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14화
‘그렇군. 이러면 되는 거였어.’
태현은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방패는 무엇일까?
드워프들이 만든 방패?
드래곤이 만든 방패?
아니었다.
정답은 황제 방패!
[용용이가 전력을 다해 날아오릅니다. 용용이의 지구력이 떨어집니다.]
“조금만 더 버텨라, 용용아!”
용용이가 엄청나게 고생을 하고 있었다.
숨만 쉬어도 데미지가 들어오는 느부캇네살의 근처.
죽음의 기운이 매우 강한 이곳에서 움직일 수 있는 탈것은 용용이 같은 고렙 신수 정도였다.
용용이는 미친듯이 기동해서 느부캇네살 근처를 돌았다.
태현은 느부캇네살에게 다가가 때리고→큰 걸로 반격하려고 하면 우이포아틀 뒤로 피하고를 반복했다.
덕분에 우이포아틀은 태현이 온 다음부터 방패 역할을 하고 있었다.
느부캇네살의 공격을 맞고 정신을 차리려고 하면 태현이 다시 공격을 끌고 오는 것이다.
-아키서스의 돌격! 용용아! 후퇴! 황제 방패 뒤로!
-억, 크억, 컥… 크윽….
정말 튼튼하다!
[카르바노그도 감탄합니다.]
우이포아틀이 어떻게 드래곤들을 때려잡았는지 알 것 같았다.
저 정도로 단단하니까 드래곤과 싸워서 붙었겠구나!
지금이야 회복이 안 된다지만, 저기에 회복까지 됐다면?
‘살려뒀으면 진짜 위험했을 수도 있겠군.’
빡친 우이포아틀이 아탈리 왕국에서 깽판을 친다는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우리도 돕겠습니다!”
“너희는 그냥 언데드들 오는 걸 막는 게 낫지 않을까?”
태현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기사들은 일제히 돌격했다.
태현이 보여준 전투에 감동을 받은 것!
파앗!
성기사들이 타고 있는 백마의 등에서 날개가 돋아나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사제들이 걸어준 축복 덕분이었다.
‘와. 부럽군.’
아키서스 성기사들은 그냥 걸어 다니는데!
[그런 슬픈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카르바노그가…]
‘그보다 카르바노그의 창으로 바꿀 수 없나?’
태현은 카르바노그에게 물었다.
느부캇네살 같은 존재는 토끼로 바꿔도 무서울 것 같았지만, 안 바꾸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적어도 마법은 봉인되겠지!
[느부캇네살도 반신이라 막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아오. 너무 사기 아니냐? 신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스킬을 다 막아내네.’
[…….]
네가 할 소리야!?
태현의 불평은 이유가 있었다. 원래라면 쓸 수 있는 방법 중 몇 가지가 다 봉쇄당한 것이다.
-파이토스의 장엄한 망치!
-망치의 이름!
원래라면 바로 막혔을 돌격이었지만, 느부캇네살은 지금 우이포아틀을 패고 있었다.
성기사들의 집단 돌격은 느부캇네살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느부캇네살은 뒤늦게 방어를 했지만 성기사들의 돌격은 성벽도 무너뜨릴 위력을 갖고 있었다.
-폭군의 지휘!
게다가 태현의 전술 스킬로 보너스까지 받고 있는 상황!
콰콰콰콰쾅!
느부캇네살은 크게 흔들리며 데미지를 입었다.
[느부캇네살에게 신성한 일격을 넣었습니다!]
[죽음의 반신 느부캇네살에게서 사악한 기운이 흩어져 나갑니다!]
[주변의 땅이 죽음으로 오염됩니다!]
[느부캇네살의 그릇이 타격을 입습니다.]
[데스나이트 부대 중 일부가 역소환됩니다.]
[언데드 군대 중 일부가…]
“들어갔다!!”
“먹혔어! 계속 공격 퍼부어!”
“잠깐만. 우이포아틀은 조심해! 때리면 안 돼!”
같이 돌격한 플레이어들은 기세가 올라 공격을 퍼부었다.
워낙 숫자가 많다 보니 우이포아틀도 실수로 때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
당황한 플레이어들은 사격을 중지하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이 말했다.
“괜찮아! 쏴도 된다!”
“정, 정말입니까?”
“그래! 상관없어!”
우이포아틀 대신 대답해 주는 친절한 태현!
그 친절함에 용기를 얻은 플레이어들은 공격을 퍼부었다.
아무리 철옹성 같은 느부캇네살이라 하더라도 한 번 뚫리기 시작하자 정신없이 두들겨 맞았다.
워낙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를 갈고 있었던 터라 수많은 공격들이 연속으로 날아왔던 것이다.
