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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06화 (906/1,826)

§ 나는 될놈이다 906화

태현은 감탄했다.

이 토끼 신은 괜히 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우쭐합니다.]

‘녀석.’

확실히 카르바노그의 계책은 훌륭했다.

다른 교단들의 신전을 지어주고 생색낸다!

다른 교단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감사할 것이라는 점이 더더욱 훌륭했다.

태현은 다른 교단의 권능을 뺏어서 자신의 교단에 넣는 양아치 같은 능력이 있었다.

다른 교단의 신전을 일단 지어주고, 나중에 그 교단 사제들을 밀어낸 다음 아키서스 교단으로 슬쩍해 버리면….

‘아주 좋아!’

결정을 내린 태현은 바로 다른 교단들을 불렀다.

* * *

[파이토스 교단이 매우…]

[……]

[……]

모두가 행복!

“하하. 폐하를 믿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고위 사제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태현에게 인사했다.

혼자 먹는 줄 알았더니, 요새에 교단 신전을 설치해 주다니!

그래도 완전히 양심 없는 놈은 아니구만!

[각 교단이 추가로 골드를 지원합니다!]

돈 많은 교단들이 돈 보따리를 풀자, 플레이어들의 작업 속도는 더더욱 빨라졌다.

특히 명성을 자랑한 건 태현이 데리고 온 미치광이대장장이들이었다.

“이 벽 위에 이런 식으로 구멍을 만들어 놓으면, 몸을 가린 채로 아래를 향해 사격할 수 있지.”

“오오…!”

“이 성문 위에도 함정을 달 수 있다. 성문 쪽으로 들어오는 상대한테 기름을 붓거나 은을 퍼부을 수 있지.”

“대단합니다! 이런 기계공학 스킬을 가지시고 계시다니…!”

“대장장이들 중에서 기계공학에 능한 사람은 드문데!”

“…그러게?”

감탄하던 대장장이들은 움찔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그리고 이 해자에는 폭탄을 깔아둘 것인데….”

“으아아악!”

멀쩡하게 이야기해서 그냥 대장장이인 줄 알았는데,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었잖아!!

“…….”

도망가는 대장장이들.

그들을 보며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쯧쯧 혀를 찼다.

“이래서 뉴비들이란….”

“폭탄의 아름다움을 몰라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욕해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요새 주변을 돌며 해자에 폭탄을 한 그루 한 그루 심었다.

마치 <나무를 심는 사람>처럼 경건한 모습이었다.

“녀석… 무럭무럭 자라거라.”

“너희가 여기를 언젠가 화려하게 불태울 거라는 걸 믿는다.”

미친 사람들처럼 보였지만, 사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스킬을 쓰는 중이었다.

<성장하는 폭탄>!

태현도 얻지 못한 희귀한 스킬!

폭탄을 만들고 나서 지속적으로 재료를 주고 애정 어린 말을 하는 것으로, 폭탄의 레벨을 올리는 기괴한 스킬이었다.

-좋은 말을 들은 폭탄과 나쁜 말을 들은 폭탄은 그 위력이 다르다.

-폭탄은 답을 알고 있다!

일반 플레이어들은 매우 두려워했지만,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재였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기대 어린 눈빛을 보냈다.

뭔가 보여줄 거 같다!

제발 우리한테만 보여주지 마라!

* * *

그러나 미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가브리엘 밑에서 수제자로 있다가 ‘전 폭탄만 만들기 싫어요!’ 하고 나온 다니엘!

다니엘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공성 병기 제작법을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에게 가르쳐주었다.

“이것이 ‘대형 투석기’라는 것이다.”

“이, 이런 방법이…!”

“오오…! 대단해!”

폭탄만 안 꺼내면 다른 대장장이들도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들도 사람인데 당연히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기계공학이 생각보다 쓸모가 많군요!”

“하도 흉흉한 소문이 많아서 걱정했었는데….”

대장장이들은 처음 접해보는 기계공학 스킬에 많이 놀랐다.

소문만 들어보면 ‘한 번 빠지면 터질 때까지 나올 수 없다’, ‘대장장이를 미치게 만드는 마공이다’ 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재밌고 배울 점이 많았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과 같이 찍어서 나쁠 게 없는 스킬!

