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918화 (918/1,826)

§ 나는 될놈이다 918화

분탕질을 치던 플레이어는 사라졌지만, 남은 사람들의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모든 팬들의 악몽!

그건 자기가 응원하던 선수가 다른 팀, 특히 해외 팀으로 가버리는 것!

-안 가겠지? 그치?

-김태현 방송에 가서 천 원이라도 쏘고 올까?

-파워 워리어 방송에 가서 김태현 다른 팀 가면 안 본다고 협박하고 오자.

-왜 파워 워리어?

-김태현 방송에 가서 협박하는 건 무섭잖아.

-…….

-…….

-앗. 파워 워리어에서 느부캇네살 퀘스트 방송 편집본 올린다. 생방송에서 미공개했던 것도 올리는데?

-충성충성충성!

-지금 보러 갑니다!

* * *

사실 느부캇네살이 사라진 지금, 남은 언데드들을 쓸어버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물론 전설 등급 데스 나이트 같은 몬스터는 강한 몬스터였다.

평소라면 필드에서 파티들을 도망치게 만드는 보스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지금 이 사막에는 성기사단부터 시작해서 마법사들까지 어마어마한 전력이 모여 있었다.

-나는 죽음의 기사, 내 앞에 굴복….

콰콰콰콰콰콰콰쾅!

신성 마법과 포격이 한 차례 날아오자 데스나이트는 데스나이트였던 것으로 바뀌어버렸다.

-!!

같은 데스나이트인 골골이가 반지 안에서 벌벌 떠는 게 느껴졌다.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오지 말라니까?

지금 주변은 성기사들이 ‘모든 언데드들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상황.

태현이 골골이를 부리고 있는 게 들키면 좋을 게 없었다.

-주인님께 말씀드릴 게 있어서 그랬습니다.

-뭐지?

-제 힘이 한층 더 강해졌습니다.

-오…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

-…….

-…….

용용이와 흑흑이마저 골골이를 안쓰럽게 여길 정도!

[데스나이트 골골이가 서럽게 웁니다!]

-주인님께서 안 부르셔서… 그런 건데… 제 잘못은 아닌….

-농담이야 농담!

태현은 급히 달랬다.

용용이나 흑흑이는 꺼내놓고 다녀도 다들 ‘오 드래곤 계열 펫인가 봐! 멋져! 대단해!’ 이래서 꺼내놓고 다녔지만, 골골이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마을에서 언데드는 ‘히익! 언데드잖아!’ 같은 반응이 보통!

‘역시 느부캇네살이겠지?’

용용이는 태현을 직접 태우고 정면에서 싸웠고, 흑흑이는 요새에서 마법 딜을 했다지만, 골골이는 얌전히 숨어 있었다.

성기사들 눈치도 보이고….

[느부캇네살을 따를까 봐 걱정도 됐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사실 그게 컸지.’

느부캇네살 앞에서 데스나이트 소환하는 건, 태현 앞에서 주사위로 덤비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소환했다가 골골이를 뺏기기라도 했다면 눈에서 피눈물이 났을 것이다.

골골이가 한 거 없이 강해진 이유는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을 배운 것밖에 없을 것이다.

‘후. 그래. 역시 느부캇네살의 흑마법은 도움이 된다니까?’

[사기 피해자가 자기합리화하는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안 들려 안 들려. 장비나 확인해야겠군.’

주변 사막들의 언데드들이 얼추 쓸려나가자, 태현은 장비를 확인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가장 기대되는 건 역시 우이포아틀 세트!

뭐가 나오냐에 따라 영지에 <우이포아틀 묘비>를 세워줄 수도 있었다.

태현은 일단 파손된 장비부터 확인에 들어갔다.

압도적인 행운 스탯을 가진 태현은 장비 파손과 거리가 멀었다.

내구도가 진짜 징글징글하게 안 떨어지는 것!

그런데도 느부캇네살이 뿜어내는 죽음의 기운은 태현의 장비들을 파손시켰다.

각종 스킬로 방어했는데도 이 정도였으니….

‘판온 1 때는 참 많이 부숴 먹고 수리했는데.’

먼저 방랑자의 세트 아이템과 <봉쇄의 발목 장식>, <진홍의 배신 셔츠> 같은 장비들이 파손되어 있었다.

<마력 회복의 귀걸이>나 <마력 응축의 팔찌>, <칸다타 마탑의 반지> 같은 건 다행히 무사했다.

태현 MP 회복 속도의 핵심 아이템이라 망가지면 골치가 꽤나 아팠을 것이다.

