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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21화 (921/1,826)

§ 나는 될놈이다 921화

“이다비. 이다비.”

“네?”

“이거 봐봐.”

“…!!!!”

이다비는 요새의 수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복판의 요새 수입이 왜 이렇게 높아!?

“대, 대체…?”

“이거 지금 사냥으로만 이만큼 잡히는 거지?”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이 사고, 팔고, 쓰는 골드에서 나오는 세금!

세율이 최저인데도 이 정도가 나온다는 건 여기 플레이어들이 더럽게 많아서였다.

“아니, 내가 언데드 분명 한 번 싹 쓸어버리지 않았나?”

태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요새 성벽 위로 올라갔다.

성기사+사제+마법사+아키서스 포병대+기타 등등을 데리고 한 번 주변을 싹 초토화시켰던 것이다.

그런데도….

“미친.”

지평선이 새카맸다.

언데드들이 그사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만신전의 요새로는 감히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사방으로 오고 다니며 언데드들이 활개치고 있었다.

언데드 종류도 다양했다.

스켈레톤부터 시작해서 구울, 듀라한, 밴시, 망령….

거기에 군데군데 자연발생한 데스 나이트와 본 드래곤까지 보였다.

‘느부캇네살 이 미친놈….’

대체 얼마나 지독하길래 죽은 곳에 저렇게 언데드들이 쫙쫙 피어나는 것일까?

태현이 아이템을 확인하고 전직을 준비하는 사이, 사람들 사이에서는 벌써 소문이 확 퍼진 뒤였다.

-만신전의 요새가 지금 레벨 업 적소다!

-내가 아는 사람은 느부캇네살 퀘스트에 참가하고 레벨 40이 올랐대!

-느부캇네살 레이드 퀘스트야 더럽게 위험해서 못 꼈지만, 지금 만신전의 요새는 위치 파악만 잘 하면 어느 레벨이든 낄 수 있는 곳인듯. 게다가 워낙 성기사나 사제들이 많아서 잘 죽지도 않아.

판온 필드 중에서 이렇게 한 자리에 저렙 몬스터부터 고렙 몬스터까지 다 모아놓은 필드는 드물었다.

태현은 그 모습에 자괴감이 들었다.

‘골짜기를 그렇게 열심히 운영했는데도 이 수입이 안 나왔는데…!’

대체 이제까지 했던 노력들은 무엇을 위해서…!

‘후. 진정하자.’

태현은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예상 외로 수입이 좋으면 좋은 거지, 나쁜 건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관리인데….

여긴 아탈리 왕국과 너무 멀었다.

이세연이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이 요새를 공격하진 않겠지?

‘…아, 왠지 모르게 불길한데.’

“에이, 설마….”

“맞아. 이세연이 아무리 황제라도 공격할 리는 없을 거야. 여기 교단이 몇 개인데.”

다행히 여긴 아키서스 교단만 있는 게 아닌, 대륙에서 유명한 교단은 다 자기네 신전을 설치한 상태였다.

이세연이 여기를 공격하는 순간, 중앙 대륙의 교단과는 전부 다 전쟁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

‘근데 이세연 어차피 네크로맨서여서 별 상관없지 않나?’

이미 아스비안 제국 얻었는데 중앙 대륙이 아쉽지도 않을 테고….

태현이 생각하기에는 확률은 반반!

“이세연이 양심이 있으면 너 덕분에 황제 자리 얻었는데 요새를 공격하는 짓을 하진 않을 거 아냐.”

“걘 양심 없어.”

“…….”

“…….”

“지금 개인 방송 끈 상태지?”

“네. 끈 상태죠.”

“다행이다 진짜.”

이 말 이세연 귀에 들어갔으면 바로 전쟁 났다!

이다비 생각에도 이세연이 여길 공격할 것 같진 않았다. 이세연이 무슨 길드 동맹도 아니고.

“이세연 씨가 아스비안 제국 황제 자리를 얻었으면 제국 관리하기도 바쁘지 않을까요? 그렇게 멀쩡한 곳도 아니고 곳곳의 부족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곳인데. 태현 님도 왕국 얻고 귀족들 관리하느라 엄청나게 고생 많았잖아요.”

“하긴 그건 그렇지.”

‘이 자식이…?!’

‘이다비 말은 바로 듣냐!?’

케인과 최상윤은 울컥했다.

우리가 말한 건 뭘로 듣고!

“저… 흠흠.”

“?”

뒤에서 헛기침을 하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누구?”

