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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04화 (904/1,826)

§ 나는 될놈이다 904화

미다스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그리고 귀를 의심했다.

폴레가 웃을 리가 없다!

폴레가 누구던가.

언제나 냉정, 침착하게 미다스 길드를 이끌어 온 두뇌파 랭커!

제각각 성격이 다른 마법사 랭커들끼리 싸울 때도, 폴레가 말하면 다들 싸움을 멈추고 귀 기울여 들었다.

길드원들은 그런 폴레를 존경하면서 두려워했는데….

“흠흠.”

폴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을 가다듬고 기침했다.

‘잘못 들은 거겠지?’

‘그렇겠지. 설마 폴레 님이 웃었겠어?’

저런 개그를 듣고 웃는 건 정신이 오염된 아저씨들밖에 없다!

탁-

“??”

오크 아저씨들이 와서 폴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뭐, 뭡니까?”

“방금… 웃었지?”

“안 웃었습니다.”

“아냐! 넌 분명히 웃었어.”

“너 사실… 우리의 개그를 좋아하는 거 아니냐?”

“!”

폴레는 질색하며 손을 쳐내려 했다. 그러나 오크 아저씨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끈질긴 사람들!

“찰깨빵을 찰….”

“크윽!”

“바나나를 먹으면 우리한테….”

“크으윽!”

“얘 입꼬리 올라가는데.”

“넌 우리랑 통하는 게 있구나?”

“헛소리하지 마십시오!”

폴레는 오크 아저씨들을 밀쳐냈다. 그리고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오크 아저씨들은 포기하지 않고 외쳤다.

“젊은 친구! 우린 포기하지 않는다!”

“맞아! 우리 길드에는 우리와 같이 웃어줄 놈들이 필요해! 요즘 젊은 놈들은 자꾸 우리 개그를 무시한단 말야!”

“…….”

폴레는 귀를 막고 일퀘를 하러 도망쳤다. 그러나 오크 아저씨들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보냈다.

내 반드시 너를 우리 길드에 새로 넣고야 말겠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오크 아저씨들의 끈질긴 제안이 시작되었다.

* * *

“리치가 보스 몬스터가 아니었다고? 그냥 영지 NPC였다고? 뭔 놈의 영지가 그래?!”

미다스 길드는 보고를 듣고 황당했지만,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누가 먼저 퀘스트를 하느냐의 싸움.

황당해할 시간에 움직여야 했다.

“모두 움직여! 지금 여유 있는 길드원들은 전부 다 파티 이끌고 네크로맨서나 사교 집단 토벌 퀘스트에 참가해!”

정석적인 방식.

느부캇네살을 부활시킬 만한 상대는 먼저 다 선공해 버리는 방법이었다.

평상시라면 멀쩡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태현과 이세연만 아니었다면….

“지금 김태현하고 이세연이 대규모 토벌대 이끌고 항구로 갔답니다!”

“…?!”

갑자기 들려온 급보.

미다스 길드원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방송을 켰다. 수천 개가 넘는 개인 방송이 전부 다 이 대규모 토벌대를 중계하고 있었다.

-보이십니까! 이 어마어마한 인원이! 판온 최대의 토벌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저 나킨은 이 토벌대에 참가해 하나부터 열까지 여러분에게 모두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여기는 파이토스 교단 제5 성기사단입니다! 지금 저 말은 <파이토스의 백마>인데, 그냥 말이 아니라 이속 옵션에 마방 옵션이….

-저기 김태현이 있습니다! 아! 저기 에랑스 왕국 4왕자도! 소문을 들어보니, 김태현이 에랑스 왕국에서 깬 퀘스트들이 워낙 많아 왕족에서도 협조에 나섰다고 하네요!

-4왕자와 케인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요? 분명 퀘스트에 관한 이야기일 겁니다!

판온 최대 규모의 토벌대란 말은 사실이었다.

이제까지의 어떤 퀘스트보다 더 거대한 규모!

각 기사단과 기사단들이 끌고 나온 병사들. 태현의 부하 NPC들과 이세연이 데리고 나온 마법사들.

그리고 사람은 또 사람을 불렀다.

규모가 이 정도로 커지자 별생각 없던 사람들도 ‘와 이건 꼭 해야 해!’ 하며 달려들었고, 정말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토벌대 뒤에 몰려 있었다.

물론 이 많은 사람들 중 태현과 이세연이 느부캇네살을 부활시키려고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부 다 ‘아스비안 제국에서 부활하나 보다!’ 할 뿐!

