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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874화 (874/1,826)

§ 나는 될놈이다 874화

“…이름인데.”

말하던 악마들은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악마치고는 너무 사악한 이름!

“…동명의 악마겠지? 아키서스처럼 사악한 악마가 되리라고 그런 이름을 지은 걸 수도….”

“포부가 원대하군. 하하.”

“너무 위험한 이름 아닌가? 그런 이름 지었다가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하하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본능적으로 뒷걸음질하는 악마들!

태현은 바로 스킬부터 썼다.

-지옥 마력 방해! 악마의 발목 봉쇄!

촤라락!

[<지옥 마력 방해>가…]

[<악마의 발목 봉쇄>가…]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흑마법 스킬이…]

뒷걸음질하던 악마들이 못이라도 박힌 것처럼 딱 정지했다.

구시온이 가르쳐 준 마법은 정말 악마 상대로 뛰어난 효과를 보여줬다.

게다가 MP도 얼마 들지 않았다.

MP도 얼마 안 들고, 시전 속도도 빠르고, 쿨타임도 적은 가성비 좋은 마법!

이런 마법들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인기가 엄청났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거의 상대할 일 없는 악마 한정이라는 게 단점이었지만….

[카르바노그도 감탄합니다. 정말 좋은 마법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구시온이 괜히 악마 공작 아들이 아니었어.’

태현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시온을 좀 얕봤는데 마법을 써보니 효과가 굉장했다. 속도부터 MP까지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보라!

악마들이 당황해서 허둥대고 있지 않은가.

“이게 뭐하는 짓이냐!”

“이름이 아키서스라고 하는 짓도 아키서스 같아도 되는 줄 아느냐!”

손가락질하는 악마들!

역시 아키서스 같은 이름을 달고 있는 악마는 상종하면 안 돼!

기본적인 상도덕을 모르는 악마!

악마들의 모습에 주케넨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분은 아키서스의 화신님이시다.”

“…….”

“…….”

“미친놈아! 누굴 데리고 온 거냐!”

악마들은 분노해서 주케넨을 공격하려고 덤벼들었다. 그러나 태현 일행이 먼저였다.

퍼퍼퍼퍼퍽!

“크아악! 주케넨! 이런 미친놈! 네가 지금 누굴 데리고 온 건 줄 아느냐! 돌았구나! 주케넨!”

두들겨 맞으면서도 주케넨을 저주하는 악마들!

아무리 비웃음을 사고 욕심이 많아도 그렇지 아키서스의 화신을 데리고 오다니.

악마들도 절대 하지 않을 짓이었다.

물론 그들은 알지 못했다.

주케넨이 데리고 온 게 아니라, 태현이 주케넨을 협박해서 데리고 온 것이라는 것을!

“구시온 님! 눈을 뜨십시오! 저 주케넨 놈이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온통 거짓말입니다! 마계에서 내려오는 이야기를 아시잖습니까! 아키서스와 엮여서 좋은 꼴을 본 악마가 없습니다!”

“…….”

태현 일행은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태현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구시온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나도 잡혔다.”

“…….”

“…….”

그 말에 악마들은 조용해졌다.

* * *

“이 아키서스의 저주를 받을 놈! 다시 태어나도 아키서스한테 당할 놈! 네 부모와 자식이 모두 아키서스에게 물려갈 것이다!”

악마들은 원통한 목소리로 주케넨을 저주했다.

주케넨은 매우 거북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물론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저주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물론 태현도 기분이 나빠졌다.

“이 자식들이 자꾸 아키서스로 욕을 쓰네.”

“히이익!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아키서스 형만큼은!”

“아는 걸 다 불겠으니 제발 아키서스만큼은!”

“…….”

태현이 쳐다보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는 악마들!

태현은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굳이 설득하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래. 아키서스 형에 처하지 않을 테니 일레니 백작령에 있는 다른 악마들을 전부 다 불러와라.”

[악마들이 공포에 질렸습니다!]

[화술 스킬을 쓰지 않아도 설득에 무조건 성공합니다.]

[공포 스탯이 오릅니다.]

[마계에 당신의 악명이 일정 수치를 넘었습니다.]

[신성 스탯이 일정 수치를 넘었스니다.]

[마계에 아키서스가 돌아왔다는 소문이 돕니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 모두 당황!

아니, 이게 그렇게까지 소문 낼 일이야?