<아키서스 화신의 아다만티움 갑옷>은 끄떡도 없었고, <왕자의 목걸이> 같은 아티팩트도 마찬가지였다.

내구력이 떨어지는 아이템들이 먼저 박살 난 모양이었다.

‘봉쇄의 발목 장식이나 진홍의 배신 셔츠는 대체가 가능하지만, 방랑자의 세트 아이템은 좀 많이 아쉽군.’

게임 초반에 얻었지만, 방랑자의 세트 아이템은 성장형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내구도 같은 건 많이 부족하고 약했지만 태현의 스탯에 따라 같이 성장했던 세트 아이템!

외투+벨트+신발+장갑이었으니 태현은 정말 쏠쏠하게 써먹은 셈이었다.

죽음의 기운에 물든 망가진 방랑자의 벨트:

내구력 0/0

…….

‘으음. 재료를 추출해서 다시 만들어볼까.’

[죽음에 오염된 재료를 갖고 다시 만드냐고 카르바노그가 기겁합니다.]

‘아깝잖아. 그리고 솔직히 이런 재료 어디서 구할 수도 없는 재료고.’

느부캇네살의 기운을 정통으로 맞은 재료!

확실히 판온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재료긴 했다.

‘오랜만에 <아키서스의 아티팩트 제작>로 제작해 봐야지.’

카르바노그는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복잡한 시선을 보냈다.

미친 짓 같은데 태현이 한다니까 뭔가 또 될 거 같기도 하고….

확실히 아키서스의 아티팩트 제작으로 하면 어떻게 수습이 되지 않을까?

태현은 우이포아틀이 들고 있던 창을 꺼냈다.

그 느부캇네살을 상대로 데미지를 입히던 창!

대체 얼마나 좋길래…!

용의 파멸:

내구력 955/955, 물리 공격력 580, 마법 공격력 580.

드래곤을 상대할 때 전체 능력에 보너스. 드래곤을 상대할 때 추가 데미지.

스킬 ‘용의 파멸’ 사용 가능, 스킬 ‘용의 추락’ 사용 가능.

레벨 제한 800, 전설 창술 스킬 필요, 아스비안 제국의 황제 작위 필요.

황제 우이포아틀이 생전에 애용하던 강력한 무기이다. 우이포아틀이 용들에게 죽을 때도 놓지 않았던 이 무기에는 강력한 원념이 깃들어있다.

(추가 옵션: 요구 조건을 달성하지 않고 착용 시 시간 제한 있음. 착용 시 드래곤의 습격 받을 확률 있음.)

‘미친!’

태현의 눈이 커졌다.

좋을 거라고 짐작하긴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았다.

다른 스탯을 다 희생하고 일회용으로 쓸 각오로 만든 대만불강검의 공격력이 375.

그런데 용의 파멸은 그냥 공격력이 580. 창 무기는 검 무기보다 데미지가 좀 낮은 편인 걸 감안하면 더 사악했다.

거기에 드래곤 상대할 때 보너스가 들어가고….

‘레벨 제한이 800에 창술 스킬 전설 찍어야 하고 황제 작위 필요하니 당연하긴 하겠군.’

저렇게 요구 조건이 많은데 성능이 별로라면 그게 더 사기였을 것이다.

이 무기 하나만으로도 우이포아틀을 사냥한 보람이 있었다. 태현은 감동의 눈물이 올라오는 걸 참았다.

“너 우냐?”

“안, 안 울거든.”

태현은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참으며 창의 설명을 마저 읽었다.

‘음….’

문제는 2가지.

착용 시간 제한과 드래곤 습격!

후자는 솔직히 걱정 안 해도 되겠지만, 착용 시간 제한이 신경 쓰였다.

태현이 레벨 800 찍는 것보다 태현이 서버 정복하는 게 빠를 테니, 용의 파멸은 무조건 시간 제한을 달고 써야 했다.

‘…설마 5초 주거나 그러진 않겠지… 최소한 30초만 좀….’

[30초도 충분히 쓰기 힘든 제한이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하도 이상한 아이템만 쓰다 보니, 30초 같은 불합리한 조건도 감지덕지한 태현이었다.

남들이라면 몇 시간 제한이라도 불평할 텐데!

용의 비늘과 가죽으로 만든 황제의 셔츠:

내구력 1200/1200, 물리 방어력 250, 마법 방어력 250.

레벨 제한 100, 용 사냥 업적 필요.

스킬 ‘용린갑’ 상시 발동, 스킬 ‘용의 저항’ 상시 발동, 스킬 ‘용의 핏줄’ 상시 발동, 스킬 ‘용의 가죽’ 상시 발동.

