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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96화 (896/1,826)

§ 나는 될놈이다 896화

진짜 의외로 설득이 쉽게 됐다!

‘이거 혹시 언니가 일방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거 아냐?’

태현의 태도를 보니 왠지 그런 기분이 들었지만 김현아는 현실을 부정했다.

쿨하고 멋있는 이세연이 그럴 리 없어!

“근데 함정은 아니지?”

“…….”

방금 말 취소.

김현아는 역시 이세연이 태현만 보면 으르렁대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함정 아니거든요. 언니가… 음… 그렇게 화를 내고서 좀 심했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 말에 뒤에서 태현 일행은 중얼거렸다.

“좀 심하긴 했지….”

도시 하나가 반파!

에하스, 제하스 vs 이세연으로 인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싸움의 원인이 사소한 말다툼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좀이 아니라 많이 심하다!

탑 랭커들이 마음만 먹으면 뭘 할 수 있는지 저력을 엿본 기분이었다.

“이세연이 좀 심했다고 생각한다고?”

“…네.”

김현아는 잠깐 멈칫하다가 대답했다. 물론 이세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김태현과는 서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이였다.

에하스나 제하스?

걔네는 자기가 죽고 싶어서 무덤을 판 거고!

이세연은 마음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당당했다. 그리고 이세연의 성격을 아는 태현은 의심쩍은 눈빛을 보냈다.

“이세연이 그럴 리가 없는데….”

“아니 왜요?”

“걔 성격이… 아니 됐다. 이건 전하지 마.”

말 안 해도 어차피 안 전할 생각이었다. 전했으면 서로 멱살 잡았겠지!

“그러면 수락한 걸로 이해할게요.”

“그래. 이세연 데리고 와.”

김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태현 설득이 1차 문제였는데 쉽게 해결된 것이다.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90도 인사!

물론 태현이 아니라 유지수한테 하는 인사였다. 유지수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하지 말라고 손을 내저었다.

“혹시 쟤랑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없었어요!!”

* * *

“언니. 김태현이 미안해하던데요.”

“뭐? 말도 안 돼. 걔가 그럴 리가 없는데….”

“…….”

김현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둘이 아주 하는 짓이 똑같아!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니 어쩔 수 없네.”

1초 만에 기운을 회복하고 자리에서 일어선 이세연.

그 모습에 김현아는 매우 행복해졌다.

거짓말이면 뭐 어때! 언니가 이렇게 행복해하는데!

“느부캇네살 퀘스트하러 가볼까?”

“네! 아. 언니. 김태현하고는 너무 쓸데없는 이야기 많이 하지 마세요.”

둘 사이에서 한 거짓말이 들킬까 봐 한 말이었지만, 이세연은 다르게 이해했다.

“알겠어. 이제 추한 모습 그만 보일게.”

“언니는 안 추해요! 김태현이 추해요!”

“그래그래. 김태현이 추해.”

* * *

“체시자. 마탑의 마법사들이 돕기 위해 이렇게 모였다. 이제 네 역할이 중요한데….”

체시자는 태현의 말에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주십시오. 폐하. 이번 일에, 제가 이끄는 학파의 마법사들만큼 커다란 공을 세우는 이들은 없을 테니 말입니다.”

“든든하군.”

“저 하찮은 버러지들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수준의 읍읍.”

태현은 체시자의 입을 막았다.

다 들리겠다 이 자식아!

“닥치고 느부캇네살 부활 장소나 찾아.”

“읍읍읍.”

체시자는 입이 막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느부캇네살은 어디서 부활하는데? 짐작가는 곳이라도 있나?”

“일단 이론상 모든 곳이 가능합니다.”

“…왜지?”

“느부캇네살의 원래 몸은 다 삭아서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리치라도 대신 쓸 육신 없이는 움직일 수 없지 않겠습니까. 느부캇네살은 어떻게든 자신이 쓸 수 있는 몸을 찾아, 그 몸을 빌려 대륙에 강림하려고 할 겁니다.”

최초의 리치 느부캇네살은 악마나 반신과 비슷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원래 리치는 자신의 생명을 담아놓은 그릇만 멀쩡하면 육신이 파괴되도 힘을 회복하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괜히 최고위 언데드가 아닌 것!