<내가 돌아왔다!–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위대한 선신 아키서스는 세상의 질서와 균형을 위해 헌신한 신입니다.

그런 아키서스에게 많이 속… 아니, 많이 정화당한 악마들은 아키서스의 이름을 두려워하고 증오합니다.

아키서스는 악을 두려워하고 숨지 않습니다! 악을 향해 나아가고 악을 이용하는 신입니다!

마계로 나아가 당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십시오!

보상: ?, ???, 아키서스의 권능.

“으으음….”

태현은 망설였다.

마계에 가서 ‘나 아키서스요!’ 하란 퀘스트인데….

보상은 좋았다. 권능 퀘스트를 이렇게 날로 하나 먹을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난이도!

‘솔직히 마계 가서 아키서스라고 하면 악마들이 전부 달려들지 않을까?’

차라리 ‘나 죽여줍쇼’가 더 낫겠다!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뭐. 이건 나중에 해야지. 지금은 해야 할 일도 있고.’

이 기회에 악마들을 싹 우리에 넣어서 데리고 다녀야지!

태현은 흐뭇하게 웃었다. 악마들은 벌벌 떨면서 편지를 썼다.

지금 당장 여기로 와라! 구시온 님이 여기 있다! 와! 너무 좋아!

“잘 썼군.”

5분 후.

“구시온 님이 정말로 오셨단 말이냐? 근데 저놈들은 누구… 으아아악! 아키서스!”

태현은 줄줄이 굴비 묶듯이 악마들을 묶어냈다.

[일레니 백작령의 악마들을 일망타진했습니다!]

[퀘스트 <일레니 백작령의 숨겨진 악 퇴치>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일레니 대장간의 비극>을 완료…]

[퀘스트 <일레니 기사단의 소문>을…]

[……]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일레니 백작이 깨어날 경우 당신에게 감사를 표할 것입니다.]

지금 영지에 있는 퀘스트의 절반을 한 번에 끝내버린 태현!

밖에서 악마 흔적 찾아가면서 뛰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어? 뭐야?’ 하면서 당황해하고 있었다.

덕분에 일행들만 신났다.

“퀘스트를 이렇게…!”

“몰이 사냥이 아닌 몰이 퀘스트!”

한 번에 경험치를 쫙 받는 방식!

언제나 태현의 플레이에는 감탄만 나왔다.

“이 정도면 되려나?”

열댓마리 정도 묶인 악마들을 보며 태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구시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키서스님….”

“?”

“그런데, 저놈들은 다 하나같이 허약해서 못 버티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주케넨도 버티는데?”

“주케넨은 저렇게 보여도 나름 에다오르한테 인정받은 심복입니다. 기초 마력이 다릅니다.”

“…그러면 얘네들은?”

“…꽝…이 아닐지.”

태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껏 모아왔는데 꽝이라니!

그러자 구시온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제가 제안한 게 아닙니다! 저놈! 저 주케넨 놈이 제안했습니다!”

“야!!”

주케넨은 기가 막혀서 외쳤다. 정말 밑바닥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구시온!

“아키서스님! 제 말도 들어주십시오! 저는 분명 상급 악마들이 있다고 했지 에너지가 다 좋다고 하진 않았….”

“지금 그 변명이 의미가 있다고 보냐?”

“…그, 그렇긴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닙니다! 이놈들을 부리는 더 상위의 악마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놈은 분명히 쓸 만할 것입니다!”

“한 번 속았는데 또 속으라고?”

“아닙니다! 제발 한 번만 더 믿어주십시오!”

붙잡힌 악마들은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주케넨과 태현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주케넨이 아키서스의 화신을 속여서 데리고 온 게 아니라, 주케넨이 잡혀서 온 거구나!

물론 그런다고 주케넨을 이해해 주진 않았다.

‘아니 미친놈이 잡혔으면 혼자 뒤질 것이지 왜 우리한테까지 데리고 와?’

‘나중에 마계에서 보면 널 죽여 버리겠다!’

주케넨에 대한 분노!

주케넨이 자기 혼자 살겠다고 그들을 팔아넘겼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저렇게 말하는데 한 번만 더 믿어보죠?”

“맞아. 더 강한 악마가 있을 수도 있잖아.”

일행들은 주케넨의 편을 들었다.

퀘스트 보상이 너무 짭짤했던 것!

