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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13화 (913/1,826)

§ 나는 될놈이다 913화

방송을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까르르 웃어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말이 안 됐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제 안 되는 스킬을 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보다 김태현 근접전이나 봐라. 예술이다, 예술.

-스킬들이야 이미 예전에 이야기 다 나오고 분석 끝났지만 보면 볼수록 감탄만 나오네.

* * *

사실 태현의 유명한 스킬들은 이미 분석이 다 된 상태였다.

사기 수준의 회피력을 가진 패시브 스킬, 순간적으로 폭딜을 넣는 스킬, 장판이나 축복 거는 교단 관련 버프 스킬들….

게시판만 검색해 봐도 <김태현이 오늘 무슨 색 속옷을 입었는지 분석해 본다> 같은 글까지 나올 정도였다.

유명 랭커들은 이렇게 분석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노련한 랭커들은 스킬 몇 개들은 끝까지 숨겨놨다.

분석된다는 건 약점을 드러낸다는 것!

그러나 태현은 예외 그 자체였다.

굵직굵직한 대형 퀘스트들을 깨면서 온갖 스킬들을 사용했고, 대충 다 분석은 끝난 상태였다.

그런데….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이상했다.

-김태현 교단 관련 스킬은 강력한 게 몇 개 있는데, 왜 나머지 스킬들은 왜 이렇게 없지?

-마법, 마법하는데 정작 쓰는 마법 스킬은 몇 개 안 되잖아?

-심지어 검술이 주력인데 검술 스킬도 몇 개 안 돼… 이거 다 평타야. 범위 공격도 거의 없어.

전사 직업 같은 경우 랭커는 근접전 스킬이 수십 개에서 백 개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다양한 스킬들을 상황 맞춰가면서 잘 쓰는 것이 실력!

그런데 태현의 경우는 반대였다.

이런 전투 스킬들 개수가 극단적으로 적었다.

가끔 ‘와 김태현 뭔데 마법도 저렇게 대단하지?’란 말이 나오는 마법도 분석해보면 몇 개 안 됐다.

화려하고 압도적인 이미지와 달리 태현의 공격 대부분은….

평타!

-분석이 잘못된 거 아냐?

-김태현 주력이 평타라고? 아니, 평타를 주력으로 쓸 리가….

<기본기가 중요하다>, <평타를 제압하는 자가 랭커를 제압한다> 같은 판온 조언들이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조언이었다.

솔직히 평타 중요한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평타만으로 안 되니까 스킬을 배우고 하는 거지.

-잘 보라니까? 김태현 스킬이 대장장이 기술에, 요리에, 기계공학 폭탄에… 이게 화려해 보여서 그렇지 전투 스킬 잘 보면 진짜 거의 대부분이 평타야. 딱히 다른 스킬 없잖아.

-그… 그런가?

-뭐 이런 게 다 있어??

-사실 평타가 진짜 중요한 거 아님?

-평타 중요한 거 누가 모름? 평타만으로 싸울 수 있는 놈이 어디 있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태현이 강한 이유가 화려한 스킬들과 그 스킬들을 알맞게 사용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분석을 해보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피지컬!

남들이 때리는 공격은 사기에 가까울 정도로 피해내고, 자신이 때리는 평타는 집요할 정도로 집어넣는 신체능력!

어마어마한 동체시력에, 판온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는 반사속도. 이런 것들이 합쳐지자 평타만으로 스킬 쓰는 상대와 정면으로 붙는 전투력이 나왔다.

스킬 여러 개 쓸 필요 없었다.

결국 기본은 남의 공격을 피하고 내 공격을 때려 넣는 것!

어느 상황에서든 계속 그걸 해낼 수 있다면 아무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건 이론상 이야기였고, 이걸 해내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태현은 이 이론의 완성형에 가까웠다.

* * *

-이게 판온 안 해본 사람은 그냥 대단한 거 아니냐고 넘어가는데, 조금이라도 해봤으면 얼마나 대단한지 안다니까.

판온 플레이어들은 모두 공감했다.

판온은 직접 몸을 움직이는 가상현실게임.

상대와 싸우는 것도 자기가 직접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이었다.

아무리 알고 있어도 자기 앞에서 무기가 날아오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태현은 앞에서 창이 날아와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역으로 치고 들어갔다.

타고난 자신감!

