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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20화 (920/1,826)

§ 나는 될놈이다 920화

일행 모두 케인의 말을 들었지만,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오. 이 장비 세트 좋아 보이는데?”

“다비 언니. 상인보다 상인/사제 하이브리드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애들아? 애들아. 나 무시하는 거 아니지??”

케인은 당황했다.

왜 갑자기 무시?

“지금 이다비 씨 설득하는데 꼭 옆에서 초를 쳐야 합니까? 조용히 하십시오 좀.”

“맞아. 넌 조용히 좀 해. 그러다가 안 한다고 거절하면 넌 아키서스 형이다.”

“…….”

케인이 구박을 받는 사이, 태현은 이다비를 달래고 있었다.

“사제 직업은 별로 어렵지 않아. 물론 상인 직업보다는 전투 참여가 많긴 하겠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군 플레이어들의 HP를 확인하고, 아군 플레이어들에게 걸린 디버프를 체크하고, 상대가 쓸 공격을 예측하고, 상황에 맞는 회복기나 방어기를 쓰기만 하면 돼. 쉽지?”

“…….”

이다비는 처음으로 태현을 한 대 때리고 싶어졌다.

이 사람이 정말…!

유지수가 태현을 붙잡고 뒤로 끌어냈다.

“선배. 제가 말할 테니까 그냥 뒤에 계세요.”

“아니 왜….”

“뒤 에 계 세 요.”

“으, 응.”

태현은 뒤로 물러섰다.

“요즘 지수가 좀 쌀쌀맞은 거 같지 않아?”

“누굴 보면서 배운 거겠지….”

최상윤은 옆에서 중얼거렸다.

태현을 롤모델로 하고 있으니 사람 성격이 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나중에 쟤 가족한테서 항의 들어오는 거 아냐? 못된 물 들었다고….’

* * *

“어르신, 이 좋은 산에서 왜 그리 한숨이십니까?”

“어제 느부캇네살 레이드 영상을 봤는데….”

“아. 그거 정말 굉장했죠! 크… 저도 그 자리에 끼고 싶을 정도로 피가 끓더라고요. 나이 값도 못할 정도로.”

“이 사람아. 자네가 그러면 내가 뭐가 되나.”

이중섭과 유 회장은 사이좋게 웃었다.

“저는 어르신이 등산에 질리셔서 한숨을 쉬신 줄 알았습니다.”

“그것도 좀 있긴 한데….”

“하하. 농담도. 어르신이 산을 싫어하실 리 없잖습니까!”

“…….”

유 회장은 한 대 때리려다 말았다.

이중섭의 길드, <가늘고 길게>의 아저씨들은 등산만 빼면 참 사람 좋고 같이 놀기 좋은 사람들이었다.

유 회장이 낚시를 하자고 하면 다들 불평 한 마디 없이 따라오는 친구들은 흔하지 않았다.

“근데 왜 느부캇네살 레이드 영상을 보면서 한숨을 쉬신 겁니까? 참가하고 싶으시면 참가하실 수 있으셨을 텐데요.”

아저씨들은 느부캇네살 레이드에 참가하지 않았다.

‘가늘고 길게’와는 어울리지 않는 퀘스트였기 때문!

거기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한테 각종 대(對) 언데드 아이템들을 팔긴 했지만 참가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참가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물론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긴 했는데, 거기 손녀딸이 있는 걸 보니 기분이 복잡해서….”

“오… 판온을 같이 하다니. 좋은 거 아닙니까? 아. 너무 게임만 한다던가?”

“자기 할 일 알아서 잘 하는 애라 게임은 많이 해도 상관없네. 그냥 같이 다니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아니 그게 누구길래?”

유 회장은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말해봤자 안 믿어줄 것 같은데….

* * *

“사제 직업이라고 해도 별로 컨트롤 필요 없을 거예요. 힐 줄 사람이 없잖아요.”

이다비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건 그래!

일행 중 힐이나 버프 필요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 자기 목숨 정도는 알아서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상인 직업과 달라서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바로 적응이 될 거에요.”

“…실망시키면 어쩌죠?”

“저기 케인 씨도 있는데 선배가 그런 거 가지고 실망할 사람은….”

“…!”

설득의 달인!

