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01화
물론 케인은 뒷감당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2시간 후.
“억! 뼈! 뼈! 뼈 부러진다! 뼈 부러진다!”
“케인. 난 너무 기쁘다. 네가 이렇게 성장할 줄이야… 그보다 게임에서 이런 지혜를 발휘하란 말이야.”
“구아악! 구아아악!”
나가는 둘을 마중 나온 김예리는 감탄했다.
와, 어떻게 저렇게 사람을 공격할 수 있지?
초일류 플레이어는 실제 공격도 초일류인가?
“동생아! 도와줘!”
“오빠가 잘못한 거잖아….”
“그건 그렇지만! 으아악! 치명타! 치명타 터졌어! 진짜야!”
“하하. 케인. 네 근육이 많이 뭉쳤구나. 오늘 풀어줄게.”
우드득 우득!
태현의 관절기에 케인은 온몸이 시원해지는 고통을 느꼈다.
시원한데 너무 아파!
케인에게 불려온 태현은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만남을 가져야 했다.
-아이고, 우리 덕수 사람 만들어주셔서….
-아, 아닙니다. 제가 뭘 했다고.
-술 한 잔 받으시죠.
-차 가지고 왔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덕수 잘 부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거 보니까 게임단은 못하면 방출이라던데 덕수가 못해도 동생같이 생각하고….
-제가 더 어린… 아닙니다. 넵.
부모님 앞이라 케인을 패지도 못하고, 태현은 속으로 분노 스탯을 쌓았다.
그리고 대화가 끝나서 나오자마자 고맙다며 웃는 케인을 응징!
“으아악! 건강해진다! 건강해진다아아아!”
“오빠 잘 부탁드릴게요.”
“그래. 너도 고생이 많다.”
태현은 김예리에게 인사를 한 뒤 케인을 끌고 나왔다.
온몸의 뭉친 근육이 풀어져서 건강해진 케인이 순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나 친구들 만나야 해.”
“만나든 말든.”
“같이 가자!”
자랑하고 싶다!
다른 동창들이 손목에 고급 시계를 차고 오고, 비싼 옷을 입고 올 때 케인은 태현을 데리고 간다면?
아무도 케인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이른바 전설 장비 같은 거지.’
태현이 들었으면 한 대 맞았을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었다.
“…철판 깔았냐?!”
태현은 슬슬 감탄했다.
이 자식… 정말 이상한 부분에서 실력이 늘고 있군!
“후. 그래. 어차피 술 마신 놈 데리러 온 거였으니 별 차이 없겠지.”
이왕 온 김에 태현은 좀 더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케인은 감동했다.
“차 끌고 왔으니까 난 안 마신다.”
“그래도 상관없는데… 잠깐.”
“타.”
“…….”
케인은 태현이 끌고 온 페라리(소유주 김태산)의 위용에 움찔했다.
와….
저거 타고 가면 대단하긴 하겠다!
* * *
“덕수는 왜 안 오지?”
“걔 또 내릴 역 놓친 거 아냐?”
“에이 설마….”
“대회 묻고 싶은 거 많은데.”
“아, 뭘 물을 게 많다고. 검색해. 검색.”
케인을 기다리고 있는 동창들은 반으로 나뉜 상태였다.
동창이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프로게이머라니 대단해! vs 덕수 그 자식 완전 거품 아니냐!?
예전에는 별것 아니었는데 갑자기 세계에서 손꼽는 선수가 됐으니 질투가 따라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끼이이익-
“와. 페라리다.”
“저거 누구 차….”
덜컥-
문이 열리더니 케인이 내렸다.
동창들은 깜짝 놀랐다.
“덕… 덕수잖아?!”
페라리를 끌고 오다니!
정말 성공하긴 성공했구나!
케인을 질투하던 동창들도 입을 다물게 만들 정도로 박력 있는 등장이었다.
아니 근데 잠깐만. 왜 거기서 내리냐?
“?”
“김… 김태현이잖아!?”
“역시 덕수 차가 아니었어!”
“지금 그게 중요하냐? 비켜! 김태현 안 보이잖아!”
케인은 동창들이 창에 얼굴을 다닥다닥 붙이고 쳐다보는 걸 알아차렸다.
“너희들! 기다리고 있었구나!”
“김태현 안 보이니까 비켜봐 좀!”
“…….”
케인은 시무룩해졌다. 태현을 보며 말했다.
“…야. 넌 동창도 아니니까 돌아가.”