이런 겁 없는 성격에 신체 능력까지 들어가자, 데스 나이트 수십 기가 덤벼들어도 평타로 베어버리면서 돌진이 가능했다.

태현을 선두로 한 성기사단 부대와 그 뒤를 따르는 플레이어들.

그들은 쏜살같이 언데드 군대를 가르며 중앙으로 돌진했다.

‘음. 저 화염이 이쪽으로 안 오겠지?’

태현은 힐끗 회오리를 쳐다보았다.

신성+화염.

언데드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만 모아놓은 조합.

과연 그런 회오리답게 괴수부터 데스 나이트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닿기만 하면 태워버리고 있었다.

느부캇네살이 제정신이었다면 저 회오리를 마법으로 막든가 했겠지만, 지금 우이포아틀을 상대하느라 신경이 팔린 상황.

덕분에 회오리만 신이 나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화르르르륵!

-크아아악! 미친 화염이다!

-주인님! 도와주십시오!

언데드들의 비명이 울려 퍼질 정도!

‘저게 이쪽으로 오면….’

[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합니다.]

‘…그때 생각해 보자.’

[……]

고민해도 답 안 나오는 건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태현은 재빨리 고민을 마치고 외쳤다.

“우이포아틀! 도와주러 왔습니다!”

-?

-??

[???]

우이포아틀도, 느부캇네살도, 카르바노그도 당황스러워하는 상황!

[아스비안 제국 내에서 명성이 오릅니다.]

[우이포아틀이 매우 분노합니다.]

-이 개잡놈이 진짜…!

-둘 다 죽음으로 굴복해라.

느부캇네살은 우이포아틀과 태현이 같은 편이라고 판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태현이 세운 요새를 공략하던 도중에 우이포아틀이 등장해서 난리를 쳐댔으니까.

오해해도 이상할 거 없는 상황!

“폐하! 같이 싸웁시다!”

[우이포아틀이 극도로 분노합니다!]

[우이포아틀이 <황제의 분노> 상태에 빠집니다!]

“아차.”

[카르바노그가 그러게 작작 놀렸어야 했다고 외칩니다!]

너무 놀렸는지, 우이포아틀이 갑자기 버프를 받은 것마냥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황제답게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우이포아틀은 그대로 창을 들어서 태현을 찌르려고 했다.

-용용아! 느부캇네살한테 붙자!

-?!

용용이는 당황했지만 일단 하라는 대로 했다.

그래도 주인인데!

쉬이이익!

태현의 뒤를 맹렬하게 쫓아오는 창!

-신의 예지!

신의 예지를 쓴다고 해서 보이는 건 단순한 길뿐이었다.

그 길을 밟을 수 있냐, 없냐는 사용자의 능력 차이!

태현은 이를 악물고 앞을 노려보았다. 날아오는 창의 포인트가 보였다.

카카칵!

태현은 검을 휘둘러 창의 궤도를 바꿨다.

[믿을 수 없는 묘기를 보였습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힘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깨달음으로 인해 <반격의 원> 스킬이 진화합니다. <반격의 원>을 다른 사람에게도 조준할 수 있습니다.]

공격을 튕겨내서 공격한 사람한테 돌려보내는 <반격의 원>.

이제는 공격한 사람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조준할 수 있게 바뀌었다.

그리고 방금 태현이 흘려낸 창은….

느부캇네살에게 날아갔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도 움직일 수 없다. <침묵의 공간>, <침묵의 공간>, <침묵의 공간>!

이동 속도를 내리는 저주 3연타.

이동 속도를 내리는 저주는 약하고 볼품없는 마법에 속했지만, 느부캇네살이 쓰자 날아오는 창도 멈추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했다.

창이 마치 끈끈한 덫에 걸린 것처럼 멈췄다.

느부캇네살은 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죽음의 신 앞에서는 하찮은 수작이다. 그런 위장을 하다니.

-?

-그런다고 내가 방심할 것 같은가.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것이냐 미친 시체 놈아!!

우이포아틀은 열이 받아서 고함을 질러댔다.

느부캇네살은 지금 태현과 우이포아틀이 기습을 하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진짜 태현을 공격한 건데!

-연기가 정말 그럴듯하구나.

-죽여 버린다!

“폐하!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연기는 그만두고 같이 공격합시다!”

-저 찢어 죽일 %*@$(*…!

