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895화
나름 판온 최대 마법사 주축 길드인데, 마법사들이라면 솔깃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몇몇 길드원들은 부정적이었다.
길드 동맹에서 쪼개져 나온 길드들이 특히 그랬다.
“아니, 말이야 맞는 말인데… 계속 김태현 편 들 수도 있다고. 김태현 그놈이 사람들 꼬시는 건 정말 귀신같단 말이야.”
“그리고 솔직히 김태현하고 엮이기 싫은데… 괜히 걔 도와주는 거 아냐?”
괜히 길드 동맹 출신이 아니었다.
뼛속 깊이 새겨진 기억!
태현을 공격한다→결과적으로 태현에게 도움이 된다.
태현을 방해한다→결과적으로 태현에게 도움이 된다.
심지어 태현을 내버려 둔다→그래도 어떻게든 김태현은 알아서 해먹는다!
‘이 자식은 우리가 게임 접어도 그걸로 뭔가 해먹을 거 같아!’
길드 동맹 출신이 아닌, 에랑스 왕국에서 온 길드 출신 랭커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우리가 걔 퀘스트에 참가해서 먼저 먹는 게 어떻게 걔를 도와주는데?”
확실히 맞는 말!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게 어떻게 도움이 되냐?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아오! 진짜 그런 게 있다니까!”
길드 동맹 출신들은 가슴을 치며 답답해했다.
이건 당해봐야 아는 건데!
진짜 니들도 당해봤어야 안다!
“말은 안 되는데, 진짜 하다 보면 어? 어? 하다가 갑자기 걔한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 간다고!”
“…미친 건가?”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근데 미친 것 같긴 한데.”
“안 미쳤어 이것들아!”
그러나 이미 늦었다. 다른 마법사들은 수군거렸다.
“쑤닝이 김태현 때문에 미쳐 버렸다는 소문이 진짜였나?”
“그런 소문이 있긴 있었지….”
“난 당 간부가 투자한 돈 날려서 공안에 잡혀갔다고 들었는데.”
“그건 그럴듯하다.”
흉흉한 소문들!
쑤닝이 들으면 기겁할 소문들이었다.
아무리 우리가 중국 쪽 길드라지만 너무 흉흉한 소문들 아냐!?
“미안한데 우리도 입장이 있는데 제대로 된 이유 없이 하지 말라고만 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끙… 끄으응…!”
길드 동맹 출신 길드원들은 끙끙 앓았다.
반박할 수가 없어!
결국 다수결로 결정이 났다. 미다스 길드도 <느부캇네살의 부활> 퀘스트에 참가하기로!
* * *
“어? 미다스 길드가 퀘스트 참가한다고 발표하네요?”
미다스 길드는 이미 대형 길드를 넘어선, 판온에서 몇 개 안 되는 초대형 길드였다.
길드 발표를 하면 몇 분 지나지 않아 게시판에 반응하는 글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걔네가? 뭐지? 길드 동맹 출신이면 나한테 원한이 있어야 하지 않나?”
태현은 의아해했다.
왜 굳이 도와주려는 거지?
“…….”
“…태현 님. 이건 방해하려는 거죠….”
다른 일행은 태현의 반응에 경악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응!
“아. 그러네. 견제하려고 한 거겠군.”
“…….”
“참 소심하게도 한다. 나 같으면 그냥 쳐들어가서 암살했다.”
“아, 아니. 꼭 방해하겠다는 목적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퀘스트는 먼저 달성만 하면 어마어마하게 이득이니까 그런 거겠지….”
크로포드는 당황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너는 ‘죽이냐 죽냐’밖에 없냐?
“뭐… 얼떨떨하지만 나쁠 거 없지.”
“정말로?!”
앨콧은 깜짝 놀랐다.
태현이 바로 ‘야! 미다스 간부들 암살하고 영지를 불태우러 가자!’라고 할 줄 알았는데!
“퀘스트 경쟁은 할 수 있는 법이잖아.”
“그, 그렇긴 하지.”
태현이 저런 말을 하니까 왜 이렇게 어색하게 들리는 걸까?
“그리고 솔직히 느부캇네살 너무 세 보여서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 다 끌어들이고 싶다고.”
이게 본심!
‘역시 그랬군.’
앨콧은 안도했다.
순간 태현이 이상해진 줄 알았던 것이다.
“미다스는 마법사들이 우르르 올 테니까 도움이 되겠지.”
