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887화 (887/1,826)

§ 나는 될놈이다 887화

아키서스가 마계에 이름을 남긴다면, 앞으로 주케넨의 이름은 배신의 이름으로 쓰일지도 몰랐다.

-너, 또 주케넨할 생각이냐!

-헛소리하지 마라. 내가 악마라도 주케넨하진 않는다!

“남겨준다고 해도 뭐라고 하네. 뭐, 싫으면 상관없다.”

[<랄그갈이 만든 정체불명의 맹독>을 얻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랄그갈이 당신을 더더욱 증오합니다!]

[현재 연금술 스탯이 낮아 독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고급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랄그갈의 사악한 맹독>을 볼 수 있습니다.]

랄그갈의 사악한 맹독:

랄그갈이 자신의 권능과 대륙에 남겨진 신의 힘을 이용해 만든 사악한 독입니다. 독을 마실 경우 해독제 말고는 해제가 불가능한 치명적인 저주에 걸립니다.

‘이거군.’

“아키서스 님! 해독제도 찾았습니다!”

“오… 주케넨! 생각보다 너무 일을 잘하는데? 정말 이름 필요 없나?”

“혹시 저를 풀어주신다면….”

“그건 안 되고.”

일 잘하면 일 잘하는 대로 풀어줄 수 없고, 일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풀어줄 수 없다!

아키서스의 굴레!

주케넨은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찾았지? 혹시 연금술 스킬이 높나?”

“옆에 라벨로 <해독제>라고 붙여져 있었습니다.”

“…….”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확인했다. 정말 병 옆에 악마들의 글자로 쓰여 있는 게 보였다.

[악마들의 문자에 대한 지식이 올랐…]

‘어차피 카르바노그가 해석해 주는데 필요 없어….’

카르바노그는 판온에서 가장 성능 좋은 백과사전이라고 봐도 됐다. 남들은 모르는 글자 나오면 도서관 가서 책을 다 뒤져야 했지만 태현은 카르바노그에게 물어보기만 해도 어지간하면 답이 나왔다.

‘어쨌든 해독제가 있긴 있었군.’

그렇다면?

‘퀘스트는 깼다고 봐도 좋아.’

뒤에서 랄그갈이 쫓아오고 있다는 점만 빼면 퀘스트를 깼다고 봐도 좋은 상황!

일단 국왕이 먹을 한 사람 양은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양을 늘릴 수는 없나?’

국왕 말고 에랑스 왕국 쪽에서 이 독을 먹고 쓰러진 NPC들이 여럿 됐다.

기왕 해독제를 얻었는데 보상을 최대한 많이 뜯어내야지, 국왕한테만 받는 건 아마추어였다.

[카르바노그가 물을 타자고 말합니다.]

‘그, 그건 안 돼.’

악마의 유혹!

아니, 카르바노그의 유혹!

‘프이드를 불러내서 만들어보라고 시켜야겠군.’

같은 악마니까 프이드도 만들 수 있을 거야!

물론 다른 악마들이 듣는다면 ‘그게 무슨 개소리예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 *

“폭탄을 사려고 한다고!? 이 자식들… 그런 방법이 있었군!”

“방해를 해야 합니까?”

“어떻게 방해를 할 생각이냐? 그 영지에 들어가게?”

흠칫!

‘그 영지’ 이름이 나오자 길드 동맹 랭커들도 몸을 움츠렸다.

모두가 들어가기 싫어하는 ‘그 영지’!

오죽하면 길드 동맹 길드원 중 몇몇은 저걸 내기나 벌칙으로 쓰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길드 동맹의 XX입니다. 오늘은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길드 동맹 휘장을 차고 들어가 볼 건데요. 구독과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안 그래도 미다스 길드와 싸워야 하는데 김태현을 건드려서 뭐하자는 거냐. 분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할 때다. 괜히 싸움을 일으킬 때가 아니야.”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먼저 구매하면 되지. 놈들이 못 사게 말이야.”

“그게 될까요? 김태현하고 우리 사이는….”

철천지원수!

판온 2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벌 관계 아니었던가.

물론 길드와 개인이 라이벌 관계라는 것 자체가 매우 웃기는 상황이었지만….

“아니. 김태현은 그런 감정에 휘둘릴 놈이 아니야. 조건만 맞으면 팔 거다.”

원수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놈이 김태현!

“그리고 따지고 보면 미다스 길드에도 김태현한테 당한 적 있던 랭커들이 있을걸.”

“하긴… 판온 1에서 이어서 하는 놈들 꽤 되니까….”

