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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77화 (877/1,826)

§ 나는 될놈이다 877화

더 부추기기 좋은 방법이 뭘까?

‘그냥 내버려 둘까? 아니면 스킬이라도 써서 공격받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볼까?’

태현은 남들을 싸움 붙이고 이간질시키는 데에는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판온 2에서는 안 그랬지만 판온 1 때에는 하루에 열 번도 넘게 PK를 했던 사람!

[??]

‘뭐? 왜? 이 정도면 많이 준 거지.’

혼자서 길드와 싸우려면 이간질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소싯적 태현은 판온 1의 유명 길드의 구성과 길드원들의 약점을 다 꿰고 다녔으니까!

“잠깐. 멈춰! 저기 앞에 가는 놈들이 있어. 우리끼리 싸우면 저놈들이 먹는다! 너희도 저 건물에 볼일이 있는 거겠지?”

“…맞는 말이긴 하군.”

‘쳇. 머리가 돌아가는 놈들이군.’

한동안 길드 동맹같이 머리를 모자걸이로 쓰던 놈들만 상대하다가, 머리를 쓸 줄 아는 놈들을 만나자 새삼스레 놀라웠다.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다른 방법도 있는 법.

-이다비! 준비!

-네!

“이세연이다! 여기 이세연이 퀘스트 깨나 봐!!”

“이세연이 있다!!”

“?!?!?”

“?!??!”

검은 바위단과 길드 연합은 깜짝 놀랐다. 이세연이라고?

“어디?”

“없는… 이런 같잖은 수작을!”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곳곳에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이세연이다!’라고 소리 지른 이유를.

그 이유는 하나!

우르르르-

광장에 있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소리를 듣고 몰려오기 시작한 것!

“이세연 어딨어?! 퀘스트 깨고 있어!?”

“나도… 나도 참가할 거야!”

욕심으로 가득한 플레이어들의 습격!

검은 바위단과 길드 연합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아무리 랭커라도 이렇게 많은 플레이어들을 뚫고 갈 수는 없었다. 게다가 다 베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세연 어딨어요!”

“이세연 없어! 어떤 놈이 거짓말한 거야!”

“아냐! 저기 이세연이다!”

“앗! 김태현도 있는 거 같아!”

“스미스도 저기 있다! 랭커들이란 랭커는 다 모였나 봐!”

“어떤 새끼가 자꾸 헛소문 퍼뜨리는 거야! 죽인다!”

점점 더 살이 붙는 헛소문!

태현은 만족스럽게 일행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 잠가!”

“뚫고 오면 곧 부수지 않나?”

“그래서 폭탄 설치하잖아.”

“…….”

“…….”

“걱정 마. 안 죽어.”

“죽지야 않겠지만… 잠깐, 그럼 의미가 있나?”

“폭탄 하나만 있어도 겁먹고 못 들어오겠지. 랭커들은 겁이 많거든.”

그랬다.

한 번 함정을 보면 잃을 게 많은 랭커들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확인하고 느리게 들어올 수밖에 없는 것!

“그보다 왜 이렇게 경쟁자들이 많아? 이 도움 안 되는 놈들.”

태현은 악마들을 구박했다. 악마들은 서러워서 속으로 울컥했다.

‘네가 늦장을 부렸잖아…!’

영지에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다 해놓고 이제 와서 경쟁자 많다고 하다니.

저런 양심 없는 놈!

“크로포드. 넌 표정이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어? 아니. 길드 연합 랭커들 생각하고 있었어. 길드 연합 쪽에 유명한 마법사 랭커들이 많이 갔거든.”

“헉. 이세연도?”

“…이세연은 안 갔지. 아니, 이세연이 갔는지 안 갔는지 정도는 네가 확인해라! 친하잖아!”

“안 친하거든? 미쳤냐? 쓰레기 같은 놈. 남의 인간관계를 함부로 말하다니. 가볍기가 아주 케인 같구나.”

“아, 아니. 방금 말이 그렇게 심한 말을 들을 말이었어?!”

크로포드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가 당황했다. 태현이 저렇게 직접적으로 독설을 퍼붓는 경우는 또 처음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마법사 랭커들이 많이 간 게 무슨 상관이야? 미미한 놈들 아닌가?”

태현의 오만한 말에 크로포드는 혀를 내둘렀다.

저 랭커들을 미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태현이 유일할 것!

“길드 연합… 아니, 자꾸 이렇게 말하니까 헷갈리네. <미다스> 길드는….”

“미다스?”

“길드 연합이 새로 지은 이름이에요. 태현 님.”