“아. 아. 준비됐나? 아. 나 이런 거 어색한데.”

“왜 그러세요? 진짜 방송도 잘하셨으면서.”

개인 방송 시작하기 1분 전.

긴장한 태현을 이다비가 달랬다.

플레이어가 자기 계정에서 할 수 있는 개인 방송과, 수십 수백만이 보는 진짜 방송은 난이도가 달랐다.

그런 면에서 태현은 이미 충분히 경험이 많았다. 방송국과 대회에서 진행하는 방송 모두 대활약하지 않았던가.

오죽하면 지금도 ‘김태현 씨 대회 끝났으니 리그 시작하기 전에 방송 출연 좀 하시죠!’ 하고 연락이 올까.

어마어마한 인기에, 본인도 방송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능력으로 가득한 태현은 사기 카드나 다름없었다.

모든 PD들이 ‘김태현 한 방… 김태현 한 방이면 시청률 뒤집을 수 있어…!’라며 생각할 정도!

그러나 태현은 별생각이 없었다.

“그거야 방송국에서는 컨셉 주니까 거기서 맞춰서 해준 거지. 개인 방송은 내가 혼자 떠들어야 하는 거잖아. 나 자신 없는데. 그게 재미 있나?”

그랬다.

이다비의 조언을 결국 받아들여, 태현도 개인 방송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판온 1 때와 비교해서 생각해 본다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의 변화였다.

최상윤은 그걸 보며 생각했다.

‘진짜 많이도 변했다….’

“네가 개인방송을 한다고?!”

이세연은 옆에서 깜짝 놀라 물었다.

“자주는 안 하겠지만, 퀘스트 사이에 여유 있을 때는 해볼까 싶어서.”

“…네가!?”

이세연에게 태현은 아직도 판온 1 때의 모습이 생생했던 것이다.

자기 정체를 말하지도 않고 묵묵하게 하던 사람이 저렇게 변하다니.

아무리 게임단 만들고 대회 나가고 대표로 이리저리 뛰긴 했다지만….

‘약간 섭섭하기도 하고…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이세연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왜 그래?”

“아, 아니. 잘 해보라고. 파이팅!”

“이세연. 혹시 사람들 안 오면 네가 홍보 좀….”

“넌 양심이 없어?!”

이세연은 울컥했다. 뭐 이리 뻔뻔한…!

“너도 유성게임단 방송에 내 이름 팔았잖아!”

“…그, 그건 그렇지….”

그렇게 따지니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걸. 네 방송에 사람이 안 올 리가 없잖아.”

“으음. 그건 해봐야 알지.”

뒤에서 케인이 말했다.

“김태현! 만약에 사람 없으면 ‘그 방법’이야! ‘그 방법’!”

“그 방법은 좀….”

태현은 망설였다. 그러자 이세연이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 방법이 뭔데?”

“판온 1에서 상대했던 랭커들 순위 매겨가면서 평가하기….”

“…야!!!”

뭐 저런 사악한 방법이!

준비를 마치고, 태현은 기침 몇 번 한 후 방송을 시작했다. 앞에 시스템창과 함께 방송 창이 뜨고 사람들의 숫자와 반응들이 올라왔다.

“음음.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김태현입니다. 지금 방송을 같이 봐주고 계신 10만… 응?”

태현은 멈칫했다.

“이다비. 이거 잘못 나왔나?”

“10만 맞아요.”

“아. 방송 도중에 다른 소리 하면 안 되지?”

“개인 방송은 좀 자유로워서 편하게 하셔도 되요.”

“10만 시청자… 아니, 20만… 아니, 30만 시청자 여러분. 지금 저는 토벌대를 이끌고 아스비안 제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50만 시청자 여러분들이….”

“…….”

“…….”

옆에서 듣고 있던 일행들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뭔 숫자가 1초마다 저렇게 늘어나냐?

“오류 아니지?”

“오류 없어요.”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한데… 어쨌든 100만 시청자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1분도 안 되어서 개인 방송을 즐겨찾기한 시청자 숫자가 100만을 돌파하자 태현은 더 이상 말하는 걸 포기했다.

그냥 숫자에 신경 쓰지 말아야지!

옆에서 케인이 나름 개인 방송을 해봤다고 조언을 던졌다.

“리플! 리플 보고 대답해 줘!”

“…어떻게?”

