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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80화 (880/1,826)

§ 나는 될놈이다 880화

콰아아아-

“!”

들어가던 일행의 눈앞에 메시지창과 함께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악마의 마력에 침식된 공간이 나타납니다!]

[<정체불명의 지하통로 던전>이 <지옥 마력에 침식당한 지하통로 던전>으로 바뀝니다!]

[던전의 법칙에 주의하십시오!]

“으헉. 전설 등급 던전이잖아?”

앨콧은 메시지창을 보고 던전을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물론 전설 등급 던전이라도 무조건 다 플레이어들이 전멸하는 흉악한 던전은 아니었고, 앨콧이나 크로포드는 전설 등급 던전을 깨본 경험도 있었지만….

그래도 긴장되는 건 사실!

희귀하고 보기 힘든 던전일수록 어렵고 까다로울 확률이 높았다.

‘다른 놈들 안 데려와서 다행이군.’

태현은 안도했다. 지원 좀 받겠다고 아키서스 포병대나 귀족 전사대, 혹은 기사단을 데리고 왔다면 줄줄이 죽어 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태현. 너 부하도 엄청 많은 거 같은데 좀 데리고 오면 안 돼?”

최고급 전술 스킬과, 전세계를 돌며 수집한 부하(노예)들로 이뤄진 강력한 군단!

판온에서 태현만큼 강한 부하들을 많이 데리고 있는 플레이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몬스터나 펫을 많이 부리고 다니는 테이머 직업이나, 부하 NPC들을 많이 데리고 다니는 지휘관 계열 직업 같은 특화 플레이어보다 더 많이 데리고 다니는 태현!

그러나 태현은 거절했다.

“안 돼.”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간다고, 어떤 던전인지도 모르는 던전에 아까운 NPC들을 투입할 순 없었다.

밖이라면 도망이나 빠르게 칠 수 있지, 던전 안은 재수 없을 경우 도망도 불가능!

태현 본인이야 이제 어느 지역 어느 던전에 가도 몸 하나 빼올 자신이 있었지만 NPC는 아니었다.

‘나야 각종 권능에 행운이 있다지만 포병대나 거인, 전사대나 기사단은 아니지. 버리기는 너무 아깝고.’

태현의 즉답에 앨콧과 크로포드는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자식 진짜 우리 버리려고 데리고 온 거 아냐?”

“확실히 그럴듯해… 케인. 넌 어떻게 생각하냐?”

“어? 벌써 자폭할 시간인가?”

“…….”

“…….”

“아. 미안. 다른 생각 하고 있었어. 뭔데? 왜?”

“아, 아무것도 아니야.”

두 랭커는 케인을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얘는 그래도 태현과 달리 좀 정상인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얘가 훨씬 더 미친놈 같아!

‘하긴 김태현 오른팔이라고 불리는 놈이 제정신일 리가….’

‘맞는 말이야.’

두 랭커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원래 이상한 놈 곁에는 이상한 놈이 있게 마련이었다.

[지옥 마력이 침식된 물은 이동 속도를 느리게 만듭니다!]

[지옥 마력이 침식된 물은 방어력을…]

[HP를…]

[……]

“미친.”

“성가시게…!”

랭커들은 투덜거렸다.

디버프 종합세트!

HP 감소, MP 감소, 물리 방어력 마법 방어력 감소, 회복 속도 감소, 이동 속도 감소 등등.

게다가 마력이 섞인 물은 무겁고 어두워 사람을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었다.

안팎으로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던전이었다.

그러나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은 전부 다 수많은 던전을 깨 온 랭커들.

힘들어도 이런 것에 물러날 정도로 약하진 않았다. 앨콧과 크로포드는 곧바로 대응에 들어갔다.

-암살자의 눈! 활력의 신경!

-화염으로의 길, 전신 마력 방어막.

케인도 대응에 들어갔다.

-노예의 근성! 기특한 노예!

“?”

“???”

뭔가 이름이 이상한데?

그러자 케인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뭐. 인마. 뭐.”

“아, 아무것도 아니야.”

“우린 널 존중해.”

“김태현 넌 안 필요하냐? 내가 버프 걸어줄까?”

재빨리 화제를 돌리는 둘!

“필요 없어.”

“네가 스킬을 걸었나? 거는 거 못 본 기분인데.”

“아. 난 디버프 안 받았거든.”

애초에 전부 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로 넘어간 태현!

지금도 계속 회피에 성공하고 있었다.