착용 시 주변 파티원에게 전체 스탯 보너스. 전체 HP와 MP 양의 보너스, 물리 저항력과 마법 저항력에 속성 보너스.

황제 우이포아틀은 용을 사냥하고 나서 그 전리품인 가죽과 비늘을 한땀한땀 바느질해 옷을 만드는 게 취미였다.

(추가 옵션: 요구 조건을 달성하지 않고 착용 시 시간 제한 있음. 착용 시 드래곤의 습격 받을 확률 있음.)

‘…알고 싶지 않은 쓸데없는 정보를….’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동시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우이포아틀의 그런 취미는 별로 안 궁금해!

‘하지만 옵션은 진짜 사기적이군.’

셔츠는 위에 입는 갑옷보다 방어력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두꺼운 중갑옷이랑 안에 걸치는 셔츠가 방어력이 같으면 그게 이상한 것!

그런데도 이 셔츠는 어지간한 갑옷보다 방어력이 높았다.

게다가 더 사기적인 건, 방어력이 주 옵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셔츠의 강점은 스킬과 보너스 옵션!

각종 사기적인 패시브 스킬들과 착용 시 들어오는 옵션들. 현재 태현이 착용하고 있는 아키서스 아다만티움 갑옷과 합쳐진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효과가 나올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추가 옵션을 보라고 말합니다.]

‘요구 조건은 달성했는데?’

남들은 못 입었겠지만 태현은 드래곤을 사냥한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이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그거 말고 드래곤의 습격을…]

‘에이, 그거 어차피 확률도 낮은데.’

[2개 연속으로 겹쳐지면 좀…]

‘…으으음….’

매우 낮은 확률이겠지만 2개를 겹쳐 입으면 조금 더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말하자 괜히 불길해지는 게 사람 마음!

‘그렇다고 안 입을 순 없잖아.’

[그건 그렇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느부캇네살과 싸우면서 셔츠 아이템이 박살 났는데, 잘 된 셈이었다. 태현은 바로 착용했다.

다음 아이템은 <아스비안 제국의 영혼 목걸이>.

태현이 무기보다 더 기대하는 아이템이었다.

우이포아틀이 이걸로 그 느부캇네살의 공격을 막지 않았던가!

대체 얼마나 사기적이길래…!

아스비안 제국의 영혼 목걸이:

내구력 999/999, 물리 방어력 0, 마법 방어력 0, 충전량 8.

스킬 ‘사냥한 영혼 저장’ 상시 발동, 스킬 ‘영혼 방어’ 사용 가능.

평범해 보이는 이 목걸이에는 쓰러뜨린 강적의 영혼이 가둬집니다. 가둔 영혼을 소모한다면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게 나왔다.

물방이나 마방이 아닌 스킬로 방어하는 형식!

‘사냥한 보스 몬스터들의 영혼을 가둔 다음, 그걸 소모해서 한 번씩 막아내는 형태인가!’

좋지만 쓰기는 좀 까다로운 아이템이었다.

우이포아틀이야 황제니까 닥치는 대로 영혼을 가뒀겠지만 태현은 여기에 채우는 것부터가 일!

‘앗. 혹시 나보다 레벨만 높으면 다 강적 아닌가?’

[그건 좀 양심 없는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건 그렇겠지.’

판온이 그렇게 쉽게 굴러가면 태현이 애초에 이렇게 고생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뭐… 그거 없어도 충분히 강한 아이템이니까.’

현재 충전량 8.

8번은 막아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차라리 나보다는 다른 사람 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태현은 이미 평범하게 강한 <왕자의 목걸이>가 있었다. 게다가 회피율이 높고 권능 스킬들이 있어서 방어는 충분했다.

일행의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더 쓸모 있는 아이템!

‘아. 아키서스 권능 스킬도 확인해 봐야지.’

느부캇네살을 잡고 나자 아키서스의 권능도 하나 열렸었다.

<아키서스의 영혼관>.

이름만으로는 무슨 스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키서스의 영혼관>

아키서스는 자신의 왕국에 쓰러뜨린 적들의 영혼을 가둬놨습니다. 진정한 화신이라면 이 영혼의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설명을 봐도 모르겠는 스킬!

‘그냥 써봐야겠다.’

-아키서스의 영혼관!

스킬을 사용하자,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사방이 어둡고, 양옆에는 감옥 같은 공간이 죽 늘어져 있었다.

쾅쾅쾅!

“…!”

누군가 감옥의 창살을 사납게 두드렸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오크였다.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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