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890화 (890/1,826)

§ 나는 될놈이다 890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스비안 제국의 고위 귀족, 자크랄타크는 신이 나서 검을 받았다.

자크랄타크는 태현을 싫어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우이포아틀의 총애를 뺏어간 놈!

지가 중앙 대륙 왕국의 왕이면 왕이지 감히 아스비안 제국에 와서 황제의 눈에 들다니.

‘이세연이란 모험가도 그렇다. 천박한 모험가 놈들은 전부 제국에서 쫓아내야 해.’

우이포아틀을 부활시킨 이세연도, 우이포아틀의 눈에 든 태현도, 자크랄타크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현재 우이포아틀과 그를 따르는 제국의 귀족 NPC들은 전부 다 언데드였다.

물론 스켈레톤이나 구울 같은 저급한 언데드와는 격부터가 달랐다.

최소 데스 나이트 이상!

자크랄타크는 아스비안 제국에서 볼 수 있는, 강력한 고위 언데드 블랙 나이트였다.

데스 나이트보다 지휘력이 뛰어나며 각종 흑마법도 사용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언데드!

“들어라, 천한 모험가들아!”

자크랄타크는 부하 기사들을 이끌고 대로를 달리며 외치기 시작했다.

“너희들에게 영광을 주겠다! 천한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겠다!”

“뭐야, 저 재수 없는 새끼는?”

“귀족 NPC인가본데.”

아스비안 제국에 건너온 플레이어들은 웅성대며 자크랄타크의 말을 들었다.

플레이어였다면 대번에 두들겨 맞았겠지만 상대는 귀족 NPC.

플레이어들은 일단 참고 들었다.

뭔 소리를 하려고?

“폐하의 명령을 어긴 사기꾼 놈을 잡으러 갈 것이다! 이 명예로운 원정에 참가해라!”

웅성웅성-

자크랄타크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폐하면 황제? 황제한테 사기를 치는 놈이 있어?”

“대단한데? 뭐하는 놈이지?”

<황제의 명령으로–아스비안 제국 퀘스트>

황제에게 검을 받은 고위 귀족, 자크랄타크는 황제의 명을 받고도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아탈리 왕국의 국왕을 잡으려고 합니다.

명예로운 대륙의 영웅인 아탈리 국왕이 그럴 리는 없지만, 질투에 찬 자크랄타크는 사실들을 무시하고 국왕을 붙잡을 생각입니다.

자크랄타크의 원정에 동참하십시오! 악명은 조금 있을지라도 더 많은 보상이 당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보상: ?, ???, ????, (악명이 오를 수 있음)

“아탈리 왕국 국왕이면….”

“김태현이잖아!”

플레이어들은 퀘스트창을 보고 상황을 깨달았다.

이 NPC, 태현을 잡으러 가는 NPC구나!

“김태현이 사기를 칠 리가 없잖아!”

“우우! 비겁하다! 김태현을 모함하다니!”

플레이어들은 자크랄타크에게 야유를 보냈다. 하찮은 모험가들에게 야유를 받자 자크랄타크는 당황하고 분노했다.

“이놈들이 감히?! 아탈리 왕국의 국왕은 폐하의 전사를 빌려가고서 아직까지 일을 해내지 못한 무능한 사기꾼이다!”

“사정이 있었겠지!”

“맞아. 김태현 보니까 악마랑 싸우더라! 악마랑 싸우는데 어떡해!”

“네가 악마 막아줄 거냐! 지는 싸우지도 않으면서!”

순식간에 뜨거워지는 분위기!

원래 1:1이라면 무서워서 말을 못 했겠지만, 플레이어들이 길을 꽉 채운 상태다 보니 다들 겁이 없었다.

철퍽-

“!?”

흥분한 플레이어 한 명이 자크랄타크에게 달걀을 던졌다.

받아라! 정의의 달걀이다!

[약간 상한 달걀을 던졌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아탈리 왕국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아키서스 교단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아스비안 제국 내 악명이 오릅니다.]

[붙잡힐 경우 처벌받을 수…]

“…!”

흥분해서 던진 플레이어는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창에 놀랐다.

그냥 화도 나고 짜증 나서 던진 건데, 이런 보너스를?

“야! 이거 봐! 보너스 줘!”

“뭐? 달걀을 던지면 공적치 포인트를 준다고?”

“아니?! 달걀을 던지면 매달 <고블린 만능 제작기> 이용권과 교단 중급 축복을 준다고?”

이상하게 부풀려지는 것 같은 보상! 말을 꺼낸 플레이어는 당황해서 수습하려고 했다.

“아니 그런 소리는 안 했….”

