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05화
태현은 귀족 전사대에 대해 고민했다.
지금 계획은 몇몇 요소를 빼면 완벽했다.
[느부캇네살을 직접 부활시키려는 점만 빼면 그렇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건 이미 합의했잖아.’
[합의한 적 없다고…]
느부캇네살을 부활시키려는 계획 자체가 미친 소리처럼 들렸지만, 태현은 나름대로 논리적이었다.
사실 이제까지 했던 대부분의 퀘스트들이 그랬다.
남들이 들으면 ‘아니 그게 무슨 미친 짓이에요’라고 했을 방식!
느부캇네살을 부활시키는 걸 막을 수 없다면, 괜히 기다리는 것보다 그걸 통제한다.
가능하면 왕국에서 가장 멀고 사이가 안 좋은 놈의 땅으로!
‘매우 논리적이지.’
[…….]
어찌 되었든 이 완벽한 계획도 몇몇 문제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우이포아틀의 반응!
성질 더러운 황제인 우이포아틀.
그 우이포아틀이 태현이 계획을 진행하는 동안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자기 명령을 받은 태현이 하라는 왕관은 안 찾고 다른 짓만 한 지금은 더더욱!
‘제국 도착하자마자 공격할 수도 있어. 특히 이렇게 대병력을 이끌고 가는데….’
안 그래도 오해받을 상황에 이만큼 병력을 데리고 가고 있었다.
없던 오해도 생겨날 것!
물론 태현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원래 내리던 항구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내릴 생각이었다.
우이포아틀이 직접 다스리는 도시는 최대한 피해서 갈 생각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 대책이었지 완벽한 해결법이 아니었다. 아스비안 제국에 내린 이상, 우이포아틀이 언제 어떻게 군대를 보내 쫓아올지 몰랐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귀족 전사대는 매우 위험해졌다.
과연 귀족 전사대는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우리가 많이 친해지긴 했어도 역시 우이포아틀 편을 들 가능성이 높아.’
아무리 태현이 사악한 척을 해도, 진짜 사악한 우이포아틀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
[??]
‘뭐 왜 뭐.’
폭군을 좋아하는 귀족 전사대들은 우이포아틀의 명령을 따를 것이다.
‘그렇지만… 제거하기는 너무 아깝다.’
원래라면 귀족 전사대는 없애버려야 하지만, 태현은 그러지 못했다.
너무 아까웠으니까!
아스비안 제국의 귀족 전사대는 에랑스 왕국의 귀족 기사단들과 비슷한 수준의 강력한 전력이었다.
기사들처럼 중갑을 입고 묵직하게 돌진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가볍게 무장한 채 빠르게 돌아다니며 활과 칼 모두 능숙히 다루는 그들은 쉽게 구할 수 없는 NPC였다.
어디에 배치해도 자기 몫을 해내는 완성형 전사들!
판온은 레벨이 깡패였고, 기사들과 비슷한 레벨이라는 것부터 귀족 전사대가 얼마나 고오급 전력인지 알 수 있었다.
“좋아. 결정했다.”
[설마 바다에 빠뜨리려고…!]
‘아냐.’
* * *
“내가 그대들을 엄청나게 믿고 있다는 거 알고 있나?”
“하하.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폐하. 저희 같은 전사들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습니까? 저 미치광이 드워프들? 저 미치광이 거인들? 저 미치광이 사제들?”
귀족 전사대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아키서스 포병대 NPC들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전부 다 <미치광이>가 붙었지만 태현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맞는 말이잖아!
“그래서 그대들에게 부탁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뭡니까, 폐하? 앗. 저번에 저희가 올렸던 충언을 드디어 들으실 생각이…!”
옆에서 4왕자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번에 올린 충언이 뭐지?”
“그야 에랑스 국왕을 슥삭하고….”
“케인. 쟤 데리고 가라.”
“잠, 잠깐. 슥삭? 뭔 슥삭?”
4왕자는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태현은 다시 귀족 전사대를 보며 말했다.
“그건 아니고. 용맹하고 능력 있고… 하여튼 다재다능한 그대들한테 맡길 임무가 있다.”
“뭡니까?”
“내가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예!”
“그래. 교단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의 권능이 담긴 성물을 찾는 일이지. 이 중요한 일을 자네들한테 맡기려고 하네.”
