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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10화 (910/1,826)

§ 나는 될놈이다 910화

그러나 그런 불안함은 곧 사라졌다.

만신전의 요새는 폼으로 지어진 게 아니었던 것이다.

[만신전에 설치된 파이토스 신전이 힘을 뿜어냅니다!]

[만신전에 설치된…]

파아아아앗-

요새의 한가운데에서 성스러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의 폭포!

그 어마어마한 빛은 느부캇네살이 뿜어내는 어둠마저 밝힐 정도로 밝게 퍼져나갔다.

-크아아아아악!

-크어억!

요새의 해자에 뛰어들던 구울들은 그 빛에 닿자 그대로 녹아버렸다.

죽는 것도, 쓰러지는 것도 아닌 그냥 바로 역소환!

느부캇네살이 다시 부활도 시키지 못할 정도로 깔끔한 소멸이었다.

전설 등급의 데스 나이트들이나 대형 언데드 몬스터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녹아버리진 않아도 이 상황에서 죽으면 다시 부활 못 한다는 걸 깨닫자, 그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데스 나이트들이 후퇴하기 시작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파이토스의 힘으로 언데드들을 쓰러뜨리고 대지를 정화했습니다. 파이토스의 이름이 대륙에 더 널리 퍼집니다.]

[데메르의 힘으로…]

‘아니 뭐 이런.’

태현은 좋아하다가 멈칫했다.

아키서스 교단만 보상을 받을 줄 알았는데, 요새 안에 있던 다른 교단도 보상을 받은 것이다.

배가 아프다!

‘크윽….’

그러나 그 메시지창은 시작일 뿐이었다.

[파이토스의 이름을 널리 떨친 파이토스의 영웅으로서, 파이토스 교단에서 교황 선거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교단 내 지지도: 2%]

[데메르의 이름을…]

[……]

[……]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

중앙 대륙에 있던 교단들을 설득하고, 성기사들과 사제들을 끌어내고, 요새를 건설해 싸움을 대비한 건 모두 태현이 주도한 일이었다.

그 고생들은 헛되지 않았다. 전부 이렇게 돌아온 것이다.

신은 누가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칭호: 파이토스에게 선택받은 자를 얻었습니다!]

[칭호: 데메르에게…]

[……]

[……]

태현이 끌어들인 모든 교단에서 칭호가 나왔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칭호: 신의 총애를 강탈한 자를 얻었습니다.]

칭호: 신의 총애를 강탈한 자

교단에 가입하지 않고 그 신에게 선택받았습니다. 교단의 인물들이 이 사실을 알면 매우 분노할 것입니다.

타 교단과의 관계에 매우 크게 페널티.

“…….”

[…….]

엄연히 교단들이 있는데, 그 교단들을 내버려 두고 신의 총애를 뺏은 태현!

[대륙의 교단 내 당신의 위협도가 일정 수치를 넘었습니다. 앞으로 교단의 암살자들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음. 사기당한 기분이야….’

얻은 건 별로 없고 혹만 잔뜩 생긴 기분!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괜히 활약했다고 합니다.]

신들에게 선택받았다는 칭호는 사실 별로 주는 게 없었다.

각 신들 관련 스킬 쓸 때 보너스가 들어갔지만 태현은 그쪽 성기사나 사제가 아니니 스킬이 거의 없었다.

각 교단에 찾아가서 교단을 삼킬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긴 했지만….

<파이토스의 교단을 다시 위대하게!-파이토스 교단…>

<데메리의 교단의 회복-데메르 교단…>

[……]

[퀘스트 등급: 전설]

딱 봐도 보통 난이도가 아닌 퀘스트들이었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도전하면 바위에 계란 던지는 꼴이었다.

교단 NPC들이 약을 먹지 않는 한 ‘아이고 평소에 저희를 이용해 먹으신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님 어서 오십쇼! 저희 교단도 맡아서 위대하게 해주십쇼!’라고 할 리 없지 않은가.

결국 얻은 건 별 의미 없는 자격과….

[명예로운 칭호도 넣으라고 합니다.]

‘약 올리냐?’

명예롭긴 한데 별….

차라리 뺏는 게 더 편했겠다!