“그게 진짜야!? 돌멩이를 던지면 아키서스 투기장 최우선 이용권과 고블린 만능 제작기 최우선 이용권, 그리고 교단 상급 축복을 무료로 30회 준다는 게?!”

“…???”

자기들이 좋은 대로 알아듣는 플레이어들!

아스비안 제국에 온 플레이어들 중에는 아탈리 왕국에서 온 플레이어들이 꽤 많았다.

태현이 직접 함대를 끌고 출발했을 때 따라온 플레이어들!

그런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영지나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해 있거나, 가입하진 않았어도 공적치 포인트를 모으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안 그래도 자크랄타크라는 건방진 귀족 놈한테 한 방 먹여주고 싶었는데, 이런 보상까지 있다니!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었다.

-공적치 포인트 들어온다더라!

…에서 시작된 소문이 나중에는….

-많이 던져서 머리 맞추면 땅 준대!

-뭐? 진짜?!

그 결과, 판온에서 본 적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투다다다다다!

“미친놈들!”

자크랄타크는 경악했다.

거리의 양옆과 건물들의 위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오물 세례!

썩은 달걀이나 토마토 같은 건 양호한 편이었다. 벽돌과 돌멩이도 심심찮게 날아왔다.

퍼퍽! 퍼퍼퍽!

플레이어들의 레벨보다 훨씬 높은 자크랄타크가 이거 맞는다고 데미지를 입지는 않았지만, 기분은 충분히 더러워졌다.

평생 고고하게 살아온 자크랄타크가 이런 모욕을 언제 겪어봤겠는가.

“멈춰라!”

투다다다!

“멈추라고 했을 텐데! 멈추지 않으면 베겠다!”

물론 이런 반응은 흥분한 플레이어들에게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저 귀족 놈들이 우리를 협박합니다! 여러분! 용서하지 맙시다!”

“던져! 던져!”

콰쾅!

졸지에 폭탄까지 튀어나왔다.

강한 폭탄은 아니어도 자크랄타크는 슬슬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공격해라! 공격해! 지금 던지고 있는 놈들에게 모조리 현상금을 걸어 버려!”

“으아악! 저 귀족 놈이 사람 잡는다!”

귀족 기병들이 말을 타고 들이닥치자 플레이어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워낙 숫자가 많아서 광역기를 쓰지 않는 한 붙잡을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도시 대로 한복판에서 쾅쾅 광역기를 써대며 난리를 칠 수는 없었다. 자크랄타크도 머리가 있었다.

결국 자크랄타크는 씩씩대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크랄타크의 머리를 맞췄습니다.]

[자크랄타크의…]

플레이어들은 도망치면서도 보상에 환호했다.

완전 남는 장사잖아!

* * *

소란이 진정되고, 자크랄타크는 다시 모험가들을 모았다.

그래도 다행히 꽤 숫자가 모였다.

태현이고 뭐고 참가해서 경험치와 보상을 받겠다는 야심 찬 플레이어들이 절반.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참가해서 훼방 놔야지.’

‘퀘스트 망치면 아키서스 교단에서 보상 주겠지?’

‘이번 퀘스트에서 사람들한테 내 방송을 확실하게 알리는 거야! 제대로 방해한다!’

퀘스트를 방해할 생각으로 가득한 플레이어들!

그것도 모르고 자크랄타크는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쓰레기들만 있지는 않구나! 전원 배로 가서 승선하라! 바로 출항할 테니!”

“야. 배 밑에 구멍 뚫으면 보상 얼마나 나오냐?”

* * *

“태현 님. 이 소리가 들리세요?”

“무슨 소리?”

“저는 들려요.”

“???”

“돈이… 돈이 굴러들어오는 소리예요!”

‘얘 가끔 무서워.’

태현은 이다비에게서 슬쩍 한 걸음 물러섰다.

이다비의 눈빛에서 황금빛 기운이 반짝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진짜 황금색 맞잖아?!’

<죽음의 황금 상인> 직업 스킬!

골드를 일시적으로 많이 받을 경우 추가 버프가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일행은 미친 듯이 골드를 쓸어 담고 있었다.

“허어억! 몸이 씻은 듯이…!”

“하하. 별거 아닙니다. 백작님이 건강이 좋지 않으신 것 같으니 보상은 제가 직접 창고로 들어가서 챙겨가겠습니다.”

“그, 그러도록 하시지요.”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랄그갈의 독에 중독된 아랑틴 백작이 완벽하게 깨어납니다!]

‘어. 잠깐. 그냥 다 해독시키지 말고 돈 뜯어낼 거 그랬나?’

랄그갈이 하려던 짓을 그대로 하려고 하는 태현!