유지수는 요즘 설득학이라도 배우는지 압도적인 설득력을 자랑했다.

케인을 예시로 들자 이다비는 자기가 공연한 걱정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확실히 태현은 그런 걸로 실망할 사람이 아니었어!

“그렇죠?”

“그러네요.”

이다비는 살며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착용!

[느부캇네살의 힘이 담긴 장비 세트를 착용했습니다!]

[느부캇네살의 적통을 잇는 직업을 가진 후계자로서, 당신은 직업을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느부캇네살의 황금상인]

[느부캇네살의 죽음사제]

[아키서스 교단의 황금죽음상인사제]

“…???”

이다비는 당황했다.

마지막 직업 이름 왜 이래? 버그났나?

물론 판온에 버그 따위는 없었다.

-선… 선택.

뭔가 매우 이상했지만 고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일단 아키서스 교단의 책임자 아닌가.

[전직을 완료했습니다!]

[스킬 <황금으로 저주>를…]

[스킬 <황금으로 치료>를…]

[스킬…]

[……]

이다비는 스킬명을 보고 매우 불길함을 느꼈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닐 거야!

<황금으로 치료>

골드를 소모해 HP를….

“!!!!!”

* * *

“이다비가 되게 복잡한 표정인데 괜찮은 거 맞나?”

“네가 괜찮냐고 물어보면 되잖아….”

케인의 항의에 태현은 공격으로 대답했다.

“컥!”

“넌 배려심도 없냐? 만약 기분이 안 좋을 때 옆에서 물어보면 기분이 어떻겠어.”

“네가 물어보면 기분이 아키서스 같아도 좋다고 대답할 것 같은데….”

“에휴. 됐다. 너한테 물어본 내 잘못이지.”

태현은 고개를 저으며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케인은 왠지 모르게 굴욕적이었다.

“아… 아냐! 나한테 물어봐! 나한테 물어보라고!”

“그냥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빠를 것 같은데.”

태현은 케인의 말을 듣기보다는 그냥 정면승부를 하기로 했다.

애초에 이다비의 상태를 걱정할 때 케인 같은 놈한테 묻는 건 좀 아니지!

“이다비. 혹시 전직 과정에서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

“아니요. 직업 확인해 보니까 괜찮은데요?”

처음에는 골드 소모 때문에 충격이 컸지만, 스킬들은 대체로 강력하고 효과가 좋았다.

사제+상인인 직업인 이유가 있는 것!

보통 하이브리드 직업은 스킬 개수가 적거나 효과가 약하거나 레벨이 안 오르는 식으로 페널티가 있었다.

그런데 이 <아키서스 교단의 황금죽음상인사제>는 그런 페널티 대신 골드 소모가 들어갔다.

스킬도 많고, 스킬 각각의 위력도 좋은 대신 골드 소모!

<죽음의 황금 상인> 때도 있었던 페널티였지만, 그 페널티가 몇 배로 뛰었다고 보면 됐다.

예전이었다면 감당이 안 되어서 괴로워했을 테지만 사실 지금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이다비도 옛날의 이다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파워 워리어 길드는 판온에서 손꼽히는 대형 길드였고, 각종 수입과 방송으로 골드가 쌓이고 있었다.

예전처럼 빚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도 아니고, 게임단 소속으로 각종 광고와 수입도 있으니….

스킬에 쓸 골드는 충분히 있었다.

이다비의 표정이 굳어 있었던 건 새로 바뀐 직업을 파악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키서스의 노예>로 전직한 케인이나 <아키서스 교단 마법사>로 전직한 정수혁과 달리, 이다비 직업은 연습해야 할 게 꽤 많았던 것이다.

태현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더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태현은 이다비가 불만이라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이다비가 처음 보여주는 모습!

“그러면 혹시 스킬 페널티나 스탯 페널티라도 있어?”

“네? 아니요. 없는데요.”

“…혹시 요즘 불만이나 원하는 거라도 있니?”

“없는… 앗.”

이다비는 태현이 지금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지금 그녀가 불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오해라고 말하려다가 이다비는 멈칫했다.

갑자기 아키서스, 아니 악마의 유혹이 찾아온 것이다.

실로 악마적 생각!

‘이, 이래도 되나? 너무 양심 없는 짓 같은데…!’