“태현 님. 미다스 길드도 마탑을 노리는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뜻이지?”
“퀘스트 대비해서 홍보하는데 아무리 봐도 마탑 마법사들을 노리는 것 같거든요.”
미다스 길드는 퀘스트 참가를 발표한 후 플레이어들을 대대적으로 모으고 있었다.
-당신도 전설 퀘스트에 참가할 수 있다! 미다스 길드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미다스 일타강사들이 마법사 플레이어들을 지도! 강의만 받으면 당신도 어엿한 마법사!
-쟁쟁한 마법사 랭커들과 함께할 기회!
-지금 당장 합류하세요!
미다스 길드는 길드 동맹보다 영리했다. 길드 동맹처럼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하지 않고, 언론 플레이를 할 줄 알았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하는 판온에서 이미지는 매우 중요!
길드 동맹은 자기 힘과 규모만 믿고 멋대로 굴었다가 폭군과 악당 이미지가 생겨서 두들겨 맞은 것이다.
태현이 아무리 잘 선동을 했어도 전 세계 플레이어들이 공감을 하지 않았으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미다스 길드는 거기서 교훈을 얻었다.
-강력하지만 평화로운 길드!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패고 다니지 않는 길드!
-들어오면 많이 얻어갈 수 있는 길드!
이런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꽤 효과가 있었다.
“아, 마탑 플레이어들 데리고 가려고?”
“숫자가 꽤 되니까요.”
“뭐… 힘으로 막는다고 막아질 것도 아니고, 미다스 길드 가서 배우고 싶으면 배우라고 해야지.”
“막아야지!”
크로포드가 발끈했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데려왔는데 저딴 놈들이 홀랑 데려가게 둘 셈이냐! 김태현! 그건 너답지 않아!”
“…?”
태현은 의아해했다. 옆의 이다비에게 소곤거리며 물었다.
“이다비. 쟤는 뭔데 나한테 너답지 않냐는 소리를 하지? 혹시 나랑 판온 1 때부터 만났던 앤가?”
“아닐걸요? 그냥 분위기 타고 그런 소리를 한 것 같은데요.”
“좀 이상한 놈이다. 하긴. 앨콧이랑 같이 다니는데 멀쩡한 놈은 아니겠지.”
“…….”
“어쨌든 뭐 어쩌라고? 방법이 없잖아. 방법이 있으면 막겠는데, 없는데 붙잡고 늘어지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방법이 있다!”
“?”
“넌 이세연하고 친하니까 이세연을 부르면 되잖아! 솔직히 이세연까지 여기 오면 다들 여기로 온다!”
“…….”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케인과 앨콧이 크로포드의 양쪽 팔을 붙잡았다.
“뭐, 뭐야? 왜 이러는 거야?”
“미안하다. 크로포드. 나도 먹고살아야지.”
“크로포드. 넌 앨콧 친구지만 참 좋은 녀석이었어.”
케인은 못 보겠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크로포드는 기겁했다.
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 거야?
“내… 내가 뭘 말했다고! 난 분명 제대로 된 말을…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 * *
“언니… 정신 차리세요….”
“으으… 으으….”
“안 아픈 거 알거든요?!”
“마음이 아프거든?!”
김현아는 이세연 머리 위에 올려진 물수건을 집어 던졌다. 역시 열은 조금도 없었다.
“언니가 12시간 넘게 게임을 접속 안 하다니. 정말 큰일이에요. 다들 걱정하고 있어요.”
“현아야…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게 보통이야….”
12시간 접속 안 했다고 걱정돼서 찾아오는 게 이상한 거지!
‘대체 뭔 수로 잡은 거지?’
랄그갈이 사라진 소식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김태현은 신나서 에랑스 왕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대체 어떻게 잡은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잡을 수 있는 보스 몬스터가 아닌데….
“그래. 접속하면 되잖아.”
“네! 김태현 따위는 무시하고… 헉.”
“…또 뭔데?”
“아, 아무것도 아닌데….”
“현아야. 빨리 내놔. 다 보였거든?”
김현아는 주저하면서 핸드폰을 내밀었다.
“새 전설 퀘스트? 할 수도 있지 왜.”
“그게 그….”
“…느부캇네살의 부활?”
“넵.”
김현아는 고개를 숙였다.
이건 아무리 봐도 이세연도 엮여 있을 법한 퀘스트!
이세연의 직업은 <네크로노미콘의 후계자>. 고대 제국의 네크로맨서들에게서 이어지는 직업이었다.
