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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88화 (888/1,826)

§ 나는 될놈이다 888화

[에랑스 왕국 내 공적치 포인트가 크게 오릅니다!]

[에랑스 왕국의 귀족들이 이번 일을 듣고 당신을 칭송할 것입니다.]

[칭호: 왕의 은인을 얻습니다.]

[……]

[……]

[……]

하도 많은 메시지창들이 나와서 다 읽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국왕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위업!

에랑스 왕국에서 ‘내가 인마 너희 국왕이랑 인마! 어떤 사이인지 알아!’ 한마디 하면 대부분의 NPC들은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영지에 가면 특별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느니, 어느 영지에 가면 병사들을 빌릴 수 있다느니, 어느 영지에 가면 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느니….

‘이야. 한동안 에랑스 왕국에서 레벨업 할까?’

이 정도면 왕국 최고 VVIP 수준!

이 퀘스트 버프 끝나기 전까지는 에랑스 왕국에서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으아악! 김태현! 랄그갈 온다! 랄그갈 온다고!

태현은 귓속말을 무시하고 이다비에게 연락했다.

-이다비. 귀족 전사대 보내서 발목 묶게 해줘.

-써도 되나요?

-뭐, NPC들 중에서 그나마 덜 아까운 애들이니까.

태현을 많이 따르긴 하지만 결국에는 황제 우이포아틀의 부하였다. 언제 태현에게 칼을 들이밀지 몰랐다.

-아키서스 포병대나 다른 애들은 뒤로 좀 빼주고.

철저한 이익 관리!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관리였다.

-와! 지원이 왔다!

-내가 뭐라고 했냐! 김태현이 사람 그냥 버리지 않는다니까!

자세한 사정도 모르고 환호하는 앨콧과 크로포드!

그러는 사이 태현 앞에 있는 국왕이 깨어나고 있었다.

“끄으으으….”

“폐하! 폐하!”

태현은 국왕을 붙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그 애틋한 모습에 자리에 있던 이들은 모두 감동했다.

[에랑스 왕궁 내 당신의 평판이…]

[에랑스 국왕이 당신의 정성에 감동합니다.]

[에랑스 국왕의 시종장이…]

[……]

아탈리 왕국의 젊은 왕이 영웅이라더니 과연 정말로 그렇구나!

물론 태현은 빨리 받을 거 받고 튀기 위해서 국왕을 깨우는 중이었다.

“빨리 일어나십쇼! 빨리빨리!”

“잠, 잠깐만… 앞이 안 보이는….”

철썩철썩!

태현은 국왕의 뺨을 양옆으로 돌렸다.

다급한 순간에는 과감한 방법을 써야 하는 법.

[힘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민첩 스탯이…]

‘아니?’

국왕의 뺨에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었다.

플레이어 중 누가 국왕의 뺨을 때려봤겠는가.

한 대 때렸다고 스탯을 그냥 올려주다니!

“이, 이제 정신이 좀 드는군. 고맙네….”

“폐하! 쓰러지시면 안 됩니다!”

철썩철썩철썩!

“아, 아니. 괜찮다니까?”

철썩철썩철썩철썩!

[에랑스 국왕의 친밀도가 아주 조금 하락합니다.]

‘쳇.’

태현은 손을 멈췄다. 여기서 더 패면 아무리 국왕이라도 정색할 것 같았다.

“자네가 날 구해준 건가! 고맙네….”

“폐하. 보상은….”

“내가 처음으로 중독된 건 반년 전에 열렸던 연회였어… 생각해 보니 그때 마셨던….”

“…….”

태현은 불길함을 느꼈다.

왜 반년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지?

“폐하! 보상을…!”

[상대가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설득이 실패합니다.]

‘젠장!’

방금 깨어나서 그런지 오락가락하면서 자기 할 말만 하는 국왕!

자기가 반년 전부터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하는 국왕의 모습에 태현은 혀를 찼다.

-랄그갈이 돌파한다!

-이 자식 우리 무시하고 수도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어! 김태현! 우린 최선을 다했다! 진짜로 최선을 다했다?! 나중에 뭐라고 하기 없기다!?

‘나중에 받아야겠군.’

태현은 한숨을 쉬며 일어섰다. 국왕 체면에 설마 보상을 떼어먹진 않겠지!

“폐하. 이렇게 일어나시다니 감동스러울 뿐입니다. 하지만 아직 대륙은 위험에 처해 있고 저는폐하를 위기에빠뜨린악마를잡아야합니다. 이만가보겠습니다!”

갈수록 급해서 빨라지는 말!