데미지는 크지 않았지만 마법을 쓰지 못하게 계속 공격한다는 점이 컸다.
-이세연, 마법사들 시켜서 전력으로 공격시켜!
태현은 포병대에게 명령을 내리고 이세연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지금 몰아쳐야 한다!
* * *
“야. 우리 근데 진짜 이래도 되는 거냐?”
“…으음….”
미다스 길드원들은 고민된다는 표정으로 요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화려하게 이번 퀘스트를 주도했어야 하는 입장!
미리 흑마법사들을 탈탈 털며 ‘느부캇네살 부활을 막고 있습니다!’라고 광고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잡으러 간 리치는 사실 착한 놈이었고, 조무래기 흑마법사들 잡은 건 아무도 주목 안 해줬고, 그러던 사이에 태현은 대규모 원정대를 조직해 아스비안 제국으로 배를 띄웠고….
미다스 길드원들은 일단 원정대에 참가했다.
태현이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
요새에서 벌어지는 대혈전에 미다스 길드원들은 일원이 되어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원래라면 ‘아 우리가 왜 해 우리는 구경하러 온 건데’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마법사들은 성벽 위로! 가서 언데드들한테 광역기 좀 써줘요!
-우리는 안 싸울….
-뭐? 뭐 인마?
-안 싸워? 왜? 네가 뭔데??
-스파이라서? 여기 스파이다! 여기 느부캇네살의 스파이가 있다!
-마법사 로브를 입고 있어! 느부캇네살을 부활시킨 흑마법사가 분명해!
-아, 아니야!
배짱 좀 부려봤다가 진짜로 몰려서 화형당할 뻔한 길드원!
느부캇네살을 잡으러 온 플레이어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들 앞에서는 수작이 통하지 않았다.
평소 받는 마법사다운 대우?
그런 거 없었다.
지금 여기 마법사들이 얼마나 많은데!
둘 중 하나였다.
돕거나 죽거나.
플레이어들은 느부캇네살과 싸운다는 생각에 반쯤 눈이 돌아가 있었고, 그 앞에서 ‘난 안 싸우겠다’ 하면 정말 해자로 던져질 가능성이 높았다.
“마법사들 준비. 목표는 느부캇네살. 단체 마법이든 뭐든 데미지 최대로 뽑아내!”
이세연이 마법사들 사이를 돌며 지시를 내렸다. 미다스 길드원들은 입이 툭 튀어나온 채로 꿍얼거렸다.
“우리가 왜….”
방해하고 싶다!
하지만 방해하면 진짜 죽겠지?
미다스 길드원들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원래 계획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가는 정말 태현만 도와주다가 끝나게 생겼다!
“끄응… 진짜 왜….”
갑자기 길드 동맹 출신 길드원들의 말이 떠올랐다.
-아, 엮이지 말라니까! 무조건 안 엮이는 게 좋다고!
* * *
느부캇네살이 공격을 집중적으로 맞으며 순간적으로 몰리자, 숨통이 트인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우이포아틀!
우이포아틀은 숨통이 트이자마자 창을 붙잡고 태현에게 던졌다.
느부캇네살이 아스비안 제국을 오늘 멸망시키더라도, 네놈 모가지는 따고 가겠다는 굳은 의지!
“폐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닥쳐라!
“흠. 전 폐하에게 원한이 별로 없었지만….”
태현은 손을 들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무기를 들었다.
“쳐라!”
-!
우이포아틀이 데리고 온 친위대는 느부캇네살한테 박살 난 지 오래.
지금 우이포아틀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태현 주변에는 태현이 데리고 온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렸다.
압도적인 유리!
게다가 태현은 우이포아틀이 싸우는 걸 보면서 약점을 이미 파악한 뒤였다.
-아키서스의 저주!
[<아스비안 제국의 영혼 목걸이>가 아키서스의 저주를 막아냅니다!]
‘아오. 짜증 나.’
한 놈은 반신빨, 한놈은 템빨로 저주를 막아내고 있었다.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키서스의 저주를 맞았다면 더 쉬웠겠지만, 이미 태현이 유리한 상황!
“폐하! 전 정말 폐하를 잡을 생각이 없었는데!”
말을 하면서 태현은 우이포아틀에게 덤벼들었다.
느부캇네살은 지금 포위공격을 당하고 있으니 우이포아틀부터 처리할 생각!
[카르바노그가 입에 침이나 바르라고 합니다.]
태현의 원래 계획은 우이포아틀과 느부캇네살 둘 다 잡는 거였다.
원래 계획이랑은 약간 순서가 달라졌지만 지금 잡는다!
