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886화
미다스 길드!
요즘 두각을 나타내며, ‘판온에서 최강 길드가 누구냐?’란 질문에 이름을 올리는 신진 길드….
였지만,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세간의 상식과 거리가 멀었다.
그들이 판온 게시판에서 보는 건 <기계공학> 게시판과 <김태현 기계공학 모음집> 영상 정도!
“미다스가 뭐 하는 곳이냐?”
“모르겠는데….”
“쉿. 새로 만든 길드일 수도 있지. 그렇다고 망신을 주면 어떻게 해.”
“아차. 나란 사람이 배려심이 없었군.”
대장장이들은 매우 미안한 표정으로 길드원을 쳐다보았다.
“아~ 미다스! 거기 알지! 엄청 좋은 곳이잖아!”
“맞아, 맞아. 길마도 대단하고~”
“길드원도 대단하고!”
“장비도 좋고!”
엄청나게 애매모호한 칭찬들!
그 배려심이 더 굴욕적이었다.
‘아니 이런 미친놈들… 우리를 몰라?’
생긴 지는 얼마 안 됐어도, 판온의 모든 놈들이 미다스 길드의 이름 정도는 알 줄 알았는데!
길드원은 울컥했지만 참았다. 오늘 온 건 그가 아쉬운 소리를 하려고 온 것이었으니까.
“크흠. 오늘 온 이유는… 물건을 사려고 온 겁니다.”
“물건? 아. 폭탄?”
“폭탄이겠지?”
“하긴 폭탄밖에 없지.”
‘폭탄에 미친놈들 같으니….’
사실 맞는 말이긴 했다.
여긴 폭탄밖에 안 팔았으니까!
실제로 악마의 대장간 밖에는 <폭탄 싸게 팝니다>란 팻말과 함께 폭탄이 잔뜩 담겨 있는 좌판이 있었다.
물론 저 폭탄을 사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다들 이제 저 폭탄이 어떤 아이템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와. 폭탄을 은화 1개에 판대! 저거 사자! 무조건 이익 아냐?
-미친놈아. 사냥하러 가기도 전에 죽고 싶냐? 저쪽은 접근도 하지 마!
저렇게 길거리에서 싸게 파는 폭탄은 일종의 불량품!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연습으로 만든 실패작들을 내놓고 싸게 파는 것이었다.
저런 폭탄 아이템들을 사가는 건 정말 겁이 없거나 죽어도 페널티가 없는 플레이어들 정도밖에 없었다.
태현이 기계공학 유행을 일으킨 지 꽤 된 지금에도, 폭탄을 쓰는 플레이어들은 한정된 것이다.
태현처럼 행운이 높거나 아니면 기계공학 스킬이 높아야 좀 이런 문제가 덜했지만, 안다고 쉽게 해결할 수 있지는 않았다.
고급 인재인 대장장이를 기계공학 위주로 키우는 건 대손해!
어떤 길드에서도 그렇게 손해를 감수해 가면서 대장장이를 키우고 싶지는 않아 했다.
그러다 보니 기계공학 대장장이의 꿈을 꾸고 새로 시작한 플레이어들도 배울 곳이 없었고, 어디 스킬이나 제작법을 배울 곳을 찾다 보면 오게 되는 곳이 바로 여기….
<악마의 대장간>!
그리고 여기에 온 이상 둘 중 하나밖에 없었다. 폭탄에 미치게 되거나 아니면 기계공학을 접거나.
대충 이런 흉흉한 이미지인 <악마의 대장간>이었지만, 미다스 길드의 랭커들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얘네들이 만든 폭탄… 의외로 불량품이 없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밖에서 파는 불량품이 아닌, 기계공학 대장장이들 중 스킬이 높은 대장장이들이 공을 들여 만든 정품 폭탄!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태현을 따라다니면서 그렇게 폭탄을 만들고 터뜨리고 만들고 터뜨렸는데, 스킬 레벨이 고급을 넘는 건 당연한 것!
가브리엘이나 초창기 멤버들이 정성 들여 만드는 정품 폭탄들은 불량률이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도 왜 아직도 소문은 그대로인가?
그야….
-이야. 이번 폭탄은 잘 만들어졌네.
-안에 잘 모셔두자!
-이건 어떻게 할까? 실패작인데.
-그건 갖다 팔아!
잘 만든 폭탄은 모셔두고 못 만든 폭탄만 밖에 팔아치웠기 때문!