“미다스 길드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느부캇네살 레이드에 혁혁한 공을 세웠….”

“엥? 미다스 길드가 있었어?”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다른 일행도 깜짝 놀라서 물었다.

“미다스 길드가 있었나?”

“어? 본 기억이 없는데….”

“마법사들이 워낙 많아서 그랬나봐. 거기 사이에 끼어 있으니까 못 봤겠지.”

“하긴 존재감이 좀….”

“…….”

미다스 길드에서 나온 랭커들은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말은 좀 안 들리게 해!

“그래서, 미다스 길드가 왜? 앞으로도 내가 퀘스트 하면 랭커들 뽑아서 도와주려고?”

태현은 살짝 기대 섞인 얼굴로 물었다.

그 질문에 미다스 길드 랭커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뭐가 예쁘다고 도와주냐?’

‘우리를 뭘로 아는 거야?’

‘저 자식 설마 우릴 자원봉사단 같은 걸로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지! 어떤 길드가 이득도 없이 그쪽을 그냥 도와줍니까?!”

“아. 그래? 길드 동맹에서 나왔다길래 나 도와주는 게 취미인 줄 알았지.”

태현의 미다스 길드원들 입이 떡 벌어졌다.

‘이런 미친놈…!’

‘길드 동맹 놈들은 대체 뭘 하고 다녔길래 김태현이 저런 소리를…!’

“그래서 나 도와주러 온 거 아니면 왜 여기 왔지?”

“저희 미다스 길드가 이번 퀘스트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 그 보상을 좀 받고 싶어서 왔습니다.”

“?”

태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미다스 길드 랭커들이 달래듯이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대단한 보상은 아니고, 요새 시설 중 몇 개만 사용권을….”

“아니, 아니. 보상 걱정해서 놀란 게 아니라.”

태현은 손을 흔들었다.

“너희들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부분에서 놀란 거거든. 너희가 무슨 공을 세웠더라?”

“영상을 보십시오! 저희 마법사들이 얼마나 많은 데미지를 넣었는지….”

랭커가 보여주려고 하자 태현은 됐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관심 없고. 우이포아틀 잡을 때 뭐 결정적으로 한 거 있나?”

“그건 없지만….”

“느부캇네살 잡을 때는?”

“그것도 없지만 그 외에….”

“심지어 너희들은 내가 부르지도 않았을 텐데? 난 이세연한테 부탁했지 너희들한테 부탁한 적 없다고.”

태현이 삐딱하게 나오자 랭커들은 표정을 굳혔다.

“김태현 씨. 이건 서로에게 좋은 거래입니다.”

“…잠, 잠깐만. 이거 어디서 많이 들었던 말인데.”

태현은 이마에 손을 대고 생각에 잠겼다.

“아. 맞아. 판온 1에서 대형 길드원들이 나한테 죽기 전에 저런 말을 하더라고. 던전 입구 막아놓고서 목숨 살려줄 테니까 꺼지라고 하더라. 그게 좋은 거래래. 미친 거 아니냐?”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면 뭔데?”

태현은 무기를 꺼냈다. 그러자 최상윤과 케인이 시선을 교환하고 뒤에서 무기를 뽑아들었다.

설마 보는 사람들이 수천 명도 넘는 이런 곳에서, 김태현 같은 유명 플레이어가 대놓고 PK하겠다는 위협을 할 줄이야!

미다스 길드 랭커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잡았다.

그들도 PK에 자신이 없진 않았지만 태현은 솔직히 규격 외였던 것이다.

“김태현 씨. 여기 보는 눈이 많습니다. 이러면 당신 이미지만 손해일 텐데요.”

“네가 계속 입 놀리면 네 계정만 손해 볼 걸. 길드 동맹에서 나왔다길래 좀 다른가 했더니 하는 짓은 똑같군. 아니, 더 양아치스러워졌어. 길드 동맹은 덤비기나 했지 너희들은 언론 플레이냐? 응?”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었다.

“왜, 내가 너희들 거래 안 받아주면 사람들한테 유명 랭커 김태현이 양아치짓한다고 이르게? 일러봐 이것들아. 하. 참 재밌는 게 내가 판온 1 때는 이런 협박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유명해지니까 이런 협박이 들어오네.”

같잖은 수작에 태현은 오랜만에 열이 받았다.

“내가 여기서 PK 못할 거 같냐? 지금 너희 계정 방송하고 있나본데, 전혀 상관 안 하거든. 먼저 뽑아봐.”