느부캇네살은 그것을 넘어 생명을 담아놓은 그릇 없이도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 리치였다.

대륙에 소환된 악마나 강림한 화신 같은 존재는 죽어도 죽지 않았다. 단지 대륙에서 쫓겨날 뿐.

느부캇네살도 그와 같았다.

“느부캇네살님, 아니 느부캇네살은 죽음의 신… 아니, 반신 정도는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너 되게 존경하듯이 말한다?”

체시자의 목소리에는 존경심이 뚝뚝 떨어졌다.

리치를 넘어 반신 비스무리한 존재까지 된 대선배!

내 자리만 뺏으려는 것만 아니면 참 좋은 선배인데!

“저도 언젠가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모아 죽음을 지배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 만약 그러고 싶으면 꼭 오스턴 왕국 가서 해라.”

말하던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느부캇네살의 부활은 교단 퀘스트와 비슷했다.

부활할 조건을 맞춰주면 느부캇네살이 강림해서 부활한다!

‘마치 사디크의 화신 퀘스트 같군.’

조건에 맞춰서 준비한 다음 사디크를 부르면 사디크가 강림한 화신이 소환되는 것처럼, 느부캇네살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느부캇네살 소환을 준비하는 놈들이 있겠지?’

체시자의 반응을 보니 바로 감이 왔다.

네크로맨서란 놈들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비뚤어진 놈들이라, 느부캇네살이 세상을 멸망시킨다고 해도 일단 부활시켜볼 놈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대륙에 있는 그런 놈들을 전부 다 찾아서 잡아내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언제 어디서 소환될지도 모르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카르바노그가 설마하고 묻습니다.]

‘…이쪽에서 느부캇네살을 소환해 버리면 어떨까?’

체시자와 흑마법사 학파들이 있으니, 느부캇네살을 부활시키는 방법은 쉽게 얻을 수 있으리라.

대륙 음지에 숨어 있는 네크로맨서 비밀결사들보다는 훨씬 더 빨리!

[카르바노그가 고개를 땅에 박습니다.]

* * *

그러는 사이 기본적으로 성격이 비뚤어진 직업의 탑 랭커가 도착했다.

이세연이었다.

“이, 이세연까지…!?”

“말도 안 돼!!”

마탑의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생각치도 못한 손님에 경악했다.

이세연은 마탑에 오는 일이 드물었다. 전설 직업을 얻은 탓에 마탑과 퀘스트 동선이 꽤 많이 달랐던 것이다.

만약 이세연이 있었다면 흑마법사 학파 후계자는 이세연이 되었을 것!

“역시 둘이 친하잖아! 내가 뭐랬냐. 김태현이 퀘스트하는 거 도와주려고 온 거라니까?”

“둘이 싸웠다는 기사는 그러면 잘못된 기사였군!”

“역시 기자들이 문제야. 둘의 사이가 판온 1 때부터 안 좋았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데 대회는 어떻게 같이 우승하는데?”

“맞아. 맞아.”

“…….”

이세연은 저 말들을 듣자마자 후회가 됐다.

그냥 집에 있을걸….

“김태현.”

“이세연.”

둘은 서로 쳐다보며 악수했다.

겉으로 보면 매우 교양있어 보이고 친하게 보였지만, 속은 좀 달랐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여길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추하게 구는 쪽이 진다!

“퀘스트를 같이 하자니. 의외였어.”

“혼자서 하기는 힘든 퀘스트라고 생각했으니까.”

‘얘 왜 이래?’

태현은 이세연의 태도가 의아했다. 아무리 보는 눈이 많다고 해도 너무 얌전했던 것이다.

비꼬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김현아 말대로 정말 자기가 화를 너무 심하게 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물론 아니었다. 이세연이 얌전하게 구는 건 자본주의 때문이었다.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태현과 같이 퀘스트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유성 게임단 마케팅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제발 방송을 켜주십시오!

마케팅에서 일한 지 십 년. 이렇게 확신이 드는 대박은 처음이었다.

이걸 놓치면 나는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다!

그런 열정으로 직원들은 빌고 빌었다. 이세연은 어쩔 수 없이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유성 게임단 공식 방송은 폭발하고 있었다.