태현은 우이포아틀의 말은 무시하고 느부캇네살에게 덤벼들었다.

우이포아틀이 장막을 치워준 덕분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

느부캇네살의 무표정한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지금 이 주변에는 느부캇네살의 영역 마법이 아주 강하게 펼쳐져 있었고, 거기에 접근하는 순간 느부캇네살의 각종 저주가 자동으로 날아갔다.

그 위력은 우이포아틀도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이를 갈 정도.

그런데 태현은 그걸 뚫고 접근하고 있었다.

‘일격에 모든 걸 건다!’

태현은 느부캇네살이 방심했다는 걸 깨달았다.

저 정도로 마법에 능했으니 방심하는 것도 당연했다. 우이포아틀도 지금 제대로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었으니….

-아키서스의 돌격! 치명타 폭발! 칼날 폭파!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죽음의 반신, 느부캇네살에게 최초로 검을 찔러 넣었습니다!]

[이는 위대한 업적이며 대륙의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입니다.]

[칭호: 죽음의 신을 찌른 자를 얻었습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장비한 검이 바뀝니다!]

‘고급 검술 9인가! 젠장. 평소에 좀 더 열심히 살걸!’

검술 스킬 레벨 1만 더 올려놨으면 이번에 최고급 검술을 찍고 좀 더 편하게 상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태현은 스스로의 안일함을 탓했다.

[카르바노그가 미친놈 보듯이 쳐다봅니다.]

[아키서스의 검법의 새로운 스킬이 열립니다!]

[<아키서스의 네 번째 공격>을 얻었습니다.]

-아키서스의 네 번째 공격

행운 스탯을 소모해 무조건 약점에 적중하는 일격을 날립니다.

‘원거리 공격인가!’

태현 같은 플레이어한테 원거리 공격은 언제나 쏠쏠했다. 게다가 무조건 맞는다는 것이 더 좋았다.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에 ‘아키서스’가 붙은 것 치고는 매우 매우 멀쩡하게 좋은 스킬이었다.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이 적중했습니다. 느부캇네살에게 새로운 약점이 생깁니다.]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은 그 자체로도 강력한 스킬이었지만, 무엇보다 맞은 부위를 약점으로 만든다는 특수 효과가 있었다.

사실 평소라면 그렇게 크게 효과가 없긴 했다.

왜냐하면 일반 몬스터든, 보스 몬스터든 기본적으로 약점은 다 갖고 있었으니까.

<아키서스 검법>은 상대 약점을 보여주었고 굳이 새로 만들지 않아도 있는 약점을 때리면 추가 효과가 나왔다.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까지 쓸 필요가 없었던 것!

그러나 느부캇네살은 달랐다. 약점이랄 게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 새로 생긴 약점 한 군데!

느부캇네살이 방심한 틈을 타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기회였다.

-훌륭하다, 화신! 그러나 나는 죽음이며 신이다… 그걸로는 쓰러지지 않는다!

검을 찔러 넣었는데도 느부캇네살의 서늘한 목소리가 나왔다. 태현은 바로 포기하고 명령했다.

-후퇴!

-알고 있다!

태현은 갖고 있는 폭탄들을 집어 던진 다음 전력을 다해 공격에 대비했다.

-용용아! 그쪽 아냐!

-어?! 어디로 가야 하나?!

-우이포아틀 쪽으로!

-…??

태현의 일격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우이포아틀은 깜짝 놀랐다.

저놈이 왜 이쪽으로 날아오지?

“폐하! 도와주십쇼!”

-…죽어라 개잡놈아!

느부캇네살은 자신 앞에서 터지는 폭탄을 어둠으로 막아버리고 태현의 등을 노리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은 재빨리 우이포아틀의 뒤로 달아갔다.

느부캇네살은 우이포아틀부터 먼저 죽이기로 했다.

우이포아틀도 강력한 전사였는데 태현의 일격은 느부캇네살의 경계심을 깨웠다.

[죽음의 반신 느부캇네살이 당신을 경계합니다!]

[죽음의 힘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죽음의 권능!

문답무용으로 HP의 일정 %를 깎아버리는 사기적인 저주.

그리고 이 저주를 맞는 건….

우이포아틀이었다.

-크으으으으윽!

죽음의 기운에 우이포아틀은 신음했다.

“폐하! 감사합니다!”

-…….

우이포아틀은 막아내느라 욕할 정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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