에랑스 왕국 영지 돌면서 이렇게 악마들만 싹 소탕해도 레벨 몇은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 알겠어.”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새로 붙잡힌 악마들에게 돌렸다.

“히익!”

본능적인 두려움.

악마들은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너희 부리는 위의 악마가 누구니?”

“그건 절대로 말해드릴 수….”

“뭐?”

“…있습니다!”

“저희는 사실 잘못이 없습니다, 아키서스님! 그놈이 시킨 겁니다! 그놈이 독약을 만들어서 저희한테 넘겼습니다! 저희는 그놈이 시킨 대로 독약을 퍼뜨리는 것밖에….”

구구절절 털어놓는 악마들!

악마들을 믿고 독약을 건네준 악마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일레니 백작을 중독시킨 것도 그 놈 때문입니다!”

“에랑스 왕국의 국왕이 중독된 것도 그놈 때문에….”

“그래. 그래. …뭐라고?”

변명들을 대충 넘기던 태현은 멈칫했다. 방금 뭐라고 했냐?

“에랑스 왕국 국왕?”

“예! 놈이 국왕도 중독시킬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했었습니다!”

“!!”

갑자기 에랑스 왕국 국왕이 튀어나오자 일행은 모두 놀랐다.

“그게 정말이야? 놈 이름이 뭔데?”

“어디서 뭐 하는 악마지?”

최상윤과 케인은 눈에 불을 켜고 악마의 멱살을 잡았다.

“놈… 놈은 자기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 켁켁. 어디서 만나는지는 압니다! 저를 놓아주시면 놈이 어디 있는지 알려드릴….”

“…….”

“…아키서스 형만 안 하시면 놈이 어디 있는지 알려드릴….”

“그 정도는 약속해 줄 수 있지.”

[매우 높은 행운 스탯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급 은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은신한 상대를 발견했습니다.]

“?”

메시지창과 함께 갑자기 발코니에서 모습을 나타낸 사람.

매우 어색한 표정의 앨콧이었다.

“아… 안녕?”

“…….”

* * *

“흥. 그 백작 놈이 뭘 몰라서 이러는 거야. 봐라.”

“야. 알겠으니까 그만 떠들어.”

앨콧이 은신을 쓰고 성벽을 기어올라가는 걸 보고 크로포드는 불안해졌다.

분명 앨콧이 쓴 은신 스킬은 대단한 스킬이었다.

본인뿐만 아니라 크로포드한테까지 걸어줄 정도의 스킬!

과연 랭커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놈이 어디 있는지 알려드릴….”

발코니 안에서 뭔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들은 앨콧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안에 들어가면 영지에 숨어든 악마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탁!

앨콧은 힘차게 뛰어서 멋지게 착지했다. 스스로의 은신 스킬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걸리지 않….

[은신이 발각되었습니다.]

“?????”

메시지창과 함께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앨콧에게 쏠렸다.

그리고 앨콧은 깨달았다. 저 일행, 어디서 많이 본 일행이라고.

“아… 안녕?”

* * *

“별로 안녕하지 못한데.”

태현은 떨떠름한 눈으로 앨콧을 쳐다보았다.

얘 왜 여기 있어?

“아까 밖에 있다고 했었잖아요.”

“아. 맞다. 그랬지. 너 스토커냐? 왜 쫓아와?”

“아, 아니야! 너희 있는지 몰랐다고!”

앨콧은 당황해서 변명했다.

앨콧 뒤 발코니에 매달려 있던 크로포드가 슬쩍 아래로 떨어지려고 했다.

여기 있는 것보다는 그냥 떨어지는 게 낫겠다!

“크로포드! 올라와!”

‘아. XXX.’

크로포드는 속으로 욕했다. 저런 물귀신 같은 놈!

두 랭커는 어색하게 발코니에 섰다. 태현 일행은 마치 면접관처럼 그들을 둘러싸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앨콧. 여기 왜 왔다고?”

“그게… 그… 에랑스 왕국 국왕 병 퀘스트 깨려고 왔는데… 여기 백작도 비슷한 병 걸렸다는 소문을 들어서….”

케인도 기세를 타서 질문을 했다.

“그 퀘스트를 하기 위해 무슨 준비를 했지? 스펙은?”

“일단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 평소에 레벨을 많이 올렸고요, 전설 퀘스트도… 아니 넌 뭔데!”

무심코 존댓말로 대답하던 앨콧은 울컥했다.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고 왜 케인 놈이 저런 질문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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