‘이런 치사한 자식!’

‘얄밉다!’

“너희 눈빛이 좀 수상한데.”

던전이 마계와 비슷하게 바뀌면서 영향을 받은 건 플레이어들만이 아니었다.

태현이 끌고 온 악마들도 영향을 받았다.

“크크크… 힘이… 힘이 돌아온다!”

“이 힘이라면…!”

똥개도 자기네 집 앞에서는 강해지듯이, 악마들도 마계에서는 원래의 힘을 되찾았다. 대륙에 내려온 악마들은 기본적으로 힘을 좀 많이 잃고 내려온 악마들이었다.

“애들아. 내가 지금 폭탄 목걸이를 하나 터뜨리고 싶은데. 터뜨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말아야 합니다!”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힘이 돌아와서 그만!”

“이 자식! 왜 그런 소리를 해가지고! 에잇! 에잇!”

물론 힘 좀 되찾았다고 태현 앞에서 개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폭탄 목걸이를 꺼내자 모두 깨갱하며 꼬리를 말았다.

아무리 힘 좀 되찾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첨벙!

물소리와 함께 어두컴컴한 물결을 헤치고 작은 물고기 몇 마리가 나타났다.

“어. <작은푸른잉어>잖아.”

이 근처 강에서 종종 보이는 작고 귀여운 물고기!

초보자들도 쉽게 잡을 수 있어서 낚시꾼, 요리사라면 한 번쯤 건드려 보는 물고기였다.

“비 때문에 여기까지 왔….”

-콱! 콱! 콰콱!

“!!!”

태현은 앨콧의 목덜미를 잡고 뒤로 당겼다. 그러자 앨콧 코앞에서 물고기의 날카로운 이빨이 딱딱 부딪혔다.

“뭐야?!”

“공격이다! 악마들 앞으로!”

태현은 악마들을 발로 차서 앞으로 보냈다. 탱커 역할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기는 물로 가득 찬 던전이었고, 물고기들은 미친 듯이 재빨랐다.

속도라면 나름 랭커들 중 손꼽히는 앨콧도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퍽! 퍽! 퍽퍽!

“아! 아! 아야!”

좌우로 원투를 때리고 아래로 빙글 헤엄치더니 몸통박치기로 어퍼컷까지 날리는, 오염된 작은 푸른잉어!

아무리 마계의 마력에 오염됐어도 원래 너무 약한 몬스터라 데미지는 크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지금 정신없이 두들겨 맞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솔직히 굴욕이었다. 아무리 물속에 특수한 던전이라도 그렇지 물고기한테 두들겨 맞고 있다니.

“크윽! <암살자의 칼날 소환>! <암살자의 칼날 폭풍>!”

작고 빨라서 맞출 수가 없자 앨콧은 광역기를 펼치려고 했다. 그러나 물고기들은 스킬이 써질 것 같자 바로 거리를 벌렸다.

그 모습에 앨콧은 충격을 받았다.

‘어지간한 던전 보스 몬스터 같은 지능이다!’

공격력만 낮지 나머지는 전부 다 위험한 몬스터!

앨콧이 계속 두들겨 맞고 있자 케인이 답답해서 외쳤다.

“너 뭐하는 거야! 잡아!”

“네가 직접 해봐라 이 자식!”

앨콧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물속에서 헤엄친다는 악조건.

거기에 지옥 마력이 섞인 물이라 더 페널티가 들어가고.

상대 물고기는 화살처럼 빠르고 영리했다.

케인이 오면 더 맞으면 맞았지 그보다 더 잘하진 못할 것이다.

“이건 김태현도… 어?”

앨콧은 멍해졌다. 태현 옆에는 물고기가 없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염된 작은푸른잉어>였던 것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잡은 거야!?”

“어? 예측해서?”

태현은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이 물었다.

물고기는 태현보다 빨랐다. 그렇다고 잡을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움직이는 걸 보다 보면 패턴이 보이고 그 패턴을 유도할 수 있다!

태현은 검 몇 번 휘둘러서 물고기를 한쪽으로 유도한 다음 오는 족족 꿰어버렸다.

‘음. 이 몬스터 정수 쓸 만할 거 같다. 챙겨야지.’

태현은 물고기들을 챙겼다. 이런 식으로 특이한 몬스터의 정수들은 언제나 쓸모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케인은 우울한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저거 또 뭔 요리를 하려고….’

좀 멀쩡한 걸 잡으면 안 될까?