장사의 상식을 뒤집는 어처구니없는 짓이었지만,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돈이야 태현이 지원해 주고 하니 아쉬울 게 없는 것!
이런 잘 만들어진 폭탄들은 대부분 대장간 안에 고이 모셔져 있다가, 가끔 싸우러 나갈 때 쓰거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백 번쯤 빌면 한 번쯤 빌려줬다.
미다스 길드는 여기에 주목했다.
-불량품이 없는 강력한 폭탄이라면 가치가 충분해!
지금 미다스 길드는 길드 동맹과 계속 싸워야 하는 상황.
그리고 공성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게 바로 이 폭탄이었다.
고렙 마법사 없이도 성벽을 부수고 성문을 깰 수 있는 위력!
폭탄 하나면 평범한 플레이어도 어마어마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계산이 불가능한 조커 그 자체!
-하지만 저런 잘 만들어진 폭탄은 경매장에서도 구하기 힘들잖습니까.
-돌아다니는 폭탄들은 대부분 제멋대로 터지는 불량품이고요.
-직접 교섭하는 거다. 애초에 불량품들만 사려고 하니까 실패한 거야! 거기 대장장이들한테 접촉해서 살 방법을 찾아봐. 놈들을 보면 분명 질 좋은 폭탄을 갖고 있을 거다!
그래서 길드원이 이렇게 온 것이다.
“예. 폭탄을 사러 온 거 맞습니다.”
“뭐 우리 부를 것까지는 없었는데. 저기 밖에 좌판 보이지? 거기에다가 돈 두고 폭탄 가져가면 돼.”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1+5를 해주지.”
“1+5? 1+6으로 해줄까?”
폭탄 하나를 사면 다섯 개를 더 드려요!
물론 플레이어들은 이런 대출혈 서비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나만으로도 데미지는 충분했다. 여러 개 갖고 있어 봤자 터질 때 같이 터지기만 하지!
“아, 아니 이런 불량품 말고….”
“뭐? 불량품?”
“우리의 작품을 불량품이라고?”
대장장이들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길드원은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말실수를….”
“말 조심하라고. 이거 하나하나 우리가 얼마나 공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이 뿔조각 폭탄 봤나? 안에 뿔 모양의 독철을 담아서 데미지를 극대화시켰지. 덕분에 좀 불안정하긴 하지만….”
“이 이중화염방사폭탄도 보라고. 오작동 확률이 90%지만 데미지는 확실해!”
“제가 원하는 건 기계공학 대장장이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자분이 만드신 폭탄입니다!”
“태현 님이 만든 폭탄?”
“아, 아니 그것까지 바라진 않고… 그 밑에….”
길드원은 기겁해서 말을 수정했다. 김태현이 만든 폭탄이라니. 그런 걸 사려면 길드의 기둥뿌리가 흔들릴지도 몰랐다.
“그 밑이라니. 으음… 확실히 가브리엘 님이나 다른 분들이 만든 폭탄들이 있긴 하지.”
“!”
길드원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그겁니다! 그걸 원합니다!”
“하지만 그건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허락을 구해주십시오!”
“기다려봐. 말하고 오지.”
5분 후.
“안 된다는데?”
“…….”
단칼에 거절!
길드원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직접 뵙고 말하게 해주십시오! 조건을 듣는다면 분명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미다스 길드에서는 폭탄을 사기 위해 골드를 넉넉하게 들고 왔다.
요즘 광고다 후원이다 골드가 쏟아져 들어온 덕분에 이런 곳에도 팍팍 쓸 수 있는 것이다.
“아니 싫으시다는데….”
“제발 한 번만!”
길드원은 끈질기게 매달리고 늘어졌다. 그러자 가브리엘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나왔다.
“지금 <먹을 수 있는 폭탄>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는데 왜 자꾸….”
“가브리엘 님!”
길드원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외쳤다.
“제가 가브리엘 님의 걸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호오.”
가브리엘은 길드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내 걸작을 쓰려면 조건이 있는데. 그걸 혹시 아나?”
“그, 그게 뭡니까?”
“폭탄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지.”
“…….”
길드원은 진심으로 후회했다.
내가 왜 이런 미친 영지에 와서….
그냥 다른 임무나 맡을걸!
* * *
-폭탄을 사러 왔다고?
-예. 어떻게 할까요?
-팔고 싶으면 팔지? 사실 너희들처럼 창고에 쌓아놓기만 하는 게 이상한 거지….
그리고 솔직히 위험했다.
창고에 폭탄을 그렇게 쌓아놓는 놈들이 어디 있어!