다니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서우면 폭탄을 만들 필요가 없지. 폭탄은 강력하지만 너무 위험해. 기계공학 스킬에는 다른 재미있는 제작법들이 많다고.”

“오오…!”

“대신 스킬 레벨 고급 찍기 전에는 대부분 별 볼 일 없지만.”

“오오….”

대장장이들은 바로 시들해졌다. 다니엘은 당황해서 말했다.

“아니, 엄청 많이 제작해서 고급 찍으면 되잖아!”

“그건 너무 계산이 안 맞는….”

“그냥 저희는 다른 스킬 올릴게요.”

대장장이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굳이 기계공학의 가시밭길을 가야 할까?

당장 마법 갑옷이나 검만 만들어도 경매장에서 짱짱하게 팔리는데…!

“안 돼! 돌아와!”

다니엘은 애타게 외쳤다. 그도 골짜기의 대장장이들처럼 동료와 제자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다니엘 님. 저희는 남았습니다.”

“기계공학을 좀 더 배워보고 싶습니다.”

“너희…!”

그래도 남은 몇 명의 대장장이들!

다니엘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 * *

“근데 저 던전이 어떤 곳인데 느부캇네살을 저기서 소환하려는 거야?”

이세연은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왜냐하면 이제 그들이 거기 안으로 들어가야 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안 되니까 태현과 이세연, 체시자만 몰래 들어갈 생각이었다.

괜히 공개 방송으로 느부캇네살 부활쇼 했다가 통제 실패하면, 태현과 이세연은 사이좋게 손잡고 공개사과 해야 할지도 몰랐다.

판온 2보다 인기가 덜하던 판온 1때도 대륙급 사고를 친 플레이어들은 나와서 사과를 해야 했다.

안 그러면 혼자 노는 건 각오해야 하는 것!

“음… 괜찮은 던전이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고!”

태현이 괜찮다고 하니까 더 무섭게 들려왔다.

“아냐. 진짜 괜찮은 곳이야.”

태현은 한사코 제대로 된 설명을 피하려고 했다. 이세연이 들으면 안 들어가려고 할지도 몰랐으니까.

[수도에 설치된 <허기의 던전>에서 아스비안 제국의 자크랄타크가 굶주림에 쓰러졌습니다! 자크랄타크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

‘…….’

우이포아틀이 보낸 놈들이 진짜 수도로 가서 우르르 던전에 갇혔다는 소식에, 태현은 당황했다.

얘네들 대체 언제 왔다 갇힌 거야!?

태현은 슬쩍 말을 바꿨다.

“좀 안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

* * *

“하! 이런 곳에 숨어 있는다고 될 것 같으냐!”

자크랄타크는 부하들을 데리고 자신만만하게 허기의 던전에 접근했다.

평범해 보이는 던전의 모습.

아무리 봐도 자크랄타크와 부하들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해 보이진 않았다.

“봐라! 내가 단칼에 놈을 베고 폐하를 우롱한 죄를 갚게 해주겠다!”

“와아아아아!”

1시간 후.

“와아아아아….”

“물… 물….”

“빵… 빵….”

단체 기아 상태!

태현은 몰랐지만, 자크랄타크는 아스비안 제국에서 손꼽히는 고레벨 NPC였다.

우이포아틀은 현재 플레이어가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인, 전성기 때는 드래곤도 잡고 다니던 괴물!

그 우이포아틀 밑에서 일하던 부하들이 레벨이 낮을 리 없었다. 자크랄타크도 레벨이 600을 넘기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허기의 던전은 레벨이 아니라 스킬이 중요했다.

이 던전을 빠져나올 매우 특수한 방법이 없다면, 아무리 고렙이라도 발이 묶이는 것이다.

“자크랄타크 님! 어떻게 좀 해보십쇼!”

“야! 너만 믿고 왔는데!”

“이게 뭐야!”

자크랄타크의 부하들이 아닌, 아스비안 제국에서 자크랄타크를 따라 나온 플레이어들은 단체로 항의했다.

아무리 봐도 김태현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는데, 자크랄타크가 ‘멍청하고 하찮은 놈들! 나는 알 수 있다. 진짜 놈은 이 던전 안에 숨어 있다!’라고 하면서 그들을 끌고 들어간 것이다.

물론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낚였다는 것을!

‘영지에서 웬 던전을 그렇게 만드나 했더니 이런 걸 위해서였나!’