“접속해 보자. 안 엮였을 수도 있잖아.”
“맞, 맞아요!”
5분 후.
<최초의 리치, 느부캇네살의 부활–대륙 퀘스트>
“…….”
“…….”
이세연은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아 진짜!
<최초의 리치, 느부캇네살의 부활–대륙 퀘스트>
불길한 징조가 연속되고, 사악한 존재가 계속 대륙을 넘보자 흑마법사 마스터 체시자는 느부캇네살의 부활을 예견합니다!
당신은 고대 제국 네크로맨서들의 적통을 이은 진정한 후계자.
느부캇네살의 진정한 적이자 대적자입니다! 선조들의 유산을 이어받아 느부캇네살을 저지하십시오!
퀘스트 내용은 태현과 좀 달랐지만, 이세연도 이 퀘스트와 깊게 얽혀 있는 건 사실이었다.
태현은 마탑 흑마법사 학파의 후계자.
이세연은 고대 네크로맨서의 후계자.
둘 다 안 엮일 수가 없는 것!
‘도움 필요하면 나 찾아오라고 말한 지가 한 달도 안 지났는데….’
역대급 부끄러움!
만약 이세연이 먼저 찾아가게 된다면 한 달 동안은 이불을 발로 차면서 자야 할 것이다.
이세연이 괴로워하자 김현아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언니. 제가 도와드릴게요.”
“으… 응? 네가?”
평소라면 든든할 텐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네! 제가 가서 화해를 시켜드릴게요.”
“…네가??”
김현아도 분명 능력 있는 랭커였지만 화해와는 거리가 멀었다.
“갔다 오겠습니다!”
“잠, 잠깐만! 현아야!”
* * *
“죄인 크로포드는 주제를 모르고 방자하게 혓바닥을 놀렸으니 아키서스 형에 처한다!”
“잠, 잠깐만! 진짜 휘두르는 건 아니지? 이거 장난치는 거 맞지?”
“…?”
태현 일행이 있는 마탑에 도착한 김현아는 움찔했다.
무슨 죄인 처벌하나?
“앗. 김현아 씨?”
유지수가 김현아를 알아보고 말했다.
‘그때 그 친절하고 이상했던 이세연 언니 동생인가?’
유지수 안에서는 ‘친절하고 이상한 사람’이 된 김현아!
그것도 모르고 김현아는 손에 들고 온 포션 상자를 꺼냈다.
“아, 안녕하세요. 이거 선물이에요.”
“???”
무슨 음료수 선물 상자를 주듯, 최고급 포션 상자를 선물하는 김현아!
“감… 감사합니다?”
“저 그렇게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네…?”
점점 더 이상해지는 김현아의 이미지!
모두의 시선이 김현아에게 쏠린 사이, 크로포드는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크로포드는 목을 쓸어내렸다.
‘근데 아키서스 형이 대체 뭐지?’
“어? 이세연도 왔나?”
태현은 김현아를 알아보고 움찔했다.
이세연이 여기는 왜?
“언니는 안 오셨고 제가 대신 왔어요. 할 말이 있어서.”
“흠….”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슬쩍 물었다.
“함정은 아니겠지?”
“아니겠죠?”
“이렇게 선물도 줬는데.”
“다 들리거든요??”
김현아는 울컥해서 말했다.
* * *
“퀘스트를 같이 하자고?”
태현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크로포드가 ‘이세연하고 같이 해!’라고 했을 때만 해도 ‘이게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하고 있어’라고 생각했었다.
이세연이 단단히 빡쳤으니까!
그리고 그 이후로 태현은 찾아가서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
그냥 랄그갈을 가둬버렸지.
이세연의 분노는 아마 2배나 3배쯤 되었을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4배쯤으로 본다고 합니다.]
‘그건 좀 무섭군.’
사실 이세연은 민망하고 부끄러워하고 있었지만, 태현은 이세연을 오해하고 있었다.
지금쯤은 정말 개빡쳤을 거야!
“이세연이 허락을 해줘?”
“제가 설득할 거예요.”
“야, 야. 너 그러다가 진짜 이세연한테 죽을 수도 있어.”
“…?”
태현의 반응에 김현아는 의아해했다.
이 사람 의외로 퀘스트 같이 하자는 건 별로 거부 안 하잖아?
“퀘스트 같이 하는 건 별 상관없다는 거죠?”
“나야 전력 많으면 좋으니 상관없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