“그리고 들어보니까 김태현은 그 대장장이들을 꽤 자유롭게 풀어준다고 하더군. 즉, 그 대장장이들만 설득하면 폭탄을 살 수 있는 거다. 김태현도 뭐라고 안 할 거다.”

“근데 그 미친놈들을 어떻게 설득합니까?”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야!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설득 못 할 건 없어. 이번 습격을 생각해 봐라. 난 그 김태현도 설득했다.”

“오오…!”

“그러셨지…!”

쑤닝의 말에 길드원들은 일순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진실을 아는 몇몇 랭커는 약간 뜨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걸 설득이라고 할 수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좀 말린 것 같은데.’

지금 길드 동맹은 미다스와 돈으로 붙을 처지가 아니었다. 버티는 것도 간신히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쑤닝은 다른 방식으로 주목했다.

“정성!”

“정… 정성?”

“그래. 정성이다! 성심성의껏, 마음가짐을 다해 그놈들을 넘어오게 하는 거다.”

길드 동맹과는 가장 거리가 먼 것 같은 방식!

간부들이 수군거렸다.

괜찮은 방법 같은데 저걸 누가 한다?

더럽게 고생일 것 같은데.

“그런데 그걸 누가 합니까?”

“무슨 소리냐. 너희들이 해야지.”

“…….”

간부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 *

요즘 잘나가는 미다스 길드는 감성에 호소하지 않았다.

촤르르륵-

대장간 앞에 금괴를 쌓기 시작한 미다스 길드!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러분! 이걸 봐주십시오!”

폭탄만 팔아준다면 금괴가 대수냐!

그러나 대장장이들은 시큰둥했다. 아니, 다른 식으로 받아들였다.

“황금은 폭탄 재료로 쓰기 조금 별론데….”

“차라리 은이 낫지. 축복받은 은이나 진은 같은 거. 그러면 언데드 용으로는 확실하거든.”

“황금 폭탄 만들어볼까? 새로운 효과가 있을지도.”

“…….”

그러는 사이 길드 동맹 간부들이 도착했다.

“꺼내!”

“예.”

촤르르륵-

“저건 또 뭐야?”

“너희 친구냐?”

대장장이들의 물음에 미다스 길드원은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는… 길, 길드 동맹! 너희가 여기는 왜!”

“대장장이님! 아이고. 이렇게 더운 날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제가 다 눈물이 납니다. 흑흑. 여기 시원한 꿀물이라도 드시면서….”

간부들은 가짜 눈물을 흘리며 접근했다.

대장장이도, 미다스 길드원도 황당해할 뿐이었다.

이 자식들 뭘 잘못 먹었나?

“너희들은 뭐하러 온 거냐?”

“뭐하러 온 거냐뇨. 저희가 이제까지 한 짓들이 너무 죄송스러워서 이렇게 죗값을 치르러 왔습니다!”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그걸 본 미다스 길드원은 생각했다.

길드 동맹이 진짜 망할 때가 됐구나!

저렇게 자존심을 버릴 정도라니!

‘멍청한 놈들. 저런 감성팔이가 통할 것 같으냐.’

길드원은 코웃음을 쳤다. 그가 쌓아놓은 금괴와 비교하면 저런 허튼수작은 초라해 보일 뿐.

“오. 진짜로?”

“길드 동맹도 반성을 했나본데?”

“안으로 들어오라고.”

“!!!!!!!”

미다스 길드원은 기겁했다.

방금 잘못 들었나?

“아, 아, 아니! 저놈들을 믿으시는 겁니까?”

“반성한다잖아. 반성한다는데 기회는 줘야지.”

“맞아. 맞아.”

“저, 저희 제안은….”

“응? 거절했잖나.”

“이, 이걸 보고서도 거절하신단 말입니까?”

“아, 좀 더 좋은 걸 갖고 오게.”

“아니 여기서 더 좋은 게 뭐….”

쾅!

대답 대신 문이 닫혔다.

<악마의 대장간>을 관리하는 악마, 사루온은 대장장이들을 보며 물었다.

“저놈들의 말을 믿어주는 거냐? 아무리 봐도 반성할 놈들이 아닌 것 같은데.”

“아. 잡일꾼이 필요해서요.”

“전 실험대상이 필요해서.”

오싹!

사루온은 대장장이들을 보며 전율했다.

어느새 훌륭한 악마들이 되었구나!

* * *

“물 타면 되는데?”

“…진, 진짜?”

“어.”

멀리서 달려온 프이드는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사루온과는 다르다!

연금술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리라!

그러나 능력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간단한 일이었다.

[해독제의 양이 늘어납니다!]

[……]

[……]

프이드는 정말로 물을 타서 해독제를 여러 병 만들었다.