‘김태현 진짜…!’

태현에게 당한 사람들이 왜 욕을 하는지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플레이어들이었다.

자크랄타크에게 묻어가서 보상 좀 받으려다가 게임 꼬이게 생긴 플레이어들은 발악했다.

“밖에서 도움을 요청하자!”

“맞아! 제대로 대비하고 오면 이 던전은 의외로 쉽게 돌파할 수 있으니까!”

“김태현 이 자식… 이 원한은 똑똑히 갚아주마! 자크랄타크를 밖으로 데리고만 나가면!

자크랄타크와 달리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3시간 후.

“역시 형이야! 구하러 왔구나!”

“아니. 나도 잡혔어.”

“…….”

털썩!

그들은 몰랐지만, 태현이 영지에 직접 만든 허기의 던전은 한층 더 악독해져서 가는 도중에도 길이 바뀌었다.

당연히 음식 좀 싸 들고 와서 찾는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었다.

찾기 전에 음식을 다 먹고 허기 차는 게 먼저!

결국 플레이어들은 다 포기하고 항복했다.

“김태현 님! 제발 풀어주십쇼! 골드를 원하면 바칠 테니까…!”

“하라는 대로 뭐든지 하겠습니다!”

플레이어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 쪽에 메시지를 보내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러나 그들은 바로 풀려날 수 없었다. 태현은 저 멀리 아스비안 제국에 있었으니까.

* * *

“죽어. 김태현. 죽어.”

“하하.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두 배로 죽어.”

이세연은 살벌하게 중얼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흙을 퍼먹으면서 던전 안을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생전 처음 겪는 굴욕!

‘방송 안 켜서 정말 다행이야…!’

이세연의 적들이 이걸 보면 평생 놀릴 것이다.

“이세연. 이건 흙이 아니라 흙으로 만든 떡….”

“닥쳐 좀.”

“체시자. 괜찮지 않냐?”

“폐하. 죄송하지만 저도 이건 좀….”

“…….”

두 흑마법사한테 부정당한 태현은 시무룩해졌다.

[둘이 흑마법사라서 그런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위로해 줍니다.]

‘그렇지? 쟤네가 이상한 거였어.’

둘 다 허기에서 벗어날 순 없으니, 태현이 모래를 움켜쥐어서 만든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표정은 말 그대로 모래라도 씹은 표정!

“체시자. 그래서 느부캇네살을 부활시키려면 뭐가 필요하지? 방법은 별로 어렵지 않다고 했었는데.”

체시자가 자기 입으로 느부캇네살을 부활시키는 건 의외로 쉽다고 말했었다.

자기만 믿고 맡겨달라고!

“간단합니다. 화신 강림 마법만 쓰면 됩니다.”

“오…?”

태현의 직업인, <아키서스의 화신(化身)>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신 자체가 되는 화신(化神)!

이제는 대륙에서 사라진 신을 불러내 강림시키는 스킬.

모든 교단이 꿈꾸는 스킬이었지만, 이 스킬을 쓸 수 있는 교단은 대륙에 없었다. 전부 다 명맥이 끊긴 것이다.

대륙에 없는 신의 남은 힘만으로도 교단들이 이렇게 강한데, 신마저 불러낼 수 있다면?

그 교단을 누가 거역할 수 있겠는가.

[카르바노그가 자기가 짱이라고…]

‘넌 교단이 없잖아.’

예전에 사디크 교단은 불완전한 화신이라도 소환한 적이 있었다.

거인족들의 잊혀진 신이 가진 힘을 억지로 뽑아내 소환한 것!

그런데도 불완전한 화신이 한계였다.

태현은 이때 <사디크의 불완전한 화신 소환> 스킬을 배웠었지만, ‘억지로 쓰면 엄청난 재앙이 닥칩니다!’란 경고문이 달려 있어서, 태현은 그냥 잊고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체시자가 화신 강림 마법을 쓰면 된다고 저렇게 쉽게 말하다니.

“설마 그 마법을 모른다는 건 아니지?”

“폐하. 제가 누군데 모르겠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어라?

태현은 당황했다. 정말 이렇게 쉽게 된다고?

이세연이 태현을 쿡 찔렀다.

“정신 차려. 아무 대가도 없을 리가 없잖아. 화신 강림 마법 같은 초고위 마법에.”

“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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