“오오… 폐하. 맡겨만 주십시오!”
[현재 귀족 전사대와의 친밀도가 최고 수준입니다!]
[현재 귀족 전사대 내 평판이 최고 수준…]
[……]
[귀족 전사대가 당신의 명령을 따릅니다!]
우이포아틀이 봤으면 ‘이 미친놈들이 감시하라고 보내놨더니 뭔 말을 듣는 거냐!’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이포아틀이 보낸 사신들은 지금 이상한 곳에 갇혀 있었고, 귀족 전사대는 태현의 인품에 홀딱 빠진 상황!
[귀족 전사대가 <아키서스의 권능 수색> 퀘스트에 동원됩니다.]
[귀족 전사대는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폐하. 그래서 어디로 가서 뺏어오면 됩니까?”
뺏어오는 게 전제!
태현은 당당하게 말했다.
“나도 모르네.”
“…예?”
“하지만 자네들 능력이라면 찾을 수 있겠지.”
“아, 아니. 폐하. 그래도 위치는….”
“세상에 퍼진 게 권능이 담긴 유물인데, 그중 하나 찾는 게 뭐 그리 어렵겠나. 아. 아스비안 제국에는 없어. 내가 찾았으니까. 다른 곳으로 가보게.”
어떻게든 아스비안 제국에서는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는 계획!
귀족 전사대들은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찾아오겠습니다!”
촤아악-
귀족 전사대들은 배 한 척을 빌리더니 타고서 쉭 떠나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태현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후. 한시름 덜었군.”
“…뭐하는 거…?”
이세연과 이세연 일행들은 태현이 부하들을 떠나보내는 것에 경악했다.
아니, 한 명이 아쉬울 찰나에 뭐하는 거야!?
* * *
“목수들은 이쪽으로! 건축가 직업 플레이어들은 이쪽으로!”
“대장장이들도 와서 도와! 제작 직업, 하다못해 제작 스킬 있는 사람은 전부 와!”
“동쪽 요새 제작 퀘스트 같이 할 사람 구함!”
“요새 해자 퀘스트 같이 할 사람! 땅 잘 파는 사람 급구!”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
그 한가운데에 있는 <아키서스 허기의 던전>!
거길 지키고 있는 사막의 꽃 거인 부족들마저 사라진 지금, 정말로 아무도 없는 황량한 사막이 되어 있었다.
그 사막을 사람들이 꽉꽉 채우고 있었다.
몇만 명을 가볍게 넘기는 사람들이 사방에서 오고 가고 있었던 것이다.
교단과 왕국의 병사들은 도착하자마자 사막 위에 요새를 짓기 시작했다.
느부캇네살과 맞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요새!
만약 언데드들의 파도가 들이닥치더라도 요새가 있다면 버틸 수 있었다.
허기의 던전을 가운데에 두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요새가 뚝딱뚝딱 건설되기 시작했다.
앞에 깊은 해자는 물론이고, 몇 겹의 성벽을 까는 대공사!
태현은 그걸 보고 안도했다.
‘내 돈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저걸 자기 돈으로 했다면 피눈물을 넘어 영혼의 눈물이 났을 것이다.
그걸 본 이세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태현도 사람인가?’
태현이 안심하는 게 보였던 것이다. 태현도 사람이니, 느부캇네살 같은 대형 퀘스트를 앞에 두고 긴장할 수 있었다.
‘요새 끼고서, 벽에는 성기사단과 병사들 배치하고, 안에는 아키서스 포병대와 마법사들… 그리고 추가로 플레이어들까지. 드래곤도 막겠는데.’
태현이 했던 퀘스트들 중에서 이렇게 안정적으로 준비했던 퀘스트도 드물었다.
언제나 빠듯빠듯하게 준비하지 않았던가.
“장관이다. 장관이야.”
드넓은 사막 위에 거대한 요새가 완성되어가는 모습은 모두가 감탄했다.
이세연은 작게 속삭였다.
“느부캇네살 부활은 언제 시작할 거야?”
“요새 완성되는 대로 곧….”
말하던 태현 앞에 메시지창이 떴다.
[아스비안 제국의 드넓은 사막 위에 거대한 건축물을 짓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폐허로 사라진 제국의 땅에, 이 건축물은 하나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이 건축물을 완성하십시오!]
[더 크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완성할수록 아키서스의 힘이 강력하게 깃들 것입니다.]