국왕은 오락가락한 와중에 그 말을 들었다.

“악마… 그래. 악마를 잡아야지….”

[<은빛 검 기사단의 인장 반지>를 얻었습니다.]

[<은빛 검 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은빛 검 기사단> 내 평판이 낮거나 친밀도가 낮을 경우 명령을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에랑스 왕국 제4 기사단, 은빛 검 기사단!

지금 태현을 졸졸 쫓아다니고 있는 기사들이 바로 여기 소속이었다.

악마, 언데드 전문 기사단인 만큼 실력은 당연했다.

원래 기사들은 성격이 깐깐하고 자존심이 세서 덜컥 넘겨준다고 명령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현재 <은빛 검 기사단>의 친밀도가 최고치입니다.]

[<은빛 검 기사단>이 완전히 당신의 밑으로 넘어갑니다!]

[<은빛 검 기사단>은 돌려줄 수 없습니다.]

[<은빛 검 기사단>은 앞으로 아탈리 왕국 소속입니다.]

“폐, 폐하! 그렇다고 은빛 검 기사단을 넘겨주시면…!”

시종장이 당황해서 외쳤다.

국왕 폐하가 지금 상태가 다 회복되지 않아서 이상한 소리를 한다!

태현도 깨달았다.

‘오락가락하는 게 장점도 있구나!’

“폐하! 사실 제가 빚이 많아서….”

“그래… 그러면 빚을 갚아야지….”

[<에랑스 왕가의 초상>을 얻었습니다.]

[<위대한 국왕의 황금상>을 얻었습니다.]

[……]

옆에 있는 값비싼 예술 작품들을 주는 국왕!

태현은 감격했다.

세상에 이렇게 관대한 사람이 있다니!

“폐하, 제가 영지도….”

-김태현! 빠져나와! 빠져나와야 해!

‘아. 젠장.’

태현은 입맛을 다시고 일어섰다. 그리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폐하!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부디 그때에도 이랬으면 좋겠다!

[카르바노그가 그때쯤이면 제정신이 들 거라고 말합니다.]

‘나도 알아.’

태현이 호다닥 달려 나가자 시종장이 왕에게 말했다.

“폐하.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하신 거 아닙니까?”

“헐헐… 아탈리 국왕이 아들 같아서….”

“폐하!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폐하께서 없으시다면 왕국은 누가 지키신단 말입니까. 그리고 왕자 전하들도 있잖습니까! 아탈리 국왕이 영웅인 건 알지만 왕국 기사단을 다른 왕국 왕에게 주는 건… 차라리 왕자 전하들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았겠습니까. 다들 영웅이신데.”

“그놈들은… 내가 아플 때 오지도 않고 말이야… 아주… 싸가지 없는 새끼들이야….”

“폐, 폐하! 누가 듣겠습니다!”

오락가락하지만 원한은 확실히 기억하는 에랑스 왕국 국왕!

질병이 옮을까 봐 두렵기도 했고, 1왕자는 국왕이 죽으면 자신이 이어받을 테니 그걸 기대하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나은 이상 뒷감당은 그들 몫이었다.

“아주… 후레자식들…! 특히 존 이놈은…!”

다른 왕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왕위 계승자인 1왕자가 오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국왕은 매우 분노했다.

“존 전하께서도 사정이 있….”

“뭐라고?”

“…존 전하께서 아주 잘못하셨습니다! 후레자식이 그지 없습니다!”

시종장은 재빨리 말을 틀었다.

위험 신호가 발동한 것이다.

여기서 잘못 편들었다가는 진짜 두들겨 맞겠다!

지금 국왕이 오락가락하니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랄 뿐.

아무리 왕자들이 사고를 쳐도 국왕의 아들들이었다. 괜히 욕했다가 나중에 피를 보는 건 그뿐이었다.

‘이러시다가 화가 풀리면 용서해 주시겠지.’

그러나 시종장의 생각은 틀렸다.

에랑스 국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실망했던 것!

“이런 놈들을 믿고… 내가 어떻게 맡긴단 말이냐. 아탈리 국왕에게 사신을 보내라… 다시 오라고.”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

“그건 네가 알 바 없다.”

시종장은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무슨 짓을 하려고 이러시지?

* * *

“본전 쳤다! 기사단이라니!”

태현은 환호하며 외쳤다. 물론 다른 일행들은 같이 기뻐할 수가 없었다.

“으아아악! 좀 막아줘!”

미친듯이 날뛰며 전진하는 랄그갈!