“다 됐다.”

“끝이군.”

“…진, 진짜로? 더 해야 할 일이 뭐 없나?”

“딱히 없는데….”

“…….”

프이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일 하나 시키려고 사람을, 아니 악마를 에랑스 왕국까지 불러와?

“그런데 왜 계속… 움직이면서 대화를 하는 거냐? 힘들게!”

“랄그갈이 쫓아오고 있거든.”

“랄그갈이… 잠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프이드는 그제야 주변에 악마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표정도 좀….

뭐지?

“설, 설, 설마 그 포식의 악마 랄그갈?”

“그래. 계속 쫓아오고 있어서 빨리 움직여야 해.”

“난 이만 영지로 돌아가서 연금술을 퍼뜨려야….”

“아. 맞다.”

“왜, 왜?! 난 급한 일이 있다고!”

“아니. 이거 랄그갈이 만든 맹독인데, 이걸 복제할 수 있나 해서.”

프이드는 흥미가 생겨서 멈칫했다. 랄그갈이 만든 독이라니.

얼마나 강력할 것인가?

“이건… 복제할 수 없지.”

“물을 타도?”

“물을 타도 못 하지! 애초에 랄그갈의 힘과… 정체불명의 힘이 섞였군. 어쨌든 권능으로 만든 독이다. 권능이 없으면 복제도 할 수 없어.”

“능력 없는 놈 같으니….”

“뭐, 뭐, 뭐, 뭐라고!? 내가 얼마나 대단한 악마인데…!”

얼굴을 붉히는 프이드는 무시하고 태현은 다음 질문을 했다.

“해독제는 물 타도 되지 않았나?”

“그건 애초에 랄그갈 놈이 그렇게 만든 거다. 손쉽게 양을 불릴 수 있게 권능으로 만들어놨어.”

애초에 조금씩 주면서 상대를 살린 다음, 손아귀에 넣으려고 한 거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앗. 잠깐. 이거 어지간한 독은 다 해독하지 않나?”

계속 물만 넣어서 팔아먹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쏠쏠한 장사도 없을 것!

프이드는 ‘이 미친놈은 악마의 물건으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 귀한 물건으로 그러고 싶냐?”

“뭐 어때. 양 많이 만들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 어쨌든 잘 알겠다. 독은 아껴서 쓰도록 하지.”

“그래… 잠깐. 아껴서 뭘 쓴다고?”

그걸 누구한테 쓰게?

“그러면 왕궁으로 가자!”

“진짜? 랄그갈이 쫓아오는데?”

“어쩔 수 없어. 최대한 빠르게 말해야지.”

태현은 계획을 세웠다.

최대한 빠르게 왕궁으로 들어가서 최대한 빠르게 왕한테 해독제를 먹이고 최대한 빠르게 상황 설명을 해서 보상을 받는다!

일단 보상을 받으면 전력을 다해 달려나가자!

“만약 안 될 경우….”

“?”

“너희가 시간을 끌어야 해.”

“…….”

케인, 앨콧, 크로포드는 경악했다.

이 자식 이러려고 데리고 다녔었나!?

“제, 제일 강한 네가 시간을 끄는 게 낫지 않아?”

앨콧은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 자존심을 버리고 물었다.

그러나 태현은 단호했다.

“국왕한테 보상 잘 받으려면 제일 친한 내가 말하는 게 낫지.”

“…….”

나도 남작인데….

앨콧은 목구멍으로 그 말을 삼켰다. 왕 앞에서 말해봤자 초라할 뿐.

* * *

“폐하를뵈어야겠다당장안내해라!”

“예, 예! 그런데 왜 그렇게 말씀을 빨리하십니까?”

“당장안내하지못할까!”

“예!”

시종장은 당황해서 달려 나갔다. 태현의 명성과 신분이 아니었다면 대번에 쫓겨났을 테지만, 태현에게는 명성과 신분이 있었다.

“국왕폐하일어나십시오제가해독제를갖고왔습니다!”

말과 함께 해독제를 꺼내서 쓰러진 왕의 입에 부어버리는 태현!

절차나 인사, 기다림 같은 과정은 모두 생략하는 과감성!

-으아악! 저 멀리 랄그갈이 보인다!

-필드에 있는 사람들! 모두 대피해라!

귓속말로 아우성이 들려왔다. 태현은 무시하고 왕을 쳐다보았다.

[랄그갈의 맹독을 완전히 치료해냈습니다!]

[명성이 미친 듯이 크게 오릅니다!]

‘와. 십만 직전이군.’

아무리 명성 스탯이 스탯들 중에 올리기 쉽다지만 십만을 찍기 직전이라니.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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