“?”

1초에 수천 개가 넘게 올라오는 리플들!

미친 듯이 빠르게 지나가는 리플들이라 아무리 태현이라도 볼 수가 없었다.

“…후. 그냥 상대했던 랭커들 평가나 해야 하나….”

그 순간 방송이 터졌다.

[접속자 폭주로 인해 개인방송이 종료됩니다.]

[방송 사이트 서버 조정 후 다시 열립니다.]

“…….”

“…….”

판온 역사상 개인방송 터진 적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판온 시스템과 상관없는, 외부 방송이라지만 사이트를 터뜨려 버리다니…!

“터졌는데?”

“…나, 나도 몰라.”

케인은 당황했다.

방송 터지는 걸 누가 어떻게 예상했겠어!

* * *

“역시 교단 배가 좋아.”

“아키서스 교단 배는 해적선….”

“쉿. 태현이 상처받는다.”

“다 들리거든. 이 자식들아.”

우르크 해적들을 싹 쓸어오고 교단에 넣은 탓에, 왕국 함대 중 해적 출신 놈들이 우글거렸다.

배 하나 만드는 데 드는 골드가 얼마인데 태현이 그걸 안 쓸 리 없었다.

확실히 전통 있고 돈 많은 교단은 하나하나 다 티가 났다.

건물과 시설은 화려하고 웅장했고, NPC들은 레벨이 높고 좋은 장비를 끼고 있었으며, 도시는 차분하고 전통 깊었다.

그에 비해 아키서스 교단은 건물과 시설은 극단적이고 괴팍했고 NPC들은 레벨이 낮고 반쯤 맛이 가 있었으며….

‘후. 생각하니 슬프군.’

지금 태현이 뜯어낸, 아니 빌려낸 함선들도 화려하고 거대했다.

각종 마법은 기본이고 안에 마법포까지 장착해서, 해전이 벌어지면 어지간한 적들은 흠집도 나지 않고 박살 낼 수 있을 것!

가끔 태현은 아키서스 교단이 완전히 폐허가 된 교단이 아니라, 대륙의 무난한 교단 정도만 됐어도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으면 진짜 날로 먹었을 텐데….

[카르바노그가 위로합니다.]

“폐하.”

“아. 플레밍.”

화염학파의 대마법사이자 마스터인 플레밍!

마탑 마스터들 중 가장 협조적으로 나선 마스터 중 하나였다. 태현의 사디크 권능 덕분이었다.

“그래서 아키서스 교단 가입은 좀 생각해 봤나?”

“으음… 아무래도 평생 마법사로 살아온 제가 교단 가입은 좀….”

마법사와 사제는 전통적으로 사이가 안 좋았다.

그걸 아는 플레밍이었기에 들어올 듯 들어오지 않을 듯 고민하고 있었다.

“아니야. 우린 아키서스 마법사도 있다고.”

“예?! 그게 진짭니까?”

“그래. 그러니까 들어올 경우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한 사디크 마법사>도 가능하지.”

“…….”

[플레밍이 교단의 구조에 경악합니다.]

[플레밍의 공포 스탯이…]

“아니 왜?!”

“아, 아닙니다. 폐하. 가입을 좀 더 고민해 보겠….”

“가입 좀 하라니까!”

태현은 마탑을 끌어들이고 싶어서 필사적이었다.

우리 아탈리 왕국에도 마탑 좀 놓자!

* * *

같이 함선 위에 올라탄 아스비안 제국 출신 귀족 전사대는 의아해했다.

“제국에서 왜 추가로 사람들을 안 보내지?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올 만도 한데.”

“흠… 알겠다.”

“뭘 깨달은 거냐?”

“황제 폐하께서는 우리와 김태현 폐하를 매우 신뢰하고 계신 게 분명해.”

“아! 그렇구나!”

귀족 전사대는 감동했다.

하긴, 우리가 좀 대단하긴 하지!

게다가 아탈리 왕국 국왕도 많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젊었을 때의 우이포아틀을 빼닮은 사악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인 만큼 황제가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겠지!

[귀족 전사대가 매우 만족합니다!]

[만족도가 크게 오릅니다.]

“…???”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 당황했다.

가끔가다가 부하 NPC들이 알아서 만족하고 기뻐할 때가 있었는데, 정말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나쁜 건 아닌데… 대체 뭔 이유지?’

[오늘 운세가 좋아서 기분이 좋은 거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그건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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