고민하고 갈등하던 이다비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혹… 혹… 혹시….”

“혹시 뭐?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 빌딩이든 케인의 목이든 뭐든 가져다줄 테니까.”

“야…!”

케인은 울컥해서 외쳤다.

너무하잖아!

“다음 주말에 갈 곳이 있는데 같이… 가실래요?”

“응? 그러지 뭐. 어디길래?”

“앗.”

이다비는 당황했다.

그냥 같이 나가자고만 말했지, 딱히 장소는 생각 안 해놨으니까!

“비… 비밀이에요!”

“…?!??!”

태현은 혼란에 빠졌다.

비밀이라니.

대체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거지?

‘내가 이다비한테 잘못한 게 있나? 함정?’

* * *

“감투! 감투! 감투! 감투!”

“애들아. 체면을 지키자.”

이세연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물론 그녀도 이렇게 공짜로 황제 자리를 얻은 게 매우 기쁘고 기뻤다.

그게 김태현 덕분에 얻었다는 게 더더욱 기뻤다.

지금쯤 김태현은 배가 아파서 이불을 뻥뻥 차고 있을 것이다.

‘그게 내가 판온 1에서 느꼈던 감정의 1/100이야!’

황제 자리보다 태현이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 거란 게 더 뿌듯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현실은 현실.

이세연은 아스비안 제국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야 했다.

그녀가 대형 길드를 이끌고 있으면 모를까, 그녀의 길드는 소수정예길드.

계획을 세우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야 했다.

그렇다.

즉 길드원들에게 전원 감투!

“감투! 감투! 감투!”

“…체면을 지키자니까 좀!”

이세연은 제국 상황을 확인해 보았다.

[살아남은 아스비안 제국 귀족들은 당신의 직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스비안 제국 부족들 중 충성파는 당신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습니다.]

[아스비안 제국 부족들 중 독립파는 우이포아틀의 뒤를 이은 당신들을 반대합니다.]

[현재 제국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합니다.]

[언제라도 내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개판이네.’

군사, 외교, 경제, 기술, 주민, 민심, 신성, 치안, 문화, 발전도 등 스탯들 중 군사를 빼면 대부분이 다 최하 상태였다.

민심 치안 문화가 특히 최악!

원래 우이포아틀을 싫어하던 부족들이 이세연을 좋아할 리 없었다.

거기에 귀족들까지 ‘네가 뭔데 우리 위에 서냐! 우이포아틀 님 데리고 와라!’이러면서 자기 부족들을 데리고 거절하고 있으니….

사실상 수도 근처만 이세연이 갖고 있는 셈이었다.

상황을 보니 새삼스럽게 김태현이 존경스러워졌다.

이 자식 대체 어떻게 맨몸으로 아탈리 왕국을 먹고 안정시킨 거지?

“아무래도….”

“?”

“김태현 도움이 필요할 거 같은데.”

“길마님이 아니시다!”

“길마님! 제정신 차리세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마귀야 물럿거라! 어디서 길마님인 척을 하는 것이냐!”

“…다들 죽을래?”

이세연의 싸늘한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김태현이 아스비안 제국 귀족들하고 친하고, 반대파 부족들하고도 친했거든. 게다가 걔는 명성이 워낙 높아서 어딜 가도 영웅 대접 받으니까….”

길드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태현이 도와준다면 이 개판인 상황이 빠르게 수습될 것이다.

놀라운 건 이세연이 이 계책을 직접 꺼냈다는 것!

‘길마님… 존경합니다!’

‘더 커다란 길을 위해서는 원쑤의 힘도 빌릴 수 있는…!’

길드원들은 존경과 흠모의 눈빛을 보냈다.

이래서 그들이 이세연을 따르는 것이었다.

* * *

“잠깐. 이 요새 왜 이렇게 돈이 많이 걷히지?”

태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무슨 놈의 요새에서 걷히는 수입이 골짜기와 수도보다 많았다.

골짜기와 수도의 각종 세금이 최저 수준이긴 해도, 요새도 비슷했다.

애초에 이건 싸우려고 만든 곳이지 돈 벌려고 만든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두 영지 뺨때리는 수입!

‘대체 몇 만 골드가… 사냥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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