그러자 동창들이 단체로 야유했다.
“미쳤냐! 사장님한테 무슨 짓이야!”
“너 방출당하고 싶냐!”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 * *
“동창회는 잘 갔다 왔어?”
게임에 접속한 태현과 케인을 보고 최상윤이 물었다.
“쟤가 술 취해서 지나가는 사람들 붙잡고 사인해 주려고 한 거 말고는 별문제 없었지.”
뭐야 그거!
궁금하잖아!
“그거 말고는 별거 없었고?”
“별거 없었는데.”
“그래…?”
최상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왜 정윤희한테서 ‘상윤아 태현이가 이상한 짓 하고 다니는 건 아니니?’란 문자가 온 걸까?
그 다음에는 ‘혹시 이다비란 친구에 대해 잘 아니?’란 문자까지 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케인 씨는 여자 친구분한테 선물 안 주십니까? 그렇게 선물을 챙기시던데.”
미국에서 태현을 보고 ‘이거다!’ 하면서 선물을 준비하더니 제대로 전해준 걸까?
“아직 여자 친구 아닌데….”
“아. 그럼 차인 거군요.”
“차였냐?”
“뭐? 케인이 차였다고?”
순식간에 차인 것으로 확정된 케인! 케인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아니 이 자식들아! 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사귀는 줄 알고 있었는데 케인 혼자 착각한 거였다고?”
“…야!”
“미안. 미안. 계속 말해봐.”
“걔도 바빠서 바로 못 만나니까 좀 이따가 줄 거야.”
그렇게 말하던 케인은 문득 깨달은 듯이 말했다.
“헉, 아닌가? 바쁠 때 찾아가서 깜짝 이벤트로 주는 게 나았으려나?”
“멍청한 소리 하지 마. 상대도 바쁘고 스케줄이 있는데 그런 짓을 하면 곤란하다고. 게다가 스캔이라도 터지면 어쩔 거야. 케인. 생각을 해야지.”
“앗… 그렇군.”
“그래. 그런 중요하지 않은 건 이제 잊어버리고 퀘스트에 집중하자.”
“…응?”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박수를 쳤다. 케인의 연애보다는 대륙의 안전이 더 중요했다.
“아무래도 귀족들보다는 교단 지원을 중점으로 싸우게 되겠군.”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륙의 위기를 막는 데에는 교단들이 훨씬 더 협조적이었다.
귀족들은 위기가 직접 닥쳐와야 일어나겠지만 교단은 그 전에도 일어나주는 것이다.
“성기사단과 고위 사제단. 그리고 기타 지원들.”
“이세연 씨가 마법사들 닥치는 대로 끌어모으고 있어요. 그리고 일반 플레이어들도 퀘스트만 열어주면 닥치는 대로 올 것 같고요.”
태현이 하는 퀘스트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여는 퀘스트들과 규모의 차원이 달랐다.
보통 퀘스트는 그 퀘스트를 깰 자신이 있는 사람들만 온다면, 태현이 하는 퀘스트는 ‘못 깨도 좋으니 구경이라도 해야겠다!’ 하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은과 폭탄이지?”
“은과 폭탄이죠.”
“???”
태현과 이다비의 대화에 케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대화를 하는 거야?
“은과 폭탄이 좋다고.”
일반 플레이어들도 숫자가 많아지면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사람들에게 은제 무기를 들려주고 폭탄을 들려주면 언데드 파도와도 일시적으로 맞설 전력이 됐다.
“은… 은 솔직히 되게 아깝다.”
“저도 피눈물이….”
“교단에서 최대한 뜯어내고 있는데도 부족할 거 같군.”
[파이토스 교단에서 은괴 50개를…]
[……]
[……]
계속 메시지창이 쌓였지만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수도에 있는 <천사의 대장간>에서는 화살을 만들게 해. 요하스와 사띠끄한테 하루 24시간 일하게 해서라도 할당량을 맞춰. 천사니까 잠 안 자도 안 죽겠지.”
[카르바노그가 경악합니다.]
“화살촉 전체를 은으로 만들지 말고 은제 도금만 해. 그걸로도 충분하니까. 하고 나서 신성 부여하는 거 잊지 말고. 사띠끄는 성화(聖火) 최대한 많이 피워놓으라고 하고. 골짜기 <악마의 대장간>에는 한동안 언데드 상대용 폭탄만 만들라고 전해줘.”
“네.”
이다비는 빠르게 메모하며 태현의 지시를 하나씩 전달했다.