“걔네는 뭐 그렇게 특이한 이름을 지었대? 쑤닝은 그래도 <길드 동맹>같이 알기 쉬운 이름 지었는데. 쑤닝보다 못한 놈들 같으니.”

“시끄럽고! <미다스> 길드에 들어간 마법사 전력은 무시무시하다 이거야.”

판온에서 서로 간의 우정이 끈끈한 직업 부류가 있었다.

일단 제작 직업들!

서로 눈물 젖은 빵을 버티면서 버티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고, 랭커끼리도 서로 잘 아는 편에 속했다.

마법사도 꽤 그런 편이었다.

대륙에서 마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그런 곳을 돌며 퀘스트를 깨다 보면 서로 마주치고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 길드는 이런 점을 이용했다.

길드 동맹에서 이탈하면서 갖고 나온 영지들.

길드 동맹과 전혀 다른, 합리적이고 받아들이기 쉬운 새로운 정책!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을 이끌어줄 수 있는 마법사 랭커들!

“마법사 플레이어 입장에서 랭커 한 명이 도와주면 정말 편하거든. 마법사 같은 직업은 특히 스킬 뭐 있는지가 엄청 중요하니까… 미다스 길드가 그걸로 마법사들 엄청 모았지. 길드 동맹에서 나온 대형 길드들이 애초에 마법사 주력 길드였던 게 컸어.”

소속 랭커들이 마법사.

길드 동맹에서 빼온 랭커들도 마법사.

마법사 전력 하나만큼은 판온에서 아무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규모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신생 길드인데도!

덕분에 <미다스> 길드는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길드 동맹이 받던 투자나 광고를 뛰어넘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쑤닝은 배 아파서 죽으려고 하겠군.’

태현한테 맞은 것도 억울한데 자기네 길드에서 튀어나온 놈들이 인재를 쏙 빼먹고 잘나가고 있으니….

“전사 길드는 못 만드나?”

“퍽이나 들어가겠다. 성기사 이즈 킹 길드 봤지? 단일 직업 길드는 끈끈하긴 해도 규모 키우기 되게 힘들어.”

케인과 최상윤이 쑥덕댔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핵심을 유지하면서 규모를 부풀린 게 대단한 것!

길드 동맹에서 나왔다길래 길드 동맹 같은 놈들이겠지 하고 무시하던 태현도 의아해하며 물었다.

“길마가 누구였지?”

“이제 흥미가 좀 생기냐? 거기 길마 따로 없어.”

“?”

“있긴 한데 명목상 길마고, 마법사 랭커 여럿이서 같이 운영한다나 봐.”

“싸움 나기 딱 좋은 구조네.”

“…….”

이런 비뚤어진 놈!

하지만 크로포드는 부정할 수 없었다. 확실히 싸움 나기 좋은 구조긴 했으니까.

“그래서 거기의 길마들이 누구냐면….”

“됐어. 여럿이면 나중에 필요할 때 묻지 뭐. 그런데 그 생각은 지금 왜 하고 있었던 건데?”

“아. 좀 신경 쓰이는 놈을 봐서… 약간 미친놈인데.”

“?”

옆에서 듣던 앨콧이 멈칫했다. 쟤는 뭔 소리를 하는 거지?

“김태현은 여기 있는데?”

“…앨콧.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겠고….”

“헉! 아냐! 아니야! 난 그저…!”

“평소 생각이 나온 거지? 이해한다.”

케인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플 정도로 이해한다!

앨콧이 사색이 되어 있는 동안 크로포드가 말했다.

“하긴, 내가 괜히 걱정을 했네. 김태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놈이지.”

앨콧이 분노조절장애였다가 태현을 만나고 나서 분노조절잘해가 되었듯이, 약간 미친 마법사 랭커 놈도 태현을 만나면 제정신으로 돌아올 것이다.

원래 세상 이치란 건 그런 법!

그렇게 떠드는 사이 일행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 4층에 도착했다.

“여기야?”

“예! 언제나 여기서 만났습니다!”

“그래. 안에 없으면 너희들 목숨도 없어진다.”

[마계에 악명이…]

숨 쉬듯이 협박을 해서 그런지 이런 메시지창은 이제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악마들은 벌벌 떨며 문을 열었다.

다행히 안에는 잘 차려입은 시종장으로 위장한 악마가 있었다.

“와아아아!”

“계셔! 계신다고!”

“우린 살았어!”

환호성을 터뜨리는 악마들!

안에 있던 시종장 악마는 당황해서 말했다.

“뭐냐? 벌써 약을 다 쓴 거냐? 백작은 이미 중독된 걸로 아는데?”

“아. 그런 건 아니고.”

“저희도 먹고살아야 해서….”