[카르바노그가 질색하며 말립니다.]

‘하긴. 꼬리가 길면 잡히겠지.’

국왕은 나았는데 백작들만 골골대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를 챌 것이다.

차라리 이렇게 치료해 주고 선심을 베푸는 게 낫다!

태현은 백작 세 명과 남작 두 명, 기타 등등을 치료해 주며 빠르게 순회를 돌았다.

영지 1년 운영비는 이미 나왔고, 추가로 몇만 골드가 쌓이고 있었다.

“이게 건물이 몇 개를… 아니지. 아키서스 기사단을 늘릴까? 사제들을? 아니, 수도 병사들도 더 뽑아야 할 것 같은데.”

태현은 행복한 고민에 잠겼다.

영지 골드가 넘쳐서 고민이라니, 영지 얻고 처음으로 하는 고민 같았다.

[현재 영지 창고의 골드가 매우 풍족합니다!]

[경제 상태가 좋아집니다!]

[민심 상태가 좋아집니다!]

[발전도 상태가 좋아집니다!]

[……]

[다음과 같은 건물들을 지을 수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축하연을 베풀 수 있습니다.]

‘하하. 무슨 개소리를.’

태현은 메시지창을 못 본 척 넘겼다.

[거대 아키서스 황금상을 지을 수 있습니다.]

[거대 카르바노그 황금상을 지을 수 있습니다.]

[!!]

카르바노그는 메시지창을 보고 눈빛을 반짝였다.

[짓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안 돼….’

[거대 사디크 황금상을 지을 수 있습니다.]

[거대…]

태현이 얻은 권능들이 주르륵 나오며 황금상을 지어달라고 메시지창이 나왔다.

물론 태현은 지어줄 생각이 없었다.

뭐가 예뻐서 사디크 황금상이나 살라비안 황금상을 지어준단 말인가!

카르바노그 황금상은 신세 진 것도 있어서 지어주고 싶긴 했지만, 비싼 골드를 거기에 쓸 수는 없었다.

[카르바노그가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호소합니다.]

‘아, 안 돼…!’

[카르바노그가 몬스터도 많이 잡고 영지의 토끼들도 잘 관리하겠다고…]

‘…생각해 볼게….’

태현은 한숨을 쉬며 멈췄다. 카르바노그한테 진 신세가 많아서 냉철하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카르바노그가 귀엽고 무해해 보였지만 일단 대륙에 남은 몇 안 되는 신이었다.

아직까지 다른 신을 본 적이 없으니 유일한 신일지도 몰랐다.

태현이 카르바노그를 섬기고 모시니 옆에 붙어 다니면서 도와주는 거지, 만약 삐지기라도 하면 골치가 아팠다.

‘그래도 황금상 짓더라도 남은 걸로 다른 것도 할 수 있으니까.’

거대 황금 토끼를 만든다 하더라도 골드가 꽤 남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수도와 골짜기를 잇는 길 보수하고, 던전 관리 들어가고, 주변 몬스터들 싹 치우고 개간한 다음… 후, 골드 들어갈 곳이 진짜 많군. 길드 동맹 놈들은 어떻게 골드를 뜯어낸 거지?’

정답은 세금과 투자!

길드 동맹이나 대형 길드 입장에서는 오히려 태현이 더 신기한 놈이었다.

-세금도 거의 안 걷고 투자도 안 받는데 영지를 운영하는 놈이 있다고!?

“태현 님. 골드가 부족하시면 비장의 방법이 하나 있긴 해요.”

“…뭔데?”

이다비가 저렇게 말하자 태현은 좀 많이 무서워졌다.

설마 날 팔아넘기진 않겠지?

“태현 님 개인 방송 계정을 파는 거예요.”

“이미 하고 있지 않아?”

숨길 필요 없는 퀘스트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 계정으로 방송하거나, 케인의 계정으로 방송되거나 했다.

이제 와서 새로 파는 게 의미가 있나?

“차원이 달라요!”

그러나 이다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 방송 계정에 태현이 나오면 최소 10배 이상으로 뛰는데, 만약 태현이 직접 계정을 판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남의 방송에 가끔 얼굴을 비치는 것과 자기가 직접 파는 것.

그 차이가 얼마나 나겠는가.

“그 방송 밑에는 이렇게 달죠. 이 방송의 수입은 모두 다 영지 관리로 들어갑니다….”

“…너무 슬프잖아!”

“선, 선배. 돈 필요해요? 돈 필요하면 드릴 수 있는데….”

유지수가 대화를 듣더니 태현을 보며 물었다. 태현은 당황해서 거절했다.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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