정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어지간한 공격은 다 흡수해 버리고, 회피 같은 건 의미 없이 다 삼켜 버리는 식으로 공격을 해대니….

막을 방법이 없다!

랄그갈은 마치 천천히 다가오는 죽음처럼 보였다.

“애들아! 내가 기사단을 땄다니까!”

“지금 그 소리 할 때냐!!!”

“에이. 반응이 시원찮군.”

태현은 아쉬워하며 폭탄을 꺼냈다. 그리고 강하게 던졌다.

주변을 다 삼켜버리며 전진하던 랄그갈이 움찔하더니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드래곤 폭탄의 공포!

툭-

그러나 그건 가짜였다.

스탯을 소모해서 쓰는 드래곤 폭탄을 그렇게 팍팍 쓸 리 없었다.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도 않고 목숨이 위험하지도 않은데.

-…!!!

[랄그갈이 극도로 분노합니다.]

-쿠어어어어어어!

랄그갈의 돌진!

태현은 다시 폭탄을 던졌다. 랄그갈은 무시하고 집어삼켰다.

콰콰쾅!

[드래곤 폭탄이 랄그갈에게 충격을 줍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갖고 놀기!

랄그갈은 더 이상 말도 하지 않고 괴성만 질러댔다.

“보니까 저놈, 외부 공격은 안 먹히고 어떻게든 안에서 때려야 하는 거 같은데? 그렇게 때리고 있었지?”

“물, 물론이지.”

“그, 그쯤은 파악하고 있었다고.”

시선을 피하는 앨콧과 케인!

아무리 밖을 때려도 데미지가 안 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때리다 보면 결국 방어 깨지고 데미지 들어가겠지!’ 하는 단순무식한 마음으로 패고 있던 둘이었다.

* * *

[전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을…]

“김태현이 깼나본데?”

“언니. 안 분하세요?”

“보상 받았잖아.”

전설 퀘스트에 참가한 사람들은 크고 작은 보상을 받았다. 태현만큼 많이 받은 사람은 없었겠지만.

“이걸 누구 코에….”

“걱정 마. 곧 김태현이 아쉬운 소리 하는 거 보게 될 테니까. 처음에는 그 악마가 뭐하는 악마인가 했는데….”

이세연은 확신했다.

랄그갈은 김태현이라도 지금 잡을 수 없다!

네크로맨서 퀘스트를 깨다 얻은, <마계의 레메게톤>이란 전설 등급 마도서에서 얻은 정보였다.

랄그갈의 육체는 자기보다 레벨이 낮은 적들의 공격은 거의 다 흡수해 버리는 사기적인 속성이 있었다.

이런 보스 몬스터는 지금 잡는 게 아닌 플레이어들이 더 강해지고 나서 잡을 수 있는 것!

그런데 랄그갈이 태현을 쫓아다닌다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곧 있으면 사과하러 오겠지.’

태현은 아무리 치사하고 더러워도 상황 판단을 못 할 사람은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눈물을 머금고라도 할 사람!

* * *

-드래곤 폭탄(가짜 스킬 이름 외치기)!

호다닥 물러서는 랄그갈.

태현은 가짜 폭탄과 진짜 폭탄을 섞어 가며 던지는 식으로 랄그갈을 견제했다.

최고급에 이른 화술 스킬은 속임수를 더더욱 사실 같아 보이게 만들었다.

랄그갈 입장에서는 혈압이 치솟다 못해 피가 뿜어져 나올 판!

“아. 저걸로는 턱도 없고… 저거 어떻게 못 하나? 바다에 빠뜨리면… 음. 큰 차이는 없겠군.”

바닷속이든, 추운 곳이든, 뜨거운 곳이든 그걸로 랄그갈을 막기는 힘들 것 같았다.

용암 속에 빠뜨리는 것도 효과가 없을 것 같았고….

‘진짜 이세연한테 부탁해야 하나? 그러기 싫은데.’

그렇지만 랄그갈이 계속 쫓아오는 건 매우 문제가 있었다.

정상적인 퀘스트가 불가능!

-태현 님.

-?

그때 수도에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에게서 보고가 왔다.

-지금 바쁜데, 급한 일인가?

-아뇨. 보고만 드리려고요. <아키서스 허기의 던전>이 전부 지어졌습니다.

제작 비용 0의 기적의 던전, <아키서스 허기의 던전>!

몬스터 없이 들어가서 굶는 던전이니 제작 비용이 싼 것도 당연했다.

“…!”

태현은 눈을 깜박였다.

<아키서스 허기의 던전>과 <포식의 악마>.

아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카르바노그가 랄그갈을 동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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