이런 식으로 선택받아서 착하게 하는 것보단, 권능 뺏고 교단 뺏고 새로 세우는 게 더 속이 편했던 것 같았다.

물론 후자가 압도적으로 비정상적이었지만….

* * *

[느부캇네살의 공세를 막아냈습니다!]

[칭호: 언데드 침략을 막아낸 영웅을…]

[……]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와아아아아!”

언데드 대군이 요새의 빛 앞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고, 남은 언데드들도 일단 느부캇네살이 있는 쪽으로 후퇴해 버렸다.

그러자 남은 플레이어들은 환호하며 기뻐했다.

느부캇네살은 아직 멀쩡하게 살아있었고 상황은 그대로였지만….

방금 전투가 너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한 번 싸울 때마다 들어오는 보상들까지.

이걸 보고도 흥분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아. 나도 저기 낄걸!

-아무리 그래도 저게 말이 되냐? 대체 요새를 어떻게 지었길래 언데드들이 오지도 않고 녹아내리지?

-저거 데스 나이트 아닌 거 아냐? 가짜라던가….

-그러고 보니 김태현이 너무 쉽게 죽이긴 했어.

-너희들은 머리를 폼으로 들고 다니냐? 다른 플레이어들이 상대하는 거 보면 얼마나 센지 견적이 나오는데.

-하여간 잘 알지도 못하는 놈들이….

지금 판온 대부분의 개인 방송들이 만신전의 요새와 느부캇네살의 혈투를 방송하고 있었다.

한 번 한 번 싸움이 일어날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분석을 했다.

-느부캇네살이 계속 공격하나? 김태현은 왜 가만히 있지?

-그러게. 평소라면 벌써 들어가서 목 따야 하지 않나?

-상대가 상대라서 조심하는 걸지도….

-아냐. 김태현은 지금… 엄청 거대한 폭탄을 만들고 있을지도 몰라.

-그거 정말 설득력 있다.

* * *

태현은 이세연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었다.

“느부캇네살이 생각보다 더 강한 건 그렇다 쳐도, 요새가 생각보다 더 강해서 다행이야.”

“동감. 이 정도면 그냥 계속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태현도 이세연도 장기전에는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비축한 무기들이 많고 요새가 잘 만들어졌어도, 계속 소환되는 언데드와 부딪히면 이쪽이 먼저 힘들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 요새를 보니 정말 무한하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안 오는 거야?”

이세연은 두 가지 의미로 한 말이었다.

먼저 느부캇네살!

이렇게 부하들을 보내고 보냈는데도 막히면 보통 직접 나서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느부캇네살 정도면 직접 나설 이유가 충분했다.

요새에 와서 마법으로 해자를 치워버리고 성벽을 부숴버리기만 해도 상황이 바로 돌변!

그런 다음에 요새 바로 앞에서 정예 언데드를 미친 듯이 소환이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경지에 오른 마법사가 직접 덤벼들면 정말 끔찍할 것이다.

그런데 느부캇네살은 그러지 않았다. 물론 가까이서 싸우면 위험하긴 하겠지만….

그 정도 위험 감수를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뭔가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그렇지?”

사실 둘은 느부캇네살이 요새로 오길 원했다.

느부캇네살이 가까이 오면 요새는 박살 나고 싸움은 매우 치열해지겠지만, 그래도 역으로 기회가 생길 테니까.

그런데 느부캇네살은 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 언데드만 소환해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저 던전에서 소환한 것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

“아까 정신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느부캇네살이 소환됐을 때 허기의 저주가 걸렸다고 나왔었거든. 근데도 쌩쌩하게 잘 싸우길래 별 영향 없나 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

이세연은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왜 지금 말해?”

“신경 쓸 게 많아서?”

“네가 그런 거에 흔들리는 사람이었어?”

“나도 사람이거든?”

“…으응. 그래.”

“너 방금 반응이 좀 늦지 않았냐?”

“착각이겠지. 어쨌든… 못 움직인다는 건가?”

“그렇게 보이는데.”

태현과 이세연은 서로 빤히 쳐다보다가 느부캇네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건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일단 분노해서 덤비는 느부캇네살한테 죽거나 박살 날 일이 없다는 건 좋았다.