‘참 크긴 컸군.’
태현은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원래라면 혼자서 다 했을 일을, 이제는 동료들과 같이 하고 있었다.
싫다는 건 아니었다. 어색하긴 해도 이런 게 싫진 않았다.
“아키서스 포병대를 중심으로 기사단, 사제단 배치하고 이세연이 끌고 온 마법사까지 배치하면 화력으로는 진짜 충분하겠군.”
어찌나 화력이 충분한지, 성기사단들을 딜러가 아닌 탱커로 쓸 정도였다.
원래 성기사단 정도면 혼자서 탱커도 하고 딜러도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전력이었다.
그러나 포병대에 마법사까지 있는 이상 성기사단이 돌격할 필요는 없었다.
성기사단과 플레이어들로 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포병대와 마법사가 강력하게 딜링을 맡으면 됐다.
‘기본 계획은 완성인데… 느부캇네살이 얼마나 강력한지가 문제군.’
원래 계획 단계에서는 모든 게 다 완벽해보이는 법이었다. 아마 길드 동맹도 태현을 공격하기 전에는 ‘모든 게 완벽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일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일어났다.
이번 일에서 변수는 느부캇네살의 강함!
강한 마법사는 혼자서 군단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반신 수준의 마법사는?
상상이 가질 않았다.
‘이렇게 준비를 했는데도 자신이 안 선다는 게 공포군.’
역시 답은 하나였다.
느부캇네살 vs 우이포아틀!
자존심 강한 두 고대 괴물들의 대결!
‘우이포아틀이 조금 밀리는 느낌인데… 상관없겠지. 느부캇네살도 페널티 좀 받고 시작할 테니까.’
부활 장소는 이미 정해둔 상태였다.
아스비안 제국의 구석에 위치한, <모래의 심장>.
거기 허기의 던전이 느부캇네살이 부활할 장소가 될 것이다.
언데드라서 허기 관련 페널티는 크게 줄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시간을 끌면 우이포아틀이 알아서 찾아올 테니까!
그 시간이면 충분했다.
* * *
“후후. 계속 쳐다보는군.”
“평소에 마법사들을 못 봐서 그런 거겠지.”
우르크 지역에 들어온 미다스 길드의 마법사들은 자신만만하게 전진했다.
자연스럽게 어깨에 들어가는 힘!
오크 플레이어들이 그들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법사들은 콧대가 높아졌다.
“쟤네들 뭐냐?”
“왜 오크를 안 하고 있지?”
“여기는 오크 종족 골라야 하는 걸 모르나?”
“심지어 오크 주술사도 아닌 것 같은데.”
오크 플레이어들은 수군거렸다.
우르크 지역에서 오크 말고 다른 걸 하다니. 뉴비인가?
물론 뉴비치고는 장비가 너무 화려하긴 했다. 오크 플레이어들은 슬슬 거리를 벌렸다.
“리치와 싸워야 하니까 용병 고용 좀 하죠.”
“그럴까?”
근접전 직업이라면 자기들끼리 싸우러 갔을지도 몰랐지만, 마법사들은 보통 탱커 역할을 해줄 용병이나 다른 파티원들을 구했다.
방어력이 낮고 HP가 낮다 보니 한 대 한 대가 치명적인 것이다.
판온의 어느 지역에든 돈을 내면 고용할 수 있는 용병 NPC들이 있었고, 그도 안 되면 플레이어들을 파티에 넣으면 됐다.
“저 오크들 괜찮아보이는데?”
“이봐. 오크들. 이 골드를 줄 테니….”
-취익. 인간. 너무 냄새난다. 저리 가라.
“???”
[종족이 오크가 아닙니다.]
[우르크 지역에서의 모든 화술 스킬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우르크 지역에서 거래할 때 페널티를…]
[일부 마을에서 거래를 해주지 않습니다.]
[……]
[……]
“…….”
“…….”
상상을 초월하는 메시지창에 미다스 길드는 당황했다.
물론 여기가 오크 종족 보너스 받는 곳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다른 종족을 이렇게 엿 먹일 줄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
“괜… 괜찮아. 잡템이나 그런 건 안 사도 되고, 용병 대신 플레이어들 고용하면 되니까.”
“맞아. 파티에 넣으면 된다! 너희들! 우리 파티에 넣어주마!”
마법사들은 지나가는 오크 플레이어들을 보며 외쳤다. 그러자 오크 플레이어들은 호다닥 도망쳤다.
“아, 아니 왜 도망가?!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