“잠, 잠깐….”

“뽑으라니까.”

태현이 설마 이렇게 막나올 줄 몰랐던 랭커들은 당황했다.

이러다가 진짜 본전도 못 챙기고 망신만 당하게 생긴 것이다.

그냥 적당히 수습하고 빠져나가야 하나?

그런데 태현을 보니 그냥 PK할 생각으로 가득해 보였다.

-어떻게 할 겁니까?

-싸워야 하나?

‘미친놈. 그걸 보고도 싸울 생각이 나냐?’

우이포아틀과 느부캇네살을 잡은 태현.

그걸 직접 본 플레이어들의 충격은 대단했다.

사람이 저렇게 잘 싸울 수도 있구나!

그리고 여기는 김태현의 구역.

김태현이 손짓만 해도 도와주러 올 사람들이 많았다.

“5초 안에 안 뽑으면 내가 먼저 친다.”

“잠, 잠깐….”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김태현 씨. 화해합시다!”

“그래. 나도 너희를 잡고 나면 너희를 용서해 줄게.”

태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템도 잘 바치면 더 용서해 줄 수 있다!

“워워! 제발 진정을…!”

“너희들 도발만 배워왔냐? 이것들이 더 도발을….”

“…뭐하는 거?”

뒤늦게 찾아온 이세연이 난장판을 보고 당황스러워했다.

미다스 길드 랭커들이 무슨 맹수라도 만난 것처럼 태현 앞에서 손을 내밀고 쉬쉬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 * *

“저건 너무 망신 아냐?”

“사람은 원래 망신을 당해봐야 깨달음을 얻고 변하게 마련이지. 케인처럼 말이야.”

“…….”

이세연은 복잡한 눈빛으로 옆을 쳐다보았다.

<다시는 길드 믿고 까불지 않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든 채 랭커들이 무릎 꿇고 손들고 있었다.

굴욕 중의 굴욕!

각자 개인 방송은 벌써 껐지만,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상황을 눈치 채고 알려달라고 성질을 내고 있었다.

-김태현하고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지금 김태현한테 맞고 있지? 형! 맞고 있는 것 좀 보여줘! 그걸 보여줘야지!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태현은 의심 100%의 눈빛으로 이세연을 쳐다보았다.

혹시 이 요새를 공격하려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아스비안 제국 관리에 도움이 필요해서.”

“…요새를 바치면 제국 관리에 도움이 된다거나….”

“무슨 소리야? 그거 말고, 제국 부족들 반란도 관리 말하는 거야. 나보다는 네가 훨씬 더 사이좋으니까.”

“아… 그러니까 내가 널 데리고 다니면서 지지연설을 하라는 건가?”

“…그,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어감이 확 달라진다!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하긴, 이세연도 힘들긴 하겠지.’

태현이 아탈리 왕국을 얻고 멀쩡하게 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개고생이 필요했는가.

그 고생을 하고도 아직 남부 귀족들은 쌩쌩했다.

이세연은 몇 배로 더 안 좋은 스타트!

‘어, 이거 거래하기 되게 좋은 상황인데? 이세연이 매우 아쉬운 상황이잖아.’

태현은 생각보다 상황이 좋다는 걸 깨달았다.

쿵-

“김태현 폐하께서 어디 계십니까?”

“아. 신전 안에서 이야기할 걸 왜 하필 성벽 위에서 이야기하는 바람에 잡상인들이….”

태현은 투덜거렸다.

뭔 놈의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와?

“혹시 대형 길드 소속이거나 내가 약속하지도 않은 보상을 달라는 플레이어면 지금 당장 내려가는 게 좋을 거다. 성벽 위에서 밀어버릴 테니까.”

오들오들-

무릎 꿇고 손 들고 있는 미다스 랭커들은 겁에 질렸다.

그러나 태현의 예상은 틀렸다.

나타난 건 고블린들이었다. 처음 보는 고블린들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태현을 보더니 외쳤다.

“김태현 폐하 맞으십니까?”

“맞는데.”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폐하. 폐하께서는 마검 <황제 살해자>의 정당한 주인이 될 자격이 있으십니다. 그 검을 손에 넣고 모든 황제를 죽이셔야 합니다!”

“모든 황제들에게 죽음을!”

“모든 황제들에게 죽음을!”

“…….”

고블린들의 외침에 이세연의 표정이 매우 떨떠름하게 변했다.

설마 너희들이 말하는 황제가 날 말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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