악마들은 민망하다는 듯이 헛기침을 했다. 상대를 앞에 두고 환호성을 터뜨렸던 게 좀 민망했던 것이다.

“그게 무슨 소… 설… 설마!”

시종장은 무언가 낌새를 눈치채고 바로 창문으로 달려 나가려 했다. 그러나 태현 일행은 이미 준비를 마친 뒤였다.

-노예의 쇠사슬!

-지옥 마력 방해! 악마의 발목 봉쇄!

촤르르륵!

여기 잡혔던 악마들이 잡혔던 것처럼 시종장 악마도 그대로 잡혔다.

“크아악! 이 쓰레기 같은 놈들! 날 팔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음… 겁이 나긴 하는데….”

“그래도 우리도 살아야지….”

악마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모습에 시종장 악마는 당황했다.

대체 무슨?

“그래서 네 주인이 누구냐?”

“내가 말할 것 같으냐? 네가 그 어떤 누구라도 내 입을 열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1분 후.

“…제 주인님께서는 랄그갈 님이십니다!”

“갈그랄?”

“랄그갈 님이십니다!”

“…갈그랄과 관계가 있는 게 확실해 보이는데.”

우연치고는 너무 비슷한 이름이었다.

악마 공작 아다드의 심복, 갈그랄!

저기 있는 주케넨처럼 입만 산 심복이 아닌, 본인의 능력도 어마어마하게 강했던 악마였다.

태현은 갈그랄을 잡기 위해 유 회장부터 시작해서 이세연까지 동원했었다.

그런데도 힘들었었던 레이드!

이세연도 <죽음을 거부하다> 같은 숨겨진 밑천을 꺼낼 정도로 힘들었던 레이드였다.

‘생각해 보니 거기서 막타 친 게 어르신이 데리고 온 아저씨였나?’

우연히 그 자리에 있다가 막타를 친 김 전무는 한동안 유 회장의 눈치를 봐야 했었다.

물론 그런 사정까지는 태현이 몰랐고….

지금 태현에게 중요한 건 랄그갈!

주케넨이야 만만해서 쉽게 잡았지만 랄그갈이 만약 갈그랄 같은 악마라면….

‘음. 혼자서는 무리일 거 같은데.’

마침 이세연도 에랑스 왕국인데 불러볼까?

태현은 자신의 생각을 일행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미친 짓 같아요.”

“선배. 제가 선배가 뭘 해도 다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야. 칼 맞는다. 아니다. 지팡이 맞는다.”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아니다.”

앨콧까지 나서서 말리는 계획!

* * *

“어떤 놈이 내 이름을… 이거 진짜 아무리 봐도 김태현이라니까?!”

이세연은 답답했다.

촉!

촉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하는 놈은 보통 김태현!

판온 1 때도 ‘어? 뭔가 쎄한데?’ 하다 싶으면 보통 태현이 있었다.

“언니. 여기 온 길드가 이십, 삼십 개는 넘어요. 당연히 헛소문이 돌 수밖에 없잖아요.”

“넌 평소에 안 그러던 애가 왜 이렇게 이성적인 소리를 하는 거야?”

김현아가 논리적인 소리를 하자 이세연은 더욱 답답했다.

반박할 수가 없었던 것!

“역시 진짜 이세연이야!”

“사인해 주세요! 여기! 한 번만 마법 쏴주세요!”

“이거 방송에 나가나요!?”

발걸음만 떼도 구름처럼 몰리는 사람들. 이세연은 말했다.

“방송 끄자.”

“네?! 아, 아니. 지금 시청자 숫자가…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가 나고 있습니다!”

“그래요. 방송 끌게요.”

“네?! 잠깐만요! 이세연 씨! 이세연 씨!”

게임단 직원의 애처로운 외침을 무시하고 이세연은 쿨하게 방송을 꺼버렸다.

위치를 생방송하고 있으니 플레이어들이 꼬일 수밖에 없는 것!

“안 하던 짓 하니까 너무 힘들어. 평소처럼 편하게 하면 좋을 텐데.”

“언니… 죄송해요! 제가 힘이 못 되어드려서!”

“아니. 넌 충분히 잘하고 있거든.”

달려들려는 김현아를 한 손으로 막고서 이세연은 생각에 잠겼다.

전설 퀘스트에, 랭커들이 모이고 길드들이 모인 이상 구경꾼들이 엄청나게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뭔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의도적이야!’

수상해 보이는 파티가 여럿 나타나서 시선을 끌고 웬 헛소문이 돌고….

“언니. 저기 길드 동맹이네요.”

“응?”

“아. 아니지. 이제 길드 연합… 그러니까 <미다스>요. 언니한테도 들어오라고 메시지 보냈었잖아요.”

“아. 걔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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