“우이포아틀을 한 대라도 때리면 아키서스 교단 특제 보물을 주겠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안 그래도 잘 싸울 플레이어들이었는데, 태현의 말에 모두 눈이 뒤집혔다.
대체 보물이 뭘까?
정말 좋은 거겠지?!
우이포아틀이 창을 한 번 휘두르면 서너 명이 바로 로그아웃을 당했지만 플레이어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한 대라도 찔러넣는다!
“죽어라!”
“황제 놈! 모가지를 내놔라!”
수십 개의 공격이 쏟아지자 전부 상대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태현은 이런 상황을 기막히게 이용했다.
가면으로 얼굴 바꾸고 플레이어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재빨리 나타나서 치명타!
태현의 폭딜은 그 수준이 달랐다.
우이포아틀도 기겁할 정도!
[우이포아틀의 왼팔이 부서집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우이포아틀! 오늘 내가 최고급 찍는다!”
태현의 눈에 우이포아틀은 검술 스킬을 올려주기 위해 특화된 허수아비로 보였다.
내가 오늘 너를 수십 대 때리고 검술 스킬 최고급을 찍고 말리라!
태현은 눈빛을 불태우며 덤벼들었다. 진짜 겁이라고는 갖다 버린 용기였다.
-이 찢어 죽일 배신자 잡놈 같으니!
우이포아틀은 울부짖으며 한 팔로 창을 휘두르며 주변을 박살 냈다.
괴력에 땅이 박살 나고 플레이어들이 날아갔다.
-아키서스의 축복!
그때마다 기막히게 막아주는 태현!
각 교단 사제들의 지원부터가 빵빵한데, 틈틈이 들어가는 태현의 권능까지 있으니….
빙글-
결국 우이포아틀은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정말 위기를 느꼈던 것이다.
위대한 황제인 그가 이런 사막 벌판에서 죽을 수도 있다니!
-비켜라!
콰콰콰쾅!
우이포아틀은 순식간에 길을 만들더니 도망치려 했다. 물론 그걸 지켜볼 태현이 아니었다.
“저놈 데려와라!”
-노예의 쇠사슬!
촤르르륵!
케인은 재빨리 우이포아틀을 앞에 불러왔다. 우이포아틀이 눈을 부라리며 케인을 찌르려고 하자 케인은 데구루루 구르며 피했다.
“김태현! 지금이다!”
-!!
우이포아틀은 감히 찌르지 못하고 돌아섰다. 김태현이 뒤에서 오고 있었나!
-진노의 창!
콰콰콰콰쾅!
우이포아틀이 스킬을 쓰자 뒤쪽이 한바탕 박살이 났다. 플레이어 열댓 명이 그대로 로그아웃 당했다.
그러나 태현은 거기에 없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케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속였다!
-이놈이…!?
“김태현! 진짜 지금이다!”
-이 개잡놈이 어디서 개수작을 끝까지… 컥!
태현은 그대로 우이포아틀의 등 뒤에 검을 찌르며 달라붙었다.
우이포아틀은 기존 보스 몬스터보다 몇 배는 강력한 보스 몬스터였지만, 태현과는 상성이 안 좋았다.
일단 마법사보다는 전사 타입.
압도적 회피력을 가진 태현을 잡을 수단이 얼마 없었다.
게다가 불완전한 부활 때문에 HP 회복도 안 되는 상태!
태현의 폭딜에 노출되면 점점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친위대도 느부캇네살한테 박살 나고, 본인도 느부캇네살한테 워낙 많이 맞아서 HP가 20%도 안 남은 상황!
‘어. 잠깐. 내 검이 왜 이러지?’
태현의 검은 <대충 만들어서 쓸 불안정한 강철검>, 즉 대만불강검이었다.
이름과는 달리 무시무시한 폭딜을 자랑하는 사악한 일회용 검!
이 검에 얼마나 많은 보스 몬스터들과 랭커들이 목숨을 잃었던가.
그런데 그 검이 지금 검고 칙칙한 기운을 풀풀 뿌려대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아까 느부캇네살을 찔렀을 때 장비한 검이 바뀌었다는 메시지창이 있었던 것 같았다.
‘오염됐나?’
[<죽음에 오염된 대만불강검>의 내구도가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
‘내구도가 몇이길래….’
내구도: 1/15.
딱 1만 남은 상태!
태현은 고민했다.
이거 우이포아틀 잡는 데 써야 하나, 아니면 아껴뒀다가 다른 곳에 써야 하나?
아무리 태현이 행운 스탯 때문에 내구도 하락이 거의 없긴 하지만…!
[카르바노그가 제발 그냥 때리라고 외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