-하지만 이놈들이 폭탄을 사랑하고 아껴줄지 어떻게 압니까?
-…….
태현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건 알아서 판단하고….
-예! 제 나름대로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영지에는 언제 오십니까?
-아. 지금 영지에는 한동안 못 갈 것 같은데.
[랄그갈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거리가…]
더럽게 끈질긴 놈!
지금 태현은 에랑스 왕국 외곽을 돌면서 랄그갈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이동하다가 멈춰서 아이템 확인.
랄그갈이 쫓아오면 다시 이동.
이걸 반복 중!
‘그러고 보니 영지에 악마 프이드가 연금술을 잘 하지 않았나?’
태현은 문득 프이드 생각이 났다.
연금술 전문 악마 프이드!
영지에서는 악마 사루온과 경쟁하며 연금술을 키우려고 했지만, 여러모로 부족한 모양이었다.
직접 밖에서 플레이어들을 꼬시려고 할 정도였으니….
-태현 님.
-?
이번에는 다른 귓속말이 왔다. 길드 동맹 첩자에게서 온 보고였다.
-길드 동맹에서 폭탄을 얻으려고 하나본데요?
-뭐? 영지를 습격하려고 한다고?
-아, 아니요. 그냥 영지에 가서 돈 주고 사려는 계획이요.
‘이 사람은 얻는다=뺏는다 인가?’
첩자는 속으로 매우 불경한 생각을 했다.
-아, 그런 계획이라면야 뭐… 혹시 모르니까 확인 좀 해볼게.
-어떻게 확인을….
“앨콧. 너희 혹시 폭탄 사려고 하냐?”
“어? 잠시만.”
잠시 후.
“사려고 한다는데? 미다스 길드랑 싸워야 해서 공성 병기 잔뜩 긁어모으고 있나 봐.”
“아. 그래서였군.”
-확인했다. 고맙다.
-충성충성충성!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뒤에서는 랄그갈이 쫓아오고 악마들은 좌판을 깔고서 열심히 아이템을 분류하고 있었지만, 태현의 머릿속은 차분했다.
‘이거… 되게 좋은 상황 아닌가?’
태현 혼자서 길드 동맹을 상대하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뛸 때와 다르게, 이제 길드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는 상황.
태현 같은 솔로 플레이어한테는 만세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판온 1에서도 이래서 편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라 양쪽 길드에서 폭탄을 사려고 하고 있다!
“둘을 경쟁을 붙이면… 흠. 근데 서로가 사려는 걸 모를 텐데….”
“??”
케인은 태현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앨콧!”
“왜 또?”
“너한테 황금 같은 정보를 주지. 미다스 길드가 폭탄을 사려고 한다.”
“!!!!”
“크로포드!”
“난 왜…?”
“친한 마법사 랭커들 중 미다스 길드에 있는 랭커가 있으면 이 정보 좀 알려줘라. 길드 동맹이 폭탄을 사려고 한다고.”
경쟁 붙이기!
언제나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크로포드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경쟁 붙이는 걸 우리가 도와줄 것 같… 아니 앨콧 뭐 하고 있냐?!”
“어? 귓속말 보내고 있는데?”
이미 귓속말 보내고 있는 앨콧!
앨콧 입장에서는 ‘아니! 앨콧! 그런 고급 정보를 갖고 오다니. 역시 네가 동맹의 가장 대단한 랭커다! 다른 놈들은 널 본받아야 해!’라는 소리를 들을 보고를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는 게 무조건 이득!
계산하면 맞긴 한데, 그렇다고 1초도 고민 안 하고 바로 보고하는 저 모습이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정말 훌륭한 쓰레기야.’
“크로포드. 너도 이 정보 비싸게 팔 수 있을 거 아냐.”
“…그, 그렇긴 하지.”
생각해보니 이거 미다스 소속 랭커들이 알면 매우 좋아할 정보!
“나도… 팔아야겠다!”
‘이런 쓰레기 같은 녀석.’
서로를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이 좋은 두 친구!
“아키서스 님! 찾았습니다! 랄그갈 놈이 만든 맹독입니다!”
그러는 사이 주케넨이 작은 유리병을 번쩍 치켜들었다.
수많은 유리병과 각종 연금술 아이템 사이에서 찾아낸 보석!
“잘했다, 주케넨! 네 이름은 마계 대대로 남겨주마!”
“아, 아니… 그건 괴롭히는 거잖습니까…!”
저건 아무리 생각해도 엿 먹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