그렇지만 동시에 잡기가 좀 애매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저렇게 버티고 있는 놈을 어떻게 잡아야 하지?

“잠깐. 다른 한 놈은 언제 와?”

“아. 그거.”

이세연이 말하는 다른 한 놈.

당연히 황제 우이포아틀을 말하는 것이었다.

* * *

우이포아틀을 언제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

사실, 태현은 아스비안 제국에 오자마자 우이포아틀이 ‘이 반역자 놈!’ 하면서 달려올 줄 알았다.

태현이 그만큼 시간을 끌고 약속도 안 지켰던 것이다.

우이포아틀이 태현을 쫓으려고 부하를 보냈다는 소식도 들었었고!

그런데 다른 곳에 내려 몰래 간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우이포아틀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요새를 건설하는 동안에도 잠잠!

이쯤 되자 태현도 당황했다.

‘아무리 망했다가 부활한 제국이라지만 너무 반응 늦는 거 아냐? 하긴, 콩가루긴 했지….’

곳곳에서 우이포아틀 싫다고 개기는 부족들이 있는 상황.

아스비안 제국도 그렇게 잘 굴러가는 꼴은 아니었다.

우이포아틀이 한시라도 빨리 <잊혀진 망자의 왕관>을 얻고 힘을 회복하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강력한 힘이 없다면 제국은 다시 합쳐질 수 없다!

‘누가 폭군 아니랄까 봐 생각하는 것도 참 그렇다. 그치?’

[카르바노그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무릇 통치란 아키서스의 화신처럼 교묘하고 비열하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뭔가 욕하는 것 같은데.’

[우이포아틀이 아키서스의 화신 절반만 배워야…]

요새가 다 지어질 때까지 반응이 없자 태현은 직접 나섰다.

우이포아틀한테 사람을 보낸 것이다.

이쯤이면 아무리 힘이 다 회복 안 된 우이포아틀이라도 분노해서 오겠지!

“뭐라고 하면서 보냈는데?”

“그냥 우이포아틀을 도발하라고 했지.”

“…누구한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한테.”

* * *

“아키서스가 진짜 신이며 우이포아틀은 죽은 황제다! 아키서스 믿고 천국 가자!”

“뭐? 아직도 시체 섬긴다고? 너희 설마 그런 거 섬기니??”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신이 나서 궁전 앞에 불을 지르고 폭탄을 던졌다.

간이 붓다 못해 배 밖으로 나온 짓!

정말 사망 페널티에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플레이어들만 할 수 있는 짓이었다.

“아키서스의 진정한 후계자이자 아탈리 왕국의 명군인 김태현 폐하를 섬겨라! 저런 냄새나는 시체 놈 말고!”

“야! 우이포아틀! 모래의 심장으로 와라! 아. 너는 죽어서 못 오나?”

“우이포아틀 쫄았대요!”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질러댔다.

물론 반응은 즉각 튀어나왔다.

-감히 어떤 찢어 죽일 놈이 짐 앞에서 혓바닥을 놀리느냐!!!

궁전 안에서 나오질 않던 우이포아틀도 분노해서 나오게 만드는 힘!

힘이 회복되지 않아 궁전 안에만 있던 우이포아틀이었지만 참지 못하겠는지 부하들을 이끌고 바로 뛰쳐나왔다.

콰르르륵!

뛰쳐나온 우이포아틀은 네 마리 유령 말이 끄는 전차에 올라타더니 부하들과 함께 <모래의 심장>으로 달려나갔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어? 안 죽이고 가나?”

“그러게?”

* * *

“…그러니 이제 곧 올 거야.”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우이포아틀이 와야 이 상황이 변한다!

“어, 느부캇네살의 군대가….”

“다른 곳으로 가잖아?!”

요새 안에서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느부캇네살의 언데드 대군이 요새가 아니라 다른 곳들로 나눠 가기 시작한 것이다.

[대지가 언데드 오염에 물들기 시작합니다!]

[사막의 심장은 한동안 언데드가 출몰할 것입니다.]

[……]

[……]

“…한동안 사냥터 되겠는데.”

“…그러게.”

아무것도 없던 <모래의 심장>이,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찾아올 만한 사냥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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