다른 랭커들은 A++등급 한우 같은 거 먹는데 케인은 언제나 앞에 <오염된>, <타락한>, <독 있는>, <먹으면 제정신 나가는> 같은 요리만 먹고 있는 기분이었다.

앨콧은 매우 민망해졌다.

“그… 그렇게 잡는 거였군. 하하. 너무 당연한 거라 생각을 못했네. 다시….”

퍽! 퍼퍽! 퍼퍼퍽!

“…다시….”

퍼퍼퍼퍼퍽!

“아 진짜!!”

앨콧은 분노해서 닥치는 대로 검을 휘두르고 스킬을 난사했다. 물론 그런다고 물고기들이 맞아주진 않았다.

크로포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건 꼭 <이번 주의 가장 웃긴 판온 순간들>에 보내야겠다!

‘그나저나 진짜 대단하군.’

이렇게 보니 새삼 태현의 기본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다.

크로포드는 마법사 직업이라, 근접전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태현의 컨트롤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지 못했다. 근접전 직업들이 왜 ‘김태현은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지도.

그러나 이렇게 보니 알 것 같았다.

갖고 노는 것처럼 편안하다!

앨콧은 저렇게 낑낑대는데….

“잡, 잡았다!”

“너 그거 우연하게 맞춘 거 같….”

“아니라고!”

“알겠어. 알겠어.”

“케인! 봤냐! 내가 잡았다!”

“어. 대단하네.”

“…그 시큰둥한 태도는 뭐야! 너도 잡아보던가!”

앨콧은 케인이 절대 잡을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케인은 그보다 느린 편이었으니까.

그러나 케인은 품속에서 폭탄을 꺼냈다.

“?”

꽝!

[충격파가 퍼져나갑니다!]

[물고기들이 스턴 상태에…]

콰직! 콰지직!

폭탄을 터뜨려 물고기들을 상태 이상에 빠뜨리고 하나씩 잡아버리는 케인!

물론 자기도 데미지를 좀 입었지만, 케인 같은 단단한 탱커한테 이 정도 데미지는 흠집도 가지 않았다.

앨콧은 입을 떡 벌렸다.

‘대단하다!’

솔직히 케인한테 패배감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

김태현하고 같이 다니더니 언제부턴가 케인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한 모습을….

[커다란 소리에 지옥상어가 움찔합니다!]

[지옥상어가 이쪽으로 빠르게 접근합니다!]

“…너희 뭐하냐?”

물고기들 정리하고 있던 태현이 메시지창에 황당하다는 듯이 파티원들을 쳐다보았다.

파티원들은 시선을 피한 채 우물거렸다.

* * *

촤아아악!

일행은 물살을 가르며 안으로, 안으로 더 들어갔다.

괜한 문제 만들까 봐 다들 말도 속으로 했다.

-그런데 김태현. 여기 지형은 알고 가는 거야?

-음? 물론이지.

크로포드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이런 던전, 그것도 전설 던전은 초행으로 깰 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복잡하게 꼬이고 함정도 많은 것이다.

지도라도 없이 들어왔다가는 꽤나 고생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지금 위에는 랄그갈이 있는데, 시간을 끌다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그러나 태현에게는 <신의 예지>가 있었다. 어떤 던전도 정보 없이 초행으로 깰 자신이 있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스킬!

-크르르… 지나갈 수 없다.

“악마다!”

“물고기가 아니야!”

케인과 앨콧은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했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니 이제 슬슬 물고기 대신 진짜 악마가 나타나는구나!

-뭐… 뭐냐?

“가자!”

앨콧이 뛰어들고 케인이 뒤따랐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건 상관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팽팽한 힘싸움이 가능한 상대라는 것!

“느려! 느리다고!”

앨콧은 신이 나서 갖고 있는 스킬들을 총동원해 악마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발목을 공격해 무너뜨리고 치명타를 넣은 다음 빙글 돌아 등 뒤에 연타를 넣고….

마법으로 지원을 넣던 크로포드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만. 김태현이 아까 지도 같은 걸 얻어낼 시간이 없지 않았나?’

아까 악마들을 사로잡고 나서 지도고 뭐고 없이 바로 이곳으로 온 상태!

이 악마들도 랄그갈의 던전에는 이렇게 들어와 본 적이 없을 텐데 지도가 있을 리 없었다.

‘…말하지 말아야지.’

괜히 말했다가는 다들 겁먹을 게 분명했다. 크로포드는 혼자 조용히 삼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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