<아키서스에게 바치는 건물–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당신은 대륙의 수많은 용사들과 함께 사막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건축물을 올리고 있다.
그냥 건축물도 좋지만 아키서스를 위한 건축물이라면 더더욱 좋지 않겠는가?
이 건축물을 아키서스를 위한 건축물로 완성시킨다면 영광스러운 보상이 있을 것이다!
보상: ?, ???, ?????
“…잠깐. 나 지시 좀 하고 올게.”
“뭔 지시?”
그러나 이미 태현은 사라진 뒤였다.
“잠깐! 이 요새 벽에 이 문양을 새기는 게 어때?”
“어? 그러면 뭔 효과가 있나요?”
“더 멋있지.”
“…???”
“그리고 여기에는 장식이 달린 기둥을 세우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인데요?”
“멋있잖아.”
“??!?”
“기둥이 완성되면 지붕도 좋겠군. 지붕도 멋있지.”
“어… 이건 신전… 아닌가? 잠깐, 신전이잖아?!”
태현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요새에 추가 건축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엄청나게 거대한 규모긴 했지만 안에는 별것 없었던 요새.
그 안에 아키서스 기둥부터 아키서스를 위한 신전까지 착착 완성되기 시작했다.
[각 교단의 불만도가 증가합니다.]
[계속 불만도가 쌓일 경우 이탈할 수 있습니다.]
태현은 즉각 반응했다.
이럴 때를 위한 4왕자!
“가라. 케인!”
케인은 4왕자를 데리고 교단 고위 사제들에게 향했다.
“…근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
4왕자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설득은 그와 거리가 먼 스킬!
물론 케인이라고 생각이 날 리 없었다.
그러나 4왕자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케인만 보고 있었다. 호위기사로서 무언가 보여줘야 했다.
‘뭘… 뭘 해야 하지?’
케인은 평소에 봐왔던 것들을 떠올렸다. 정치인들은… 정치인들은 이럴 때….
“일단 울어!”
“뭐?”
“울라고!”
“어… 어흐흑! 너무 슬프다!”
4왕자는 얼굴을 가리고 우는 척을 했다. 슬픈 걸… 슬픈 걸 생각하자!
태현한테 붙잡혀서 끌려다닌 걸 생각하자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왔다.
4왕자가 앞에서 엉엉 울자 고위 사제들은 당황했다.
“아, 아니. 왕자 전하.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나는 그저 느부캇네살을 막고 대륙을 지키고 싶을 뿐인데. 그대들이 못마땅하게… 크흐흑….”
“아니, 근데 요새를 짓는데 왜 아키서스 신전으로….”
“크흐흐흑! 으흐흐흐흑!”
할 말 없으니까 더 서럽게 우는 4왕자!
케인은 벌컥 화를 냈다.
“왕자 전하가 이렇게 우는데! 너희가 그러고도 사제냐! 너무한 거 아니냐!”
“아, 아니… 우리가 뭘 했다고…!”
“어? 교단이면 다야? 왕족도 우습게 보여?”
“그, 그런 게 아닙니다.”
* * *
[교단의 불만도가 가라앉습니다.]
[설득에 성공합니다.]
‘오오….’
태현은 감탄했다.
4왕자를 데려오길 잘했군!
[<영웅들의 삼중 요새>가 <아키서스의 철벽 요새>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키서스 신전이 부족합니다.]
[아키서스 동상이 부족합니다.]
[아키서스…]
[……]
‘끄으응.’
돈 먹는 하마 그 자체!
요새는 끊임없이 ‘더 많은 걸 바쳐라!’고 하고 있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부터 시작해서 아키서스 교단 NPC들이 와서 닥치는 대로 아키서스를 때려 박고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요새가 너무 넓었던 것이다.
“으음. 빈 공터들이 너무 많은데.”
[카르바노그가 좋은 생각이 있다고 합니다.]
“?”
[다른 교단 신전들도 지어주자고 합니다.]
“…너 카르바노그 맞아? 왜 그래?”
왜 안 하던 착한 짓을 하고 그래!
[잘 들어보라고 합니다. 다른 교단 신전들을 지어봤자 이 요새는 아키서스에게 바쳐진 요새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
태현이 직접 지휘하고 짓고 있었으니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 그 신전들도 나중에 꿀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