. 평소엔 벗다가 전투 벌어지면 입어라.”

“응!!”

케인은 울먹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에는 충성심으로 가득했다.

‘저 자식은 사기 정말 잘 당하겠어….’

최상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10번 못 해주다가 1번 잘 해주니 저렇게 감동하는 거 봐라!

“어, 김태현. 근데 이거… 착용 시 드래곤의 습격받을 확률이 있다는데?”

“그거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

“그렇지? 하하하!”

[…왜 이렇게 불길한지 모르겠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노예가 착용하니 더더욱 불안해진다!

‘음. 파손된 <방랑자의 세트>로 빨리 만들고 싶은데. 내가 하필 재봉 스킬이 부족해서… 부끄럽군.’

[뭐가 부끄럽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재봉 스킬을 안 올린 게.’

[……]

“혹시 고블린들, 지하 연합에 실력 좋은 재봉사 있나?”

“황제의 옷을 재봉한 적 있는 고블린이 하나 있긴 합니다만….”

“!!!!!!”

“고블린이 무슨 재봉인가? 고블린은 기계공학이지.”

“맞아, 맞아. 아주 이상한 늙은이야.”

고블린들은 재봉사 고블린을 비웃었다. 그러자 태현은 벌컥 화를 냈다.

“어허! 그러면 안 돼!”

“아, 아니 어째서입니까…?!”

‘황제의 옷이라니… 잘 됐다!’

최고급 재봉 스킬은 확정이고, 어쩌면 전설급 재봉 스킬을 갖고 있을지도?!

이것이 황제 프리미엄!

“앗. 혹시 황제의 일을 맡아주던 다른 고블린들은 없나?”

태현은 눈빛을 반짝였다.

제국 노예 출신이라는 건, 그만큼 다양한 기술자들이 모여 있다는 뜻이었다.

노예도 누굴 모시냐에 따라 그 급이 달랐다. 마치 아키서스의 노예인 케인처럼.

황제 직속 노예라면….

“아. 황제의….”

“!!”

‘또 있구나!’

“…화장실 변기를 만들던 세공사 고블린이 있습니다만. 훌륭한 대장장이죠. 우리 모두 존경하는….”

“…걔는 됐다.”

“어째서?!?!”

* * *

-덥다, 주인이여!

-덥습니다!

-카르르릉!

-저는 반지에 들어가 있겠….

[미친 듯한 열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래가 열기를…]

[마력이 담긴 햇빛이…]

[드넓은 대사막, <돌아오지 못하는 사막>에 진입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돌아오지 못하는 사막.

아스비안 제국이 열리고 몇몇 탐험가들이 도전한 판온의 미답지 중 하나였다.

갈락파드가 권능 찾다가 죽을 뻔한 프로즈란드가 얼음의 땅이라면, 돌아오지 못하는 사막은 모래와 열기의 땅!

원래 사막투성이인 아스비안 제국이었지만, 이 외곽의 사막은 그 정도가 한층 더 심했다.

도중에 마을도 없고 오아시스도 없는 극한지역!

“왜 이런 곳에….”

“그래야 황제가 못 쫓아오잖습니까?”

“논리적이군.”

태현은 용용이와 흑흑이를 보며 물었다.

“둘 중 한 명만 나와 있자. 너희 체력 떨어지겠다.”

-!!

-!!!

-뭘로 정합니까?

“주사위?”

-안 됩니다! 너무 용용이한테 유리합니다!

“음… 그러면 뭐로?”

-헤헤, 화염 높게 뿜기가 어떨까요?

“…….”

-…….

“흑흑이가 나와 있고 용용이는 들어가 있어라.”

-어째서?!

꼼수를 부린 흑흑이가 나와 있게 됐다. 태현은 흑흑이를 들었다.

-주인님, 그런데 날아가면 안 됩니까?

“안 된다고 했잖아.”

지하 연합 고블린들은 한사코 말렸다.

“대사막의 하늘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정말 위험한 곳입니다. 날아다니는 것만 노리는 괴수 몬스터들이 우글거립니다!”

‘근데 차라리 괴수 잡으면서 가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긴 드네.’

그만큼 덥고 뜨거웠다.

판온은 직접 체험하는 게임이다 보니 더 괴로웠다.

즐거우려고 게임하는데 무슨 찜질방에서 러닝머신 타는 기분이다!

태현이야 이런 혹독한 훈련에 이골이 난 사람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아키서스의 냉기 방패, 아키서스의 냉기 방패, 아키서스의 냉기 방패… 헉헉헉.

정수혁이 혼자서 마법을 걸어 막아봤지만 워낙 더워 효과가 약했다.

[대사막의 마력을 담은 열기가 냉기 마법을 무너뜨립니다.]

[열기가 마법을…]

미친 열기!

-그런데 주인님. 안 날아가도 되면… 저도 들어가 있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흑흑이가 이상함을 깨닫고 물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그때 나오면 되는 거 아닌가?

“아. 이러려고. 사이즈 좀 키워봐.”

-???

흑흑이는 덩치를 키웠다. 태현은 흑흑이를 잡더니 머리 위에 얹었다.

그러자 거대한 덩치로 인해 그늘이 생겼다.

“한결 낫군.”

드래곤 양산!

-……주인님!!!

“아. 미안해. 어쩔 수가 없잖아.”

“와, 햇볕만 없어도 한결 낫네요.”

“흑흑이 대단해!”

“이것이 드래곤의 힘!”

-…….

칭찬을 들어도 기분이 나빠지는 건 또 처음이었다.

쿠쿠쿵-

땅속에서 소음이 들렸다.

“뭐지? 몬스터인가?”

사막에서 적이 안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태현은 무기를 잡고 싸울 준비를 했다.

고블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모래벌레입니다. 지하에서 소리를 듣고 튀어나와 이쪽을 노리는 성가신 놈들이죠.”

“황제의 셔츠를 입어야겠네!”

케인은 신이 나서 셔츠를 꺼냈다.

아까부터 이걸 너무 입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명품 중의 명품!

‘입고 사진부터 찍은 다음 팀 KL 계정에 올려서 자랑해야지.’

다들 내 멋진 셔츠를 봐줘!

“케인. 나중에 입어라. 별로 위험할 거 같지 않은데.”

“위, 위험할지도 모르잖아….”

“폐하 같은 영웅에게는 별로 안 위험할 겁니다.”

고블린들은 대번에 말했다. 케인은 시무룩해졌다.

“이럴 때 맨몸으로 싸우는 것도 연습해야지. 탱커라고 공격 무조건 맞기만 하는 건 미련한 짓이야.”

“아니, 탱커가 그럼 공격 맞지 뭔…?”

“상대를 먼저 죽이거나 제압하면 공격을 안 맞잖아.”

“…….”

케인은 어이가 하늘로 가출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게 가능하면 탱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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