* * *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와 둘이 같이 나오는 걸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진짜 꿈의 조합이잖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보면 부러워서 끙끙 앓을 수준!

지금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판온 게임 방송.

그 맨 위에 당당하게 <유성 게임단 공식 방송>이 자리잡고 있었다.

수많은 랭커들을 순식간에 물리치고 실시간 방송 1위!

게다가 2위와는 2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그만큼 압도적인 차이였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승진… 승진이다!

유성 게임단 직원들은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벤트? 계획? 광고?

다 필요 없었다.

둘만 붙여놓으면 된다!

굳이 기자들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유성 게임단>, 실시간 시청자 최고기록 달성. 화려한 인기 과시!

-<유성 게임단>은 어떻게 인기 있는 게임단이 되었나?

-유성 게임단의 부활에는 철저한 지원이 있었다.

-국내 최고다운 성적에는 이유가 있다. 유성 게임단.

물론 나머지 절반은 태현 기사였다.

-김태현이 이세연과 손을 잡은 이유는? <느부캇네살의 부활> 퀘스트 전격 분석!

-팀 KL. 던전 대회 우승 후 미국에서의 일정 소화 완료… 마지막 팬사인회도 끝. 귀국 일정은 언제?

-‘김태현 보고 싶다’ …팀 KL 팬들, 공항에서 노숙하겠다고 밝혀….

혼자서 게임단 기사와 맞먹는 기사가 나오는 태현!

솔직히 이건 어쩔 수가 없었다. 태현은 뭐만 해도 기사였으니까.

랄그갈 잡았을 때는….

-김태현, 랄그갈과 맞붙어서 결국… ‘충격’.

-김태현도 랄그갈은 어쩔 수 없었다… ‘경악’.

…같은 낚시성 기사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기사들이 올라왔었으니까.

태현은 좋으나 싫으나 기사들의 밥줄이자 이슈메이커였다. 그냥 제목에 김태현만 넣어도 조회수가 4, 5배는 뛰는데 어떤 기자들이 마다하겠는가.

오죽하면 이런 기사도 나올까!

-KG 위자드의 김연소 선수, 김태현과 놀라운 관계!

[KG 위자드의 김연소 선수는 김태현을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밝혔…]

-ST 파이브의 김태형 선수, 사실 김태현의 동생?

[ST 파이브의 김태형 선수는 김태현 선수와 닮은 이름 때문에 동생 아니냐는 오해를…]

└아 좀 작작 합시다!

└기자 양아치냐? 양아치야??

└기자놈 죽고 싶냐? 윤희한테 오해 받기 싫으니까 당장 내려라!

* * *

“느부캇네살을 부활시키자.”

“…???”

이세연은 눈을 깜박였다.

내가 잘못 들었나?

“현아야. 느부캇네살의 부활을 막는 퀘스트지? 부활을 시키자는 게 아니라?”

“ㄴ, 네. 저도 그렇게 들었는데요.”

서로 퀘스트 오해가 있었나?

그러나 태현은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잘 생각해 봐. 이세연. 이렇게 퀘스트 뜨고 징조 나온 이상 느부캇네살은 부활하게 되어 있어.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는 부활할 거야.”

“징조?”

“그런 게 있어. 그건 나중에 체시자한테 물어보고.”

태현은 슬쩍 넘겼다.

징조를 일일이 설명하면 ‘…그건 네가 한 짓이잖아!’란 대답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간과 장소를 우리가 정할 수 있다면 훨씬 유리하지 않겠어? 느부캇네살 같은 리치가 우리 눈에 닿지 않는 곳에 부활해서 힘을 회복하고 잔뜩 준비를 한다고 생각해 봐.”

“그건 좀… 끔찍하네.”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크로맨서는 시간을 주면 줄수록 강해졌다.

이제 막 부활한 리치라면 군단도 없고 부하도 없겠지만, 1주일만 주면 그 리치는 군대를 이끌고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까 부활을 시켜야 해.”

이세연은 손을 내밀고 말했다.

“조금만 고민해 볼게….”

말은 맞는 말인데 왜 이렇게 미친 생각처럼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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